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나온지 벌써 47년. 반 백년이 다 됐다. 이 정도면 흑백으로 보던 서부영화 같다.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간결 깔끔하고, 필요한 대사만 간단하게 나오는,
그래서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이 영화를 두고 '걸작은 아닐지언정 대중과 함께 오래 간직되는
감성의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하는 매니아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다.
내 경우엔 기분 좋을 때 나도 모르게 콧소리로 흥얼거리게 되는 선율이 그렇다.
아득히 개봉 때에 봤겄만 잊어 버리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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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루이지 코지(Luigi Cozzi)
주연 - 리차드 존슨(Richard Johnson), 파멜라 빌로레시(Pamela Villoresi)
촬영 장소로 봐서 프랑스 영화인 줄 알았는데 정신 차려(ㅠㅠ) 생각하니 그렇지 않다.
감독과 대부분의 배우 구성(주연 남우 리차드는 영국인. 그래서인지 대사도 영어이다)은
물론 프롤로그와 함께 올라가는 자막에서 보듯 이태리 영화이다.
원제(源題)는 <Dedicato A Una Stella(스텔라를 위하여)>.
일본도 자본 합작을 했으니 프랑스까지 하여 제작에 네 나라가 관여한 셈.
- 줄거리 -
40대 피아니스트인 리차드는 손에 상처를 입어 노르망디 지역의 어느 한 병원에서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차례가 되어 들어갔다가, 진찰실에서 나오는 한 아가씨의 보호자로 착각한 의사로부터
그녀가 백혈병으로 앞으로 2-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병원을 나온 리차드는 버스정류장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는데,
리차드가 침울한 기분인데 반해 아가씨는 상쾌한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두 사람을 태운 버스는 해안으로 향한다.
굳이 묻지 않았으나 밝히는 그녀의 이름은 스텔라.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애인과 도망친 아버지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는 명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렸으나 오랜 슬럼프에 빠져서 우울하게 소일하던 리차드는
스텔라의 티없는 마음을 접하자 그녀에 대한 연민과 함께 자신의 마음에 자리해 있던 우울함이
깨끗이 씻기는 것 같아 파리로 동행을 한다.
두 사람을 태운 버스는 돌아가는 관광객들을 다시 태우느라 중간중간 멈추고...
덕분에 남는 시간을 함께 돌아다니는 관광으로 때우니, 서먹함도 어느 정도 사라졌다.
이튿날 스텔라는 파리에 있다는 아버지 집을 찾아 가지만
이미 아들까지 낳아 키우는 것을 보고 자신을 받아들일 입장이 못되는 것을 알게 된다.
상심한 스텔라를 위해 리차드는 함께 거처를 몽마르트로 옮기고,
스텔라는 리차드가 음악에 용기를 갖고 재기하도록 위로를 아끼지 않는다.
노력은 결실을 맺어 리차드는 <스텔라에게 바치는 콘체르토>를 작곡하는데,
그 곡이 파리 교향악단에 의해 초연되던 날,
스텔라는 무대 위의 리차드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면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
스토리는 시한부 인생을 모티브로 하는 진부한 멜로물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대사가 적고,
17세 소녀 파멜라의 청순함과 불행한 운명에도 눈물을 감추고 발랄함을 드러내는 의연함,
중년남 리차드의 자조 섞인 고독감이 묘한 조화 속에서 영화의 여운을 더해 준다.
무엇보다도 빼어난 영상미와 주옥 같은 영화음악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영화의 시작부터 섬 전체가 수도원으로 이뤄져 있는 몽생 미셸(Mont Saint Michel)이 배경으로 나온다.
(이 영화가 나올 당시는 한국의 경제 여건상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꿀 때.
바다 가운데 드러나는 요새 같은 건축물이라니...
- 노르망디 해안 도시를 거슬러 파리로 돌아오는 주인공들의 여정은
묘하게도 이곳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의 코스와는 역순이긴 하나,
호시절 여행 가이드로서 좋은 도움이 되리라.)
작은 어촌 옹플레르(Honfleur)와 코끼리 절벽으로 유명한 에트르타(Etretat)는
모파상과 빅토르 위고, 인상파 화가 모네 등 많은 예술가들의 걸작을 탄생시킨 장소로 알려져
연중 내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단다.
무엇이 어떤 영감을 주었길래?
130년 전 그곳에서 위대한 예술가들이 느낀 감성을 직접 겪어보고자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는 것일 게다.
Claude Monet - Sunset at Etretat (1883) / 에트르타의 일몰
Montmartre - Place Dalida (달리다 광장)
영화의 주인공들이 마지막 짐을 푼 곳은 파리.
몽마르트(Mont Martre) 언덕의 골목골목, 센 강의 운하와 기차역 등...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한편의 아름다운 사랑의 영상시를 창조해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사운드 트랙.
음악 감독 스텔비오 치프리아니(Stelvio Cipriani)는 기타와 하모니카,
연인간의 다정한 속삭임 같은 허밍으로 밝고 경쾌한 오프닝 테마를 잡고,
중반부에는 잔잔하고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을 흐르게 했다.
그리고 여 주인공 스텔라가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는
두 연인이 그간에 쌓은 추억의 장소를 떠올리게 하는 장엄한 오케스트라 협주곡까지...
이 세가지의 음악을 러닝 타임 내내 깔면서
스토리의 결말이 감성의 절정으로 치닫게 하는 힘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