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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지명은 서울시지만 번잡한 도심과는 거리가 멀다. 피부로 느껴지는 공기부터 다르다. 등산로 입구를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여러 음식점 사이에 ‘이봉’이 숨어 있다. 누군가의 별장을 개조한 것이다. 겉모습만으로는 식당 문턱이 높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들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창문 너머로 자연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저 눈으로만 보는 자연일 뿐인데, 가슴속까지 청아한 기운이 스며들고, 마치 멀리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다. 일단 분위기는 차치하고 이 집 음식을 먹어본 사람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전문 요리사는 이름을 밝히기를 싫어하는 여주인(66)이고, 머리가 백발이 된 동갑내기 남편이 옆에서 돕는다. 주메뉴는 한정식 코스 요리. 25년 경력을 가진 여주인의 손맛은 요즘의 인스턴트와 완전히 다르다.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가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요리를 못 하면 가치가 없다. 하지만 이봉의 음식은 다르다. 좋은 재료의 가치를 몇 배의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생판 보도듣도 못한 요리가 줄줄이 나온다. 깔끔하면서도 담백하다.
밥상에 차려 놓는 음식은 여주인이 오래전부터 습관처럼 먹던 음식들이다. 꽤 잘살던 집안에서 나름대로 누리고 살던 그녀에게 “42세 때의 우여곡절이 없었다면 그저 집안의 내림 음식으로만 끝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적잖은 메뉴 중 특히 추천하는 메뉴는 ‘장어탕수’. 여주인은 “일본 사람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한다. 장어탕수는 자연산 장어를 이용하고, 작업하는 데만 1주일이라는 ‘공임’이 들어간다.
그렇게 다듬어 사각지게 썰어 튀김옷 입혀 튀겨 내고, 당근·밤·대추·오이·양파·마늘 등 야채를 모양 있게 썰어 내 새콤달콤한 소스를 끼얹어 내놓는다. 국물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탁하지 않고 맑은 것이 특징이다. 질좋은 쇠고기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또한 별미다. 살이 꽉 찬 게를 15일 동안 간장을 세 번 부어 골고루 맛이 스미도록 정성을 들인다. 짠맛이 강하지 않고 살도 적당히 있는 게장 맛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것이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여주인의 손맛이 사라지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다. 한때 이곳은 정치, 경제 유명인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였다고 한다. 오영교 총장은 주로 모임을 갖기 위해 찾아와 코스 요리를 즐겼으며 그중에서도 고기와 간장게장, 생태매운탕을 즐겼다고 한다.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맥주 한 잔 정도만 마셨다고 한다.
이봉은…
●전화 02-573-0420-1 ●위치 양재역에서 성남 방면으로 가서 하나로 마트 지나면 오른쪽으로 청계산 입구 팻말 따라 우회전. 2㎞정도 가면 양쪽에 느티나무길 나오고 다시 우측에 경부고속도로 들어가는 굴다리 통과해 100m 지점 위치 ●메뉴 점심 : A(1만8000원), B(2만4000원)/저녁:A(6만원), B(4만3000원), C(3만2000원), 장어탕수(6만원), 문어찜(5만원) 게장백반(3만5000원), 낙지볶음(2만원)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까지/주차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