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줄기를 타고 금강산에서 울진 봉화를 거쳐 영덕 청송일부에 걸쳐 자라는 소나무는
우리 주위의 꼬불꼬불 일반 소나무와는 달리 줄기가 곧바르고 마디가 길고 껍질이 유별나게 붉다.
이 소나무는 금강산의 이름 을 따서 금강소나무(金剛松) 혹은 줄여서 강송이라고 학자들은 이름을 붙였다.
흔히 춘양목(春陽木)이라고 더 널리 알려진 바로 그 나무다.
결이 곱고 단단하며 켠 뒤에도 크게 굽거나 트지 않고 잘 썩지도 않아 예로부터 소나무 중에서 최고의 나무로 쳤다.
소나무는 자라면서 여러가지 화학물질이 쌓여서 나무의 속이 진한 황갈 색을 나타낸다.
이 부분을 옛 사람들은 황장(黃腸)이라 하였으며 가장자리의 백변(白邊)에 비하여 잘 썩지 않고 단단하기까지 하다.
황장이 넓고 백 변이 좁은 금강소나무는 나무 중의 나무로서 왕실에 널리 쓰였다.
세종 2년(1420) 예조에서 "천자의 곽(槨)은 반드시 황장으로 만드는데 견고하고 오래되어도 썩지 않으나,
백변은 내습성이 없어 속히 썩는데 있습니다. 대행 왕대비의 재궁(梓宮)은 백변을 버리고 황장을 서로 이어서 만들게
하소서"하는 내용이 있다.
조선왕조 내내 좋은 소나무 보호를 위하 여 황장금표(黃腸禁標)를 세우고 경국대전에 좋은 소나무의 벌채를
법으로 금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금강소나무는 차츰 고갈되어 멀리 태백산맥의 오지까지 가서
벌채를 하여 한강을 이용, 서울로 운반하였다.
한강 수계(水系)로의 운반이 불가능한 울진.봉화지역의 소나무는
그래도 생명을 부지하여 가장 최근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영주-봉화-태백으로 이어지는 산업철도가 놓이면서
이들도 무차별 벌채되기 시작한다.
조선시 대에는 권세 있는 양반이 아니면 지을 수도 없었던 소나무 집을
너도나도 짓기 시작하자 급격한 수요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잘려 나온 금강소나무 는 춘양역에 모아두기만 하면
철마(鐵馬)라는 괴물이 하룻밤 사이 서울까지 옮겨다 주었다.
사람들은 춘양역에서 온 소나무란 뜻으로
춘양목이라 부르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모진 수탈에도 그나마 남아있는 곳은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대,
봉화군 춘양면과 소천면 일대이다.
이곳은 1981년 유전자 보호림, 1985년 천연보호림으로
지정하여 보호되고 있다.
소나무와 금강소나무는 별개의 나무인가?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소나무라는 성씨를 가진 종가 집의 자손에는
반송, 금강소나무, 황금소나무 등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모양새가 같지 않은 몇 종류가 있다.
그렇다고 다 른 성바지로 볼만큼 전혀 닮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애매하게 '씨'를 의심받 기도 하나 틀림없는 한 자손이므로
이럴 때 우리는 품종(品種)이라고 한다.
금강소나무는 한마디로 조상인 일반 소나무보다
더 잘 생긴 소나무의 한품 종이다.
일본의 국보 제1호인 반가사유상은 대부분의 일본 목불(木佛)이
녹나무 로 만들어진 것과는 달리 재질이 소나무이다.
일부 학자들은 바로 강원도 에서 자란 금강소나무를
가져가서 만들었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만들어 진 불상을 분석하여 나무의 생산지가
한반도인지 일본인지를 아는 방법은 없다.
=[박상진교수의 나무이야기 .100] 금강소나무에서 옮겨온 글=
박상진 교수는 ≪산림≫ 2002년 5월호 <일본 광륭사 목조반가사유상의 재질>이라는 글에서 적송의 유래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적송>은 대한제국 융희 4년(1910) 농상공부대신 조중용이 ‘농상공부 고시 9호’로 공시한 화한한명(和韓漢名)
대조표에서 소나무란 이름을 쓰지 말고 적송(赤松)을 쓰라.’라고 한 이후 비판 없이 그대로 쓰고 있다.”
이를 보면 소나무처럼 버젓이 토박이말이 있는데도 마구 일본말을 가져다 쓴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적송이라고 부르는 이름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소나무를 적송이라 적은 우리의 옛 문헌은
아직 찾지 못하였다. 한마디로 우리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송은 소나무에 대한 일본이름으로, 그들은 '赤松'이라 쓰고 '아까마쯔'라고 읽는다.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없애고 강제동화 정책을 쓸 때 나무이름도 일본식으로 부르도록 강요하였다.
소나무를 두산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솔·솔나무·소오리나무라고도 한다.
한자어로 송(松)·적송(赤松)·송목·송수·청송이라 한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 옛 문헌에 나타나는 소나무의 한자 이름은 송(松), 송목(松木)이다.
대신 '적송(赤松)'은 우리 한자말이 아니라 일본에서 아까마츠(あかまつ)라고 소리 내는 일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