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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즐거움의 발견’을 읽고 | ||||||
책모임의 좋은 책 읽기: 청양정산고 교사 안병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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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대 아들이 보험금을 노려 어머니와 누나 살해, 70대 어머니를 살해한 후 방화로 위장한 50대 아들 검거 등의 극악한 사건들을 접하며 빠른 시간 내에 이룩해낸 경제적 성과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방학을 하면서 한 선생님이 권해준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을 읽으며 그 해답을 놀이에서 찾는 것에 대한 대안에 공감이 갔다. 아직 우리 사회는 더 높이 도약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바로 사회 전체에 진정한 ‘놀이’가 없기 때문이다. ‘논다’고 하면 뒤처진다고 생각해 불안해하는 분위기에서 놀이는 잊고 무조건 열심히 일만하고 있다. 놀이의 반대말은 ‘일 Work’이 아니라 ‘우울함 depression’이다. 놀이와 일은 서로 반대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보완적이다. 찰스 휘트먼은 다정한 남편이자 순종적인 아들로 살아온 사람이며 해병대에 복무했고 보이스카우트 역사상 최연소 이글 스카우트(공훈 배지 21개 이상을 받은 보이스카우트 단원에게 주어지는 영예)였다. 그러나 그는 1966년 여름 텍사스 대학의 총기난사 참사를 일으킨 사람으로 15명이 죽고 31명이 다쳤다. 당시 이 사건을 조사했던 신경학, 신경 병리학, 독물학, 필적학, 사회학, 심리학, 정신의학, 행정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각각 독특한 관점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모두들 만장일치로 동일한 의견을 내놓았다. 찰리 아버지의 지나친 통제와 찰리 어머니를 향한 끝없는 학대가 찰리의 행동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고 궁극적으로 텍사스 대학의 참사를 일으켰다는 데 동의했다. 그런데 찰리의 생애를 샅샅이 조사한 결과 더 놀라운 요인이 발견됐다. 조사팀은 찰리의 인생에 등장했던 모든 사람을 철저히 인터뷰했는데 찰리의 심리적인 병은 평생 놀이를 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물론 찰리는 부모의 지나친 통제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극단적인 결과의 예이지만 쟈크 판크셉은 어린동물의 생활에서 놀이가 결핍되면 뇌 성숙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으며 학습능력, 정상적인 사회적응력, 자기통제력 등의 고차원적인 관리 기능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놀이는 즐거움을 주고 자의식과 시간개념을 정지시키며 목적이 없어 보이는 활동이다. 또 놀이는 자꾸만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게 만드는 활동이다. 놀이하는 동물은 세상을 탐험하고 세상에 적응하는 법을 훨씬 빨리 배운다. 요컨대 놀 줄 아는 동물이 더 똑똑하다. 적어도 어린 시절에는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놀이이다. 놀이가 발달과정에서 필수인 것은 놀이는 신경회로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테스트한다. 상상놀이를 예로 든다면 어떤 사람이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이나 결혼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 상상할 때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뇌는 이미 미래의 집이나 배우자에 대한 프로파일을 구성하고 있다. 놀이는 규칙적인 리듬의 변형이고 공을 튀기는 것이며, 경직된 삶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춤이다. 우리는 놀이하는 우주 속에서 살고 있다. 놀이는 우리를 새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레크리에이션이라고 불린다. 놀이는 우리 자신과 세상을 재창조한다. 놀이와 일이 최대한 효과적으로 통합되면 우리는 세계와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놀이는 우리가 어려운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도와주고 삶의 지평을 넓혀 주며, 우리의 능력과 기술이 완벽하게 숙달된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촉진하는 창의적인 과정이 필수성분이다. 그러나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면의 욕구와 욕망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놀이가 진정한 놀이라는 점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일에서 지속적인 쾌감과 만족을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