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미리 예약해놓은 택시를 타고 아침 6시에 숙소인 지랑 리조트를 떠나 빠이시 반쿵마이삭이라는 마을에 갔다. 안개 짙은 잘 닦여진 도로를 달려 30여분만에 도착한 마을은 아주 작고 보잘것 없는 가난한 시골동네였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이곳의 사원 왓 푸사마에서 스님들의 아침 탁발이 있다고 해서이다. 너른 들판을 사이에 두고 사원과 마을은 긴 대나무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다리는 강을 건너는 게 아니라 들판을 구불구불 가로지르고 있다.
수통패대나무다리Su Tong Pae Bamboo Bridge로 불리는 이 다리는 약 200m정도이다. 어스름 새벽에 들판을 가로질러 나있는 이 다리는 매우 신비롭고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 입구에는 한두명의 상인이 좌판을 벌리고 있다, 마땅한 공양물이 없는 관광객을 위해 한봉지에 20바트 하는 공양물을 팔고 있다. 봉지엔 스낵류의 과자 세가지가 들어있다. 난 6봉지를 샀다.
너무 일찍 도착했기에 다리를 따라 사원이 있는 산아래까지 천천히 오갔다. 목책기둥에 대나무 이파리를 엮어 만든 다리상판은 부드럽고 푹신하며 튼튼해보였다. 물론 쉽게 상하기 때문에 다리 입구엔 보수를 위한 기부박스가 놓여있었다.
7시가 되자 어둠 속에서 승려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많은 승려를 기대했으나 10명의 동자승들이었다.
우리 일행은 옆으로 나란히 서서 승려의 찬합통에 공양물을 넣었다. 앞 승려에게 먼저 주는 바람에 뒷 승려는 빈통이 될 수 있다는 블로거의 팁을 생각했다.
색다르고 의미있는 체험이었다. 경건하고 충만된 체험이었다. 기독교인인 나와 우리 일행들이었지만 탁발을 통해 중생을 구제한다는 불교의 신념은 동일한 가치관이었다.
동자승들은 무표정이고 피곤함이 엿보였다. 불교국가 태국에서 거의 의무로 수행하는 승려과정이므로 크게 즐겁거나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매일 새벽 마을에 내려와 탁발하는 일도 고된 일과일 것이다. 사원의 허드렛일을 감당하고 염불 등 공부 양도 적지 않다.
동자승들은 우리가 공양물을 다 넣자 함께 서서 우리에게 긴 축복의 기도를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