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화를 내는 마음이 진정이 되면
나의 빛은 너의 몸에 맞는 빛이 되지.
그러니 노여워하는 마음을 없애보게……”
“아, 진짜다…. 너는 기분 나쁜 인간이군….
이런 녀석은 처음 보는군
춥게 하는 것도 따뜻하게 하는 것도 자유자재로 하니까.
정말로 지구상의 태양 같군. 불가사의한 인간도 있군.
기분 나쁜 곳에 왔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만 돌아간다……”
여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화를 가라 앉혔고,
“왠지 기분이 좋군”
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동물이 양지에서 잠들어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다리로 자신의 귀를 긁는 시늉을 하고 있다.
정말로 기분이 좋은듯하다.
잠시 동안 침묵이 계속되었다. 내가 다시금,
“빨리 이 부인에게서 나와 도하대명신의 문을 두드리고,
훌륭한 신의 자식으로서 수행을 하게”
라고 말하자, 여우는 또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까지 불제의식을 신주들에게 몇 번이나 당했지만,
그런 우리를 빗자루로 쓸어버리는 짓은 하지 말아.
우리는 그런 쓸모없는 부적은 싫다고.
그런 것은 쓰레기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으로 또 회수되어지지.
파리가 음식물에 모여들잖아?
그런 파리를 쫓아버려도 또 꾀어들지.
인간은 그런 것도 모르니까 짜증이 나.
인간도 정말 바보야”
어느새, 인간비판을 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계속 문답을 지속한다면 끝이 없다.
“자, 너는 도하대명신에게 가게.
너의 이름은 뭐지? 데리고 가 줄 테니까”
라고 내가 말하자, 여우는 마침내 이렇게 얘기했다.
“내 이름은 폰요시라고 하지. 누가 안내해 줄거지?”
내 수호령 중 한 사람,
7세기 중국에 태어난 불공삼장(不空三藏)이라고 불리었던 승려가
옆에 와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이 여우를 구원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자 곧바로 여우는 부인의 몸에서 빠져 나와 가버렸다.
부인은 잠시동안 심장의 고동이 격심해졌다.
잠시 옆으로 누워 쉬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동물령이 떠났기 때문에 몸은 훨씬 편해진 것 같았다.
이윽고 부인은 머리도 어깨도 눌리고 있는 듯한
무거움을 느끼지 않게 되어 안색도 좋아져,
기뻐하며 돌아갔다.
하지만 과연 그녀가 앞으로 올바른 마음과 행위를 해 나갈 수 있을까?
나는 걱정했다.
비록 한 마리 동물의 빙의령을 제거해 주어도
집에 돌아가고 나서 노여움, 초조함, 시기심이 생겨나게 되면
또 그들 무리에 빙의되어 버리기 때문에,
나의 저서를 부인께 드렸다.
〖 백여우 다음은 마왕 – 부인에게 다시 빙의령(憑依靈) 〗
그로부터 3개월 지났다.
타카다 승마연습장에서 강연회를 열었을 때의 일이다.
내가 청중을 둘러보자,
한가운데 자리에 먼저 번의 그 부인이 와 있었다.
부인은 나를 보자 말했다.
“지난 번에는 고마웠습니다.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나서는 정말로 상쾌한 매일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 5일 정도 전부터,
왠지 전과 똑같이 머리가 무겁고 초조해져서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만,
전의 여우가 되돌아온 것인가요?”
그 질문에 회장은 한바탕 웃음의 도가니가 되었다.
사회자가 그것을 진정시켰다.
“여러분, 웃으면 안 됩니다.
당신들은 아직 지옥계의 무서움을 모르고 있어요.
여러분 중에서도 지금 이 질문자와 똑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조용히 해 주세요”
나는 이 부인의 고통의 실체를 잘 알기 때문에 불쌍하기 그지 없다.
부인은 이 무렵 아이와 함께 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 아이가 감기에 걸려 40도 가까이 열이 나고 자고 있고,
자신 또한 상태가 나빠지고 일도 있어,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괴로움을 마음속에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헤어진 남편을 원망하는 심정이 되었던 것이다.
념(念)이 강하기 때문에 금방 그 마음이 지옥으로 통하고 만 것이었다.
원한과 노여움의 마음이,
지난 날은 멀리 떨어져 보고 있었던 마왕들과 그 수하들에게 통하고 말아서,
이번에는 마왕과 새로운 여우가 전의 백여우 대신 들러붙어 있는 것이었다.
마왕은 지난 번의 폰요시라는 동물령의 우두머리 같았다.
폰요시는 이미 도하대명신의 문하에 들어가 고된 수행을 쌓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우두머리가 부인의 몸을 지배하고 있다.
이번 여우는 폰요시보다 몸이 작고 색은 새하얗다.
그들의 습성은 힘이 있는 자가 지배자가 되는데,
그 권한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리고 오늘은 마왕이 옆에 붙어 있었다.
마왕은 마치 아주 먼 옛날의 미개인들의 추장과 같은 스타일이다.
이들은 부인이 살고 있는 집 주변의 지박령(地縛靈)들로
옛날부터 이와 같은 동물을 모시고 있는 사당이 있는 것 같았다.
마왕은 인간이다. 창을 갖고 있다.
좌중에서도, 마음의 창이 열려 있는 사람들은 이 같은 정경을 똑똑히 보고 있다.
부인을 중심으로,
강연회의 사람들은 원진(圓陣)의 울타리를 치고,
마치 마왕들을 포위하고 있는 듯한 형태로 되어 있다.
그러나 아마 마음의 눈이 열려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이 부인에게 마음을 진정시키고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히도록 얘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이미 새 보스는 부인의 육체를 지배해 버렸다.
내가 그들에게 지배되지 않고 있을 때에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은,
지박령(地縛靈)이라도 동물이나 마왕이 지배하면 상당히 피곤하므로,
그것을 가능한 한 피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는 폰요시의 동생뻘이군.
왜 이 부인의 몸에 들어간 거지?
거기서 나오게. 더 이상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