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군 청운리 대보름 맞이 청운풍물놀이
낙동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구릉이 있는 평지에 자리한 경북 청송군 청운리. 조선 때 안기도(조선시대 교통 통신을 담당한 행정구역인 역도 중 하나)에 딸린 청운역이 있었으므로 청운리라고 불렸다. 이곳에는 예로부터 청운풍물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매년 정월 대보름 때면 청운풍물놀이가 펼쳐진다.
▲ 경북 청송군에 있는 청운리(상), 청운리 건너편에 있는 만취정(중우)에서 바라본 청운리(하).
정월 대보름 하루 전인 지난 5일 서울에서 차로 5시간 달려 청운리에 도착했다. 고택인 청운동 성천댁에서 하룻밤 묵는 뜻깊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민속자료 172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한데 지은 지 300년이 넘었다. 성천댁에 들어가니 대구가톨릭대 신창석 교수가 반갑게 맞이했다. 그는 이곳의 가치를 알아보고 낡은 고택을 사들여 복원한 장본인이다. 고택의 향기와 포근함에 취해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고택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300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여기저기 잘 복원돼 있었다. 대체로 기온이 낮고 눈이 많은 산간지방에 있는 집들은 하나의 닫힌 공간으로 꾸몄다.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동선을 짧게 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그 대표적인 'ㅁ'자 모양의 집 구조를 옛 방식 그대로를 볼 수 있다. 고택을 체험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샤워장과 싱크대, 바비큐장도 따로 마련돼 있다. 겨울에는 물이 얼어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따뜻한 잠자리만큼은 보장된다. 뜨겁게 달군 구들 덕에 땀을 쫙 빼고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다.
▲ 청운리에 있는 300년 된 고택, '청운동 성천댁'
성천댁을 뒤로하고 인근의 주산지로 향했다. 주산지는 사계절 풍치가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과 호수에 나타나는 반영, 물안개와 어우러진 모습을 찍기 위해 전국에서 온 사진가들로 북적인다.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주산지를 향해 15분 정도 올라갔다. 겨울의 주산지는 이색적이다.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간이라 사람도 없이 적막하다. 물은 얼었지만 도도한 왕버들 나무는 눈빛에 빛나고 있었다.
▲ 주산지의 왕버들 나무가 눈빛에 빛나고 있다.
다시 청운리로 향했다. 대보름맞이 청운 풍물놀이가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용전천 주변에 2만여 명의 인파가 모여 대줄 당기기가 열렸다고 한다. 마을 중앙의 진골목을 기준으로 양편으로 나뉜 힘겨루기는 장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많은 전통이 사라졌다. 길메구와 지신밟기가 간간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복원된 수수깡 타작놀이는 축제의 백미다.
풍물패의 신명 나는 연주로 '수수깡 타작놀이'가 시작됐다. 수수로 만든 모조수수깡 농작물을 두엄에 꽂고 중앙에 허수아비를 세운다. 그 뒤 주민은 농작물 주인과 훼방꾼들로 패를 나눈다. 훼방꾼들이 담벼락에서 망을 보다가 지키는 주인이 없을 때 나뭇가지를 들고 와 농작물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주인이 나와 물 한 바가지를 퍼서 뿌린다. 훼방꾼들이 놀라며 허겁지겁 도망가기 시작한다. 이 모습에 마을주민은 모두 박장대소한다.
훼방꾼이 사라지자 농작물 주인이 두엄에 꽂은 농작물 주위를 사람들이 풍물패와 돌며 추수한다. 낫으로 베고 뽑아 한곳으로 모은 농작물을 도리깨를 이용해 타작한다. 타작을 마친 짚에 불을 질러 태운 뒤 재를 걷어내고 자루에 쌀을 담아냈다. 주인이 "한 섬이요! 두 섬이요! 세 섬이요!"크게 외치자 구경하던 주민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수수깡 타작놀이의 절정. 주민이 모두 나와 풍물패의 연주와 함께 춤을 춘다. 풍물패의 연주가 끝나자 모두 함께 "부자 되세!"라고 외치며 풍년을 기했다. 이 축제를 복원한 신교수는 "추수하는 가을이 오기 전에 미리 풍년을 기하며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라며 "봄에 먼저 이렇게 타작을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수수깡 타작놀이를 마치고 마을사람들이 "부자 되세!"를 외치고 있다.
이어지는 행사로 '길메구'와 '지신밟기'가 열렸다. 길메구는 마을의 골목 골목을 돌며 지신밟기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주민의 흥을 돋우는 놀이다. 이어 풍물패가 집안으로 들어가 지신밟기를 했다. 집주인과 가족들은 거실 가운에 차려놓은 제사상에 돈을 꼽으며 절을 했다. '갱지 갱지 갱 갱 개개 갱' 신 나는 꽹과리에 맞춘 장구, 북, 징의 소리에 이은 "어화루 지신어 지신지신 눌리세~" 지신밟기 노랫가락. 풍물패는 풍물과 지신밟기 사설을 번갈아 진행했다.
지신밟기를 끝낸 집주인은 막걸리와 안주 등을 내오며 "올해 풍년이 와서 부자 되것네!"하며 기뻐했다. 지신밟기를 끝으로 마을주민 모두가 함께하는 청운 풍물놀이는 가을에 올 풍년을 기하며 마무리됐다.
▲ 올 한해 풍년이 오길 바라며 청운풍물패가 '길메구'와 '지신밟기'를 하고 있다.
※ 관련정보
- 청운리 위치 : 청송군청에서 포항방면으로 31번 국도를 따라 약 5Km 떨어진 곳
※ 주왕산성천댁
- 홈페이지 : http://www.hanoktour.com
- 한옥체험 이용료
* 공휴일 / 휴일 : 사랑채(방 2개), 안채(방 2개) 5인 이하 10만원(평일은 휴일의 50%)
- 체험프로그램
* 가족미술 치료 : 미술작업을 통한 가족 유대관계분석, 화합의 시간, 피드백
* 철학상담치료 : 세미나 및 집단상담을 통해 행복한 삶을 찾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