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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청춘'을 주제로 한 과제를 받았을 때,
되도록이면 이야기 구성을 하되 형식은 자유이다, 라고 이해를 했는데
그게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과제 부터 좀 더 영화적으로 접근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식으로 스토리를 풀어볼까, 고민을 하다가
그 전에 근본적인 질문을 제 자신에게 던져 봤습니다.
"청춘이란 무엇인가?"
"......"
네, 저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지 나름의 정의는 내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청춘이란 무엇인가요, 라는 컨셉으로 제가 사는 동네 주변을 돌아다니며 인터뷰를 하는 형식으로 만들어봤습니다.
질문의 내용은 세가지인데, 첫째는 '청춘이란 무엇이라 보는지요?', 둘째는 '본인에게 청춘이라 불리우는 시기는 언제였습니까?', 셋째는 '올바른 청춘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로 꾸며봤는데요 답변하시는 분들이 질문에 딱 맞게
대답을 하시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좀 이해하기 어렵게 애매모호한 답변을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점 양해바랍니다.
안양 공고 정문 앞, 슈퍼가게 사장님(48).
"청춘? 보통 10대, 20대 때가 청춘이라고 다들 생각하는데 내가 볼땐
나이로 결정 짓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제일 즐거웠던 때가 바로 청춘이라고 생각해
아! 어쩌면 10대, 20대야말로 청춘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도 그때가 청춘이라면 청춘이겠네
사실 제일 즐거웠던 때라면 너희들 때 아니겠어? 나이들고 그러면 니들처럼 마냥 즐겁게만은 살 수 없거든
올바른 청춘이라면 그저 학교 열심히 다니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그럼 되겠지 또 그게 제일 어려운 거고"
안양 공고 운동장, 산책삼아 나오신 아저씨(49). 버스 운송업을 하고 계시고 곧 소설책을 낼 거라고 하신다.
"청춘이라 하면 푸른 청, 봄 춘이지. 마음 속의 푸른 소나무 같은, 청솔의 올망똘망함 이랄까.
내가 볼 땐 청춘의 시기는 결혼하기 전 까지야. 결혼 전에는 물, 불 안가리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랬는데
결혼하고 나니깐, 아무래도 생계를 책임져야하고 또 뭔 일이 있으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한 가정의 문제가 되버리니
좀 소극적이거나 현실적이게 되고 또 거기서 구속, 속박을 받다 보니깐 청춘과는 아예 동떨어져 버리더라.
사실 나도 결혼 전 까지는 문학을 했었어, 남들은 몰라도 나만큼은 평생 문학을 할 줄 알았는데 사람이 환경이 달라지다보니
나도모르게 변하더라고 어떻게 되다 보니 지금껏 버스를 몰고 있고 그래. 다행히 35살 쯤에 글을 쓰기 시작 했고.
요즘 시내에서 젊은 사람들 보면 막 부럽기도 하면서 젊음을 노는 데에만 낭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
운동장, 자전거를 타던 꼬마들을 붙잡아 놓고 '청춘이 뭐냐'고 물었지만 당연히 청춘이라는 단어의 뜻도 몰랐다.
미처 생각을 하지 않았던 터라 당황하고는 사진만 찍고 돌려보냈다.
영광 슈퍼 테이블에서 할아버지와 술을 마시고 계시던 아저씨.(57) 예식장 다녀오는 길이라고 하신다.
"자네가 청춘이야, 그리고 나 잘난 맛에 사는 나도 청춘이고. (일어나셔서 입은 옷을 뽐내시며) 나 봐, 57살 같애?
(옆의 할아버지를 가리키며) 노인정 다니기시작한 이 어르신도 이제 청춘의 시작이라고 보면 되지. (웃음) 청춘이 별건가? 생각하기 나름이지.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는 거 같아. 길거리 걸어가면서 담배 피는 애들 보면 기가 막혀.
말해도 못알아먹던데, 우리 때는 안 그랬어. 너는 중학생들이 그렇게 담배 피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상상해보라고"
영광 슈퍼에서 아저씨와 술을 마시는 할아버지.(65)
" 난 청춘이란 게 없어. 정말 우리 때는 배가 너무 고팠어. 먹고 사는 기본 생계 조차도 쉽게 해결되지
않아서 청춘이란 걸 느낄 여유도 없었지. 나 때도 결혼이 자기 의사대로 되지 않았어
그렇게 사랑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시절이였지.
하지만 자네는 그래도 청춘이 있고 사랑이 있고 꿈이 있잖아.
그러니 자네는 지금까지 자식 새끼 먹여 살리고 학교보내는 부모님 마음 잘 알고, 효도해야지.
요새 애들 부모의 마음을 알 거라 생각해? 아니야 안그래"
'영화 슈퍼' 테이블에서 노가다를 끝내고 술을 드시는 두 아저씨. (42), (57)
두 분이 나이에 걸맞지 않은 언행을 보이셔서 생경스럽기도 했으며
인터뷰 과정에서 두분은 서로의 말이 틀리다며 쌍욕을 하며 다투기도 하셨다.
그리고 두분의 얼굴을 담고 싶었지만 노가다 하는 게 뭐 대단한 자랑이냐며, 카메라를 극도로 경계했다.
본인에게 자꾸만 술을 권하셔서 본의 아니게 맥주 한병을 비우기도 했다.
"부모님한테 돈 받아쓰면 청춘이고, 아니면 청춘이 아니야. 일단은 돈이 있어야 청춘이 있지.
난 어렸을 때 부터 가난했고 또 돈 모아둔거 사업으로 말아먹어서 청춘을 몰라. 넌 돈 많이 벌어라.
(팔뚝을 내보이시며) 그런데 난 아직 힘은 세. 그렇게 따지면 청춘이네 청춘.
요즘 애새끼들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펴대고 있어서 얼마나 꼴 보기가 싫은지.
조금 뭐라고 하면 콧방귀나 끼고 앉았다니깐 요즘 청춘들이 그렇다니깐.
그러고보니 청춘이란 콧방귀네!! (웃음)"
안양예고 정문 경비실.
여기 경비 할아버지(67)는 서라벌 예술 대학 회화과 68학번 이시며
얼마 전까지 명동 서울예대 경비를 하시다 3일 전에 여기로 오셨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할 얘기가 한사코 없으시다며 수줍어하셨으나 짧은 한마디라도 부탁드렸다.
그리고 사진을 요청했으나 노가다 아저씨분들과 같이 경비를 서는 처지를 부끄러워 하셨다.
"청춘이 뭔지는 난 도저히 모르겠고 다만 이런 건 있었지, 내가 그때 하던 미술을 계속했었다면
지금처럼 살지는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어. 그때는 돈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직업 군인을 선택했고 10년 간 복무를 했었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되버리더라.
난 이미 살만큼 살았지만은 지금 청년들은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거 하는 게 가장 경쟁력 있는 거고 또 행복인 거지."
담배와 과일 판매를 겸업하시는 아주머니.(50)
"그런 거 언제 지나갔는지도 몰라. 먹고 살기 바쁜데 청춘이란 게 어딨어.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철없이 놀고 실수하던 10대, 20 때가 아닐까 해.
올바른 청춘이라면 무슨 말을 해야 해? 암튼 얼마 전에 중3 정도 돼 보이는 애가
담배를 사러 왔는데 민증을 달라니깐 대 놓고 따지지 뭐야,
내가 좀 냉정히 거절 한 거 가지고 이자리에서 당장 잘못했다고 사과하래 참 어이가 없었지.
자기들이 나중에 나이먹고 그런 대접 받아봐. 정말 그건 아니야 어른되면 다 후회할텐데"
인터뷰 하면서 느낀 거지만 어른 분들은 담배에 민감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솔직히 저는 어른 분들이 그렇게 공통적인 답변을 하시는 게 놀라웠습니다.
왜냐면 살면서 그런 지적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아마도 다 참고 넘어가셔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담배 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이 강조하시는 올바른 청춘이란
놀 거 놀면서도 예의를 갖추시는 거라고 하시니 앞으로는 좀 더 잘 처신해야 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이 군인(23)은 공군인데 부대 일과를 마치고 무슨 화공 공장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한다고 했다.
내년 말에 전역을 한다고 했으며 사진을 찍을 때는 더블백을 메고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인은 순수히 과제를 하려는 학생임에도 이 군인 아저씨는 군인의 신분상 촬영을 할 수가 없다고 하셨다.
다행히 전투화라도 찍게 해주어서 감사했다.
"청춘이란 게 뭔지 자세히 말하진 못하겠는데요. 전역 후 부터가 제 청춘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청춘이란 어느 정도 통제가 따르는 자유로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양 수리산 공원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매.(23), (18)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아버지께서 청춘을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답변을 해주셨다.
"아버지께서는 저희들이 크고 자라는 걸 보면서 행복을 느꼈고
살고있다는 느낌을 받으셨대요. 그러시면서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 말로
자신의 꿈이고 더할 나위 없는 만족이라고 하시는데,
저도 그 점에 상당히 동의하구요. 청춘이나 행복이나 비슷한 거 같아요
어딜 갖다 붙여도 말이 되는, 그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봐요."
안양 수리산 공원, 여동생과 산책 나온 어떤 형님.(25)
"굳이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몸의 세포 하나 하나가 반응해서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는 것 아닐까요. 가끔 일반론적인 정의가 필요는 하지만
청춘을 정의 내리는 건 쓸데없다고 생각해요. 자유로운 어떤 것으로 내버려두시죠?
그런데 이런 과제를 내주기도 하나요? 참 재밌네요."
안양 일번가 '패밀리 마트' 알바생, 연세대 사회계열 학생(23)
"청춘은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젊을 때만의 에너지가 아니라
30대든, 40대든 그 고유의 에너지가 있다고 봐요.
그리고 그 에너지는 노력에 의해 달라질 것 같아요
나이가 먹을 수록 그 에너지는 약해지지만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는 그 에너지에 색을 입힐 수도 있고
다른 방식의 힘을 보탤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다시 말하면 사고나 노력에 의해 청춘이냐, 아니냐가 갈릴 것 같아요.
덧붙여서 타락하지 않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이 올바른 청춘이 아닐까, 해요"
아까 학교 운동장에서 꼬마들이 청춘이라는 단어를 이해 못했던 터라
이번엔 쉽게 돌려서'니 들은 평생 살면서 언제가 가장 즐거울 거 같니?'라는 질문을 했다.
뭔가를 기대했지만 '몰라요', 라며 웃기만 하는 아이들이다.
어릴 때는 장난감 하나 가지고도 이렇게 재밌게 놀았었는데..
청춘이라는 정의를 한자어 뜻 그대로 푸른 봄이라면
나에게 있어 청춘이 언제 일까? 지금 일까? 다가오는 미래일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명확히 기준을 정하기 힘들었다.
분명 지금이 청춘의 시절인 건 같으나 사는 게 그닥 즐겁지만은 않았고
다가 올 미래도 희망은 분명 있지만 마냥 밝아보이지 많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 끝에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나, 고민을 하면
어린 유년 시절이라는 답이 나왔다.
정말 단순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감정에 솔직한 그 코묻은 아이 시절이 그립다.
이 아이들이나 나나 누구나 청춘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확실한 답은... 아무도 모른다..????
어제 저녁 동아리 동기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청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어찌 어찌 하다보니 하나의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청춘은 10대, 20대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어쩌면 3,40대가 더 아름다고 빛나는 시기일 수도 있다.
지금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은 대부분이 30, 40대다.
10대, 20대가 놀게끔 돈을 주고 그 장을 마련해주는 것도 30,40대다.
10대, 20대를 배우게 하고 꿈과 희망을 주는 것도 30대,40대다.
10대, 20대의 놀이 문화 보다는 3,40대만이 누릴 수 있는
문화나 취미, 여가 활동이 훨씬 더 많고 그 영역도 더 확고하다.
10대, 20대는 빛나는 시기를 준비하면서 객기를 부리는 시기 일 뿐.
인생의 클라이맥스이자 모든 영광을 돌려 받는 건 결국 3,40대이다.
그렇다고 비단 3,40대에만 한정 되는 게 아니라 청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이고
우리는 훨씬 더 사신 어른들에게 항상 겸손해야 하고 존경해야 마땅하다.
대결론은 좋은 감독, 좋은 배우 등등 각자의 분야에서 청춘을 불사지르자!!
첫댓글 재밌어 재밌어(모 우유 CF 톤으로 읽어줘)! ........결론은....유보하는 쪽도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