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 최진영. 은행나무
책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런 베스트셀러 책은 오랜만이다. 많이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도서관에 수십권이 있는데 모두다 대출된 걸까?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간신히 구했다. 제목때문에 과학관련 책인가도 생각했다. 남녀의 절절한 사랑이구나 하면서 가볍게 시작했다. 그런데 턱 막혀버렸다.
담은 할아버지와 살다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절에서 내려온 처음 본 이모와 산다. 하지만 담이만 바라보는 이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다.
구는 겉으로는 부모님이 다 계셔 담이보다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부모님은 끝도 없는 빚에 시달린다. 열심히 살지만 빚이 빚을 낳고, 그 빚이 자라 호미로 막을 수도 가래로 막을 수도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빚은 구에게 상속된다. 구는 만져본 적도 없는 지긋지긋한 돈 때문에 어려서부터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끝이 없다.
담이와 도망가서 살아보려 했지만 그들의 그물망을 벗어날 수 없다. 살고 또 살고 싶었지만 죽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마지막을 담이 지킨다. 아무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며 담을 꼭 끌어안는다. 죽어서까지 구를 빼앗길 수 없다며 구의 살을 먹는다. 꾸역꾸역 먹는다.
이렇게 힘든 책은 없었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힘들었다. 책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한 글이 아니었다면 손에서 놓았을 것이다. 너무 아프고 너무 고통스럽다. 기독교의 원죄도 아닌데 자신의 삶을 살 수 없는 인생. 부모는 어쩌자고 자식을 구렁텅이로 넣어 버렸을까. 눈물이 흘러 넘치지 않고 고여서 도로 가슴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눈물이 가슴에 꽉 차버려서 숨쉬기가 힘들다.
사랑하는 사람을 먹으면 다른 이들이 훼손하거나 팔아버리는 것보다 나은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누군가에게 더이상 뺏기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구는 담이 아니다. 담이 구를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스스로도 인간이 아니라면서 구의 몸을 자신의 목구멍으로 우겨넣는 그 모습은 나는 상상조차 못하겠다. 담이 구를 먹는다고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인가? 구의 증명이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하면서, 삶의 의미와 죽음의 의미를 묻는 다는 책 소개 말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첫댓글 눈물이 흘러 넘치지 않고 고여서 도로 가슴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숨쉬기 힘든 언니가 고스란히 보이네요~~
밝은 것만 보고 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가슴아픈 사연들이 참 많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