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공산-명월산 트레킹 -2 **
-.일자 : 2016년 5월 13일
-.루트 : 극심교-선지-용담-극심폭-임중폭포-자극궁-무공산장-현공다리-잔도-상단케이블카-무공산-조마좡객잔
-.대원 :강부성,권정순,권혁동,김영창,김혜숙,서정근,서홍식,오수환,이영순,이현승,정길수,정찬구,조월화,주영환,한상덕(오름차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어김없이 오는 법이라 얼떨결에 맞이한 아침은 이곳이 도심의 한복판임을 말해주고 로비의 규모와 화려함에는 입이 딱 벌어지는데 조식으로 나온 도시락 또한 이에 못지 않게 파격적인지라 모든 기대치를 한꺼번에 내려 놓게 한만큼 분위기를 급랭시켜 버린다.
버섯이라도 제대로 되어야지 이것 마저도 이미테이션이고 뻑뻑한 빵을 삼키는데도 물한병이 없어 목마름을 참고 휴게소에 들러서야 물병이 올라오니 산장에서는 또 어떠할까라는 우려됨이 부족했던 잠도 몰아낸다.
문화와 소통의 부재를 절실히 느끼며 일일이 재 조율하긴 했으나 무공산산문에 도착해도 개스를 구입하지 못해 여전히 불안감은 떨칠 수 없다.
포터가 없으니 짐은 오롯이 우리들의 몫이다.
개인 짐에다 공동 준비물로 준비해 온 짐을 분배해 짊어지니 어깨가 쑥 내려 앉는다.
그래도 우리들만의 즐거운 산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선 절대 포기할 수도 없다.
하단의 케이블카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운데 우린 계곡 길을 따라 오르며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땀을 쏟는다.
우리가 트레커가 아니라 포터다.
계곡은 뱀사골과 흡사하여 물이 졸졸 흐르고 바위에서의 낙차가 폭포수를 만들어 볼거리를 제공하며 계류에서 쏟아져 나온 오존과 음이온의 효과로 상쾌함을 전해준다.
목재계단이 우리의 국립공원이라면 돌 계단은 중국의 상징이다.
끝이 없는 계단이 질리게도 하지만 적당한 보폭에 완만한 경사가 대원들간의 간격을 유지 시켜주는데 한몫 한다.
스카이라인상에서는 암반에 흐르는 물이 투영되고 자그마한 폭포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풍경속에서도 서로간의 격려가 큰 힘이 되며 무거운 발길을 이끌어 케이블카 주차장에 올려 놓는다.
자극궁의 도교사원이 있고 식당가와 숙소가 있는 중간 경유지다.
제대로 된 무공산을 구경도 하기 전에 다들 고사하게 생겼지만 몽골이 대륙을 정복할 기틀이 되었던 역참제처럼 우리들의 기력을 보강할 식당과 주유소가 있어 기사회생할 시간을 만들어 준다.
역시 우리 민족은 흥의 문화다.
금방 분위기가 최고조가 되어 위하여를 외치며 원정의 사기를 붙돋는다.
술을 과잉 복용을 하였나?
아찔한 잔도도 거침이 없고 흔들다리는 아기의 요람이다.
담력을 시험하는 유리잔도가 뭐 이런 애들이 있냐는 듯 쨍한 햇살을 반사하며 상을 살짝 찌쁘린다.
상부케이블카 주차장으로 오르는 길에 호흡이 거칠어진다.
케이블카는 3개가 1개조로 움직이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행되는데 창가에 엉켜 붙은 벌레가 기겁을 하게 만들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했음이 곧 나타난다.
나무가 사라지고 민둥숭이에 푸른빛이 감돌며 초원이 펼쳐진다.
무공산의 운중초원이란 이런 풍경을 내내 기대하고 이제것 맘에 품고 왔는데 막상 다가선 초지는 거칠고 벌레가 달려들어 에궁 소리를 절로 토해내게 만든다.
이곳에 제비가 쓩쓩 날라 다니는 이유를 찾았다.
양탄자 같은 잔디밭에도 가까이서 보면 흙이 들어나 있고 돌들이 막혀 있듯 사물은 높은 곳에서 멀리 봐야 할 곳이 이곳이지 싶다.
무공산을 향해 오른다.
빤이 보여 동산 같은 곳이 제법 힘을 뺀다.
우와~~
무공산의 커다란 정상석은 벌레가 다닥다닥 붙여 글씨조차 알아볼 수 없다.
겨우 인증을 남기고 쫓기듯 내려왔지만 달려 붙은 벌레는 털어내도 또다시 달려 들고 또 옷 속을 파고들며 깨물기까지 하여 도무지 정신이 없다.
앞 전 몽골트레킹시에도 말들이 쉼 없이 움직여 처음에는 너무 활동적이어서 그랬나 싶었지만 끊임없이 달려든 파리를 쫓아내려는 자구책임을 알고는 너무 불쌍했는데 쫓기는 우리들의 모습이 이와 다름없다.
그 와중에서도 곰취며 잔대를 꺾어 내려오는 억척인 들이 있으니 그들이여 궁핍의 시대를 벗어나 진정 웰빙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대한민국의 주역들이다.
바람이 부니 벌레가 사라졌다.
따스해진 기온에 종족번식의 기회를 맞이했었는지는 몰라도 이런 거라면 단연코 거절하겠지만 드넓게 펼쳐진 초원을 대하자니 이곳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벌레구경을 하나 싶기도 하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은 모두를 고르게 어루만져 주어 벌레를 털어내고 산상고원만의 낭만을 안겨준다.
푸른 초원은 단색처럼 사람을 참 단순하게 만든다.
금새 모든 것을 잊고 호호 하하 웃음꽃을 날린다.
그 동안의 좁은 공간에서 얽히고 설키었던 인간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내었고 눈앞의 이익만을 쫒는게 아니라 서로간 챙겨주는 대원에게 감사하며 서로 서로를 인정해주는 시간이 된다.
산장이 가까워 졌으니 걱정도 없어졌고 초원에서의 엑기스인 낭만만을 추출한다.
산장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고 입실시간이 남아 있어 전망대 격인 앞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초지만 보다 암산에 오르니 풍광이 색다르고 건너 보이는 풍경들이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늬엇해진 햇살에 냉기를 품은 바람은 몸을 풀잎처럼 이리저리 들썩이게 만들어 놓아 절로 춤사위가 된다.
숙소가 신축중인 건물이다.
설마 저곳을 했었는데 중국이라서 가능한 것이라 치부하고 이것 또한 이국적인 체험이라 해도 화장실을 쓸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실망감이 몰려든다.
저녁식사는 채취해온 곰치나물이 있어 삼겹살을 겸한다.
국내에서 계획할 땐 반짝이는 별빛 아래의 드넓은 초원에 삥 둘러 앉아 소주한잔씩 기울이면서 노독을 달래고 회포를 풀려고 했는데 저잣거리의 일상적인 풍경과 다름없어져 버렸다.
어쨋든간 한잔 술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하여 서로간 격을 없애 숙소로 까지 이어진다.
잠깐 밖에 나와 쳐다본 하늘엔 별이 흐르는 것인지 구름이 달려가는지 도통 분간키 어려우니 이네 몸이 흔들린 것이 틀림없다.
첫댓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네요..
역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