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터미널 근방의 조가홍닭에 도착하니 8회 선배들의 반창회가 한창이다. 불콰해진 얼굴들에 반가움이 가득하다. 몇 몇의 선배는 백두대간팀 자리에 합류해서 옛날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동기동창이 그리워지는건 인지상정인가 보다.
아이스박스에 시원한 얼린 물과 음료를 준비한 이번 산행에는 2회 임춘한, 최영섭, 4회 김태연, 8회 임상규, 장능재, 천종락, 10회 남훈, 11회 정우찬, 일행 한성, 15회 조태현 등 10명이 참여하였다. 함께 대간길을 걸었던 동문들이 다른 일정으로 참여하지 못함이 많이 아쉬웠다. 이번 산행부터 새로워진 중형버스는 전보다 실내가 넓어지고 안락했다. 다만 뒤쪽 좌석이 퉁퉁 튀기는 것이 잠을 방해한다. 버스에 탑승해서 천종락 회장으로부터 산행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 더운 날씨 탓으로 짧은 거리이니까 여유있는 산행이 될거라 예상한다면서 누군가로부터 왜 백두대간을 타느냐하는 물음을 들었다 하여 옛 은사의 소설책을 인용하며 백두대간을 걷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이야기의 전부를 기억해 낼 수 없지만 도전과 한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산에 왜 가느냐는 우문에 산이 거기있으니까 간다는 현답이 생각나기도 했다.
11시 40분 경 남부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2시 30분 경 김천 터미널 근처의 24시간 열려있는 식당에 도착하였다. 설렁탕과 해장국 등으로 새벽밥을 먹고 장비를 점검하고 버스는 괘방령을 향하였다. 지난번 내려왔던 곳임에도 어두움 때문에 긴가 민가하며 괘방령에 도착, 출발전 기념촬영으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하였다. 오전 4시 10분. 가성산을 오르는 산길은 흙산으로 대체로 평이했다. 해발고도가 낮아서인지 2주전의 산행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 부쩍 많아진 나무의 잎들과 푸르름이었다. 해가 길어진 관계로 5시부터 주위가 밝아 오더니 가성산(해발 716m) 정상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해는 중천에 올랐다. 오전 5시 45분, 가성산 정상 앞에는 오래된 노송의 자태가 세월과 비바람을 이기고 꿋꿋이 서있는 것이 기상을 느끼게 해준다. 기온이 오른 탓에 힘든 산행은 아니었음에도 얼굴에 땀이 물 흐르듯 한다. 다행인 것은 잎이 많아진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른 새벽 산행길이 너무나 평화스럽다. 더우기 지난 산행보다 많아진 산새들의 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우리네 민요의 가락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새 들의 울음소리에서 가락을 차용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계속 이어지는 새소리를 들으며 길을 걷다가 왜 백두대간을 타는가 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우리는 왜 지난한 산행을 이어가는걸까? 누구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일꺼고 누구는 우리 국토 우리 산하의 등줄기를 직접 밟아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생각되어지는 것은 관광객과 순례자의 비유가 떠올랐다. 몇년 전 형이 쓰고 내가 만들은 책 '걷는 기도' 출판기념예배에서 설교하시는 목사님이 예화를 들려주었는데 똑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 중에 관광객은 모든 것이 불평 투성이었고 순례자는 모든 것이 감사했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충분히 공감가는 내용은 관광객은 조금이라도 불편한 것이나 힘이들면 불평을 늘어 놓게 된다. 하지만 순례의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주어지는 모든 것이 감사하다. 순례의 길에서 만나는 물 한모금과 빵한조각에 눈물겨워 한다. 인생의 기나긴 길에서 관광객으로 길을 걷느냐 순례자로서 걷는냐 할 때 그 길에서 불평과 감사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순례자의 심정으로 작은 바람 한조각 그늘 한 뼘에 감사하며 우리 산하의 등줄기, 마루금을 걷고 있다는 자체가 기쁨이다. 이 기쁨을 어떤 말로 표현 할 것인가.
오전 7시 44분 눌의산 도착. 해발 743m, 더운날의 산행에서는 막걸리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다. 수분보충도 돼고 에너지를 얻는 일석이조 효과를 낸다. 산 정상에서 잠간 쉬며 한모금 들이키는 맛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눌의산에서 추풍령으로 내려가는 초입은 급경사로 시작한다. 산길을 걸으며 많은 생명들이 살고있음을 실감한다. 지난 2주 전에만 해도 땅속에서 잠자고 있던 무수한 생명들이 깨어나 산에 가득하다. 이름모를 꽃이며 나무들과 작은 벌레들, 생각해보면 그들이 이 산의 주인이고 나는 방문자에 불과하다. 눌의산에서 50여분을 걸어내려 오면 마을을 만난다. 내고향 은편이라는 마을인데 마을의 입구 당산나무에 커다란 표지석으로 세워 놓았다. 앞쪽으로 추풍령을 지나가는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밑에 터널 통로를 지나 추풍령에 닿았다. 시간은 보통의 출근시간인데 해가 중천에 걸려있는 느낌이고 한 낮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추풍령 표지석 옆의 정자에서 점심같은 아침식사를 하였다. 오늘의 특별메뉴는 해물탕이다. 산행에서 맛보는 해물탕은 별미였다.
식사와 휴식을 마치고 10시 24분경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추풍령을 출발, 금산을 만났다. 하지만 금산은 출입을 통제하고 우회하는 길을 안내한다. 처음에는 위험하거나 등산로가 훼손될까 염려되어 통제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돌아가며 산의 반대편을 보니 채석장으로 산을 깍아내었다. 가슴이 아파오는 순간이다. 인간의 욕망이 자연을 이렇게 훼손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사기점 고개까지의 길은 계속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었다. 땀은 계속 비오듯 흘러내렸고 다만 나무그늘이 위안을 주었다.
사기점 고개에서 작점고개까지 가는 마지막 구간, 임도를 만났는가 했는데 리본은 다시 산을 오르라 한다. 끝자락에서 만나는 급경사는 심신을 지치게 만든다. 모두들 지쳐하면서도 무조건 올라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땀을 흘리면서 묵묵히 산길을 오른다. 마루금과 임도길에 계속 겹쳐지면서 잘못 길을 잃기 십상이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나무그늘 하나 없는 임도를 걷는것 보다는 오르막 과 급경사가 있지만 그늘이 있는 숲길이 훨신 걷기가 용이하였다. 작점고개 선두 기준 1시 40분 도착. 더위에 지친 후미는 약 50분 후에 도착하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도상 거리 20.8km.
임춘한 형. 이제 많이 회복한 듯 보이십니다. 이제 더위만 잘 다스리시면 백두대간은 문제없을 듯 보이십니다. 최영섭 형. 지난 밤에 무리했습에도 묵묵히 산행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김태연 형. 꾸준한 참여로 체력이 많이 좋아지셨음이 느껴집니다. 장능재 형. 변함없이 가볍게 날라다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임상규 형. 역시 오늘도 마무리투수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셨습니다. 사진도 많이 찍어주십시오. 천종락 형. 이번 장사는 그럭저럭 성공이었습니다. 다만 속았다는 중론이 있습니다. 정우찬. 항상 선두에서 고생한다. 살살가자 손님 떨어진다. 한성 씨, 결석없이 완주해야지요. 조태현, 항상 막내가 고생을 제일 많이하는데 고맙고 사랑한다.
충암인 백두대간 이루다!
첫댓글 이런 멋진 기록속에 내이름이 거론되어지는 영광때문에 빠질수가 없다~^^
화이팅, 충암 백두대간팀!!!!!!!!
고맙습니다.. 좋은 글 감동 했습니다...우린 가족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