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나이가 들수록 더 하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무엇이 있다. 끝이라기보다 정리라고 해야 할까. 한 해를 보내면 다시는 그 해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 신우회 송년 모임은 이런 걸 메우려고 준비한 특별 잔치이지 싶다.
우리 중동 기독신우회 창립을 언제로 할 것인가? 2015년 3월로 잡는다면 4년이 되어간다. 그러나 배태되기는 그것보다 1년 이전이다. 2014년 2월 중동고 107회 졸업식이 모멘텀을 제공했으니까. 이때 손양원 목사님에게 중동고 명예 졸업장이 수여되었다.
당시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었던 백강수 장로님(64회)의 노력이 따랐다. 이날 중동고 강당에서 명예 졸업장 수여를 기념하는 세미나까지 열었으니…. 내친 김에 달린 격이라고나 할까. 많은 크리스찬 동문들이 참석했다. 손양원을 중동 동문으로 모시는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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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울교회 이문식 목사가 예배의 설교를 했다. 이어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회는 총신대 안인섭 교수(76회)가 맡아 진행했다. 토론자로 이만열 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방지일 목사(손양원 목사와 같은 시기 평양신학교 동문 수학), 손동희 권사(손양원 목사 장녀). 이 세미나는 동문들을 끈끈하게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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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명단에 이름을 올린 동문들이 명예 졸업장을 들고 여수로, 함안으로 관광버스를 대절 내어 열심히 다녔다. 1세기가 넘은 시공(時空)을(정확하게는 110년) 하나님께서 가까이 모아 주셨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강원도와 경상도로 소풍을 다니며 친교를 다졌다. 함안 생가에 중동기독신우회 이름으로 기념비도 세웠다.
중동 기독신우회가 2018년을 보내면서 특별한 잔치를 배설했다. 정말 ‘특별한 잔치’이다. 처음엔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가졌었지만 중동의 뚝심이 그대로 밀고 나갔다. 이름 하여 '중동 기독신우회 송년 예배 및 작은 음악회'. 언뜻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며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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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는 형식에 못지않게 내용이 중요하다. 과연 양질의 내용으로 음악회를 뒷받침할 수 있을까? 또 다른 하나의 생각은 '작은 음악회'라는 어휘가 말해주듯 우리만의 축제 수준에 도달해 줘도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공상을 하며 순복음강남교회에 도착했다.
7층 식당, 시간이 오후 5시를 갓 넘은 때인데도 많은 선후배들이 정담을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차려진 음식들을 보니 가짓수가 아주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 회도 있었다. 다른 때와는 달리 신경을 많이 쓴 차림이다. 일찍 와서 손님 접대 준비를 한 사람들은 우리 신우회의 동력이다. 박정진 집사(84회)는 순복음강남교회 소속으로 우리 행사의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그것도 자원해서 기쁘게….
몇 사람은 점심 때 모여 최고령(?) 양제영 목사님(48회)에게서 종말론과 재림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관점의 차이는 다소 있었지만 열정적인 강의가 좋았다고 했다. 양 목사님은 팔순을 훌쩍 넘었지만 이순쯤의 삶을 즐기신다. “오십대라고 하면 너무하고 육십대라고 하면…” 건강하게 보이신다는 후배들의 말에 스스로 한 대답이다.
식사 도중 멀리서, 정말 아주 멀리서 온 인정상 집사(72회) 부부가 도착했다. 최일도 목사가 청량리 사창가에서 밥퍼 사역으로 귀한 사역을 감내한 것처럼, 인정상 집사는 시드니 중심가 역전에서 노숙인 섬김 사역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있다. SNS로 그의 사역을 실시간 접한 탓으로 오랜 지기를 만나는 것 같았다.
우린 예배로 시작해 모든 일을 기도로 마친다. 1부 순서로 예배를 드렸다. 예배부장 이성환 장로(65회)의 시작을 알리는 묵도에 이어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했다. 찬송가 9장을 다 함께 부르고 김용철 장로(72회)가 대표로 기도했다. 음악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엄숙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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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은 요일 4:7-11이었는데 아래 기수에 속하는 함한석 집사(87회)가 정성껏 봉독했다. 함 집사를 비롯해 80회~90회 대 회원들은 우리 신우회에서 보석과도 같은 존재이다. 앞으로 100회 대 회원들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다린다. 요일 본문을 중심으로 최광로 목사(72회)가 말씀을 전했다(제목-하나님의 사랑).
다 같이 304장 찬송을 부르고 이명재 목사(70회)가 축도를 했다. 황병직 총무(67회)가 몇몇 선배들을 소개한 뒤 2019년 3월 4일 정기 예배 때 신년 정기총회가 있음을 광고했다. 그리고 고참 선배들을 소개했다. 양제영(48회), 윤용식 한상찬(이상 52회), 김용섭 문억(이상 56회), 이명희(59회) 등 선배님들.
기다리고 기다리던 작은 음악회다. 음악회의 주제는 '사랑'이다. 사랑은 언제 어느 곳에 갖다 붙여도 좋은, 우리에겐 아주 친근한 단어다. 그렇다고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것이 그 안엔 아가페 사랑으로 점점이 수 놓여 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아가페(agape) 사랑, 우리가 닮고 싶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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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기독신우회 회장으로 모임의 버팀목인 백강수 회장(64회)은 인사말을 통해서 "시절이 악한 가운데 하나님께서 신실한 일꾼을 찾고 계시는데, 우리 중동 기독신우회가 그 부름에 응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우회 뿐 아니라 우리 기독교인들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함축하고 있는 말이다.
작은 음악회가 아니었다. 큰 음악회였다. 아니, 위대한 음악회였다. 출범한지 기껏해야 3년밖에 안 된 고등학교 동문 신우회에서 이런 훌륭한 음악회를 열 수 있다니! 그것도 모든 출연자가 우리 기독신우회 회원 가족으로... .
떨리는 손으로 소개한다. 기쁨의 전율이다. 말이 성립되는가? 부른 노래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이해하시라. 무대에 오른 순서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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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집사(71회) -내 맘에 강물, 성미리(63회 성용제 권사 장녀)-시편 23편ㆍ꽃구름 , 김민선 최현희 피아노 듀오(69회 김근호 집사 장녀), 박용민 목사(65회)-The Twenty Third Psalm, 김창봉 장로(60회)-모노 드라마 '빌라도의 고백' 그리고 10분 쉬는 시간.
김광호 집사는 신우회 송년음악회 안(案)을 낸 사람이다. 매사에 적극적인 것이 모임에 윤활유가 되고 있다. 성용제 선배님은 딸 바보다. 믿음 안에서 잘 키웠다. 첫째는 오늘 출연해 노래를 부른 성악가 성미리, 둘째는 MBC 아나운서이다. 김근호 선배의 딸 민선은 피아노 듀오 리더로 유명한데, 최현희와는 호흡이 너무 잘 맞아 건반 위의 네 손이 마치 사뿐사뿐 발레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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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민 목사님은 할렐루야교회 음악 담당 부목사를 역임했고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 출강을 했다. 지금은 House of Praise 대표, Pilgrim's Theological Seminary 교수로 일하고 있다. 김창봉 장로님은 중동 연극반 출신으로 탤런트로 활동해 왔다. 모노드라마 '빌라도의 고백'을 30년간 520회 공연했을 만큼 그 분야 일인자다.
우리의 휴식은 쉬는 시간이 아니다. 주고받는 대화들에 정이 차고 넘친다. 짬을 이용해 기념사진 찍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인정상 집사가 단연 인기 스타였다. 그의 소고와 신실함을 느끼고 또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입장해 달라는 방송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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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등장한 성악가는 이은희(이성환 장로의 딸). ‘아름다운 나라’와 ‘축복하노라’를 불렀다. 로마의 유명 음악원에서 공부했고, 유럽 유수의 콩쿨에서 우승한 바 있는 재원이다. 최성후 권사(72회)는 My way와 '12월 어느 멋진 날에'를 선사했다. 오랜 기간 후학을 지도한 경력을 갖고 있다.
성악가 김문수는 성완제 집사(74회)의 부인이다. 중동 동문의 부인을 우리는 중동여고생이라고 부른다. 베사메 무초와 '그 사랑'으로 우리를 즐겁게 한 김문수 교수는 지금 Sansero ceo 중창단 상임지휘자와 ART TEAM of KIM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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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백농합창단으로 음악회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시간 관계 상 앵콜을 받지 않았는데, 백농합창단만은 예외였다. 앵콜곡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충실하게 하소서’를 부른 뒤 이은 앵콜곡 '사랑으로'는 합창단과 관객이 혼연일체가 되어 노래를 소화케 했다. 63회 선배에서부터 84회 후배에 이르기까지 20년 이상 터울의 소리가 합하니 중후함의 아름다움이 실내에 진동했다.
100 여 명이 모여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기별로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 기수도 모였는데, 새로 나온 친구들과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신앙과 우애를 다졌다. 다른 모임에서 흔히 말하는 2차에 해당될 텐데 주(酒)가 아니어서 좋다고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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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가 자리를 뜬 가운데 호주에서 온 인정상 집사가 그의 사역을 간증했다. 그의 간증에서 주 안에서 사역의 신실성과 진정성을 읽을 수 있었다. 듣는 이들에게 도전을 주기에 족했다. 강의 차 지방에 갔다가 급히 상경한 김남순 집사(71회)로부터 목회자 소득 신고에 대해 짧고 짙은 강의를 들었다. 선물 꾸러미를 받고 헤어지는 얼굴들이 매우 밝았다. 해냈다는 성취감도 피어났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개선장군의 그것이었다. 꿈결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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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귀하고 귀한 글 잘 보았습니다. 함께 하신 모든 분들과 이목사님께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