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10월 20일
서편 구렁 길을 따라 심방을 하다 보면 금목서의 향기가 진하게 퍼져 나오는 집이 있다. 서정균 성도님 댁이다.
이미 앞에서도 여러 성도들 사연을 기록했지만 대부분이 늙은 나이에 예수님을 믿게 된 분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마을의 노인들은 특별한 은총을 입었던 것 같다. 마을의 노인들이 예수님을 믿기로 집단행동을 한 것처럼 많다.
우리 교회는 특별한 전도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없다. 나는 능력 있는 설교가도 아니다. 독서는 조금 했지만 학구열에 빠져 산 사람도 아니다. 정말 힘없고 연약한 시골 목사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전도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맺혔는지 나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라는 사람은 없지만 무작정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력하게 권하거나 설득하지도 않았다. 바쁘거나 싫다고 하면 다음에 찾아갔다. 안부를 묻고 인사 나눈 것이 전부다. 특별한 게 있다면 마을 분들의 애경사에 함께 하려고 노력한 바가 있었다.
내가 한 일은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많은 새로운 신자들이 교회에 나오게 하셨다. 하나님께서 일하셨다. 내가 한 일은 하나님께서 준비해 놓은 사람들을 거두기만 했을 뿐이다.
서정균 성도님은 아마도 최고령의 나이에 교회에 나오신 분이 아닌가 싶다. 어딜 가기 위해 막차를 탄 사람이라고 하면 어울릴 것 같다. 나이 든 사람들이 교회에 다녀는 안 될 이유를 댈 때 두고 사용하는 말 몇 가지가 있다. 이제 와서 교회 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럭저럭 살다가 죽을 때가 되었다. 이 나이에 얼마나 더 살라고 교회에 오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안 간다. 얌체마냥 죽을 때 되니 교회 온다고 흉볼 테니 못 가겠다. 서정균 성도님에게 딱 어울릴만한 말들이다.
기적이란 무엇일까? 노년의 때에 예수님을 믿는 일이 아닐까 싶다. 예수님을 믿는 일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에게도 가능한 일이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일생을 두고 살아온 자기만의 삶의 패턴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죽은 자가 살아나는 것도 기적이지만 영적으로 죽었던 자가 예수님을 믿겠다고 나서는 것이야말로 기적 중에 기적이다. 그런 기적이 일상처럼 예수님을 믿겠다고 교회에 나오는 노인들이 줄을 잇는 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라고 밖에 더 할 말이 없다.
서정균 성도님만 교회에 온 것이 아니라 그의 아내인 주순애 성도님 역시도 노년에 교회에 나오셨다. 하나님이 택해 놓은 사람이기 때문에 인생의 끝자락에서 예수님을 믿게 된 것이다. 아직도 하나님의 기적이 필요한 자들이 많다. 마을의 모든 노인들이 예수님을 믿고 천국에 가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