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단순하게 그냥 일본철도 최동단을 찍었으니 기왕에 온 거 일본 최동단을 찍자고 왔습니다만.
생각해보니 상당히 흥미로운 곳에 와 있더군요.
물론 지질학적 의미에서 아시아의 최 동단은 이곳이 아닙니다만, 문화지리적 의미에서는 좀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곳입니다.
보통 동아시아 문화권이라고 하지요. 대충 싸잡아 중국, 일본, 한국, 북한, 대만 여기에 넓게는 베트남까지 포함되는
지구 땅의 약 15%, 지구 인구의 약 20%정도를 포괄하는 거대 문화권입니다만
그 동아시아 문화권의 최 변방, 최 동단이 이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동쪽으로는 쌀을 주식으로 하며 한자와 유교를 기반으로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살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변방이죠.
그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국경의 느낌이 어느정도 묻어나기도 합니다.
사진으로는 찍지 않았지만 군데군데 병기되어 있는 러시아어와 천지에 널려있는 영토분쟁의 흔적들이 그런 느낌을 좀 주더군요.
물론 육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변방의, 국경지대의 황량한 변두리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그런 동네란 말이지요.
저 망해서 부서진 주유기도 과거에는 일본 최동단 주유소 지위를 뽐내고 있었을 테지요
이것도 일본 최동단 신사가 되겠습니다.
검색해보니 노삿푸 코토히라 신사라고 하네요.
그 홈페이지에서는 일부 낙도의 신사들 운운하며 굳이 본토 최동단 운운하고 있던데요. 좀 애처롭더군요.
저기는 경찰 주재소입니다.
아무래도 위치가 위치이다보니 전망대까지 만들어 놨군요.
이제 떠날 시간입니다.
아마 이곳에 다시 올 일은 없겠죠. 미치지 않고서야.. -_-
그나저나 행선지 패기 보소.. 태평양 방향ㅋㅋ
0.1초간 큐슈에서 버스를 탄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부착물
여기 홋카이도 구석탱이인데..
들어오는 버스는 여기가 종점이었는데 나가는 버스는 종점이 아닌가...?
정리권 번호가 3으로 시작하네요.
어쨌든 네무로 시내를 향해 ㄱㄱ
잘 가다가 이상한 데에서 내림ㅋㅋ
얼탱이가 없죠. 노삿푸미사키 왕복 티켓을 내고 내리려니까 기사가 여기 네무로역 아닌데 왜 내리냐는식으로 말하던데.
분명 관광객인데 왕복 티켓을 들고 네무로역도 아니고 딱히 시내도 아닌 이상한 데서 내리니까 이상했겠죠.
그러거나 말거나 걷습니다.
가다가 오아시스를 발견. 개꿀ㅋㅋ
밥도 못 먹었는데 여기서 빵을 샀습니다. 배고파 죽을거 같아서..
쿠시로까지 쫄쫄 굶을 처지였거든요.
편의점은 사랑입니다.
그렇게 몇백미터쯤 가면 코딱지만한 이정표가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사전 조사를 하지 않고 지도만 보고 갔으면 지나칠 뻔 ㅡㅡ
그럼 저 주택가 블럭 안쪽에 수상한 구조물이 하나 있는데
아까 지나쳤던 히가시네무로 역입니다.
뭐 극점역들이 다 그렇듯이 거창한 건 없고 여기가 이런 역입니다-하는 표지판 정도가 끝이죠.
사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는 깡촌에서 이 정도면 호화판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비록 관리상태는 개판이지만 말이죠...
그 와중에 뻔뻔하게 최서단역 사세보 보소
역사? 없습니다. 비 피할곳도 없고
구조물이라고는 나무와 쇠파이프로 깐 플랫폼뿐
히가시네무로.
뭐 계속 반복하는거지만 일본 최동단의 역입니다.
북위 43도 19분 25초 동경 145도 35분 50초.
이건 본토 최서단의 역이었던 타비라히라도구치역.
북위 33도 21분 동경 129도 35분 정도 되는군요. 위도는 1도가 거리상 대충 115Km정도, 경도는 1도가 대충 88Km정도가 됩니다.
위도로는 10도정도 올라가고, 경도로는 16도정도 동쪽으로 간 셈입니다.
좌표상으로 동쪽으로 1400키로 정도 간 셈이 되는데, 비슷한 위도에서 찾아보니까 터키 본토의 좌우 길이와 얼추 비슷하군요.
그 큰 아나톨리아 반도와 비슷한 길이라니, 일본이 길기는 진짜 깁니다.
미친짓임ㅋㅋ
시간표는 극악입니다.
키코나이부터 네무로까지 일관된 홋카이도의 역명판
흔들림 없는 삿포로맥주 광고
네무로 방향의 풍경
이 아저씨도 철덕이시더만요. 사진 엄청나게 찍던데 열차에 같이 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나름 도시 구색은 갖추고 있는 듯 한데..
열차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열차 뭔가 이상함
헤드마크에 이상한 해골 붙여놓은것부터 이상;
저번 3월 시각표 개정 때 하나사키역이 폐역되었죠.
하나사키선인데 하나사키역이 없음.. 역명판도 다 땜질했습니다.
어떤 만화의 홍보차 이런 열차를 기획한 듯 한데...
솔직히 저는 모르겠군요.
웬지 옛날 만화 같기는 함 --;
근데 자그마치 좌석이 이런 수준이라는거ㅋㅋ
다만 네무로에서 이미 사람을 꽉꽉 채워 온 관계로 저는 롱시트에 앉아서 왔습니다. 왠지 화나네 ㅡㅡ
아깐 몰랐는데 열차 측면에 꽤나 힘을 줬군요.
쿠시로로 돌아왔습니다.
네무로까지는 무린데 쿠시로라면 언젠가 다시 와보고 싶군요.
관광이 아니라 한번쯤은 길게 머물러보고 싶은 도시입니다. 일단 선선하니까 -_-
그리고 특급 오오조라!
이제는 보통 따위 타지 않습니다.ㅋㅋㅋ
보통열차 그게 뭐죠?
뭐! 삿포로까지 한방에 보내준다고
그것도 서너시간만에??
이제는 보통 열차 같은거 타지 않을겁니다. 패스 들고 뭔짓;
근데 이게 JR패스로 타는 마지막 열차란게 함정
다음부터는 패스 사면 무조건 신칸센 특급 위주로 탈 껍니다. 아이고
사실 오오조라를 타게 되면 이걸 꼭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게 저 당고인데
이런 썩을 일부열차한정 -_-;;
망할.. 내가 이걸 얼마나 고대해왔는데...
어이가 없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토카치 우유만 써서 만들었다는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어야져.
아이고 내 당고..
쿠시로 하면 또 습지가 유명하죠.
이런 GPS수신기.. 엄청 비싸겠지...?
수신기를 올려놓은 삼각대를 보니 군인때 만지던 측각기가 생각나네요. 딱 똑같이 생겼네.
그렇게 잠깐 노닥거리니 삿포로.
특급 개빠름ㅋㅋ 말도안돼
삿포로에서 승리의 라면을 한 그릇..
삿포로역 앞 호쿠렌빌딩 지하의 라면집입니다만.
모 유명 블로거 겸 작가의 소개 이후로 한국인 사이에서 일약 블로그 맛집으로 급격하게 유명세를 탄 집이죠.
이 집은 두번째인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런 느낌?
다음에 올 때는 여기 말고 북대 인근이나 뒤져 봐야겠네요.
그리고 지하철로 부왁 숙소 복귀
편의점에 삿포로클래식 한정판 여름의 상쾌라는게 있길래 한캔 낼름 집어왔습니다.
오코노미야끼는 그냥 편의점 맛인데 맥주가 진짜 꿀맛.. 이거 진짜 몇묶음 집어오고 싶었는데 면세점에 그냥 삿포로클래식만 팔더라구요. 그것도 맛있긴 하지만..
마셔본 캔맥주 중 넘버원이었습니다.
뭐 이렇게 철도 여행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일정이 하루 남아있긴 합니다만 쇼핑이나 하다 귀국하는 일정이라.. 사실상 철도 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보통열차 여행도 처음이고 해서 미숙한 점이 많았습니다.
사진으로나 지식으로나 이것저것 담을 게 많은데 1할도 채 못 담아 왔다는 기분이 들구요.
다만 추억 하나는 만땅으로 담아온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딴에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떠났던 여행이라 전구간 각정벅을 하지 못하고 신칸센을 탔던 게 너무 아쉽기도 하구요.
다만 그거 메꾸겠다고 다시 각역정차 여행을 하는 짓은 못 할 거 같습니다.-_-
다음 여행을 또 간다면 각역정차는 안 타는 걸로..
여태껏 부족한 여행 후기를 봐 주시고 리플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요즘 폭염 때문에 힘든데 남은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고생하셨네요~저는 2번 여행 중 신칸센 탑승비율이 70%를 넘어가는(......) 일정으로 다녔는데 저와는 완전 극과 극인 스케줄이네요 ㅋㅋ
제 일정을 남북으로만 찍고보면 첫번째는 히로시마-삿포로 / 두번째는 오이타-가라쓰야마(+마쓰야마)라 신칸센에 기댈 수 밖에 없긴 했지만요....
갓갓 신칸센을 찬양해야합니다..
돌아오실 때 탄 열차는 "루팡 3세" 콜라보 열차네요.... 30년 쯤 전부터 방영했던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애니메이션 중 하나입니다.
30년이요...-_- 열차에 중장년층으로 바글바글하던게 그런 이유일 수도 있겠네요.
보통열차에 특급에서나 볼 수 있는 테이블까지 달린 리클라이닝 시트가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혹시 저 열차나 편성에 대해 자세히 아는 분이 계신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나사키선을 운행하는 키하54형 500번대 중 522호차만 루팡3세 래핑을 하면서 좌석 교체를 다시 실시했습니다. 루팡3세의 원작자 중 몽키펀치의 출신지가 이 주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교체된 좌석은 789계 1000번대 특급 <슈퍼카무이>의 일반시트 사양과 같습니다.
@김성수 정보 감사합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하나사키선에서는 계속 저 좌석으로 운행하나요? 아니면 콜라보 기간이 끝나면 다시 원래의 좌석으로 복구하거나 다른 편성이 투입될 계획인가요?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이번에 맨날 신칸센만 타고 보통을 등한시하는 여행을 했더니 신칸센 탑승률이 90퍼센트를 넘어가버렸던...
신칸센은 좋은것이죠!
저도 다음엔 신칸센 위주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홋카이도의 눈부시게 푸른하늘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여름 몇달만 빼고 중국에서 수입된 미세먼지로 항상 뿌연하늘만 바라보다가
푸른하늘을 보니 힐링이 되는군요..
돈카츠님 덕분에 집에서 편안하게 일본일주 잘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찍사가 완전 똥손이라서 더 좋은 사진을 못 보여드린게 안타깝네요.
@돈카츠 아닙니다 사진만 봐도 청량감이 느껴지네요...
될수만 있다면 북해도의 맑은공기를 수입하고 싶어집니다
그동안 답사하시고 여행기 올리시느라 수고 하셨고요
앞으로 더 많은 좋은글 부탁드릴께요...
지금 쿠시로로 가는 중입니다 ㅎㅎ 도착까지 1시간 남았네요(...)
너무 늦어서 도착하시마자 숙소행이시겠네요..
@돈카츠 씻고 자정쯤에 잔 뒤 4시반에 깨서(...) 쾌속 하나사키 타고 네무로 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