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를 마친 논두렁에 왜가리가 서 있다. 이가 빠진 무논의 잇몸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다 미꾸라지나 개구리를 잡으려다 어린 벼 포기를 짓밟은 것이다
진창에 처박힌 벼 이파리의 안간힘 때문에 봄 논의 물살이 몸살을 앓는다 물은 저 떨림으로 하늘을 품는다 하늘을 따라 키 큰 미루나무가 문안 간다 쇠뜨기도 척추 한마디를 뽑아 수액을 건넨다 물벼룩과 개구리와 어린 모가 가 닿아야할 아뜩한 밥의 나라, 세상에 써레질을 마친 논만큼 깊은 것이 있으랴
식도를 접고 벌받듯 서 있는 외발에게 많이 저리냐? 두렁 쪽으로 물결이 일렁인다 어린 순 부러지는 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발길 사나운 것이 삶이라서 늘 포만 다음이라야 깨우치는 나여 물끄러미, 개구리밥을 헤치고 마음속 진창을 들여다본다
눈물 몇 모금의 웅덩이에 흙탕물이 인다 언제 눈물샘의 물꼬를 열고 깊푸른 하늘을 들일 수 있을까 정처만이 흙에 뿌리는 박는 것, 마음의 바닥에 물끄러미라고 쓴다
내 그늘은 얼마나 오래도록 물끄러미와 넌지시를 기다려왔는가?
물꼬소리 도란거리는 마음과 찬물 한 그릇의 눈을 가질 때까지 나는 왜가리의 발톱이거나 꺾인 벼 이파리로 살아가겠지만, 끝내 무논의 물결처럼 세상의 떨림을 읽어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