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교단에 몸 담았던 전직 교사가 지역 향토사를 재조명하고, 우리나라 전래사를 재해석해 집대성한 논문집을 발간해 주목을 끌고 있다.
북평고와 묵호고·삼척고·속초중 등 영동권 전역의 중·고교에서 교편을 잡고 학생들을 가르치다 지난 2010년 거진중 교감으로 명예퇴직한 향토사학자 김수문(60·사진)씨는 최근 회갑 기념 논문집으로 ‘무빈논총(無彬論叢)’을 발간했다.
동해안에서 비롯된 신라 향가인 ‘헌화가(獻花歌)’와 ‘해가(海歌)’ 연구에서부터 삼척·동해지역 일부 지명 고찰, 삼척지역의 민속제의인 오금잠신제(烏金簪神祭) 재고찰, 삼척도호부 내 암각자 연구, 삼척말을 알면 황제가 바보로 보인다, ‘고려장(高麗葬)’에 대한 바른 이해 등 모두 6편의 집중 연구 형식 논문을 합해 180여쪽 분량으로 발간된 논총은, 향토사와 전래사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고 이해와 재미까지 더한 재조명 연구서라는 점에서 그 무게가 남다르다. 향토·전래사에 대한 기존 학설과 구전 자료를 제시하면서 오류나 문제점을 역사적 근거에 입각해 조목조목 재해석 한 것은 전문서적의 가치를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헌화가의 배경이 된 곳을 삼척·울진 경계인 고포마을, 해가의 배경은 삼척 갈남마을로 추정하면서 근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 우선 주목된다. 또 삼척 두타산의 명칭이 승려들의 수행처에서 비롯됐고, 동해시 중심하천인 전천(箭川)이 임진왜란 이전부터 칭해진 명칭이라는 것을 밝힌 부분도 신선하다.
강릉 단오제 처럼 뿌리깊은 민속 전통성을 지니고 있는 삼척지역의 민속제의인 오금잠제가 고려 왕신을 신체로 한 까닭에 조선시대들어 기득권 세력에 의해 혁파된 점을 강조한 대목도 향토사 재조명 차원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해시 무릉반석 암각자 12글자를 1751년 삼척부사를 역임한 정하언이 쓴 글씨라는 데 무게를 둔 점도 새로운 해석으로 평가되고, 고려장이 일제감정기에 땅속의 문화재를 약탈하기 위해 무덤을 파헤쳐야 하는 주민들의 죄의식을 희석시키기 위해 자행한 행위라고 고찰한 부분도 파격적이다.
김 씨는 “동해·삼척 등 동해안 곳곳의 유적지를 답사한 자료와 고문서, 서적을 일일이 대조하는 10년 여정 끝에 논총을 발간하게 됐다”며 “향토사와 전래사에 대해 이해를 돕고, 역사적 뿌리를 재조명하는 작업에 앞으로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동해/조병수 chob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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