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더 아름다운 눈꽃!
글 / 김동석
그림 /
010-7334-4876
인물 / 백일홍 예술인 마을 주민, 작가, 나무 심는 할머니, 나무를 그리는 화가, 동화작가, 민서, 엄마
사건 / 배롱나무(백일홍) 가지에 하얀 눈꽃이 피어난 아름다움
배경 / 백일홍 예술인 마을, 영광군 주변 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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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
“영광으로 가는 고속버스 표는 오늘 매진입니다.”
열차가 달리지 않는 영광을 가기 위해서는 자동차나 버스를 이용해야만 했어요.
“내일 표는 있어요?”
“이번 연말까지는 모든 표가 매진되었어요.”
고속버스 표를 판매하는 창구마다 영광에 가려는 고객들이 줄 서서 묻는 질문이었어요.
3p
여름이면 피고지고 하던 백일홍 꽃을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던 백일홍 예술인 마을이었다.
그런데 여름보다 겨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배롱나무(백일홍)를 보기 위해서 백일홍 예술인 마을을 찾았어요.
4p
“엄마! 스키장 가자니까!”
서울에서 영광에 가려던 엄마와 딸은 그만 고속버스 표가 없다는 말에 큰 실망을 했어요.
“오늘 임시 고속버스 운행 일정은 없나요?”
엄마는 아쉬운 듯 매표소 앞을 서성거리다 직원에게 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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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시는 데요?”
매표소 직원이 물었어요.
“영광이요!”
“영광! 연말이면 유난히 영광 가는 손님이 많네요.”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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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기다려보세요.”
터미널 직원은 고속버스 회사에 전화를 걸었어요.
“오늘 영광 가는 고속버스 임시 운행 하나요?”
터미널 직원은 여러 군데 전화를 하는 것 같았어요.
터미널 직원이 전화하는 동안 엄마와 딸은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어요.
7p
“손님!”
“네!”
엄마와 딸은 터미널 직원이 부르자 달려갔어요.
“오늘 임시 운행을 한다고 합니다. 매표소로 가보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엄마와 딸은 매표소로 달려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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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가는 임시 버스 표 예약 하려고 합니다.”
엄마가 매표소 창구 직원에게 말했어요.
“영광! 두 시간 후에 출발하는 데 괜찮겠어요?”
“네! 네!”
엄마는 두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영광에 갈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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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야! 가자 맛있는 것 먹으려.”
엄마는 표를 구한 뒤 딸을 데리고 식당으로 갔어요.
“엄마! 영광은 왜 가려고 하는 거야?”
딸은 엄마가 이번 겨울에 유난히 영광에 가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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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가면 깜짝 놀랄 거야!”
엄마는 몇 년 전에 본 기억을 생각하며 말했어요.
민서는 영광에 처음 가는 여행이었어요.
서울에서 백화점이나 영화관에 가는 게 더 좋은 데 엄마와 함께 영광 게 가는 게 맘에 들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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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엄마는 그림을 그리는 딸에게 영광에 가서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어요.
“그게 영광에만 있어요?”
“그래.”
엄마는 딸이 조금씩 궁금해 하는 게 맘에 들었어요.
12p
영광 가는 고속버스는 손님을 가득 태우고 출발했어요.
“물이랑 호두과자 여기 있다. 먹고 싶을 때 먹어.”
엄마는 좌석 주머니에 물과 호두과자를 넣고 딸에게 말했어요.
“알았어요.”
민서는 터미널을 빠져나가는 고속버스 창문을 통해 밖을 봤어요.
13p
“<버스 타고 가는 겨울왕국!>”
엄마는 노트를 꺼내더니 이렇게 적었어요.
“은서야! 이 동화 읽어봤어?”
엄마가 동화책 제목을 말하며 딸에게 물었어요.
“아니!”
엄마는 <버스 타고 가는 겨울왕국!> 동화책을 읽으며 꼭 그곳에 가겠다는 생각을 한 지 몇 년이 지났어요.
14p
“우리 지금 그 동화 속 겨울왕국에 가는 거야!”
엄마는 입이 간질간질해서 그만 말하고 말았어요.
“엄마! 동화 속 겨울왕국이 실제로 있단 말이야?”
은서는 엄마가 한 말이 믿어지지 않았어요.
15p
“있지! 있고말고!”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딸에게 말했어요.
“설마! 동화는 상상의 세계인데 있을까!”
엄마의 설렘에 믿음이 가지 않은 딸은 고속버스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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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휴게소에서 십오(15) 분 쉬어갑니다. 화장실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고속버스 운전기사님이 휴게소에 도착하며 안내 방송을 했어요.
휴게소에 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엄마와 딸은 화장실에 갔어요.
17p
“은서야! 뭐 사줄까?”
“호떡! 옥수수! 떡볶이!”
“다 먹을 거야?”
“응.”
엄마는 딸이 먹고 싶다는 음식을 모두 샀어요. 그리고 고속버스에 올라탔어요.
18p
“와! 맛있겠다.”
은서는 엄마가 사온 호떡을 하나 들고 먹기 시작했어요.
“앗! 뜨거워.”
한 입 베어 먹은 호떡 안은 너무 뜨거웠어요.
“조심해!”
달콤한 향기와 모락모락 김이 나는 호떡을 보고 딸에게 말했어요.
19p
“엄마! 그런데 영광에 있는 겨울왕국은 어떻게 생겼어?”
딸은 옥수수를 먹으면서 엄마에게 물었어요.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왕국보다 상상 이상일 거야!”
“정말?”
“그래.”
딸은 엄마 말을 들으면서도 좀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20p
은서는 호떡, 옥수수, 떡볶이를 다 먹더니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
엄마도 고속버스 창문을 통해 들판을 보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
고속버스는 몇 시간을 달리더니 영광에 도착했어요.
21p
“여러분! 곧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영광 시내로 들어서는 고속버스에서 도착 안내방송이 나왔어요.
“엄마! 영광이다. 눈이 많이 왔어!”
은서는 처음 오는 영광이 너무 초라한 도시 같아서 가슴이 뛰거나 설렘은 없었어요.
22p
“그래. 드디어 영광에 왔구나!”
엄마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어요.
동화 책 속의 겨울왕국이 눈앞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았어요.
23p
“<백일홍 예술인 마을> 부탁합니다.”
영광 터미널 앞에는 많은 택시들이 있었어요.
엄마와 딸은 택시를 타고 겨울왕국이 있다는 곳으로 출발했어요.
24p
“어디서 오시는가요?”
택시 기사가 물었어요.
“서울에서 왔어요.”
엄마가 말하자
“오늘 고속버스 표가 매진됐다고 했는데 어떻게 오셨네요.”
“임시 운행하는 고속버스가 있었어요.”
엄마는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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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택시는 십여 분을 달려 <백일홍 예술인 마을>에 데려다 주었어요.
“와! 엄마 여기는 눈이 더 많이 온 것 같아!”
택시에서 내린 딸은 하얀 눈을 밟으며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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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야! 동화 속 겨울왕국이!”
엄마가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리면서 딸에게 말했어요.
“엄마! 너무 멋있어요.”
딸은 눈에 보이는 마을이 정말 맘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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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데리고 가면 좋아할 거라 생각했어.”
엄마는 딸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서야 마음이 놓였어요.
“엄마가 말한 동화 책 속의 겨울왕국이 이곳이야?”
“그래. 이곳이야.”
<백일홍 예술인 마을>은 정말 동화 속에 나오는 겨울왕국 같았어요.
28p
엄마와 딸은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왔어요.
“엄마! 하얀 눈꽃이 피었어요.”
딸이 나뭇가지 위에 핀 눈꽃을 보고 말했어요.
“그래. 바로 이게 이곳 겨울왕국의 자랑이란다!”
엄마가 동화책에서 발견한 겨울왕국의 진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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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게 무슨 나무야?”
“백일홍이라는 거야. 배롱나무라고 해.”
“와! 나뭇가지에 핀 하얀 눈꽃이 너무 아름다워요.”
은서는 엄마가 왜 그토록 가고 싶어 한 곳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어요.
30p
“이곳에 동화작가가 살고 있는 데 매일 기도하는 게 뭔지 아니?”
엄마는 동화 속에서 발견한 또 다른 이야기를 딸에게 해주었어요.
“어떤 기도를 하는 거야?”
딸은 엄마가 하는 말이 궁금했어요.
“겨울이 되면 매일매일 이곳 겨울왕국에 눈이 내리게 해달라고 기도 한단다!”
엄마는 백일홍이 만발한 지난여름에 와서 동화작가를 만나고 들은 이야기를 딸에게 해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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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와야 배롱나무가 눈꽃을 피우겠구나!”
은서는 동화작가를 만나보고 싶었어요.
겨울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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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정말 멋진 겨울왕국이야!”
은서는 영화나 사진으로 보던 그 어떤 겨울왕국보다도 이곳 백일홍 예술인 마을의 겨울왕국이 아름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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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굴비도 먹는 거야?”
영광하면 굴비가 유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딸이 엄마에게 물었어요.
“당연하지! 게스트하우스 저녁 만찬은 굴비 백반이라고 했어.”
“와! 굴비도 먹다니.”
엄마와 딸은 저녁을 먹기 전까지 백일홍 겨울왕국 이곳저곳을 둘러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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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은 엄마와 딸은 동화박물관 공연장으로 갔어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동화작가가 무대에 올라와 인사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동화작가의 동화구연을 듣기 위해서 공연장을 찾았어요.
은서와 엄마도 동화작가의 동화구연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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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동화 제목은 <버스타고 가는 겨울왕국!>입니다.”
동화작가의 말과 함께 무대 위 조명이 꺼졌어요.
모두 숨을 죽이고 조용히 기다렸어요.
무대에 동화작가의 그림자가 보이더니 동화구연이 시작되었어요.
36p
백일홍이 만개한 마을에 한 소년이 살았어요.
그 소년은 여름에는 백일홍 꽃이 백일 동안이나 피고지고 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겨울이 되면 하얀 살을 드러내고 추위와 싸우는 백일홍 나무가 불쌍했어요.
“안 되겠다! 겨울에도 꽃을 피우게 해야겠어.”
소년은 어떻게 하면 겨울에도 백일홍 나무에 꽃이 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요.
“맞아! 눈이 내리면 좋겠다!”
소년은 흰 눈이 내린 날 백일홍 나무에 눈꽃이 핀 걸 보고 생각했어요.
“눈이 매일매일 내리면 되겠다!”
그렇게 생각한 소년은 겨울이 시작되면 매일매일 기도했어요.
“눈이 내리게 해주세요! 제발! 흰 눈이 많이 내리게 해주세요.”
소년의 기도를 천상에서 듣고 이곳 <백일홍 예술인 마을>에는 겨울동안 흰 눈이 많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와! 눈이다.”
소년은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백일홍 나무 사이를 걸으면서 천상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일도 모레도 눈이 내리게 해주세요.”
소년의 기도는 겨울동안 계속되었어요.
37p
“엄마! 너무 행복해요.”
은서는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이나 달려온 겨울왕국에서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엄마와 딸은 매일 밤마다 새로운 동화구연을 공연하는 동화박물관 공연장을 찾았어요.
38p
“엄마! 집에 가기 싫어.”
은서는 정말 백일홍 겨울왕국이 좋았어요.
“내년 여름에도 또 겨울에도 오자.”
엄마는 은서를 달래며 다시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를 탈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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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새로움을 보여주는 게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를 가든 또 어느 곳에 있든 새로움을 보려고 하는 어린이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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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