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KBS, 멀쩡한 프로그램 이름 바꿔 죽이기
정관용, 윤도현 MC 교체는 사실상 촛불 죽이기 연장선
KBS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단행한 첫 개편안은 첫 인사와 마찬가지로 정권의 입맛에 맞게 특정 프로그램 죽이기와 양식 있는 MC에 대한 보복이었다. 어제(29일) KBS 이사회에 보고된 가을 개편안에는 KBS가 국민 신뢰도 1위와 영향력 1위의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던 시사 고발프로그램의 간판을 뗀다는 내용이었다.
1TV의 경우 미디어 포커스 제목을 ‘미디어 비평’으로 바꾼 데다 편성 시간마저 금요일 밤 11시 30분으로 이동시켰다. 또 2TV의 생방송 시사투나잇도 ‘시사터치 오늘’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는 <시사기획 쌈>의 명칭 변경도 추가로 주문했다고 한다.
이번 개편의 주요 대상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조중동에서 편향이라며 KBS를 공격해왔던 프로그램들이자, 이병순 사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편향’적이라 밝힌 프로그램들이었다. 결국 정권의 의중대로 비판 프로그램 죽이기의 결과물인 것이다.
시사투나잇의 경우는 같은 동일 시간대 높은 시청률로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고, 광고 판매율 또한 높아서 2TV에서도 공영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또한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여러 차례 좋은 프로그램으로 수상된 바 있기도 하다.
미디어포커스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지금까지 5년 내내 보수 언론을 위시한 한나라당의 부당한 간섭과 시비에도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 간판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으로 KBS의 독립성과 공익성을 확보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맡아왔다. 또 언론사 현안에 가장 정확한 목소리로 언론인들에 의한 언론인 비평으로 많은 수상 내역과 언론 관련 교육 자료로도 최고의 평가를 받아왔다.
시청자들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얻기 위해 프로그램 마다 몇 년의 세월이 걸리기도 한다. 국민들로 사랑받는 KBS의 장수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프로그램 제목을 바꾸지 않은 채 20년 이상씩 유지해왔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KBS에서는 폐지가 아닌 이름만 바꿨을 뿐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낙하산 사장의 뻔뻔스러움이 도를 지나쳐 측은하기까지 할 지경이다. KBS 9시 뉴스를 이름 바꾸고 편성 시간을 바꾸면 폐지인가? 아닌가? 이병순 사장은 시청자들을 상대로 한 기만적인 쇼를 당장 중단하길 바란다.
게다가 이번 개편안에는 ‘생방송 심야토론’과 ‘윤도현의 러브레터’ 진행자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시사평론가 정관용씨와 가수 윤도현씨의 교체가 들어있다. 특히 정관용씨는 1라디오 ‘생방송 열린토론’ 프로그램에서도 하차시켰다. 이는 경제 상황을 핑계로 한 정치 보복이 아닐 수 없다.
보수단체에서는 그동안 평론가 정관용씨가 프레시안 이사를 역임한 것을 문제 삼아 좌파 언론 이사라 비난해왔고, 가수 윤도현씨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며 교체를 요구해왔었다. 사실상 촛불로 타올랐던 시민들의 참여 민주주의를 부정하며, 촛불 죽이기 보복성 탄압에 KBS가 동참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평가할 수 없다.
그나마 정치 외압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과 편성권을 지켜내려는 내부 제작진들의 실낱같은 투쟁 소식에 시민사회단체는 연대의 박수를 보낸다. 시민사회단체가 KBS를 향해 직접적인 투쟁에 나서지 않는 것은 최소한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건전한 구성원들의 역량을 믿기 때문이다.
KBS는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에 대한 사실상의 폐지 방침을 철회하고, 정관용, 윤도현씨에 대한 교체를 백지화해 진정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우리는 11월 17일 KBS 개편을 지켜보고 필요할 경우 시민사회단체의 총의를 모아 강력히 투쟁할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2008년 10월 30일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