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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글 + ─ 스크랩 23세 `문학천재` 전아리의 글 쓰는 법
이용 추천 0 조회 62 10.01.06 07:2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3세 '문학천재' 전아리의 글 쓰는 법

 

“글 잘 쓰는 비결? 자유로운 상상력! 친구들이 인형 갖고 놀 때 난 글 쓰며 놀았죠”
‘책 읽어라’ 강요 대신 책 읽는 모습 보여준 부모 영향 커
내 글 읽고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 반응에 쓰는 재미 붙여

<이 기사는 주간조선 2071호에 게재되었습니다.>

 

1986년 서울 출생
2005년 이화여고 졸업
현재 연세대 불문학과 재학 중
중·고교시절 문학사상사 청소년문학상, 푸른작가 청소년문학상,
정지용 청소년문학상, 최명희 청소년문학상, 대산 청소년문학상 등 수상.
대학 진학 후 천마문학상, 계명문화상, 토지 청년문학상, 세계청소년문학상,
디지털작가상 대상 등 수상
저서로는 ‘시계탑’ ‘즐거운 장난’ ‘직녀의 일기장’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 등이 있음

 

 

“가볍고 감각적인 데 치우치지 않고 문제의식이 진지해서 좋다.”

신경숙 작가

 

“당돌하고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사사로운 에피소드도 이 작가의 문장 속에서 유쾌해진다.” 

안도현 시인

 

“문학적 페이소스가 있다. 경쾌한 단문으로 잘 읽히고, 감각이 세련됐다.” 

김주연 문학평론가

 

작가 전아리(23)는 문단에서 유명한 ‘아이돌 스타’다.

10대 소녀시절 수십 개의 문학상을 휩쓸며 한국문학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작가를 꿈꾸는 중고생 사이에서는 질투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작가 신경숙·이순원, 시인 안도현 등 기성 작가들도 인정한 20대 작가의 글쓰기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신작 ‘구슬 똥을 누는 사나이’(문학포럼)를 출판하며 본격적인 성인 작가로서의 행보를 시작한 작가 전아리를 지난 8월 14일 광화문에서 만났다. ‘문학 천재’ ‘한국 문학의 샛별’ 등 작가 전아리를 수식하는 말은 화려하지만 정작 그는 “글 쓰는 게 좋아서 계속 쓸 뿐”이라고 쿨(cool)하게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첫 작품

 

‘문학 천재’ ‘문학 영재’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요.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상 받는 걸 시샘하는 친구도 있었고. 그런데 별로 신경 안 써요. 제가 문학 천재도 아니고, 영재도 아니니까. 그저 글 쓰는 걸 사랑하고 열심히 노력할 뿐입니다.

상복(賞福)도 있었고요.”

 

photo 정복남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초등학교 때 첫 작품을 썼다고 들었는데, 그 정도면 영재 아닌가요. 

“초등학교 5학년 땐가, 동화를 한 편 썼어요. 제목은 기억도 안 나고요. 그냥 여러 섬을 여행하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엄마나 아빠가 쓰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저한텐 글쓰기가 그저 놀이였어요.

인형이나 블록을 갖고 노는 것처럼 펜과 종이를 가지고 노는 거죠. 그때 쓴 분량이 중학생들이 쓰는 칸이 좁은 노트로 3권 정도 됐어요. 꽤 길죠.”

 

직접 섬 여행을 갔다 온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인가요.

“아뇨. 그런 여행은 가보지도 않았어요. 순전히 상상해서 쓴 거죠. 제가 쓴 글을 읽고 부모님은 아주 놀라셨어요. ‘네가 쓴 거냐’면서 자꾸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리고서 엄청 칭찬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그런 부모님 반응에 오히려 제가 더 놀랐어요. ‘이게 칭찬받을 일인가? 왜 칭찬하지?’ 어리둥절했죠.”

 

초등학생치고 꽤 긴 글을 썼다면 일기 쓰기도 좋아했을 것 같은데.

“사실 글쓰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저도 여느 초등학생과 마찬가지로 일기 쓰는 건 끔찍이도 싫어했어요.

의무적으로 쓰는 게 싫었고, 검사 받는 게 싫었어요. 물론 일기를 통해 매일 글쓰기를 한다는 건 좋은 습관이죠. 하지만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던 건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재미있어 하니까 또 쓰고 싶고, 더 재미있게 쓰고 싶어했죠.”

 

부모님이 글쓰기를 강요한 적은 없나요.

“부모님의 강요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글쓰기에 도움을 주신 거라곤 제가 읽고 싶다는 책을 많이 사주신 것뿐이죠. 만화책도 사주시고, 자연과학 책도 사주셨어요. 부모님과 함께 자주 서점에 갔는데, 그때마다 ‘이거 읽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뭐든 사주셨어요. 지금도 책을 편식하지 않아요. 여러 작가의 작품을 다양하게 읽는 편이에요.”

 

부모님도 글을 쓰시나요. 

“부모님 직업이 작가거나 글을 꾸준히 쓰시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책을 좋아하게 된 건 부모님 덕분이죠. 요즘 엄마 아빠들은 학교 공부에 도움되는 책을 골라서 애들한테 읽으라고 시키지만, 저희 부모님은 그렇지 않으셨어요. 대신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셨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가 책을 읽고 계시니까 저도 따라했던 것 같아요.”

 

책 읽기를 강요하는 것보다 책 읽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인가요.

“네, 맞아요. 독서를 싫어하는 친구 중에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 버릇하면 커서도 꾸준히 읽게 되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 세계명작집이었는데, 그 책은 지금 저희 집에 없어요. 저도 사촌 언니가 읽던 걸 받았고, 저는 친척 동생한테 물려줬거든요. 이런 집안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생각들이 마음껏 뛰어 놀게 하세요”

 

 

처음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작가 전아리는 “어린 시절에 대한 인터뷰라면 사양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보다 화려한 수상경력이 먼저 부각되거나 ‘문학 천재’라는 타이틀을 달고 생산되는 기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로 글을 쓰게 된 계기와 첫 작품에 대한 얘기를 풀어놨다.

종종 입을 꾹 다문 채 먼 산 바라보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뜻이었다.

그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글이 더 자신 있다”면서 쑥스러운 듯 혀를 내밀었다.

 

독서를 많이 한다고 해서 다 글을 잘 쓰는 건 아니잖아요. 글을 잘 쓰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건 기본이죠. 하지만 글을 쓰기에 앞서 스스로 생각을 억압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 고양이, 벤치, 나무 등 어떤 걸 봤을 때 떠오르는 상상을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지 마세요. 아이들한테도 마찬가지예요. ‘이건 이렇게 생각해야지, 그런 생각은 나쁘니까 하지마’라고 단정 짓지 마세요. 그저 자기 안의 정원에서 생각들이 마음껏 뛰어 놀게 두세요.”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어떻게 글에 녹여내는지가 궁금합니다.

생각은 연기처럼 사라지기 때문에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도 생각이 떠오르면 짧게 메모해놔요.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려면 글로 남겨두는 것밖에 방법이 없잖아요.”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나요.

“저는 기분 내키는 대로 해요. 책을 읽고 싶은 날은 하루에 2~3권도 읽고 며칠씩 안 읽기도 해요.

쓰는 건 꾸준히 하는 편이에요. 글을 안 쓰면 허전하거든요. 하루를 정리하면서 스스로한테 말을 거는 거죠. 친한 친구한테 얘기를 풀어놓듯이 오늘의 감정을 소곤소곤 종이에 옮겨놔요. 글을 매일 쓰다 보면 겁이 없어지거든요.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지지 않죠. 스스로 채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쓰면 돼요.”

 

쉬는 시간에는 주로 뭘 하며 보내나요.

“술 마시는 거 좋아해요. 맥주도 마시고,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도 좋고. (웃음) 친한 친구들하고 술 한두 잔 마시면서 얘기 나누는 게 좋거든요. 취하면 다들 시인이 되는 것 같아요. 속 깊은 얘기도 할 수 있고. 혼자 있을 때는 영화나 드라마도 봐요. 전 뭘 해도 스토리(story)가 있는 게 좋아요.”

 

보통 중·고등학교 때 상을 받기 위해 글을 쓰다가도 대학에 가면 작품활동이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글쓰기를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한 취미생활 이상이죠. 고등학교 때도 작품에 대한 애착은 있었지만, 공부하느라 글 쓸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대학에 오니까 학업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고 경험은 더 풍부해져서 글을 더 많이 쓰게 됐어요. 보통 작품에 들어가면 하루에 원고지 20매 정도를 써요.”

 

작품을 다 쓰는 데 보통 얼마나 걸리죠.

“글을 쓰기에 앞서 소재부터 찾아야죠. 아까 말한 것처럼 제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소재가 돼요.

주제를 잡고 쓰기 시작하면, 단편은 한 일주일이면 다 써요. 빨리 쓰는 편인가요? 글 쓰는 건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거잖아요. 한번 쓰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해요. 쓰다가 말다가 하면 글이 꼭 김빠진 사이다 같은 느낌이에요.”


문학상 휩쓴 기분? 받고 나면 곧 잊어버려

 

작가 전아리는 문학사상사 청소년문학상, 정지용 청소년문학상, 대산 청소년문학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며 중·고생 사이에서 ‘문학 천재’로 불렸다. 작가를 꿈꾸는 중고생이라면 한번쯤 그의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다.

하지만 정작 그는 “지금까지 어떤 상을 받았는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만큼 많이 받았다는 뜻이냐”고 묻자 “받고 나면 잊어버린다”고 했다. 그는 대학 역시 문학특기생으로 진학했다.

 

혹자는 ‘전아리가 심사위원이 좋아하는 글을 알기 때문에 상을 많이 받는다’고 평하는데.

“솔직히 상을 받으면 좋아요. 욕심도 있고, 상금도 받잖아요. (웃음) 단순히 상을 받았다, 안 받았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래 작품활동을 해오신 여러 선배 작가(심사위원)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좋아요. ‘아, 내가 쓴 글이 여러 사람에게 공감을 이끌어냈구나’하는 안도감도 들고.”

 

 

 

 

칭찬을 받으면 기분 좋고, 지적 받으면 속상해할 나이 아닌가요. 

“칭찬은 금방 흘려버리고, 지적은 곱씹어보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글을 왜 이렇게 썼을까 자책한다는 뜻이 아니라, 작품을 쓰다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에 대해서 지적해주는 분이 있으면 역시 내가 더 보충했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 거죠.”

 

평가에 별로 휘둘리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보통 출판할 때 힘든 과정을 ‘산고’에 비유하죠. 그만큼 저도 모든 작품에 애착이 있어요. 애착이 있기 때문에 지적을 새겨들어요. 대신 상처 받지 않고 툭툭 털어버리죠. 사실 다른 사람이 제가 쓴 책을 읽고 있을 때 저는 이미 다른 작품에 빠져 있기 때문에 어떤 평가를 하는지 목 빼고 기다리는 스타일이 아니에요.(웃음)”

 

글에 엄격한 잣대를 대야 더 발전하는 것 아닐까요. 

“글을 쓰고 나서 ‘빨간 펜’을 들면 안 된다고 봐요. 특히 아이들이 쓴 글을 부모가 판단하는 건 위험하죠.

누구나 꿈이 작가는 아니잖아요. 글쓰기를 생활화하는 게 중요해요. 매일 글을 쓰는 건 나이테를 긋는 것과 같죠. 성장의 기록을 남기는 일. 글을 쓰고 나서 다른 사람의 평가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마음이 차분해져야죠.”

 


물처럼 변신이 쉬운 작가 되고 싶어

 

작가 전아리는 어린 시절부터 글을 썼지만, 한번도 부모로부터 ‘잘못 썼으니까 다시 쓰라’는 지적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무조건 ‘잘 썼다’ ‘재밌다’고 칭찬해주신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의 부모는 가장 먼저 글을 읽고 칭찬해주는 열혈팬이다. 담담한 말투로 “주변의 평가에 휘둘리기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부모님이 어려서부터 글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지금도 (남들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작품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를 출판했는데 새롭게 계획한 작품이 있나요.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는 회사에서 잘리고, 아내와 이혼한 30대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토끼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예요. 이번에는 연애소설을 써볼까 해요. 4명이 하는 연애. (웃음) 친구들이랑 ‘연애를 꼭 해야 하나? 우리끼리 노는 것도 이렇게 재밌는데’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떠올린 소재예요.

둘이서 하는 사랑이 아니라 넷이서 하는 사랑, 재밌겠죠? 하하하.”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아직 대학생이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하고 싶어요. 세상에 대한 공부도 그렇고, 학문적인 공부도 해야죠.

궁극적으로는 이야기를 창작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아주 나중에 ‘전아리’라는 이름이 ‘변신이 자유롭고 다양성을 가진 작가’로 기억되길 바라요.”

 

작가 전아리는 “‘물’처럼 변신이 쉬운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찻잎을 우리면 녹차가 되고 홍차 티백을 담그면 홍차가 되는, 맑고 깨끗한 물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의 팔목에는 ‘from now to eternity’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지금부터 영원히’. 당장의 평가에 급급하기보다 항상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는 그의 포부와 어울리는 글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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