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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명을 늘리자 9
국내 사망 원인 2위 심뇌혈관질환, 일교차 커지는 가을부터 ‘빨간불’ 켜진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장기인, ‘심장’과 ‘뇌’ 이곳의 혈관이 좁아져 막히거나 터져 발생하는 질환이 심뇌혈관질환이다.
심뇌혈관질환은 생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암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흔한 사망 원인에 자리하고 있다.
01 심뇌혈관질환은 어떤 병인가
심뇌혈관질환, 국내 사망원인 2위… 혈관 관리 못해 생겨
우리 국민은 어떤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가장 많을까? 통계청의 201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사망 원인 1위는 암(7만6611명)이고, 2위는 심뇌혈관질환(5만1074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는 “사망원인 1위와 2위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심뇌혈관질환은 암만큼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병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뇌혈관질환이란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거나, 터지는 등의 이유로 심장과 뇌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대표적인 심혈관질환에는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이 있고, 대표적인 뇌혈관질환으로는 뇌경색, 뇌출혈이 있다. 모두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 혈관을 손상시키는 질환을 잘 관리하지 못했을 때 생긴다.
일교차 커지는 가을부터 특히 조심해야
심뇌혈관질환은 특히 가을, 겨울에 잘 생겨 주의해야 한다. 통계청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심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수는 여름철인 6~8월(1만2499명)보다 날이 추워지는 9~11월(1만3829명), 12~2월(1만5557명)에 각각 10%, 24% 더 많았다. 일교차가 10℃ 이상으로 커지면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4%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잘 수축하는 탓이다.
특히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때를 주의해야 한다. 실제 기온이 1℃만 떨어져도 수축기 혈압(심장이 수축했을 때 혈압)이 1.3mmHg, 이완기 혈압(심장이 이완했을 때 혈압)이 0.6mmHg 올라간다. 혈압이 갑자기 오르면 약해진 혈관이 터져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진다. 혈관 내피가 찢어져 그 안에 뭉쳐 있던 찌꺼기(피떡)가 혈액으로 흘러나올 수도 있는데, 이것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 심장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이 된다.
02 심혈관질환의 종류와 치료법
여러 종류의 심혈관질환 중 단순한 노화와 더불어 생활습관 관리를 못해 생기는 질환 세 가지가 있다. 심장의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과 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증’, 혈관의 전반적 기능 저하로 심장이 제대로 뛰지 못하는 ‘심부전’이다.
협심증·심근경색증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은 모두 관상동맥질환의 일종이다. 관상동맥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굵은 혈관 세 개를 말한다. 임금님 왕관같이 생겨 ‘관상(冠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시혁 교수는 “관상동맥이 딱딱해지면서 심장 근육으로 공급돼야 할 혈류가 감소해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생긴다”고 말했다.
협심증 가슴뿐 아니라 팔, 목, 잇몸 통증 유발도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협심증이다. 심장 근육이 죽지는 않지만, 혈액이 모자라는 ‘빈혈’이 생기는 정도다. 보통 통증이 있어도 몸을 안정시키면 2~5분 내로 사라진다. 증상은 주로 흉통이다. 주로 가슴 한가운데 심한 통증과 압박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가슴 외에도 위로는 턱, 아래로는 배꼽까지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팔 안쪽이나 목으로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일부 환자는 치통으로 나타나 치과를 찾는 경우도 있다. 가슴은 전혀 아프지 않고 팔이나 목만 아플 수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는 “가슴이 아니더라도 팔, 턱, 목 등에 통증이 발생했는데, 여러 치료로도 효과가 없고, 특히 운동 중에 통증이 심해지면 반드시 협심증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협심증은 심전도검사, 심장초음파검사, 관상동맥조영술 등으로 진단한다. 심전도검사는 심장 속의 전기 흐름을 몸 밖에서 감지하고 검사하는 것인데, 몸을 움직이는 중 심전도를 체크하는 운동부하심전도검사가 더 정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초음파는 초음파로 심장의 전체적 모양과 기능을 측정함으로써 협심증을 진단한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검사법은 관상동맥조영술이다. 관상동맥조영술은 사타구니 동맥 혈관이나 손목의 동맥에 가느다란 관을 넣어 직접 심장 관상동맥까지 이동해 조영제를 주입해 관상동맥 사진을 찍어내는 검사다. 혈관 막힌 부위가 어디고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심근경색증 ‘죽을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통증 안 사라져
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 근육이 죽는 질환이다. 강시혁 교수는 “지저분한 ‘기름때’처럼 혈관벽에 쌓여 있던 불안정한 동맥경화가 파열되면서 혈전이 혈관 안을 가득 채워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예고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고 극심한 가슴 통증이나 호흡 곤란을 느끼면서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응급실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협심증과 달리 몸의 안정을 취해도 흉통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증상이 있을 때는 직접 운전하기보다 ‘119’를 부르거나 주변의 도움을 받아 병원을 찾는 게 안전하다.
심근경색증의 가장 무서운 합병증이 ‘돌연사’다. 박덕우 교수는 “적지 않은 심근경색증 환자들이 응급실에 오기 전 돌연사 한다”며 “손 한번 써볼 틈 없이 갑작스럽게 죽음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근경색증 환자의 절반은 이전에 협심증이 있던 사람들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갑작스럽게 혈전이 생기면서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다.
심부전
심장은 온몸 구석구석 혈액을 전달하는 펌프 역할을 하는데, 이 펌프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 심부전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숨이 차는 것이다. 심장으로 혈액을 보내는 폐혈관에 혈액이 고이면서 기침이 발생할 수 있다. 몸 전체에 피가 잘 전달되지 않아 피로감과 무기력증도 잘 생긴다. 심장과 먼 발목, 종아리에 혈액이 잘 가지 못해 부종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강시혁 교수는 “심부전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5~50%에 불과하다”며 “주요 암 못지않게 위중하다”고 말했다.
심혈관질환, 이렇게 치료한다. 글 강시혁(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 등 심혈관계질환은 한국 사회의 고령화와 함께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질환이다. 심혈관계질환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빈도가 높고 예후도 불량하다. 이뿐 아니라 환자들이 경험하는 고충과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해, 심혈관계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협심증 협심증은 증상의 경중에 따라 안정성협심증과 불안정성협심증으로 나뉜다. 안정성협심증이란 활동할 때만 증상이 나타나는 협심증이고, 불안정성협심증이란 활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도 증상이 생기는 협심증이다. 안정성협심증의 경우 약물치료가 근간이 된다. 심근경색을 예방하기 위한 항혈소판제, 협심증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베타차단제와 혈관확장제가 널리 사용된다. 땀이 나는 유산소운동을 저강도에서 시작하여 서서히 강도를 올려가는 운동요법도 효과적인 치료 방법 중 하나다.
약물치료와 운동요법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 관상동맥중재술이나 관상동맥우회수술이 큰 도움이 된다. 관상동맥중재술은 혈관 내에 스텐트(혈관 통로를 넓혀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의료기구)를 넣는 수술이고, 관상동맥우회술이란 관상동맥을 대체할 수 있는 혈관을 연결해 심장에 혈류를 공급하는 우회로를 만드는 수술이다. 불안정성협심증의 경우, 최근 심근경색에 준해 조기에 적극적으로 관상동맥중재술을 시행하고 철저하게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방법이 권고되고 있다.
심근경색증 응급실에서 심근경색증으로 진단되면 의료진은 진찰 소견과 검사 결과를 종합해 응급 시술을 할지, 약물치료로 안정시킬지 결정한다. 이른바 ‘시술’이라고 부르는 관상동맥중재술은 사타구니나 손목 혈관을 통해 심장까지 카테터(가느다란 관)을 진입시켜 막힌 혈관을 열어주고 스텐트를 삽입하는 과정을 밟는다. 응급의료체계의 개선과 의료진들의 노력에 힘입어 최근 우리나라는 응급실에 도착하여 응급시술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대부분 90분 이내에 이루어지고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혈전용해제, 항혈소판제, 베타차단제, 혈관확장제, 항응고제 등의 약물치료가 우선시되는 경우도 있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시술이 불가능한 경우 개흉(開胸)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급성심근경색은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환자 5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었다. 하지만 최근 치료방법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증상이 생긴 후 30일 이내 사망하는 확률은 5% 이하까지 감소했다. 단, 한번 심근경색이 발생한 환자는 잘 관리하지 않으면 다시 재발할 위험이 매우 높아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흡연 등의 위험 인자를 관리하고 약물치료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심부전 심부전 치료의 근간은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이다. 심부전에 쓰이는 대표 약제는 이뇨제,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 안지오텐신 수용체차단제, 디곡신이다. 고혈압, 관상동맥협착, 판막질환 등 기저질환을 적극적으로 교정하는 것이 심부전 증상 개선에 도움 된다. 금연, 금주, 싱겁게 먹기, 체중감량 등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서도 증상이 크게 좋아질 수 있다. 한편 심장 기능이 떨어진 심부전 환자가 독감이나 폐렴에 걸리면 심장에 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심부전 환자들은 폐렴과 독감 예방접종을 꼭 맞기를 권한다.
최근 전통적인 치료방법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치료방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전도계 이상이 동반된 심부전의 경우 심장재동기화 치료를 통해 심장 수축의 효율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 전도계 이상이 동반됐다는 것은 심장이 제대로 수축하기 위한 전기 신호에 이상이 생긴 것을 말한다. 심장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환자에서는 급성심정지를 예방하기 위해 삽입형 제세동기를 삽입하기도 한다.
제세동기는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부정맥을 막고 정상 심장박동으로 되돌리기 위해 심장에 전기충격을 전달하는 장치다. 모든 치료에 실패한 말기 심부전 환자의 경우, 장기기증자로부터 건강한 심장을 공여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여 장기의 수가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수술적인 치료 방법이나 기계적 보조 장치를 이용해 심장 기능을 돕는 방법이 최근 새롭게 시도되는 추세다.
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대한내과학회, 대한심장학회,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 심혈관중재연구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4년 ‘제6회 LG 미래의학자상’을 받았다.
03 뇌혈관질환의 종류와 치료법
뇌혈관질환의 대표주자로는 ‘뇌졸중’이 꼽힌다. 뇌졸중은 국내 단일질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위험한 병이다. 영구적인 신체 마비는 물론 즉각적인 사망을 부를 수도 있다.
뇌졸중(뇌경색·뇌출혈)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뇌경색이 85%를 차지할 정도로 더 흔하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서만 매년 약 10만 명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20분에 1명이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뇌졸중은 일단 발병하면 20~30%는 사망, 30%는 후유증으로 마비 증상이 생긴다.
뇌졸중의 주요 원인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원인과 동일하게 동맥경화다. 고혈압, 당뇨병, 흡연 등에 의해 혈관벽에 지방 성분이나 염증 세포가 축적돼 혈관이 좁아지는 게 문제다. 갑작스럽게 혈전을 유발해 혈관을 막기도 한다. 뇌출혈은 고혈압에 의해 약해진 혈관벽이 터져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 빨리 알아채고 병원 가는 게 우선
뇌졸중은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발병 3~6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해 혈전 녹이는 주사를 맞으면 팔다리 마비가 풀리고, 2~3주 뒤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치료될 수 있다. 하지만 3~6시간 골든타임을 놓치면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거나 사망한다. 적용 가능한 치료법에 따라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까지 회복 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치료 전까지 기능을 잃은 혈관의 주변 혈관이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대신 공급하면서 버티지만, 보통 3시간 이후부터는 이런 기능이 떨어진다.
뇌졸중은 흉통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심근경색과 달리 어지럽거나 손에 힘이 빠지는 등 모호한 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유찬종 교수는 “뇌경색과 뇌출혈의 증상이 비슷한데, 뇌경색은 증상이 서서히 심해지는 반면, 뇌출혈은 심각한 증상이 좀 더 빨리 찾아온다”고 말했다. 뇌졸중인 줄 모르고 팔다리를 주무르는 등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시간을 허비다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 증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대표적 뇌졸중 증상
-갑자기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가 힘이 없거나, 감각이 없다. -갑자기 말할 때 발음이 이상하다. -갑자기 말을 하려는데 말을 잘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갑자기 주위가 뱅뱅 도는 것처럼 심하게 어지럽다. -갑자기 걷는데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린다. -갑자기 한쪽이 잘 안 보이거나, 이중으로 보인다. -갑자기 심한 두통이 있다. -갑자기 의식장애가 생겨 깨어나지 못한다.
뇌혈관질환, 이렇게 치료한다 글 남효석(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우리나라의 경우 약 20년 전까지만 해도 뇌출혈이 더 많았지만, 최근에는 뇌경색이 8:2 정도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뇌졸중이 발병한 후 운이 좋아 살아났다고 해도 장애가 남아 가족까지 힘들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뇌세포는 우리 몸의 다른 조직과 달리, 혈류 부족에 매우 취약하다. 그 때문에 뇌혈관이 막히게 되면 막힌 시점부터 분당 200만 개의 뇌세포가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뇌세포 손상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빠른 치료가 필수다.
뇌경색 뇌경색의 경우 치료가 가능한 골든타임은 증상 발현 후 3~6시간 이내다. 1995년 정맥 내 혈전용해치료제의 효과가 발표됐을 당시에는 3시간 이내가 골든타임이었으나, 후속 연구에 의해 골든타임이 4.5시간으로 연장됐다. 최근에는 동맥내혈전제거 치료가 나와서 골든타임이 더 연장, 증상 발생 후 6시간 이내의 환자는 치료 대상이 된다. 동맥내혈전제거 치료는 물리적으로 혈전을 없애는 방법으로 스텐트형 혈전제거 기구나 혈전흡입기가 이용된다.
혈관을 뚫는데 성공할 확률은 정맥혈전용해 치료가 20~50%, 동맥내혈전제거 치료가 60~80%이다. 하지만 환자가 일상생활 하는데 문제없을 정도로 회복될 확률은 25~50%로 아직 충분하지 않다. 특히 뇌출혈은 치료를 잘해도 일상이 가능한 환자가 전체 환자의 5~7%이고, 치료받은 환자의 사망률도 7~15%에 이른다.
한편 골든타임을 판정하는 기준은 마지막으로 환자가 정상이었던 시간부터 치료 시작 시간까지를 말한다. 예를 들어 새벽 2시에 환자가 취침하였고, 오전 6시에 증상이 발견돼 7시에 응급실에 도착했다면, 다섯 시간이 경과한 것이다. 뒤늦게 혈전용해치료를 받는 것은 오히려 뇌출혈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정확한 시간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응급실에 환자가 도착하면 의사의 문진과 신경학적 검진, 혈액검사 및 응급 영상검사가 진행된다. 이러한 응급 평가·검사를 통해서 금기사항이 없다고 판단되면 보호자의 동의를 받은 후 혈전용해(제거) 치료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골든타임에 도착한 모든 환자에게 혈전용해(제거)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다. 뇌출혈의 위험이 높거나, 증상이 가볍거나 호전되는 추세라면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뇌출혈 뇌졸중에서 뇌출혈의 비중이 점점 감소하고 있으나, 뇌출혈은 뇌경색에 비해 사망률이 월등히 높다. 뇌출혈 치료의 목적은 출혈이 점차 커지는 것을 막고, 진행하는 손상을 최소화하는데 있다. 출혈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내과적 치료가 수술보다 나을 수 있다. 뇌수술을 고려하는 경우는 혈종이 뇌를 눌러서 의식이 떨어지는 경우, 중등도 이상의 신경학적 이상과 혈종이 뇌피질 아래로 1cm 이내에 위치한 경우, 뇌출혈이 뇌간(뇌의 가장 아랫부분)을 누르는 등의 경우다.
뇌동맥류가 터져 출혈이 생기는 뇌동맥류파열은 약 절반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거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뇌동맥류는 뇌동맥의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것이다. 출혈이 생기기 전까지는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받더라도 50%의 환자가 치료 도중 사망하거나 장애가 심하게 남을 정도로 예후가 불량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 없어, 무조건 병원부터 찾아야
뇌졸중이 생겼을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응급조치는 없다(아스피린, 손가락 따기, 우황청심환 등). 119를 불러서라도 병원에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뇌졸중을 간편히 진단하고, 혈전용해 치료 가능한 가장 가까운 병원을 검색할 수 있는 앱이 보급되었다(애플 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뇌졸중 119’로 검색). 집에 어르신이 계시면 평소 집 근처 혈전용해(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알아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골든타임이 6시간 이내이므로, 적어도 5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해야 하며 골든타임 내에서도 4시간째 도착한 환자보다 2시간째 도착한 환자가 훨씬 경과가 좋으므로 시간 지연에 주의해야 한다.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 9대 생활수칙 <질병관리본부>
1 담배는 반드시 끊는다.
2 술은 하루에 1~2잔 이하로 줄인다.
3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생선을 충분히 섭취한다.
4 가능하면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한다.
5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한다.
6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한다.
7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측정한다.
8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꾸준히 치료한다.
9 응급 증상을 숙지하고 발생 즉시 병원에 간다.
남효석=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한뇌졸중학회, 미국뇌졸중학회,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