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모든 여행자에게 ‘최고의 로망’은 바로 ‘크루즈 여행’이 아닐까요?
제대로 ‘봄날’이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던, 아니 반드시 떠나야 할 것만 같았던,
4월의 어느 오후에 인천항에 정박해 있던 로얄캐리비안 크루즈호에 올랐습니다.
‘크루즈 여행’의 로망을 이루는 날이었으면 최고로 좋았겠지만, 이 날은 정박한 배에 잠시 올라 크루즈 이모저모를 살피는 쉽투어만 하는 날…최근 들어 가장 날씨가 좋았던 날 중 하나였기 때문에 밧줄이라도 끊고 배를 띄웠으면 하는 맘이 굴뚝같았지만,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쉽투어를 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습니다.
로얄캐리비안 사의 ‘한중일 노선’을 담당하고 있는 레젼드호가 바로 이 날 우리가 승선한 배였는데요, 선사에서 가장 작은 크루즈라고 하는데…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무게가 무려 7만톤, 전장 279미터, 총 탑승객 2,446명이라는 놀라운 사실! 왜 사람들이 크루즈를 ‘바다에 떠 다니는 작은 섬’이라고 부르는지 알만 하지 않나요?
크루즈 여행의 최대 묘미는 좀처럼 지루할 틈 없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과 공연, 먹거리에 있겠죠! 역시나 배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봄 햇살을 받아 더 낭만적으로 빛나던 작은 풀장이었습니다. 이 곳은 지붕이 돔형으로 개폐가 가능해 평소엔 실내 풀로, 날 좋을 땐 야외 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해요.
8층 높이의 거대한 리조트 하나가 바다 위를 항해한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항지에서 굳이 내리지 않아도 배에 머무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크루즈 여행의 매력이겠죠? 매일 밤 열리는 파티와 대극장에서의 쇼, 밤 바다를 달리며 즐기는 라운지에서의 휴식. 상상만으로도 즐거워 집니다.
그리고 풀 코스 정찬을 즐길 수 있는 다이닝 룸은 레전드호에서 가장 큰 메인 레스토랑입니다. 각 기항지에서 바로 구입한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세계적인 주방장이 엄선한 레시피로 요리한 음식이 빵, 전채요리, 샐러드, 앙뜨레, 디저트의 풀 코스로 제공되는 이 곳은 2000명이 넘는 승객들이 편안히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규모도 크지만,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처럼 고급스럽고 화려합니다.
두 층으로 되어 있는데 중간에 회오리 계단이 있어 영화 속 한 장면을 상상하게 됩니다. 드레스를 꼭 갖춰 입고 싶게 하는 계단이네요. 아, ‘한복’을 입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실제로 크루즈 이용안내에 한복을 준비하라고 소개가 될 만큼 외국인들과의 크루즈 여행엔 한복이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
각 테이블에 표시되어 있는 번호는 룸번호로, 각 게스트마다 지정 테이블이 있다고 하네요!
이 곳은 레스토랑의 가장 앞쪽인데, 선장이 VIP 손님들을 모시고 정찬을 즐기는 곳이랍니다. 크루즈 여행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선장과 만찬을 즐기는, 여 주인공이 선장에게서 뱃사람의 술마시는 법을 배우는 장면이 꼭 한번 쯤 나오기 마련인데 바로 이 테이블이 그 일들이 벌어지겠군요.
레스토랑 앞에 있는 쿡북을 들춰 보니 갑자기 허기가 몰려오는 그 때,
쉽투어의 하일라이트 부페식당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 옵니다.
입구에서 부터 날 반기는 호주산 와인 Alice White!
식욕이 급 상승합니다.
크루즈 내에서 레스토랑이나 뷔페 식당을 이용하는 비용은 모두 무료! 아침, 점심, 저녁 언제든 편안하게 식사가 가능하며, 아침에는 다양한 빵과 씨리얼, 우유, 주스, 햄, 과일, 샐러드 등이 준비되며, 점심에는 운항 일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멕시칸식, 이탈리아식, 프랑스식 등 특색 있는 국가의 음식을 주제로 제공된다고 합니다. 저녁에는 일반적으로 정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저녁메뉴가 준비됩니다.
큰 규모만큼 준비된 음식의 양도 풍족합니다. 종류도 무척 다양하고요!
보기만해도 고소함이 전해지는 다양한 치즈류!
주방장이 직접 썰어주는 터키구이도 일품입니다!
취향대로 골라먹을 수 있는 다양한 샌드위치까지!
어떠세요…정말 먹음직스럽지 않나요? ^^
샌드위치는 취향대로 직접 만들어 먹을 수도 있습니다.
왠지 달달한 것이 땡기던 날이었는데
수많은 디저트들이 기다리고 있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답니다.
디저트 코너와 과일 코너에는
익살스럽게 조각된 과일들이 비치돼있는데, 정말 귀여웠어요!
인천 제2국제항에 정박해 있던 크루즈호의 바깥풍경은 좀 아쉬웠습니다. 이곳이 지중해였다면 더 멋진 풍경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나라 인천항 인근에는 공장지대가 많더군요. 크루즈 여행을 하는 세계 여행객들에게 좀더 매력적인 나라로 보여지기 위해선, 항 주변의 분위기도 좀 더 밝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첫 인상이 중요하니까요.
바깥 풍경은 아쉬웠어도 허기를 달래주기에 음식 맛은 참 좋았습니다. 채광 좋은 테이블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고 있으니 진짜 크루즈 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선장님, 이대로 출발해 주시면 안될까요?”
대답 없는 선장님 대신 인상 좋은 웨이터씨가 달콤한 와인을 한 잔 건네줍니다. 식사는 무료이지만 주류는 유료라고 하는데, 이 날 쉽투어에 참여한 이들에겐 와인이 무료로 제공되었어요. 달콤한 화이트 와인 한 잔에 더 한층 들뜬 기분!
봄 햇살이 내리 쬐는 크루즈의 메인 풀에서 수영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어느 새 내려야 하는 시각은 다가오고 로얄캐리비언 크루즈 레전드호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참고로 한중일 크루즈는 현재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운항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그러나 홍콩과 싱가폴,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일정이 4월부터 7월까지 계속 된다고 하니, 조만간 멈춰있는 배가 아니라 진짜 바다를 항해하는 크루즈 여행을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인천항을 찾아야겠습니다.
진정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네요.
아~신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