철강은 금속 소재 중 가장 쉽게 구할 수 있고 재활용률 또한 가장 높은 제품 중 하나다. 게다가 인류문명 발전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소재다. 하지만 제조과정은 환경친화적인 측면보다 환경파괴적인 측면에서 더 많이 조명돼왔다. 철강의 탄생과 활용, 소멸, 그리고 재탄생을 후판과 조선의 측면에서 조명해보고 녹색성장에 얼마나 부합하는 산업인지 되돌아 봤다.<편집자 주>
철광석은 고로에 들어가서 쇳물로 나온 뒤에야 돌이 아닌 금속으로서의 새 삶을 살게된다. 비로소 ´철(鐵)´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철강(鐵鋼)´이라고 부를 순 없다. ´강(鋼)´이 되기 위해서는 탄소함유량이나 불순물의 함량을 더 낮춰야하는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강철(鋼)´은 충격을 받을 경우 휘거나 찌그러지지만 가마솥 등을 만드는 ´주철(鑄鐵, 제선공정에서 나오는 선철을 주형틀에 넣어 만드는 제품)´은 돌처럼 깨져버리는 차이가 있다. 고로에서 바로 나온 쇳물도 식히면 금속이 되지만, 불순물로 인해 돌 같은 성질이 남아있는 것이다.
결국 제선 과정에서 나온 쇳물의 불순물은 제강공정에서 대부분 제거된다. 제강공장의 전로안에 있는 쇳물은 철강제품을 잘 만들 수 있는 형태로 고형화해야하는데 이를 연주공정이라 할 수 있다.
연주공정을 통해 쇳물은 고체인 반제품이 된다. 반제품은 압연 과정을 거쳐 열연코일 등 철강제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렇듯 철강제품을 만드는 제철공정은 크게 ▲제선공정 ▲제강공정 ▲연주공정 ▲압연공정으로 구분된다.
- 제선의 핵심 ´고로´
철광석이 철이 되는 제선 과정은 원료처리, 소결공정, 코크스공정에서부터 고로공정까지 이어진다.
철광석을 단순히 녹인다고 해서 철이 되진 않는다. 철광석에 들어 있는 산소를 제거해야만 순수한 의미의 ´철´을 얻을 수 있다.
(上)제선 공정 중 고로에서 용선이 나오는 모습. (下)제강 과정 중 래들의 쇳물을 전로에 붙고 있는 모습.
흔히 용광로라고 부르는 고로는 내부에서 산소를 뽑아낸 철광석을 쇳물로 만드는 하나의 커다란 반응기이다.
고로의 외부는 철로, 내부는 특수내화물로 축조돼 있어 준공 후 약 10년 이상을 계속 조업할 수 있다.
고로 상부에서 철광석과 코크스를 함께 넣고 하부의 풍구를 통해 약 1천200도의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으면, 코크스가 타면서 열을 내고 여기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철광석 속의 산소는 바로 이 일산화탄소와 반응하면서 제거된다.
산소가 제거된 순수한 ´철´은 비중에 따라 녹으면서 고로 하부에 고이고, 일정량 이상 모이면 출선구를 통해 배출된다. 이때 쇳물의 온도는 약 1천500도 이상이며 철광석이 쇳물로 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5시간 정도이다.
- 제강공정..제품 품질 좌우
선철이 강철이 되는 제강공정의 최초 단계는 용선예비처리 공정이다. 고로에서 나온 쇳물(용선)의 불순물은 예비처리 과정을 거쳐 제거된다.
용선에는 탄소, 규소, 인, 황, 망간 등의 불순물이 들어 있는데, 이런 불순물을 제거해야 우리 생활에 유용한 ´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용선예비처리 과정에서 제거되는 불순물들은 주로 인과 황이다.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에 따라 인이나 황 성분을 선택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고급강이나 불순물이 없는 청정강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탈린과 탈황 작업 모두 필수적이다. 탈린은 쇳물 속에 산소와 생석회를 함께 넣어 인을 산화시켜 제거하고, 탈황은 생석회를 넣어 황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용선예비처리 공정에 이어 제강공정의 핵심인 전로공정을 거치면 바늘에서부터 파이프, 자동차, 선박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용도의 철강제품을 만들 수 있다.
전로에서 행해지는 1차 정련은 전로 설비에서 쇳물 속 불순원소들을 제거하고 쇳물의 온도를 제어해 용강을 만드는 과정이다. 포스코에는 100t에서 300t에 이르는 다양한 전로가 모두 12기 있다.
불순원소들 중 탄소는 철강의 가공성을 떨어뜨리고, 인은 균열을 일으켜 쉽게 깨지게 하기 때문에 강철(용강)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제거돼야 한다.
용선이 전로에 들어가면 상부에서 산소가 고속으로 주입되고, 이 과정에서 탄소는 기체 상태로, 인이나 망간, 실리콘 등은 슬래그라는 일종의 액상 산화물 형태로 제거된다. 이 과정에서 제거된 탄소의 경우 제철소 발전용 에너지 등 주요 에너지원으로 재활용된다.
정련과정에서는 쇳물 온도가 1천700도까지 올라가는데, 전로 내부는 고온에 강한 내화벽돌이 둘러싸고 있어 끄떡없이 견딜 수 있다.
또한 불순물을 제거할 때 발생하는 산화열은 쇳물 온도를 높여 주며, 슬래브를 생산하는 연속주조공정에 이르기까지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전로에서 1차 정련을 마친 용강은 2차 정련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합금원소가 첨가되고 특정 성분이 제거돼 원하는 재질을 얻어낸다. 제강공정 중 최종 단계인 2차 정련은 제품의 성질과 품질을 제어하는 핵심 공정으로 점차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LF(Ladle Furnace), 버블링(Bubbling), VTD(Vacuum Tank Degasser), PI(Powder Injection), RH 등의 2차 정련 설비들을 보유하고 있다.
RH와 VTD는 진공탈가스 설비로, 용강의 탄소농도를 낮추고 질소나 수소와 같은 기체들을 제거하는 설비이다. LF는 쇳물의 온도를 높이는 한편, 칼슘 등의 물질을 통해 쇳물 속 유황 성분을 낮춘다.
- 연속주조..첨단 철강기술 집합장
연주는 연속주조의 준말로 액체인 용강을 고체인 주편으로 만드는 공정이다.
연주는 연속주조의 준말로 액체인 용강을 고체인 주편으로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위는 연주 과정의 모습이며 아래는 연주 공정도의 모습이다.
용강은 물로 냉각되는 구리 몰드를 통과하면서 납작한 직육면체 단면의 슬래브, 직사각형의 블룸, 정사각형의 빌렛이 되고, 이것은 각각 강판·봉형강·선재 의 소재가 된다.
연속주조 공정이 지난 1960년대 이후 급성장하면서 분괴공정은 사라졌고, 이는 철강공정 전체를 단순화시켰다.
연속주조는 래들부터 턴디시, 몰드에 이르기까지 액체 유동현상을 비롯해 응력, 변형 등 만만치 않은 현상들을 포함하고 있어, 흔히 ´해산 과정´에 비유된다.
최근 날로 높아지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연주기는 첨단기술의 집합소가 되고 있다. 전자기에 의한 용강흐름 제어기술 등 신기술 개발은 끝이 없다.
이렇듯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슬래브라도 미심쩍으면 대패질까지 해야한다. 스카핑(scarfing, 강재의 전 표면에 걸쳐 수㎜의 두께를 벗겨 내는 작업), 그라인딩(grinding, 숫돌 등을 고속으로 돌려서 강재 표면의 흠이나 결함을 없애는 작업)이라고 불리는 정정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 후판 압연
후판압연공정은 연주공정에서 만든 슬래브를 기다란 후판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후판압연기에서는 슬래브가 고객이 원하는 두께와 폭으로 열간압연된다. 슬래브를 압연하기에 적당한 온도는 1천100℃~1천300℃이다.
(上)후판압연기에서 열간압열(1천100℃~1천300℃) 후 고객이 원하는 두께와 폭으로 압연하게 된다.
(下)후판가속냉각기를 거쳐 후판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
후판(Plate)은 두께에 따라 일반 후판, 중후판, 후물, 극후물 등으로 나뉜다. 일반 후판은 두께가 6㎜ 이상인 제품을, 중후판은 12~40㎜, 후물은 40㎜, 극후물은 100㎜ 이상인 철판을 말한다.
선박을 건조할 때는 보통 일반 후판을 사용하며, 조선용 후판은 다시 선급 일반강과 선급 고장력강으로 나뉜다.
선박 건조용 강재는 각 나라의 선급협회에서 품질 수준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선급협회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조선용 강재는 선급협회로부터 제조법 승인을 획득한 제품만 생산·판매될 수 있다.
현재 선박을 건조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강종은 선급 일반강이지만, 최근 대형 탱커, 벌크 캐리어, 컨테이너선, LPG 운반선, LNG 운반선 등 특수선박 수요가 늘고 있고, 조선용 강재의 품질에 대한 요구가 까다로워지고 있어 선급 고장력강의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선급 일반강에서는 온도별 충격 보증값과 평탄도 확보 등의 품질이 요구되고 있다.
선급 고장력강은 열처리나 후판 가속냉각(TMCP:Thermo Mecha -nical Control Process) 제조법으로 만들어진다.
TMCP 고장력강은 열처리 공정을 생략한 제품으로, 선박 건조를 위한 용접시 예열 과정을 생략하고 용접부위에 많은 열을 가하는 대입열 용접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적은 인원으로 단시간에 작업을 할 수 있어 생산성이 아주 높다는 장점이 있다.
선급 고장력강에서는 고강도, 고인성(충격에 강한 성질), 대입열 용접성 등의 품질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