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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제37회
방송일 1999년 6월 2일 수요일 밤 9시55분
$#1. 카페 안
현수, 흐르는 눈물 담담하게 닦아내고 차를 마시고, 신형, 그런 현수를 눈가 그렁해, 걱정스레 보고 있다.
현수 : (찻잔 놓고, 신형 차마 못보고, 눈가 그렁해 담담하려하며 말하는) 난... 재호가 옆에 있으면 모든 게, 내 뜻대로 될 줄 알았어. 큰걸 바란 건 아니야. (사이) 같이 웃구, 걷구, 흔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원하는...그래 그 정도쯤.
신형 : (현수 보는) ...
현수 : (신형 안보고) 시간이 흐르면 나는 정말 그렇게 될 줄 알았어. (사이) 걔가 언닐 사랑하구, 언니가 걜 사랑하구, 그런 건 솔직히 상관이 없었다. 내 마음을 추스리기에도 난 너무 힘들었으니까.
신형 : (현수 안스런) 그건 나도 그랬어.
현수 : (신형 보며) 걜 내 옆에 두려는 게 내 욕심 때문만은 아니었어.
신형 : (보면) 걔... 너무 힘들게 살았잖아. 도와주고 싶었어.
신형 : (그런 현수 보는)
현수 : (신형 안보고, 서글픈) 근데, 난 아무 것도 도와줄 수가 없었어. 걔가 나한테 원하는 게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신형 : ...
현수 : (신형 보며, 울음 참으며) 지금까지는 몰라도 재호, 언니한테 보내는 거, 이것까지도 나 편하려는 욕심 때문이라곤 생각 말아줬음 좋겠다. 걜 그냥 그대로 내버려둘 수가 없었어.
신형 : (눈가 붉어져, 맘 다잡고, 현수 보며) 알어..
현수 : (눈물 닦는)
신형 : (보며) 일어나자.
현수 : (울지 않으려 맘 다잡고) 그래 가야지, 내 차 타고 가자. 내가 바래다 줄게. (하고, 나간다)
신형 : (맘아픈)
$#2. 카페 밖
현수, 마음이 진정이 안 되는지 손을 조금 덜덜 떨며 차키를 차문에 끼우려 하지만 잘 안 된다. 그때, 신형 나와 키를 든 현수를 본다.
신형 : (담담하게, 어른스레) 현수야, 키 줘. 내가 운전할게.
현수 : (작게 고개 끄덕이고, 키 주면)
신형 : (키 받고)
현수 : (옆자리로 가서 타고)
신형 : (그런 현수를 안스럽게 보다, 문 열고 탄다)
$#3. 달리는 차 안
신형, 담담하게 운전해가고 있고, 현수 조수석에 앉아 서글프게 가고 있다.
$#4. 재호의 방
재호, 침대에 누워 힘들게 자고 있다.
$#5. 진숙의 집, 마루
신자, 진숙 마루에서 실밥을 뜯고 있다.
신자 : (떠보는) 니 진순이 어데 있는지 알지?
진숙 : (짐짓 어이없는 표정으로 신자 보며) 모른다니까요, 내가 알면 왜 여적 연락을 안했겠어.
신자 : 너거들 자매가 얼매로 사이가 좋았는데, 살았으면 연락 올긴데...
진숙 : (여전히 떠보는) 새로 시집갔쟤? 그래서, 연락 없는기쟤?
진숙 : ...
신자 : (그런 진숙 보며) 그자?
진숙 : (버럭, 큰소리) 아니래잖아!
신자 : (놀라며) 아니면 아닌기쟤, 와 소릴 지르고 지랄이고?
진숙 : 소리 안지르면 언니가 그만 두기나 하구, 언닌, 남의 집일이 뭐가 그렇게 궁금해.
신자 : (서운한) 남의 집? 니가 내랑 남이가?
진숙 : (속상해, 맘에 없는 말) 그럼 뭐 우리가 남이지, 피붙이야.
신자 : (서운한) 아이고, 좋다 그래. 아이고, 이거 봐라, 이거. 내 니를 그렇게 안 봤는데... 니가 나를 남으로 취급해. 인숙이는 몰라도 니는 그렇게 말하믄 안되쟤. 어려서부터 한 동네에 이날 이때껏 같이 살면서 궂은 거, 마른 거 다 서로 보고 살았으면서...
진숙 : (안보고, 실밥 뜯으며) 그래도 남은 남이야. 그러니까, 더는 우리 집일에 상관하지 마.
신자 : 아이고 좋다, 우리 그래 살자. (하며, 자기 일감 들고, 자기 방으로 가며) 아이고 참, 어 웃기다, 웃겨. 어 아이고, 내 아주 세상 헛살았어, 참내 뭐하자꼬 남한테 정주고... 싫은 소리 듣고. 신신자. 정신 차려, 정신. (하며, 나가는)
그때 인숙 대문 열고 들어온다.
진숙 : (신자 간 쪽 보며, 미안한 맘 드는)
$#6. 진숙의 방
진숙, 방으로 들어와 앉는다. 인숙, 들어오며
인숙 : 왜 신자 할머니랑 싸웠어?
진숙 : (말 안하고)
인숙 : (진숙 보며 대수롭지 않게) 으이구 신자 할머니 또 성질 부렸구나. 하여간 저 할머니도 성질, 별나. 뭐 우쨌니 저쨌니, 이랬다꼬, 저랬다꼬 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다다다다 해대면서, 여기저기 불란이나 만들면서 잠시도 가만 못있고...
진숙 : (말꼬리 자르며, 인숙 보며) 너나 가만 있어.
인숙 : (눈치 보며) 내가 뭘.
진숙 : 직업소개소 갔다 온다드니, 어떻게 일자린 찾았어.
인숙 : (손뼉 치며) 어머 참참참. 언니 언니, 그게 글쎄.
진숙 : 얘가 왜 이래, 손뼉을 쳐가면서.
인숙 : 혜자 언니네 망한거 같드라.
진숙 : ?
인숙 : 직업소개소 여자가 혜자 언니 대학 동창인거 알지?
진숙 : 근데?
인숙 : 그 여자가 그러는데, 신형이 아버지가 영업부서로 밀려나고, 그래서 혜자언니가 남편일 도울라고 정수기 판대. 혜자 언니 그 자존심에 정수기 팔 정도면 사정이 급한거야, 그치?
진숙 : (속상한 얼굴)
$#7. 거실
전화벨 울리자 혜자 부엌에서 나와 전화 받는다.
혜자 : 네, 합정동입니다.
진숙E : (어렵게) 나야, 진숙이.
혜자 : (속상하고 난감한)
$#8. 진숙의 방
진숙, 전화기 들고 있다.
진숙 : (어렵게) 다른 뜻은 없어, 내가 너 돕고 싶어서 그래. (조심스레 말하는) 내가 술장사 하면서 여기저기 사장님들 많이 알거든. 그 사람들한테 말하면은 꽤 팔 수 있을거야. 내 도움이 정 그러면은, 그래, 니가 나 수당 주면 되잖아. 나 가게 때려쳤거든. 그래, 니가 나 돕는다고 그렇게 생각해라.
혜자E : (큰소리) 너 지금 누구 놀려?
$#9. 거실
혜자 : (화나 말하는) 나 굶어죽어도 니 신세는 안 지고 싶은 사람이야. 우리집 아직 괜찮아. 그래, 신형아버지 영업부로 밀려난 건 사실이지만, 아직 직장은 있구 월급은 나와. 물론 직장 때려치워도 우리 세식구 먹고는 살지만, 그렇게 안 하는 거는... 닥친 일이니까, 그냥 피해가지 말자 그런 마음이지, 돈 없어서 그러는게 아니야, 누가 감히 누굴 돕는다는거야. 얘, 너나 잘살어. 어디서 어림도 없는 소릴 하고 있어. (하고, 전화기 끊고, 속상한) 지가 감히 누굴 돕는다는 거야. 어따 전활 걸어서.
$#10. 재호의 아파트 앞
신형이 운전한 현수의 차 멈춰선다.
$#11. 차 안
현수, 신형 안전벨트 푼다. 현수, 신형 보며 담담하게 말하는
현수 : (키를 주며) 여기야. 재호, 자는 거 보고 나왔는데 아직 잘지 모르니까, 깨우지 말고 들어가.
신형 : (어렵게 키 받는다) 어...
현수 : (애써 대수롭지 않게) 내리자. (하고, 내리고)
$#12. 차 밖
현수, 차에서 내리고 신형 내리면
현수 : (신형에게) 올라가.
신형 : 먼저 가, 가는 거 보고 갈게.
현수 : 언니, 먼저 올라가.
신형 : 또 보자. (하고 현관 출입구 쪽으로 걸어가고)
현수 : (그런 신형 안 보려, 외면하고 차에 탄다)
신형 걸어가다가 뒤돌아 가는 현수 보다가 다시 뒤돌아 가는.
$#13. 차 안+차 밖
현수, 서글픈 표정으로 시동 걸고 차 출발해 가는.
$#14. 재호의 방 (불꺼진)
불켜는 소리 나고, 신형, 어렵게 들어서서 침대쪽을 본다. 재호, 힘든 얼굴로 자는 모습이 보인다. 신형, 조심스럽게 그 옆으로 가 자는 재호 얼굴을 보는데, 왈칵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다. 신형, 손으로 입을 가리고 애써 담담하려하며 재호 보다, 창가로 시선 트는,
$#15. 재호의 아파트 전경, 밤
재호E : (큰소리) 나가요!
$#16. 재호의 방 안
재호, 서서 화난 얼굴로 신형을 보며 말하고 있다. 신형, 의자에 앉아 담담한 얼굴이다.
재호 : (눈가 붉어져, 소리치는) 내말 못 들었어요, 나가라고 했잖아!
신형 : (가만있다 일어나 가방 들고, 재호 보며) 알았어.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에 다시 올게. 아침 밥 먹고 같이 병원에 가자. (하고, 돌아서려하면)
재호 : (그런 신형 거칠게 돌려세우며, 힘주어 자조적으로 말하는) 내 말 똑똑히 들어요, 다신 찾아오지마.
신형 : (눈가 그렁해 맘 아프게 재호 보는, 왜 이렇게 말하나 싶다) ...
재호 : 분명히 말하지만, 당신 이러는 거 하나 소용없는 짓이예요. 난 병원에 안가.
신형 : (울고 싶은 맘 참으며, 눈가 그렁해 애써 담담하게) 병원엘 왜 안 가는데?
재호 : (보며) 살고 싶지 않아.
신형 : (맘 아프게 재호 보며) ...
재호 : (맘 아픈, 큰소리) 사는 거 지겨운 놈이예요. 제발 나좀 내버려둬!
신형 : (맘 아프지만, 단호한) 그렇게 못해, 살리고 싶어.
재호 : (맘 아픈, 비아냥) 당신이 날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 어떻게 살려? 자만하지마. 당신은 나한테 아무것도 못해줘. (격앙된) 당신이 뭐가 가진 게 있어서 날 살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현수야. 요즘 세상은 돈이 사람을 살려. 피가 없으면 피를 돈으로 사서 몸에 넣고, 식물인간이 돼도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필요한 건 돈이지, 당신이 아니야. (신형 안보고) 당신은 날 살릴 수 없어. 가.
신형 : ... (재호 보다, 외면하고 잠시 생각하다, 다시 재호 보며, 눈가 그렁해, 힘도 없는) 그래, 난 널 살릴 수 없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니가 날 살려. 널 한시도 못보면 죽을 것 같으니까, 내 옆에 있으면서 니가 날 살려. 그럼 됐지?
재호 : (신형 보는, 신형이 다시 자기에게 올 것 같아 불안하다, 울고 싶은 맘 참으며, 이 앙물고, 타이르듯 말하는) 내가 병원에 안가는 게 걱정이 되요?
신형 : (애써 담담하게 재호 바라보는)
재호 : 알았어요. 그럼 병원에 갈게. 그럼 되죠? 그럼 되는 거죠? 그럴 테니까, 나 혼자, 아니 현수랑, 현수랑 병원에 갈테니까, 제발이야, 당신은 오지마.
신형 : (눈물 흐르지만 담담하게 재호 보며) 더 자. (하고, 돌아서서 나간다)
재호 : (신형 나가는 것 보다, 잠시 생각한다, 그러다 옷옷을 챙겨들고 급하게 문쪽으로 나간다)
$#17. 재호의 아파트 앞
신형, 맘 다잡는 얼굴로 걸어가고 있는데, 뒤쪽에서 재호 굳은 얼굴로 신형 쪽으로 걸어온다. 신형, 뭔가 이상해 뒤돌아보면, 재호, 신형을 아랑곳 않고 그 옆을 스쳐 간다.
신형 : (걱정스런 얼굴로 서서) 재호야, 너 어디가니? 재호야!
재호 : (신형 안보고, 굳은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신형 : (그런 재호 보며, 그 자리에 암담하게 서 있는)
$#18. 현수의 빌라 앞
재호, 화난 얼굴에 굳은 얼굴로 걸어와 그 안으로 들어간다. 초인종 소리 들리고,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
재호E : 문 열어! 조현수, 문 열어!
$#19. 현수의 집 안
현수, 쇼파에서 전화 받고 있었던 듯, 수화기 들고 있다. 문쪽을 본다. 재호가 '문 열어, 안에 있는 거 알어, 빨리 문 열어!' 하는 소리 들린다.
현수 : (담담하다) 실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하고, 문쪽으로 가 문 연다)
재호 : (안으로 들어와 현수 본다, 화나 숨을 몰아쉬는)
현수 : (담담하게, 전화기 있는 쪽으로 가 앉아서 수화기 들고) 죄송해요, 다시 전화드릴게요. 네. (하고 전화 끊는다)
재호 : (가라앉은 목소리로 원만스런) 신형이, 그 사람한테 니가 연락했지? 왜 그랬어?
현수 : ... (잠시 가만있다, 재호 안보고 맘에 없는 거짓말) 니가 싫어졌다구 내가 분명히 말했던 거 같은데.
재호 : (현수 외면하며, 한숨쉬고, 잠시 있다가 다시 현수 보며, 소파로 와 앉는, 단호한)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 니 말 들을게, 내일 병원에 가자.
현수 : (맘 아프게, 외면하며, 단호한) 늦었어.
재호 : (눈가 붉어져,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 봐.
현수 : (맘 다잡고, 재호 보는, 아픈 마음 숨기려 앴는) ...
재호 : 내일부터 병원에 갈거야. 치료 받을게. 약두 잘 먹고, 내가 부탁했었지, 버리지 말라고 말했었지? 니가 버리면 난 갈데가 없어. 이러지마.
현수 : (눈물 그렁한, 그래도 담담하게 재호 보려 애쓰며, 짐짓 모질게 말하는) 난 너 안 믿어. 치료 받다가, 약 먹다가... 넌 또 다시 하기 싫어질 걸? 넌 내 앞에서 언제나 그렇듯 단 한번 마음을 내주는 척하다가, 이내 니 멋대로 행동하는게 몸에 밴 애야. 다신 너한테 애원하고, 매달리고 그러기 싫어.
재호 : (단호한) 아니, 안그럴게. 이제부턴 니 말 들을게.
현수 : (맘 아프다, 외면하고 모질게) 난 한다면 하는 애야. 겪어봐서 알텐데. 너랑 헤어질거야.
재호 : ...
현수 : (전화기 들어, 버튼 누르는) 저예요, 아까 말하다 끊어서 죄송해요. (사이) 네에... 집은 언제까지 비워달래요?
재호 : (현수 보면) ?
현수 : 빠르긴요, 이주면 넉넉하고도 남죠.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사이) 도장이요? (사이) 어...그래 주실래요? 그래요, 그럼 지금 오시겠어요? 네 네 기다릴게요. 네.(하고, 전화기 내려놓는다)
재호 : (무섭게 가라앉은) 집을 비운다는게 무슨 말이야?
현수 : (재호 보며, 담담하게) 아버지한테 갈려 그래. 여기가 싫어, 너두 싫고. (하고, 일어나는데)
재호 : (벌떡 일어나 현수 돌려세워 안으며) 난 너랑 안 헤어져. 아니, 못 헤어져.
현수 : (맘 아프지만, 재호 짐짓 모질게 떼어내고 재호 보며, 맘에 없이 모질게 말하는) 치료비가 걱정이야? 그건 대줄게.
재호 : (현수 보며, 눈가 그렁해, 힘주어 말하는) 나 한 번만 봐줘라.
현수 : (울음 참으려 재호 안보는) ...
재호 : (고개 젖고) 난 너 선택한 거 후회하지 않아. 내 옆에 있어줘.
현수 : (눈물 흐르지만 울지 않으려 애쓰는) ...
재호 : (눈물 흘리는 현수를 안고, 힘주어 말하는) 제발... 제발.. 내 옆에 있어줘, 부탁이야, 부탁이야...
현수 : (맘 아프게 눈 감고, 눈물 참으며 있는)
$#20. 현수의 빌라 앞
재호, 기진한 얼굴로 현수의 집에서 나와 걸어가는. 그때, 그 옆을 실장차 스쳐지나가는.
$#21. 차 안
실장, 백밀러로 가는 재호 보고, 이상한.
$#22. 현수의 방 안
실장, 앉아있고, 현수 방에서 집문서 가져 나와 실장 앞에 두고 자리에 앉는다.
현수 : (실장 안보고) 집문서하고 도장이예요. (실장 보고) 그리고, 제 여권이 만기더라구요. 재신청해주세요. 여권에 필요한 서륜 여기다 같이 넣었어요.
실장 : 강재호팀장, 많이 안좋은십니까?
현수 : (서글프게 웃으며) 부탁한 김에 한가지 더 부탁 드릴게 요. 대천에 있는 아버지 별장 아시죠?
실장 : 네.
현수 : 오늘밤에 재호씨, 거기에다 좀 데려다 주실래요?
실장 : 시키시면 하겠습니다.
현수 : (미안한) 번번히 힘든 부탁만 드리게 되네요.
실장 : 괜찮습니다.
현수 : 서두르세요. (하고, 방으로 들어가고)
실장 : (그런 현수 걱정스레 보는)
$#23. 재호의 방 안
재호, 가방에 짐을 챙기고 있다, 그 위로 현수의 이펙트 들리는. 현수E 거기 가서 쉬고 있어. 난 내일 회사 나가봐야 하니까, 같이 못 가. 일보고 바로 내려갈게. 재호, 가방 들고 집안을 한 번 휘둘러보고, 나가려다가 테이블 한쪽에 놓인 신형의 손수건을 본다. 재호 맘이 짠하다, 그 손수건을 들고 잠시 보다가, 주머니에 넣고 나간다.
$#24. 신형의 방
신형, 의자에 앉아 담담한 얼굴로 전화받고 있다.
현수E : (가라앉은) 지난해 아버지 오셨을 때 아저씨 아줌마랑 다 같이 갔던 별장인데, 기억안나?
신형 : (가라앉은) 기억나.
현수E : 갈거지?
신형 : ... (사이) 그래.
현수E : 재호한텐 언니 간단 말 안했어. 내가 가는 줄 알고 있을거야. 언니 데려다 주고 싶은데, 일이 있어서. 혼자 갈 수 있지?
신형 : ... 어, 그래, 다음에 또 전화하자. 잘자. (하고, 전화 끊고, 작게 한숨쉬고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는)
$#25. 베란다
신형, 베란다에 기대 멍하니 있다. 눈물 그렁하지만 약하지 않은, 맘 다잡은 듯하다.
$#26. 달리는 차
$#27. 차 안
실장, 운전하고 재호 옆좌석에 타 무표정한.
$#28. 진숙의 집 전경
$#29. 신자의 방
진숙, 신자 앉아있다.
진숙 : (신자 미안한 듯 보며) 미안해, 언니. 내가 잘못했어. 그렇게 말하는건 아니었는데.
신자 : (삐진 사람처럼 앉아, 실밥이나 뜯으면서 진숙 안보고) 뭐 니가 틀린말 했나 바른말 했지. 니랑 내랑 성이 같은 것도 아이고, 낯빤데기가 닮은 것도 아이고, 우린 하늘이 아는 남이다. 암만 남이지.
진숙 : (속상하고, 미안하게 신자 보며) 잘못했어, 그만해. 언니랑 나랑 어떻게 남이냐? (농담처럼) 영일씨하고 나하고 잘만 됐으면은 시누 올케 지간 될 뻔 한 사인데, 어떻게 남이야?
신자 : (진숙 보며, 싫지 않은) 와 새삼 내 동상 얘긴 하노?
진숙 : (작게 웃으며) 화 풀어요, 미안해.
신자 : (일하며) 니가 내한테 비밀을 말해주기전엔 어림없다.
진숙 : ?
신자 : (진숙 보며) 니 진순이 소식 알쟤?
진숙 : (가만있다가, 신자 안보고 외면한 채) 예, 알아요.
신자 : (놀라, 넌즈시 묻는) 어데사노?
진숙 : (마지못해) 정말 언니만 아는거다?
신자 : 암만, 암만.
진숙 : (심란한) 한 십오년전에 쟤가 했어요.
신자 : (심란한) 그랬나...
진숙 : 집 나가고 나서 한 삼년쯤 있다가 연락이 왔더라구, 애들보고 싶다구, 근데 그때 이미 남자가 있었어. 딸만 둘 있는 홀애비였는데, 사는 것도 어지간하고 괜찮다드라구, 그래서 내가 재혼해라, 그리고 재호, 재영인 잊어라, 내가 죽이 되는 밥이 되든 키울테니까 다신 찾지 마라 그랬어.
신자 : (걱정스런) 그남잔, 여기 아들 있는거 모리나?
진숙 : 알지만 어쩌겠어, 남의 씨 데려다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쟎아. 그리고 나도 재호, 재영이 새아버지에 배다른 형제들 눈치 보며 크는 거 싫고.
신자 : 요즘도 연락오나?
진숙 : 어쩌다가... 몇 년에 한 번씩, 그때마다 내가 야단을 쳤지. (신자 보며) 막말로 이제 와서 보면 뭐하겠어, 애들은 애들대로, 진순인 진순이대로 혼란스럽기만 하지 안 그래요?
신자 : 것도 틀린말은 아인데, 그라도 에미고 자식인데... 은제까지 안보고 살갰노.
진숙 : 여적도 안보고 살았잖아.
신자 : 살기야 살았지만, 잘 살지는 몬했지? 재호, 재영이 말은 안해도 어린 놈들 속이 원망으로 가득찼을 끼고, 진순인 아들 생각에 뜨신밥 먹고도 눈물, 찬밥 먹어도 눈물일긴데, 보여줘라, 서로.
진숙 : (속상한) 모르겠어요. 그냥 이제와서 서로 보면 뭐하나 싶네. 그리고, 진순이 남편이 받아들일지도 모르겠고, (눈가 붉어지는) 배다른 자식이지만, 그래도 자식은 자식인데, 걔들 눈치보고 살 내 동생, 생각하면... 선뜻 마음이 안나. (하고, 속상한)
신자 : (진숙 보며, 측은하게 보는)
$#30. 학과장실
신형과 학과장 앉아있다. 그 앞에 사직서 놓여있다.
신형 : (차마 미안해 못보고) 죄송합니다, 말은 학기는 끝내고 싶었는데...
학과장 : (속상하게 신형 보며) 지난번, 교수회의에서 이선생문제 다룬 게 속이 상해서 그러십니까?
신형 : 그건 아니예요, 그때 그 일은 제가 잘못한 거구, 또 너그럽게 용서해 주셨잖아요,... 개인적인 일이예요. 오늘 강의로, 이번주 강의는 끝났으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31. 학교건물 로비
길진, 속상한 얼굴로 급하게 건물로 걸어간다.
$#32. 신형의 교수실
신형, 길진 찻잔을 앞에 두고 있다. 신형,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있고, 길진, 맘 아프고 속상한 얼굴로 앉아 있다.
길진 : 재호 때문이지? ... 기어이 일을 내는구나...부모님껜 뭐라고 말씀드릴거야?
신형 : (길진 안보고) 고민중이야.
길진 : 허락안하실거다.
신형 : 그러시겠지.
길진 : (조금 격앙된) 이번엔 전하고 달라?! 이 세상 부모 누구도 허락 안할거야. 그게 정상이야! 사표까지 내고, 뭘 어쩌겠다는 거야!?
신형 : (안보고) 나두 몰라. 그냥 사푤 내야될 거 같았어. 이런 기분으로 학생들 가르칠 수 없으니까.
길진 : 너 왜 이렇게 바보같애?
신형 : (보고) ?
길진 : (맘아퍼, 하는 말) 재호 하나 때문에 니 인생을 이렇게 망가지게 할 필요까지 있어? 잊어라, 그냥, 잊어! 그게 걜 위하는 거고 널 위하는 거야, 재호도 원치않을거다, 너한테 더이상 상처주기 ... 재호도 원치 않을거야... 맘 돌려라. 이번일은 니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니가 그렇게 강한 줄 알아?
신형 : (길진 안보고, 담담하게) 나두 알어, 나 강하지 않어. 강했다면, 재호... 잊었을거야.
길진 : (안타까운) 재호가 아무리 불쌍하더래도 이러는 건 아니야.
신형 : 내가 착해서,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보여?
길진 : 그게 아니면 뭐야?
신형 : (길진 보며) 아니, 내 욕심 때문이고, 이기심 때문이야.
길진 : ?
신형 : 난 걔가 보고 싶어. 곁에 있고 싶어. 그뿐이야. (하고 길진 외면하는)
길진 : (신형 속상한 얼굴로 보다가 한숨 쉬는)
$#33. 정윤의 병원 로비
정윤, 신형과 같이 에스컬레이터 타며 걸어 나오고 있다.
정윤 : 약은 아침저녁 식후에 두알씩 복용하는 거야. 약봉지에 써놨어. 우선은 이주일치만 넣었다. 진통제도 좀 넜는데... 그건 많이 주지 마라.. 중독성이 강해.
신형 : 어.
정윤 : 이번엔 방사선치료와 약물치료 어쩔 수 없이 놓쳤지만, 다음엔 반드시 받게 해야돼.
신형 : 그래야지. (하고, 멈춰서서, 정윤 보며) 들어가봐 언니, 바쁠텐데.
정윤 : (신형보며, 작게 웃으며) 그래. 우리, 하는데까진 해보자.
신형 : (힘없이 웃으며) 그럴게. 또봐 언니. (하고, 가고)
정윤 : (그런 신형보다, 뒤돌아 걸어가고)
$#34. 정류장
신형, 걸어나오다 담담한, 그러나 생각많은 얼굴로 택시 기다리며 서있다.
$#35. 별장
카메라, 전경 잡고 한쪽으로 가면 재호 별장앞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다. 잠시후, 실장 안에서 나와 재호 앞에 선다.
재호 : (보면) ?
실장 :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재호 : (일어서서) 수고 많으셨어요.
실장 :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냉장고에 드실 것 좀 마련해 뒀습니다.
재호 : 고맙습니다.
실장 : (어렵게) 몸 건강히 계십시오. 저녁때 현수씨 올겁니다. (하고, 인사하고 가고)
재호 : (가는 실장보다, 외면하고, 의자에 앉는) ...
$#36. 현수의 방
현수, 외출복차림으로 일어서서 가방을 챙기며 전화하고 있다.
현수 : (어렵게 말하는) 자세한 얘긴 거기에 가서 말씀드릴게요. (사이) 별일 아니예요. 말씀 드렸잖아요. 여기가 체질이 아니라고, (사이) 예, 예, 전화 드릴께요 아버지. 네. (하고, 전화 끊고, 잠시 생각하다 다시 전화하는)
$#37. 석구의 방
석구, 자다 일어나 모습으로 전화 받는다.
현수E : 주무셨어요?
석구 : (어려운) 새벽까지 일하고, 낮에 잠들었거든요. 근데 어쩐 일이세요?
현수E : 저 지금 그리로 갈려그러거든요. 이모님한테 집에 계시라고 말씀 좀 전해주실래요?
석구 : 여기 오신다구요?
$#38. 수돗가
재영, 빨래를 하고 있다. 그때, 석구 방에서 문열며,
석구 : 재영아, 이모 어딧냐?
재호 : 시장가셨어, 왜?
석구 : 현수씨가 우리집에 온댄다.
재영 : 현수 언니가?
$#39. 신형의 집, 안방
병국, 힘들게 옷을 벗고 있고, 혜자, 그런 병국의 옷을 받으며 걱정스런.
혜자 : 왜 몸이 많이 안좋아요? 어디가 얼마나 불편한 건데, 일 그만두고 들어올 정도로 그렇게 힘들어요?
병국 : 종일 다녀봐도, 성과도 없고... 그래 들어온거야. (하고, 앉는다)
혜자 : (옷 넣고 앉으며, 걱정) 왜 정수기가 잘 안 팔려요?
병국 : 하루에 한 개 파는 것도 영 그렇네, 여보, 나 이 일 그만둘까?
혜자 : (걱정) 왜 그래요?
병국 : 아니, 이 일 안하고도 우리가 그럭저럭 먹고 살만 하쟎아.
혜자 : 없어요. 뭐가 있어, 우리가. 그치만 나 당신더러 일하라 그러는 거는 돈 때문만은 아니예요.
병국 : ?
혜자 : 사람이 일 안하고 그냥 집에만 있으면 늙는단 말이예요. 그래서 그러는 거예요. 내친구 남편도 정년퇴직하구 집에서 노는데 하루가 다르게 늙는 댑디다. 사람은 자고로 일하면서 살아야지, 그래야 덜 늙어요. 그래서 그러는 거예요. 당신도 지금 당장은 힘들어서 쉬고 싶다고 그랬지만, 그냥 쉬어봐, 사흘이 못가서 몸에 좀쑤쉰다고 그럴걸. 안 그래요?
병구 : 그렇지. 아 이거, 장사만 좀 돼도 그냥 신나게 하겠는데, 그게 아니니깐... 아... 죽을 맛이야. (하고, 벌러덩 눕는다)
혜자 : (그런 병국 보다, 진숙의 말 생각하는 듯한)
$#40. 거실
혜자, 전화기 보며 걸까말까 하며, 손을 전화기에 가져갔다말다 하며 망설이는 중이다.
진숙E : 내가 사장님들 많이 안잖아. 그 사람들한테 말하면 꽤 팔아줄 거다.
혜자 : (용기내 전화기 든다)
$#41. 진숙의 방
진숙, 전화받고 있다.
혜자E : (당당하게) 커미션은 챙겨줄게.
진숙 : (어색하게 웃으며) 그래라. 그런데, 팜플렛 같은게 있어야 될 거 같은데, 그래야 물건이 어떻다는 걸 사는 사람도 알지 않겠니?
혜자E : 그건 택배로 보내줄게. 살사람 나타나면 나한테 전화해. 물건 보내줄테니까. 그리고 돈 받으면 은행으로 넣어줘. 우리 보지는 말자.
진숙 : 그래.
진숙, 전화기 내려놓고, 그때, 인숙 들어오며 '현수 온다며?'하고 앉는다.
진숙 : 그런다네.
인숙 : 근데 걘 별안간 왜 온대?
진숙 : 내가 아니?
인숙 : 혹시, 달건씨 개인택시 사줄라 그러나?
진숙 : (밉게 보면)
인숙 : 농담이야, 농담. 근데, 정말 현수는 왜 오는거야?
현수E : (밖에서) 저 왔어요.
진숙,인숙 (그 소리에 문쪽 보는) ?
$#42. 안방
병국, 정수기 팜플렛 등을 보고 있는.
$#43. 베란다
신형과 혜자 차마시며 얘기하고 있다.
신형 : (혜자 보며, 조금 놀란 듯 싶다) ?
혜자 : (신형 안보고, 어렵게) 몇 달 됐어. 엄만 얼마전에 알았고. (신형 보며) 평생, 자기 잘난 맛에 살던 양반인데,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게 그게 충격이셨나 보더라. 말루야 뭐 괜찮다 괜찮다 그러시지만, 자꾸 아프시다고 그러시는게 충격이 크셨나봐. 말은 괜찮다해도, 몸이 자꾸 찌뿌둥하다 그러시는게. 그 충격 때문인거 같애.
신형 : (맘 아퍼 눈가 그렁해, 혜자 외면하는)
혜자 : 근데 너무 걱정할 거 없어. 엄마 너 모르게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속상하시니까 니생각 안하고 불쑥불쑥 이상한 얘기하시는 게 너 속상할까봐, 그래서 오해하지 말라고, 그래서 얘기하는 거야. 알았지?
신형 : (미안해 고개 숙이는) ...
혜자 : 그리구 엄마 아빠 너한테 말은 안했지만, 고마워하고 있어. 너, 재호랑 현수랑 그렇게 되구 니 속이 속이 아닐텐데 그래두 내색없이 웃는 얼굴 보여주고, 학교 잘 나가주고, ... 신형아.
신형 : (혜자 보면)
혜자 : (신형 보며, 따뜻하게) 엄마 고마워. 사랑하구.
신형 : (그런 혜자 미안한 맘으로 보며, 눈가 그렁한, 애써 안울려 참는)
혜자 : 아우, 나 저 주전자 렌지 위에 올려 놨다, 내정신 좀 봐.. (하고, 나가고)
신형 : (생각많은 얼굴이다, 부모님 생각, 재호 생각에 마음이 복잡하다)
$#44. 별장, 주방
재호, 대충 차린 밥상에서 힘겹게 밥을 먹고 있다. 밥에 물말아 먹으려다 구토가 올라오는지, '욱'하고는 다시 애써 참고 밥을 먹으려다 수저 놓고 힘들 게 앉아있다.
$#45. 진숙의 집 수돗가
인숙, 달건, 석구, 재영, 희진 모두 나와있다.
달건 : 아니, 무슨 일이길래, 우릴 다 쫓아내는거냐?
인숙 : 그러게요.
희진 : 엄마, 나 졸려.
인숙 : 아이구 그래. 방에 자리 깔아져 있어. 들어가 자. 먼저 자.
달건 : 들어가 자.
희진 : (눈 비비며 방에 들어간다)
재영 : (석구에게) 무슨 일일까, 오빠?
석구 : (걱정) 글세... (하고, 문쪽 보는)
$#46. 진숙의 방
진숙과 현수 앉아있다.
진숙 : (눈가 붉어져, 금방이라도 울 것 같다, 현수 보며, 기가 찬) 재호가 어떻다구요?
현수 : (고개 숙이고) ...
진숙 : (버럭 소리치는, 가라앉은) 금방 뭐라그랬냐구?!
현수 : ...
진숙 : (쓰러질 것 같은, 애써 참으며) 뭐랬니? 재호가 암에 걸려? 멀쩡한 애가 무슨 암에 걸려? 이게 무슨 말이야, 이게 무슨 말이니?
현수 : ...
진숙 : 걔 어디 갔어? 재호 어디 갔어? 너 온다구해서 전화했더니 집에도 회사에도 안받던데 어디갔어?
현수 : (맘 아프게 눈가 그렁하지만 애써 담담하게 진숙 보며) 모르겠어요.
진숙 : 몰라?
현수 : (가방에서 봉투 꺼내 앞에 놓는다)
진숙 : (봉투 보고, 현수 보면) ?
현수 : (진숙보며, 애써 냉정하게) 저 재호씨랑 헤어졌어요. 이건 위자료라고 생각하세요. 병구완하려면 돈이 많이 들거예요. 받아두세요.
진숙 : (눈물 흘리며, 속상해, 현수의 뺨치고)
현수 : (고개 숙인채 가만 있는) ...
진숙 : (울며, 가라앉은, 원망스런) 너 어떻게 이럴 수 있니, 신형이랑 산다는 애, 굳이 굳이 덱고 가서, 뭐 이제 병드니까 헤어져? 너 이러고도 사람이야? 넌 사람도 아니야, 니가 사람이면 이럴 수 없어! 니가 사람이면 이럴 수 없어! (현수 잡고 울며 소리치는) 너 사람이야, 니가? 너 사람 아니야!
$#47. 수돗가
재영과 그의 다른 식구들 한쪽에 서있다. 현수, 담담하게 신발을 신는다. 진숙, 방에서 나와 돈 봉투 던지며,
진숙 : (눈가 붉어져, 힘들게 악쓰는) 다신 내 앞에 얼굴도 보이지마. 이년. 한 번 더 나타나면 그땐 가만 안둘거야, 이놈의 기집애!
현수, 진숙에게 인사하는,
현수 : 안녕히 계세요. (하고, 나가고)
진숙 : (그런 현수보고, 주저앉아, 자기 가슴을 쓸어내리며, 넋 나간 듯 맘 아프게 우는)
재영과 그의 다른 식구들 놀라고 걱정스런 얼굴로 '왜 그래, 이모, 왜 그래?' '무슨 일이지 말 좀 해봐'하며 진숙 옆에 앉아있다. 진숙, 말도 않고 숨을 헐떡이며 울기만 하는.
$#48. 몽타쥬성
1. 거리.
현수, 서글픈 얼굴로 걸어가고 있다.
2. 별장, 근처 낚시터.
재호, 낚시댈 쳐놓고 멍하니 앉아있다.
3. 진숙의 방
진숙, 벽에 기대 헐떡이며 울고 있다.
4. 석구의 방.
재영, 석구의 품에 안겨 '오빠, 어떡해, 어떡해'하며 울고 있고.
5. 인숙의 방
인숙, 눈가 그렁해 멍한 얼굴로 앉아있고, 달건 심란하게 담배를 뻐끔거리며 피우고 있다.
6. 신형의 방.
담담한 얼굴로 가방을 챙겨선 한쪽에 놓고 책상에 앉는다. 그리고는 펜을 들고 편지지에 뭔가 적으려고 생각한다.
7. 거실
혜자, 병국 아무런 생각없이 무표정하거나 편한 얼굴로 쇼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다.
8. 신형의 방.
다시 적으려다가 차마 못쓰고 내려놓고, 손으로 머리 괴고.
9. 별장안.
재호, 낚시어항에 잡힌 서너마리의 붕어를 멍하니 내려다 보고 있다.
$#49. 신형의 집 전경, 새벽
신형, 가방을 들고 현관에서 나와 대문 열고 나와 집 한번 돌아보고 다시 걸어가는.
$#50. 플랫폼
신형, 계단을 내려와 기차 기다리는.
$#51. 기차 안
신형, 두리번거리며 좌석을 찾아앉는다.
$#52. 진숙의 집, 전경, 아침
$#53. 진숙의 방
신자, 죽을 쒀와 기진해 있는 진숙의 앞에 놓고 달래는 투로 말하는.
신자 : (진숙의 손에 수저 쥐어주며) 이러다 니까지 큰일난다. 한수저 떠라, 우예 됐든 니가 기운을 차리야 할끼아이가?
진숙 : ... (힘없이 수저 놓는다)
신자 : (그런 진숙보다, 작게 한숨쉬고) 아이구 그래, 아무리 이런 일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카지만은, 그기 말뿐이지 우데 정신을 차리겠노. 먹지마라. (하고, 죽그릇 치우고 작게 한숨쉬고, 혼잣말처럼) 아이고 이게 뭔일일꼬, 내가 밤마실 간 사이에 이 무신 천둥벼락이꼬.
진숙 : (신자 보며, 기운없이) 재영이, 인숙인 뭐해요?
신자 : 밤새 울고 불고 하다가 새벽녘에 자리에 들어, 이제 잠들었을 끼다. 깨우지 마라.
진숙 : (정신차리려 이 앙다문다, 그리고 신자 보며) 언니, 나 죽 줘.
신자 : (그말에) 오야, 오야, 잘 생각했다.(하며, 죽그릇 진숙 앞에 놓는다)
진숙 : (오기 부리듯 죽을 먹는다)
신자 : (눈가 그렁 해, 눈물 닦고 코 닦고 혼잣말처럼) 재호, 그 놈아가 지 몸이 그래 아프니까, 생전 안찾던 지 에미를 다 찾고. 아이고 불쌍한 놈.
진숙 : (오기부리듯, 죽 먹는다)
$#54. 수돗가
진숙, 외출복차림으로 방을 나와 신을 신는. 신자, 진숙의 방에서 따라 나오며,
신자 : (걱정스런) 어데 갈라꼬? 어?
진숙 : 애들 깨요, 나 갔다올데가 있어요. 너무 걱정말아요. 정신차리고 있으니까. (하고, 대문으로 가고)
신자 : (그런 진숙 심란하게 보는데)
미선 : (신자의 방문을 열고, 자다 깬 듯) 엄마 아침밥 안줘?
신자 : (그런 미선 보고, 쪽마루로 옮겨와 앉으며, 혼잣말처럼) 사고뭉치든지 뭐든지, 그저 건강한기 젤이다. (미선 보고, 묻는) 니 어데 아픈데 없제?
미선 : (아무 것도 모르는 느낌으로) 없지.
신자 : (미선 머리 만지며) 돈 잘 벌어오는 딸도, 말 잘 듣는 딸도 다 소용없다. 무조건 건강한기 제일이다. 우리 미선이 같이 튼튼한 기 효녀다. 효녀!
미선 : (뭔지 모르는, 왜 그러지하는 표정)
$#55. 현수의 빌라 현관
진숙E : (가라앉은, 단호한) 재호, 어딨어요?
$#56. 현수의 방 안
진숙, 현수 마주 앉아있다.
현수 :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모릅니다.
진숙 : 감잡히는데도 없어요?
현수 : ...
진숙 : 안 믿기네요. 현수씨, 나 이제 더 악 쓸 기운도 없는 사람이예요. 걔 아프다매요, 혼자두면 안되잖아요. 말해요, 어딨는지?
현수 : (진숙 안보고) ...
진숙 : 어젠 내가 너무 흥분해서 미처 생각을 못했어요. 현수씨가 아무리 욕심 많고 뭐한 여자라 해두 아픈 사람을 그냥 내쫓을 만큼 그런 여잔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재호, 걔가 혼자 있고 싶다 했겠죠. 누구도 필요 없다고 그랬을 거예요. 그래요, 그랬죠? 어디 쉬라고 보냈어요?
현수 : (진숙 안보고, 고개 숙이고 있다가 진숙 보며) 실은... 저희 아버지 별장에 있어요.
진숙 : 거기가 어디예요?
현수 : 말씀 드릴 수 없어요.
진숙 : 뭐요?
현수 : 재호씨 혼자 있고 싶데요. 당분간이지만 그렇게 해주고 싶어요. 아무한테도, 이모님은 물론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하고 했어요.
진숙 : 그럼 밥은 누가 해주고, 약은 누가 챙겨줘요? 걔 혼자 있고 싶은 맘, 나 이해못하는 건 아니예요. 그치만 아픈 사람을 그렇게 혼자 놔두는 거, 그러는 건 아니잖아요?
현수 : (미안한 마음이다, 외면하며) 돌봐줄 사람은 있어요. 죄송합니다. 더 이상은 말씀 못 드려요.
진숙 : (그런 현수 보고, 가방에서 돈 봉투 꺼내 놓는다) 나, 이거 못 받아요.
현수 : (맘 아프게, 진숙 안보고) 받아두세요. 지금은 자존심 같은 거 생각하실 때가 아니예요. 돈이 많이 들 거예요. 다른 거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마시고 재호씰 위해서 받아두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모님.
진숙 : (현수 보다가 더는 뭐라 말 못하는, 속상한)
$#57. 신형의 집, 현관
병국, 출근 준비하고 나가려하고 있고, 혜자, 그런 병국을 배웅하고 있다.
병국 : 그래, 영업직은 출근시간 안 지켜도 군말 없는 거, 그거 하난 좋아.
혜자 : (작게 웃으며) 그래요, 그렇게 자꾸 좋은 쪽으로 생각해요.
병국 : 아니 근데, 신형이는 밥 먹으러도 안내려오더니 여적 자?
혜자 : 내뷔둬요, 간만에 늦잠 자는 구만.
병국 : 다녀올게. (하고, 나가고)
혜자 : 다녀오세요. (하고, 거실으로 와 이층 올려다보며) 얘는 정말 왜 이렇게 기척이 없는거야. 얘, 신형아! (하며, 올라간다)
$#58. 신형의 방
혜자, 올라오며 '신형이 여태 자니?'하며 방 쪽으로 들어선다. 그러다, 텅빈 방 보며, 의아한 표정 지으며 무심히,
혜자 : 나 모르게 얘 산책 나갔나, 말이라도 하고 나가지. (하고, 나가려다가 탁자 위에 놓인 쪽지를 보고) 이게 뭐야? (하며, 쪽지를 펴본다)
신형E : 엄마, 아버지 죄송해요.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어요. 이렇게 하는 건 아닌데.
헤자, 무슨 소린가 싶어 계속 읽어내려가는.
$#59. 기차 안
담담하게 앉아가는 신형의 얼굴위로 이펙트 이어지는
신형E : 정말 이런 불효는 저지르는 게 아닌데... 저 같은 딸 차라리 없는 셈치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60. 낚시터
재호, 어항을 들고 걸어와 물가 옆에 앉아 어항 속의 붕어를 다 놓아준다. 그러고는 담배 한 대 피우는.
$#61. 별장 앞
재호, 어항을 들고 별장쪽으로 걸어간다.
재호E : 왜 안와?
$#62. 현수의 방 안
현수 : 어, 일이 안끝나서... 곧 갈꺼야.
재호 : (E) 빨리와.
현수 : (눈가 그렁해, 보고 싶단 말에 목이 메이는) 내가 갔으면 좋겠어?
재호 : (E, 담담한) 어.
현수 : (눈물 참고, 애써 웃으며, 천천히) 그래. 금방, 금방 갈게, 기다려.
재호 : (E) 빨리와.
현수 : 응.
현수, 수화기 내려놓는다.카메라, 돌아가면 주방쪽에서 실장 물잔을 두잔 가지고 와서 한잔을 현수앞에 놓고 앉는다. 현수, 눈물을 실장 안보게 닦고, 애써 담담하게 실장 보며 말하는.
현수 : 제 사직문제 작은아버지한테 말씀드렸는데, 들으셨어요?
실장 : 네.
현수 : 여권은 나왔나요?
실장 : (주머니에서 여권 꺼내준다)
현수 : (여권 펴보고)
실장 : 강재호씨한테 가실 겁니까?
현수 : (편하게) 아뇨. 실장님, 오늘 별다른 일 없으시면 저랑 술한잔 하실래요?
$#63. 별장 안
재호, 낚시바늘을 손질하고 있다.
$#64. 별장 앞+현관문 앞
신형, 걸어와 별장을 보곤 조심스레 걷는다.
$#65. 별장 안
재호, 낚시바늘을 손질하다가 문소리에 '현수니?'하고 문쪽을 보는데, 신형이 서있다. 재호, 조금 놀라 신형 보는. 신형, 그런 재호 보고 서있는. 그런 두사람 한 화면에 잡히면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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