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대기업 입사.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대충 라면을 끓여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담배를 한 대 피고 컴퓨터를 키고 잡코리아에 구인 광고를 보는데, 귀신 친구 지훈이가 내 의식에 소곤거리며 말했다.
“대성그룹에 구인광고 나왔으니깐 거기에 이력서 집어 넣어.”
나는 어이가 없어 대꾸했다.
“야! 나같이 쓰레기 스펙인 놈을 그런 대기업에서 뽑아주냐?”
지훈이가 대답했다.
“그 회사 올해부터 지원자의 학교를 안 보고 전부 직무적성 시험을 볼 수 있어.”
“시험을 보면 뭐하냐? 떨어질 텐데...”
“걱정마! 내가 있잖아. 넌 이력서나 보내. 그거까지 귀신이 해줄 수 없으니깐.”
“넌 귀신이 이런 건 어떻게 다 아냐?”
“우리 아버지 회사야. 학력 불문, 학교 불문 원칙은 내가 아버지한테 제안해서 생긴 제도야. 나도 명문대 나왔지만 한국에서 명문대 나온 놈들은 어려서부터 시키는 거나 잘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판을 열어가는데는 부족하다고 제안했지.”
지훈이는 그러면서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을 했다.
“너같이 공상을 잘하고 웹소설 사이트에 황당한 스토리로 소설이나 올리는 놈들이 새로운 길을 열어가지! 예를들면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공학이나 소프트웨어 대한 지식은 깊지 않았어도 모든 사람이 TV만 작동할 줄 알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구상했는데, 당시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이었어.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를 현실적으로 실현시킨 건 동네 형 스티브 워즈니악이었어.”
지훈이는 그러면서 힘을 주는 말을 했다.
“내가 너의 스티브 워즈니악이 되 줄게!”
이력서를 제출하고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필기 시험을 보러 가는데, 얼핏 봐도 나보다 머리에 들어간게 훨씬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 때로 입시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시험 과목은 언어영역. 수리영역, 상황판단력, 시사상식으로 4개의 종류로 구성 되었는데, 예상대로 영어와 조기 수포자라 수리영역에서는 연필로 점을 치며 봐야 할 상황이었지만 지훈이가 “너 진짜 공부 안 했구나?” 하며 쿠사리를 주며 정답을 가르켜 주어서 술술 풀어갔다.
상황판단력 시험에서는 “철수가 설렁탕 집을 차렸는데, 월세가 얼마고 인건비가 얼마고 재료비가 얼마인데, 적절한 설렁탕 가격은 얼마인가?” 하는 문제까지 나와서 지원자들의 작은 사업체를 운영할 능력까지 평가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 문제도 지훈이가 답을 가르켜 주었지만 나는 금수저가 이런 문제도 맞추는 것이 신기했다.
“야! 넌 재벌집 아들이 설렁탕 값도 신경쓰냐?”
“바보야! 설렁탕 가격도 책정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기업 후계자가 되냐? 저건 기초 산수 실력만 있으면 푸는 문제야! 흙수저 탓만 하지 말고 공부 좀 해!”
시험이 끝나자 다른 수험자들은 “껌 값이네!”하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대기업 들어가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고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는 지옥같은 날이었다.
집에 와서 씻고 맥주 한잔을 하는데, 지훈이가 나의 의식에 말했다.
“내가 필기 시험은 적당히 10등으로 합격하게 했으니깐, 2~3차 면접 시험 준비나 해. 1차 합격자는 출신 학교를 밝혀야 되고 2차 면접은 취미나 성격을 파악하는 목적과 회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지원 했는지를 묻는 목적이고 3차 면접은 어떤 주제를 주고 집단 토론을 하게 하는데, 여기에는 회장님과 관상가도 참석해.
지훈이 말대로 메시지로 1차 직무적성검사 합격을 축하한다는 말고 최종학교 졸업증명서를 이메일로 보내라는 메시지가 왔다.
2차 면접에 가기 전 지훈이가 팁을 주었다. 내용은 입사동기를 물으면 한때그룹의 주력 제품이었던 전기밥솥이 일본의 코끼리 밥솥을 추방하고 세계 최고의 전기밥솥 업체로 성장한 스토리가 마음에 든다고 대답하라고 하였고 실제로 굴지의 대기업인 L그룹 창업주의 막내 아들인 지훈이의 아버지가 공항에서 한국 아줌마들이 일본 여행을 갔다가 코끼리 밥솥을 집단으로 사오는 것에 부아가 치밀어 창업하였다고 하였고 이런 스토리는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았고 지금 그룹의 주력 사업은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라 전기밥솥 사업부는 가려져 있기 때문에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하였다.
드디어 2차 관문인 면접 날 나는 단벌인 감색 양복에 하얀 셔츠에 파란색 넥타이를 대성 그룹 본사가 있는 을지로로 향했다.
2층의 강당에서 약 100여명이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고 누가 봐도 고스펙의 인재들이 여유있는 표정을 짓는 모습이 마치 ”여기 아니라도 갈데 많다!“하는 거만한 모습으로 보였다.
면접은 10명씩 호명하면 면접장으로 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면접을 보고 나가는 사람들을 마주치지 못하게 하였다.
드디어 나와 10명을 호명해서 나는 마치 재판장에 끌려가는 죄인같이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장에 들어가 앉았다.
면접장에는 4명의 쉰내 나는 영감들이 앉아 있었고 웃는 사람이나, 엄격한 표정의 사람이나 머리 속으로는 쓸만한 놈을 걸러내려고 쉴새 없이 머리를 굴리는 것이 느껴졌다.
가장 직급이 놉고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나를 호명하더니 눈을 크게 뜨고 서류와 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
그때 지훈이가 나에게 말했다.
”저 사람은 속으로 “듣도 보도 못한 학교 나온 놈이 성적이 10등이네?”샹각하는 거니깐 쫄지 말고 그에 맞는 대답을 해.“
질문이 들어왔다.
”김준성 씨는 입사 준비를 열심히 한 것 같아요?“
내가 대답했다.
”아시다시피 제가 왠만한 사람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대학을 나와서 이번에 내 인생에 처음으로 입사 시험에 죽도록 노력해보자고 결심해서 하루에 5시간만 자며 공부했습니다.
질문한 임원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옆의 은테 안경을 쓰고 날카롭게 생긴 사람이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시험은 갑자기 열심히 공부해서 점수가 잘 나왔는데, 이거는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과 지혜를 판단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어쩌다 개구리가 뱀을 먹은 것 같은 이변이죠. 내 경험상 어릴 때부터 학문의 기초가 쌓이지 않은 사람은 신입사원 때야 어떻게 넘어 가겠지만 결국은 실력이 딸려서 고난도 업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김준성 씨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나는 속으로 면상을 날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 그때 지훈이가 “준성아 참아! 저 사람은 미운 캐릭터 역할을 맡은 사람이니깐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내가 말하는대로 따라해.”하였다.
“네. 물론 맞습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한 사람들은 고급차 같아서 공도나 고속도로에서는 최상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길을 찾아서 가야 하는 오프로드에서는 몇억짜리 롤스로이스도 몇시간 안 되서 주저 앉고 훨씬 가격이 저렴한 지프차가 새로운 길을 찾아서 갈 수 있습니다.
대성그룹 회장님이 저같이 속된 표현으로 듣보잡, 지잡대 출신들에게도 직무적성검사 수험의 기회를 주신 것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회장님의 철학이 지켜진다면 저는 이 회사에 큰 공헌을 할 자신이 있습니다.
나의 말이 끝나다 다른 면접관들은 눈을 크게 뜨며 ”제법인데!“하는 표정인데 미운 캐릭터는 빈정대는 말투로 ”어디서 들은거는 많네!“하며 비꼬았다.
이때 다른 면접관이 내 옆의 사람에게 질문을 했다.
”이진삼 씨는 골드만삭스(미국의 투자금융회사.) 3년 다니다 하바드 비즈니스 스쿨을 나오고 우리 회사에 지원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얼핏 봐도 자기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듯 하였고 야심이 크고 그것을 뒷받침 할만한 실력이 충분해 보이는 지원자가 힘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저는 대성그룹이 충분히 국내 탑5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세계 시장에 먹히는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국내 30대 대기업에 머무는게 안타까워서 제가 골드만삭스에서 세계의 굴지의 기업들을 관찰하며 배운 노하를 대성그룹의 성장을 위해 사용하고 싶습니다.“
이때 미운 캐릭터가 웃으며 발음을 굴리면서 질문했다.
”골드만삭스에서 연봉도 높았을 텐데, 우리 회사는 이진삼 씨의 스펙과 경력을 인정해 줘도 골드만삭스의 20%도 못 줄텐데, 괜찮겠습니까?“
내 옆의 지원자는 참으로 재수 없는 대답을 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연 수입이 10억이 넘어가니깐 사람의 생각이 변하더군요. 안정된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평생을 놀고 먹어도 될 돈을 벌었지만 왠지 제 가슴을 뛰게 하는 성취감을 느끼지는 못 했습니다. 이 대성그룹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시켜 저의 채우지 못한 성취욕구를 마음 것 풀고 싶습니다.
미운 캐릭터는 “음....역시!”하며 고스펙 지원자는 틀리다는 뉘앙스를 보이며 갑자기 나에게 화살을 쏘았다.
“거기 김준성 씨는 골드만삭스가 뭐하는 회사인줄 알아요?”
나는 갑작스런 기습에 순간적으로 “양말회사 아닙니까?” 나의 대답이 끝나자 엄숙했던 면접장이 면접관과 지원자들의 웃음이 터져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때 지훈이가 말했다.
야! 내가 하는 말만 따라 하라고 했잖아! 마음 가라앉히고 미운 캐릭터의 양말을 봐 빵구 났지? 내가 하는 말 그대로 따라해.“
미운 캐릭터가 ”그럼 그렇지!“하며 다음 지원자에게 질문하려는 순간 내가 말했다.
”미국의 투자금융회사인 줄 아는데,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면접관 님의 빵구난 양말이 눈에 들어오면서 골드만삭스의 삭스가 연상이 되며 순간적으로 실수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의 대답이 끝나자 면접장은 완전히 뒤집어지고 미운 캐릭터는 얼굴이 빨개져 좌불안석이고 덕분에 나머지 지원자들은 대충 질문을 받고 끝났다.
면접이 끝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데, 지훈이가 속삭였다.
”이제 3차가 진짜 고비야. 거기서는 무조건 내가 하는 말만 따라해야 해! 그리고 지금 교보문고에 들려. 내가 너에게 필요한 책들을 골라줄게.“
난 교보문고에 들러 지훈이가 사라고 하는 문학, 역사, 경제, 심리에 관한 책들을 사서 집으로 와 책들을 읽으며 3차 면접에 앞서 멘탈 미용을 하며 대비하였다.
3차 면접은 대성그룹 본사 20층에서 진행하였는데, 큰 방에 약 50명 정도 대기하고 있었고 5명 씩 호명해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나느 3번째 조로 호명이 되어 들어가 회의용 원탁 테이블에 앉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단상위에 지훈이를 닮은 70대의 회장님과 그룹 부회장, 그리고 개량 한복을 입은 백발에 스포츠 머리를 한 60대로 보이는 사람이 빛나는 눈으로 지원자들을 쳐다보며 앉아 있었고 지훈이에게 저 사람 누구냐고 물어보니, 유명한 역술인이자 관상가로 면접 시험에서 관상을 봐주고 임원 승진 기간에는 임원 후보자들으릐 사주도 봐주는 일을 하는 사외이사라고 대답해 주었다.
면접은 각자 일어나 자기 이름을 밝히고 바로 진행되었다. 사회를 맡은 관리 이사라는 사람은 ”대성그룹이 전기자동차용 베터리 개발 사업에 뛰어들 것을 고려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를 던지고 시작되었다.
나는 속으로 “뭘 어떡해? 하면 되지!” 생각하는데, 벌써 말을 시작하는 놈이 있어 쳐다보니, 내옆에 있던 골드만 양말 출신이었다. 그놈은 어디서 들었는지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주원료인 니켈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고 니켈 보유량이 많은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채굴권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재료를 저렴하게 확보하지 못하면 최고의 기술과 우수한 인재도 써먹지 못하고 사장되기 쉽습니다.”
놈의 발언이 끝나자 회장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한다는 표시를 하였고 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도 전기차 배터리에 관해 준박사 수준으로 의견을 피력하였고 나는 그동안 뭐했나? 하는 생각에 자신에 대한 염증이 생겼다.
나를 제외한 모두의 의견 개진이 끝나자 모두의 시선은 나에게로 향했다.
지훈이가 나에게 자그맣게 “화이팅!”하며 대사를 불러줬다.
“저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진출을 반대합니다.” 순간 모두 싸늘한 시선을 나에게 보내고 회장님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다만 회장님 옆의 관상가만 감정의 흔들림 없이 나를 쳐다 보았다.
회장님 옆의 부회장이 질문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지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국내의 대기업들이 먼저 진출해 있기 때문에 대성그룹은 성공해야 그들이 흘린 것 주워먹는 신세가 될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전기차의 문제는 충전 인프라가 많이 없고 충전 시간이 길어 전기차 보급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그 역량을 전기차 충전시간 단축과 주에너지원을 화력 발전이 아닌 태양열, 지열, 풍력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충전소 건설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합니다.
이때 부드럽게 사회를 보던 관리이사가 공격을 했다.
”김준성 씨 전공이 뭐에요?“
”네. 사학과 나왔습니다.“
”기술적인 백그라운드 없이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 누가 못합니까? 기업에서는 이이디어를 실현할 지혜와 지식이 필요합니다.“
나는 준성이가 말하는 대로 차분하게 반격했다.
”이사님은 인간이 달나라를 가게한 일등공신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사는 분노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회장님 앞이라 화는 못내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거야....NASA의 과학자들이지.....“
”네. 맞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약 100년전 자동차가 개발되기 전에 프랑스의 쥘베른이라는 소설가 가 “지구에서 달까지”란 소설로 달나라 여행에 대한 영감을 주었기 때문에 문과 출신 케네디 대통령이 “10년 안에 달나라에 사람을 보내겠다.”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었고 NASA의 과학자들은 그것에 의해 각자의 성공을 살려 사람을 달나라에 착륙을 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퍼서널 컴퓨터를 만든 사람은 스티브 워즈니악이었지만 그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인문학적 소양이 뛰어난 스티브 잡스였습니다.“
나의 말이 끝나자 이사는 작은 목소리로”요즘 인터넷 혜택 보는 사람들 많네!“하며 빈정거렸고 다른 지원자들도 속으로 냉소적인 것이 전해지는데, 자그만 목소리로 회장님이 옆의 관상가에게 ”저 친구는 지훈이가 했던 말하고 비슷한 말을 많이 하네!“하는 소리가 들리며 회장님이 나에게 질문했다.
”자네는 이 회사에 지원한 동기가 무엇인가?“
난 지훈이가 말하는 100% 뻥을 그대로 따라했다.
”네. 저의 어머니가 일제 코끼리 밥솥을 가지고 시집을 오셨는데, 지금도 손님이 많이 오실 때 보조로 사용합니다. 어머니는 처음 대성그룹의 차밍쿠커 (Charming Cooker)와 일제 코끼리 밥솥이 나란히 있는 것을 보며 저에게 “차밍쿠커가 처음 나왔을 때 조잡해 보이고 고장도 잘 나가고 형편 없었는데, 지금은 일제 코끼리 밥솥이 불쌍해 보이잖니? 너도 노력하면 충분히 차밍쿠커 같이 될 수 있어!”라고 말씀을 하셔서 뇌에 각인이 되어 지원했습니다.“
회장님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쳐다 보았다. 관리 이사는 ”자! 마지막으로 저쪽부터 희망부서를 말해 봐요.“ 하자 골드만 양말이 먼저 대답했다. ”저는 미래기획실에서 근무하길 희망합니다,“ 다른 지원자들도 미래기획실이나 그룹 연구소 아니면 해외 마케팅 팀을 지원했고 딱 한 친구만 이번에 새로 생긴 탈모약 사업부에 근무하고 싶다고 대답하였다.
회장님이 놀라서 물었다.
”자네는 탈모약 개발에 어떤 아이디어가 있나?“
”네. 탈모는 남성 호르몬이 5알파 환원효소와 결합하여 DHT란 물질로 변환하여 이것이 모낭을 공격해서 탈모가 발생하는데, 기존의 탈모약은 5알파 환원효소에 붙어 남성 호르몬의 활동을 억제하여 탈모를 막는 원리라 정력감퇴, 브레인 포그(건망증.)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데, 제가 연구하는 것은 모낭이 DHT의 공격에도 끄덕없을 정도로 강하게 하여 위에서 언급한 부작용이 없이 탈모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회장님은 크게 웃으며 “자네가 그 약을 개발하면 내가 생체실험 1호가 되어줄게!”하며 만족한 표정을 짓자 나머지 부회장과 관리이사도 따라서 만족한다는 표정을 연기하였다.
이제 남은 나에게 시선이 쏠리자 나는 지훈이가 말하는 대사를 따라했다.
“저는 일단 대성그룹의 출발점인 차밍쿠커 공장에서 최소 1년은 근무해서 제조를 배우고 해외 마케팅 팀에 가서 차밍쿠커가 판매가 부진한 지역을 맡아 그 지역에 맞는 제품 개발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판매 전략을 수립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나의 대답이 끝나자 회장님은 “특이한 친구 구만. 신입사원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제도가 있었는데, 인재들이 자꾸 조기 퇴사한다고 해서 지금은 1주일 수박 겉핥기로 하는데...좋아 자네 뜻대로 하는데, 현장엔 6개월만 있어!” 회장님의 말이 끝나자 관리이사가 끝내려고 하는데, 역술인이 갑자기 나를 호명하며 질문을 던졌다.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김준성 씨는 조상이나 친척 중에 무속인이 있습니까?”
“네? 없는데요?” 내가 황당한 질문에 놀라자 지훈이가 말했다. “저 분도 영적인 기운을 느끼는 능력이 있어서 그러니깐 신경쓰지 마!”
드디어 3차 면접이 끝나고 5일 후 회사로부터 합격했다는 메시지 와 일주일 후 신입사원 연수교육이 거제도 그룹 수련에서 2주일 진행될 예정이고 버스는 그룹 본사 앞에서 출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준성이가 나에 부탁을 했다.
“야! 친구들 불러서 한턱 내라. 나 삼겹살 먹고 싶다.”
“금수저도 삼겹살 먹냐? 금수저는 와규나 금가루 뿌린 참치 먹는 거 아니야!”
“금수저 혀는 금으로 만들었냐? 금수저나 흙수저나 배에 들어가는 건 똑같아!”
나는 즉시 친구들을 안산에서 가장 맛있고 비싼 삼겹살 집에 불렀다.
내가 대성그룹에 합격했다고 하자 어릴 때부터 봐와서 나에 대해 잘아는 종수는 “너가 대성그룹에 들어간 건 세계 8대 불가사의다!”하며 비꼬았고 석중이는 “혹시 일자리 생기면 나도 부탁해!”하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고 원섭이는 “너 월급 셀 텐데 앞으로 회도 사주고 밀폐된 공간에서 얼음 띄운 술 좀 향수냄새 맡으며 마셔보자!”하며 본인의 취향에 어울리는 말을 하였다.
삼겹살을 먹는 동안 지훈이는 “야! 쌈에다 깻잎을 얹고 삼겹살에 익은 마늘 쌈장에 약간만 묻혀서 먹어, 소맥 마시고 싶다.” 등 계속 요구 사항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뭔놈의 귀신이 말이 많아!” 하자 친구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 보았다.
나는 위기를 모면하려 “어제 귀신영화를 보고 자서 흉몽을 꿔서리..”하는데, 종수가 말했다.
“근데 그 별장에 갔다 와서 가끔 내가 게임하고 있으면 누가 ”한심한 놈. 니가 게임할 때냐?“해서 둘러보면 아무도 없고....너희들은 이런 일 없었냐?” 종수의 말이 끝나자 석중이도 말했다. “나도 만화책 읽고 있는데, 누가 ”그 시간에 중학교 영어 교과서나 봐라!“ 하는데, 그때 우리집에 아무도 없었어?” 바톤을 이어서 원섭이가 말했다. “나도 야동 보고 있는데, ”누가 머릿속에 똥만 가득찬 놈. 여자 때문에 주어 맞고도 정신 못 차렸냐? 그게 그렇게 좋으면 차라리 AV 배우나 해라!“ 하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었어?” 그때서야 원섭이의 양눈가에 화장으로 가린 멍자국이 보여 내가 물었다.
“너 누구한테 맞았어?”
원섭이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내가 혼밥하는 식당에 색기 넘치는 아줌마랑 가끔 식당 휴식 시간에 모텔서 레슬링 하곤 했는데, 어느날 일 끝내고 그 아줌마 차 타고 모텔에서 나오는데, 남편이 공장 정전으로 조기 퇴근하다 발견하고 바로 아줌마 차를 자기 차로 막고 날 끌어내서 길바닥에서 나하고 그 아줌마랑 같이 허벌나게 맞았다.”
원섭이의 말이 끝나자 우리 세명은 삼겹살 집이 떠나가도록 웃으며 “미친놈. 언젠간 그런 일이 생길지 알았다.” 하며 원섭이를 나무라다 종수와 석중이와 원섭이는 갑자기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기억력이 좋은 종수가 말했다.
“그 별장에서 귀신이 원섭이 꿈에 나타나서 한 말 아니야?”
를 제외한 친구들은 공포심을 느끼며 떨고 있는 동안 지훈이에게 물었다.
“니가 장난 친거냐?”
“응. 일부러 공장에 전기 나가게 해서 남편이 발견하게 했지. 저 놈은 타고난 음란마귀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더 큰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야! 너는 나만 신경쓰면 되지, 얘들은 왜 신경 써?”
지훈이가 사람같이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너는 하나만 알고 둘을 몰라. 사람이 성공하려면 본인만 똑똑하다고 되는게 아냐! 주변 친구가 잘 들어와야 하고 와이프를 잘 만나야 하고 직원이 잘 들어와야 해.”
“오늘 너한테 미션을 줄게. 술자리는 1차로 끝내고 헤어지고 앞으로 너는 1차만 하는 놈으로 이미지를 굳혀! 변변한 돈벌이도 못하는 놈들이 1차, 2차 흥청망청하고 귀신 입장에서 보면 앞이 뻔히 보이니 더욱 한심하다!”
“야! 쟤들이 나를 가만 놔둘 것 같아?”
“빙신아! 신입사원 연수때 발표할 프레젠테이션 준비해야 한다고 해!”
지훈이가 시킨대로 오늘은 이만 하고 찟어지자고 하자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원망을 했다.
“얘, 대기업 합격하더니 변했어.” “후쿠시마 농산물 직구해서 먹고 뇌에 이상이 생겼냐?” 등등.....
그때 지훈이가 친구들을 한마디로 제압할 말을 알려주었다.
“야! 니들 제대로 된 돈벌이도 없이 거의 매일 술이나 마시고 원섭이는 여자나 밝히고 이러니 귀신도 한심해서 뭐라고 하는 거 아냐?”
나의 말이 끝나자 친구들은 안색이 굳더니 나의 말에 동의하며 일어섰다.
집에 와서 지훈이에게 말했다.
“니 말이 맞는데, 넌 여자한테 차인 것 같고 자살을 하냐? 너 정도면 그 여자 말고도 괜찮은 여자들 줄을 섰을 텐데..”
지훈이가 내 의식속에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글세 말이다. 사실 나는 그 여자애 한테 거절당한 게 인생에 첫 실패라 그 당시는 그 아이 없이는 못 살 것 같아서 자살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내 자존심 때문에 자살한 거였어. 위로 누나 둘을 낳고 나은 아들이라 집안에서 왕이었고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재벌집 아들이라 선생님들도 이뻐해 주고 여학생들은 나에게 잘 보이려고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그런 일상이 공기 같이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살다가 얼굴이 미인형도 아니고 사회적 브랜드가 높은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너희들이 말하는 흙수저 가정 출신의 아이에게 거절을 당하자 그 충격을 당시에는 감당을 못했어!”
지훈이는 잠시 쉬더니 말을 이었다.
“그 죄로 저승에도 못가고 환생도 못하고 .....자살하면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게 아니더라고....”
내가 지훈이에게 처음으로 훈계했다.
“비록 귀신이지만 지금이라도 바르게 살아서 저승을 가던, 다시 좋은데 환생을 하던 해.”
지훈이가 처음으로 기죽은 말투로 말했다.
“알았어. 임마!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