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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조도(花鳥圖)
화조도는 꽃과 새가 어우러진 그림을 말한다. 화조도의 소재는 대나무·소나무·오동·석류·모란 등과 사슴·봉황·토끼·원앙·학 등으로 해·달·구름·물·돌·산과 함께 그린다.
화조도는 익숙한 동·식물들의 그림에 생동감 있게 그려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 여러 가지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화조도는 주로 사대부, 문인들의 순수감상용 회화로 발전해왔던 주제였지만 조선후기에 장식그림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장식그림에 알맞게 그려졌다. 민화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며, 채색이 풍부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작품이 많고, 익살과 해학(諧謔)이 넘쳐 나는 작품이 많다.
화조도에는 부귀와 장수, 시험 합격이나 벼슬이 승진하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또한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가 일평생 사랑으로 맺어지길 바라는 마음, 재산이 모이거나 높은 벼슬에 오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정겹고 후덕한 경사만 생기며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지속하기 바라는 마음이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처럼 화조도는 그 내용이나 발상 등에서 한국적인 심성과 염원이 가장 깊게 깔려 있는 그림이라 볼 수 있으며, 아무 방에나 격식 없이 장식될 수 있었던 길상화(吉祥畵)였으며, 병풍이나 족자로 꾸며서 신랑 신부의 신혼 방이나 마님이 거처하는 안방의 다락문 등에 장식용으로 사용되었다.
화조도에 그려지는 꽃들은 친숙하고 아담한 아름다움뿐 아니라 각각에 내재하는 상징성을 담아내고 있으며 새들 또한 단순히 새의 모습을 옮겨놓은 것만이 아니라 어떤 정신적인 염원을 고스란히 표현해주고 있다.
색채가 풍부하고 화려하게 묘사되는 화조도는 주로 신랑 신부의 신방이나 부인들의 생활공간에 많이 사용되었다. 장식성과 실용성이라는 뚜렷한 목적의식으로 제작되었기에 일정한 기본 형식을 가지고 주문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래쪽에 비스듬한 지표면, 그 위로 꽃나무와 괴석(怪石)이 적당히 놓여 있으며 괴석 위나 나무 가지에 앉아 있거나, 날고 있는 새들을 배치하는 등 규범화된 틀을 지니고 그려졌다. 아름다운 꽃나무 사이로 쌍쌍이 짝지은 새들의 정겨운 모습은 부부간의 좋은 금실과 집안의 평화를 염원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부부화목과 남녀의 사랑을 기원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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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록(福祿): 복을 가져다주는 사슴
녹각(鹿角): 사슴의 머리에 난 뿔 즉 사슴뿔을 의미한다.
축도(逐盜): 도둑을 물리친다
벽사(酸邪):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친다는 뜻으로 예전에 중국에서, 사악을 물리친다고 하여 인장(印章)이나 기(旗)에 장식으로 많이 그려 넣었다.
옥토(玉兎): 옥토끼로 달 그 속에 토끼가 있다는 뜻이다.
어해도(魚蟹圖)
어해도는 여러 가지 어류를 그린 그림이다. 그림의 내용에 따라 어락도(魚樂圖), 유어도(遊魚圖), 희어도(戱魚圖) 등으로 나누어진다
어해도에 등장하는 어류는 붕어, 잉어, 숭어, 방어, 병어, 피라미, 쏘가리, 송사리, 메기에서부터 상어, 고래, 도미, 가자미, 가오리, 홍어, 꼴뚜기와 게, 새우, 홍합, 전복, 조개, 대합 등이 있다. 이 물고기들은 해초와 꽃나무 또는 바위와 어우러져 평화스러운 낙원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여러 마리의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는 생동감 넘치고 구도에 얽매이지 않은 표현 방법으로, 화면의 분위기는 유유자적(悠悠自適)하고 평화스럽고 한가로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이런 그림은 차원 높은 철학적인 그림으로, 물고기의 자유분방한 유영(游泳)이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난 해탈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
반면 현실적인 염원이나 길상(吉祥)적 의미를 담고 있는 물고기 그림이 있는데, 이런 그림에서는 복된 삶을 누리기 위한 다복(多福)을 상징하는 의미를 가진다. 다산의 상징으로 연꽃이나, 수 십 마리의 물고기가 떼를 지어 노니는 어해도(魚蟹圖), 알을 품은 잉어 그림 등이 그려졌다. 또 물고기 그림에는 성적인 즐거움의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다.
※ 신어도(神魚圖)
신어도는 머리가 용머리처럼 생기고 몸은 잉어처럼 생긴 괴이한 물고기 그림이다.
배경으로 격랑풍파(激浪風波)를 그리는 것이 통례이고 때로는 신선이 타고 있는 모습으로도 그려진다. 신어도는 용의 신앙이 반영된 그림이다.
※ 약리도(躍鯉圖)
약리도는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를 그린 그림이다.
정확한 화제(畵題)는 ‘어리변성룡도(魚鯉變成龍圖)’로 아침 해가 떠오르는 물 속에서 거대한 잉어가 물결치면서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때로는 배경으로 용문폭포를 그리기도 하고, 잉어의 얼굴을 용머리로 그린 것도 있다.
관직에 오르는 것을 등용문(登龍門)에 든다고 하는데, 이는 중국 황하(黃河)에 있는 용문(龍門)이라는 물살이 센 협곡(峽谷)에서 잉어들이 힘들여 오르는 것에 비유한 표현이다. 용문을 거친 잉어만이 용이 된다고 하여, 이것을 과거에 급제하여 출세하는 것에 비유하였다.
약리도는 잉어와 같이 입신출세를 하기를 바라는 기원이 담겨있는 그림으로 주로 선비집 사랑방 장식용 그림으로 쓰이거나 선비 방에 장식되었다.
※ 백어도(百魚圖)
백어도는 여덟 폭이나 열 폭의 병풍에 꽃, 수초, 바위와 함께 갖가지 물고기 백 마리를 그린 큰 규모의 그림이다.
한 폭에 12마리 정도를 그려서 100마리 내외가 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 이하의 것은 대개 군어도(群魚圖)라고 부른다. 배경으로는 해초를 그리는 수도 있고 꽃이나 동물을 같이 그린 작품도 있다. 민물고기도 나오고 바다고기도 그렸는데, 고기의 머리를 도깨비 모양으로 표현하여 신어(神魚)의 느낌을 주는 병풍화도 있다.
물고기들의 여러 상징성이 모두 담겨 있는데, 풍부다산의 뜻, 사이좋은 쌍으로 남녀의 화합과 부부의 금실 등이 표현되어 있다. 민화의 백어도 병풍화는 그 규모에 있어서나 화격(畵格)에 있어서나 상징성에 있어서나 뛰어난 대작들이 많이 있다.
※ 유어도(遊魚圖)
유어도는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동양화에서 낚시질하는 일을 백락(百樂)의 하나로 여겨, 어락도(魚樂圖)를 흔히 그렸으며 민화에서도 물고기들의 평화로운 세계를 표현한 어락도를 병풍 그림으로 즐겨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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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락도(魚樂圖): 물고기들이 평화로이 노니는 그림
유어도(遊魚圖): 잉어가 하늘을 향하여 뛰어오르는 그림
희어도(戱魚圖): 물고기가 짝을 지어 희롱하는 그림
유유자적(悠悠自適): 속세를 떠나 아무 속박 없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삶
유영(游泳): 물속에서 헤엄치며 놂
다복(多福): 복이 많음. 또는 많은 복
다산(多産): 아이를 많이 낳음
어해도(魚蟹圖): 물고기나 게 따위의, 물에 사는 동물을 그린 그림
격랑풍파(激浪風波): 거센 파도와 세찬 바람을 의미한다.
화제(畵題): 그림의 이름 또는 제목
용문 폭포: 중국 황하강(黃河江) 중류에 있는 여울목. 잉어가 이곳을 뛰어오르면 용이 된 다고 전하여지는 폭포
등용문(登龍門):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크게 출세하게 된다는 의미로 잉어가 중국 황하강(黃河江) 상류의 급류를 이룬 곳인 용문을 오르면 용이 된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협곡(峽谷): 험하고 좁은 골짜기
신어(神魚): 신기한 능력을 가진 물고기
화격(畵格): 화법, 그림을 그리는 법
백락(百樂): 온갖 즐거움
어락도(魚樂圖): 고기 잡는 즐거운 모습을 그린 그림
화접도(花蝶圖)
나비와 꽃의 관계가 연인 사이의 행복을 뜻하며 부부간의 금실이 좋음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죽은 사람의 영혼이 나비로 환생한다고 설화가 많으나 그 보다는 기쁨을 상징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었다. 나비가 기쁨을 상징하게 된 것은, 고대 중국의 장자(莊子)가 꿈속에서 나비를 쫓아다니면서 온갖 꽃의 꿀을 맛보면서 행복을 느꼈다는 설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특히 민간에서는 금실이 좋은 부부애를 나비의 상징으로 여겼다. 이에 혼수품에 특히 나비 문양이 주로 사용되었고, 여성의 가구나 생활용품에 많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나비는 행운이나 길상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또, 한 젊은이가 나비를 잡으려고 따라가다가 어느 대갓집 뜰에 뛰어들어 미인을 만났다는 이야기에서 남녀 화합의 상징까지 겸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비는 자유연애와 행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나비와 고양이가 함께 등장하는 문양의 경우, 나비는 고양이와 더불어 장수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고양이와 나비의 한자음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나비가 덩굴식물과 함께 그려지는 경우는 자손 번성과 장수를 의미한다. 참외나 호박 또는 땅콩 등은 줄기와 뿌리가 끊임없이 뻗어 나가면서 마디마다 꽃과 열매를 맺기 때문에 면면(綿綿) 또는 연생(連生)을 의미하고 그 주변에 나는 나비는 장생(長生)을 상징한다.
백접도(白蝶圖)는 백 마리의 나비 그림이다. 나비는 기쁨, 사랑, 영화, 부부간의 화합 등의 뜻을 지니며 또 부귀를 상징한다. 백접도에서는 반드시 활짝 핀 꽃송이나 꽃잎을 배경으로 나비가 노니는 것을 그리는데, 시원한 공간 처리와 생동감 있는 구도, 화려한 색채감은 감각적 표현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세심한 날개의 배색이나 몸 부분의 세필기법(細筆技法) 등은 뛰어난 필치로서만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숙달된 수준급 이상의 화가들만이 백접도를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나비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면 같은 나비를 중복한 것을 한 마리도 찾을 수 없는데다가 각각의 나비는 마치 표본처럼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어 현대의 나비 전문가들조차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백 마리의 각기 다른 나비를 그려내기란, 뛰어난 관찰력 없이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백접도의 최대 규모의 작품으로는 8폭 병풍 한 틀 속에 아무런 배경도 없이 나비만 100마리를 그린 대작이 있다. 나비의 얼굴을 보면 그 모습이 호랑이 같기도 하고 독수리 같기도 하고 도깨비 같기도 한 신접의 무리를 그린 대담무쌍한 왕나비 그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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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중국 고대의 사상가로 도가의 대표자다. 정확한 생몰연대는 미상이나 맹자(孟子)와 거의 비슷한 시대에 활약한 것으로 전한다. 관영(官營)인 칠원(漆園)에서 일한 적도 있었으나, 그 이후는 평생 벼슬길에 들지 않았으며 10여 만 자에 이르는 저술을 완성하였다. 초(楚)나라의 위왕(威王)이 그를 재상으로 맞아들이려 하였으나 사양하였다. 저서인 《장자》는 원래 52편(篇)이었다고 하는데, 현존하는 것은 진대(晉代)의 곽상(郭象)이 산수(刪修)한 33편(內篇 7, 外篇 15, 雜篇11)으로, 그 중에서 내편이 원형에 가장 가깝다고 한다.
면면(綿綿): 끊임없이 길게
연생(連生): 끊임없는 삶
세필기법(細筆技法): 세세하면서 섬세하게 그리는 기법
영수도(靈獸圖)
중국 고대 전설에 나오는 수호신적인 상상의 동물인 영수(靈獸)를 그린 그림이다. 민화에 나타나는 영수들은 상서로운 짐승들로 수호와 축사(逐邪)의 뜻을 가진다.
영수가 소재로 그린 그림으로 대표적인 것에 사신도(四神圖)가 있다. 사신(四神)은 동, 서, 남, 북 네 방향을 수호하는 상상적인 동물로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를 말한다.
민화에 등장하는 영수들로는 용, 봉황, 호랑이, 기린, 신구, 해태, 불가사리, 천록, 삼두매(三頭鷹)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가 있다. 이들 가운데 호랑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상의 동물로, 여러 동물들을 합친 모습을 하고 있다. 용은 땅 짐승, 날짐승, 물짐승들의 외형을 골고루 가진 모습이며, 봉황은 닭의 머리, 뱀의 목, 제비의 턱, 거북이의 등, 물고기의 꼬리 모양을 하고 있다.
※ 기린도(麒麟圖)
상상의 동물인 기린을 그린 그림으로 기린은 용·봉황·거북과 함께 사령수(四靈獸)라 불리는데, 다른 영물(靈物)들과 같이 그리기도 하고 단독으로 그리기도 한다.
몸은 사슴과 같고 머리는 늑대와 같으며 발은 말과 같고 꼬리는 소와 같다. 또, 뿔은 하나뿐이라 하니 일각수(一角獸)라는 뜻이 된다. 주대(周代)부터 조형물의 소재로 등장하여 시대에 따라서 형상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조선시대의 기린도 에서는 사슴에 용머리를 씌우고 말 다리, 소꼬리에 뿔을 하나 달고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기린은 용과 같이 청·백·적·흑·황의 오색으로 표현된다. 어진 성인이 출현하고 세상이 태평해질 징조로 나타나는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고구려 벽화와 신라시대 암막새기와 무늬에 옛 그림이 나타나 있고 근세의 그림으로는 주로 민화에서 조선시대의 기린 모습을 매우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 신구도(神狗圖)
개를 그린 그림으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는 의미이다.
동양에서는 개가 신격화되어 사자와 같은 위치에 놓여 있다. 수탉이나 개는 사람과 같이 살며 잡아먹히기도 하는 평범한 동물이지만, 그 천성으로 보아 사람을 보호하는 영물이기도 하다.
특히 흰 개는, 전염병, 병도깨비, 잡귀(雜鬼)를 물리치는 등의 능력이 있어서 벽사 능력뿐만 아니라 집안에 좋은 일을 있게 하고, 재난을 예방하도록 경고도 해준다고 믿었다.
신구도는 이러한 개의 능력을 상징화하여 그린 그림이다.
※ 천계도(天鷄圖)
사실적인 모습이 아닌 봉황의 모양으로 그려진 수탉 그림으로 천계(天鷄)를 상상하여 표현한 그림이다.
천계도는 봉황이 수탉같이 생긴 특이한 한국만의 민화이다. 또 공작 비슷하게 그린 천계도도 있다.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 주고 동시에 귀신까지 쫓아 주는 수탉은 확실히 거룩한 사명을 타고 나온 천계라고 볼만하다. 이러한 민간신앙은 수탉 시조 등 우리 문학에도 많이 반영되었고, 황계도(黃鷄圖) 병풍과 같은 작품도 있다.
※ 백학도(百鶴圖)
학 백 마리로 구성된 그림으로 대개 연결된 병풍으로 꾸며지는 큰 규모의 상징적 장식화이다.
학의 고고한 기상은 선비의 이상적인 성품을 상징하여왔으며,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는 대표적 존재이다. 백학도에 등장하는 학은 주로 단청 백학이 자리 잡고, 때로는 청학(靑鶴)이나 황학(黃鶴)도 나타난다.
※ 쌍록도(雙鹿圖)
사슴 한 쌍을 그린 그림을 뜻한다.
대개의 경우 쌍록도의 배경으로 송백(松柏) · 바위· 불로초(不老草) 등을 그리며 사슴은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민화에서는 사이좋은 남녀의 뜻으로 즐겨 한 쌍을 그렸다.
※ 백록도(百鹿圖)
사슴 백 마리를 연결된 병풍으로 꾸민 그림으로 백은 정확한 숫자로서의 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백에 가까운 많은 숫자를 뜻한다.
쌍록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슴은 장생의 뜻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백록담, 금강산, 옥녀담 등 사슴에 관한 전설이 많이 전해오고 또 지명이나 당호에도 ‘록’ 자가 흔히 쓰여 진 것과 같이 사슴은 친숙한 동물이었다. 백록도는 정통화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고 수준 높은 민화로서 화려한 장식화로 발전하였고, 연결 병풍으로 제작될 정도로 규모가 있게 그려졌다.
※ 신구도(神龜圖)
신격화(神格化)된 거북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으로 거북의 머리를 용머리를 가진 벽사귀면상(酸邪鬼面像)으로 그려진다. 사령도(四靈圖), 십장생(十長生)이나 용신도(龍神圖), 신선이 거북을 타고 있는 그림(神仙騎龜圖) 에도 나타난다.
《술이기(述異記)》에 “오천년 산 거북은 신구요, 만년을 산 거북은 영구”라고 하였다. 또 《하도락서(河圖洛書)》에 ‘영구부서(靈龜負書)’라는 글이 나오는데, 신구부도(神龜負圖)가 문자도(文字圖)에 흔히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오랜 동양의 신구사상(神龜思想)을 배경으로 신구도(神龜圖)가 형성되었는데, 특히 한국 사람들은 거북을 좋아하여 그림뿐만 아니라 공예품, 석조각(石彫刻)을 거쳐 거북선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거북 미술을 형성하였다.
※ 신응도(神鷹圖)
매 한 마리만을 상징적으로 그린 그림이다.
채화(彩畵)로 그려 단 폭으로 꾸미는 것이 상례이나 8폭 병풍을 매 그림으로 꾸민 대작도 있다. 보통 민화 속의 새의 그림은 화조도의 한 부분으로 그려지는데 벽사의 상징으로서 천계도나 신응도는 한 마리만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동양의 고대 지식인들은 매의 권위를 인정하였는데, 그러한 매에 대한 권위의식이 발전하여 신응관(神鷹觀)으로 변해 매를 벽사신(酸邪神)으로 그리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해태
해태는 소의 머리와 말의 얼굴에 외뿔이 하나 있는 상상의 동물로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줄 알며 불을 막아 준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에 세워진 해태상은 국사를 논할 때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정의롭게 일하라는 의미라 하겠다. 또한 조선시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불이 자주 일어나자 당대 유명한 석공 이세욱을 시켜 돌로 해태상을 만들어 세우고 불을 막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해태그림은 불을 막기 위하여 정초에 세화로 그려 부엌문에 붙였던 그림이다.
※ 불가사리
불가사리는 쇠, 구리, 대나무 뿌리를 먹고 살며 악귀를 쫓는다는 전설속의 동물로 생심새는 곰의 몸에 코끼리의 코, 코뿔소의 눈, 호랑이의 발 쇠톱같은 이빨, 황소의 꼬리를 가졌으며 온몸에는 바늘같은 털이나 있고 암컷에만 줄무늬가 나 있어 이것으로 암수가 구별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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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靈獸): 가장 신령한 짐승
축사(逐邪): 사악한 것을 물리침
주작(朱雀): 사신(四神)의 하나. 남쪽 방위를 지키는 신령을 상징하는 짐승을 이른다. 붉은 봉황으로 형상화하였다.
현무(玄武): 북쪽 방위를 지키는 신령을 상징하는 짐승을 이른다. 거북과 뱀이 뭉친 모습으로 형상화하였다
삼두매(三頭鷹): 머리가 세 개 달린 매
영물(靈物): 신령스러운 동물
일각(一角): 인도의 전설상의 동물. 모양과 크기는 말과 같고 이마에 뿔이 하나 있다고 한다.
암막새기: 암키와로 된 막새라는 뜻으로, '내림새'를 이르는 말.
잡귀(雜鬼): 잡스러운 모든 귀신
천계(天鷄): 하늘에 사는 상상의 닭, 즉 봉황을 의미한다
황계도(黃鷄圖): 털빛이 누런 닭
청학(靑鶴): 푸른 학으로 날개가 여덟이고 다리가 하나이며 사람의 얼굴에 새의 부리를 한 상상의 새. 이 새가 울 때는 천하가 태평하다고 한다.
황학(黃鶴): 전설에 나타나는 누런 빛깔의 학.
송백(松柏): 소나무와 잣나무를 아울러 이른다.
불로초(不老草): 먹으면 늙지 않는다고 하는 풀. 신선의 세계에 있다고 믿어 왔다.
벽사귀면상(酸邪鬼面像): 귀신을 쫓는 형상
용신도(龍神圖): 용왕을 그린 그림
신구사상(神龜思想): 거북이를 신격화하는 사상
석조각(石彫刻): 돌을 재료로 하는 조형 예술로 석탑, 석불 따위가 있다.
채화(彩畵): 색을 칠하여 그린 그림
신응관(神鷹觀): 매를 신격화하는 사상
벽사신(酸邪神):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쳐주는 신
신선도(神仙圖)
신선도는 불로장생하며 신통한 능력을 가진 신선을 중심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도교의 신선 사상이 반영되어 있으며, 장수무병(長壽無病)한 생에 대한 애착, 현세기복적(現世祈福的)인 염원과 밀착되어 성행하였으며, 장수와 복록(福祿)을 의미하는 상징물과 함께 그린 것이 많다.
조선시대 말기(19세기)에는 인물들이 글자 모양을 이룬 나무를 심은 화분을 들고 있는 신선도가 많이 그려졌다. 과일나무의 종류는 복숭아, 영지, 불수감 등인데, 그 가지는 구불구불 꺾여져 壽(장수)·福(복)·富(부귀) 등의 글자 형상을 이루고 있다. 주로 두 명의 동자가 화분을 받쳐 들고 곁에 신선 한 분을 모시는 형상인데, 간혹 동자의 수가 네 명으로 늘어나기도 하고 화분 대신 기린의 등에 나무를 걸쳐놓기도 한다. 이런 형식의 신선도는 같은 시기에 유행한 문자도, 책거리 그림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화초를 심은 화분이라는 골동품 내지 문방구와 상통하는 취향과 문자의 모티브가 신선도와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 고사도(故事圖)
고사와 민화(民話), 소설 등의 내용을 간추려 표현한 그림이다.
고사도란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역사, 전설, 시문(詩文) 등과 관계되는 등을 소재로 하는 것으로 교육용으로 많이 제작되었다. 고사도는 어떤 인물이 어떤 특정 장소를 배경으로 특정 행동을 하였던 일(故事)을 표현하므로, 인물화와 산수화가 결합된 산수 인물화, 혹은 인물화로 분류될 수가 있다.
고사도의 경우 대개 주인공의 이름이 제목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회화에서도 보기 어려운 다양한 소재와 도상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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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기복(現世祈福): 현실의 삶에서 복을 받을 수 있도록 함
복록(福祿): 타고난 복과 벼슬아치의 녹봉이라는 뜻으로, 복되고 영화로운 삶을 이르는 말
연화도(蓮花圖)
연꽃을 중심 소재로 그린 그림으로 연꽃은 진흙 속에 그 뿌리를 박고 자라면서 잎 새에는 물 한 방울도 닿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향기도 천리 밖까지 퍼지며 속세와 같은 진흙을 떠나면 바로 시든다는 꽃이다.
'국화는 은일(隱逸)이요, 모란은 부귀요, 연꽃은 군자라' 하여, 꽃 중의 군자라 칭송 받아온 연꽃은 순결과 초세(超世)의 상징으로 널리 애호되었는데, 특히 불교에서는 청정(淸淨)의 상징으로, 도교에서는 팔선(八仙)중의 한 사람인 하선고(河仙姑)를 상징하는 꽃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꽃이다.
또한 보통 식물들은 꽃이 먼저 피고 그 후에야 열매를 맺는데 반해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생장하는 생태적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것을 인간사와 관련지어 빠른 시기에 아들을 연이어 얻는다는 의미로 연생귀자(連生貴子)라는 뜻으로 새겼다
불교에서 연꽃은 청정·석가의 탄생(생명·고귀함)·성스러움·정토(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세계)등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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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일(隱逸): 세상을 피하여 숨거나 혹은 그런 사람
초세(超世):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초탈함
청정(淸靜): 맑고 깨끗함
팔선(八仙): 중국 촉(蜀) 지방에서 득도하여 신선이 되었다고 하는 여덟 사람. 용성공(容成公), 이이, 동중서, 장릉, 장군평(莊君平), 이팔백(李八百), 범장생(范長生), 이주선생(爾朱先生)을 이른다.
호작도(虎鵲圖)
까치와 호랑이를 함께 그린 그림으로 호작도는 여느 호랑이 그림과는 달리 까치와 소나무, 호랑이가 항상 함께 등장하고 있어 하나의 유형화된 현상을 보이기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해 준다는 길조이며,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좌우하는 전능의 신으로 여겨지는 서낭신의 사자로서 우리에게 친숙한 새이고, 호랑이는 서낭신의 신지를 받들어 시행하는 심부름꾼이다. 까치 호랑이 그림은 서낭신의 신탁(神託)을 호랑이에게 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까치 호랑이 그림은 또 다른 측면으로 이해되기도 하는데, 다소 뚱한 표정의 호랑이와 소나무가지에서 호랑이를 향해 짖어대고 있는 까치는 부패한 관리와 일반 백성에 비유되어 부패한 관리들을 향해 비꼬고 조롱하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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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흉화복(吉凶禍福): 흉과 화복을 아울러 이르는 말
서낭신: 토지와 마을을 지켜 준다는 신.
신탁(神託): 신이 사람을 매개자로 하여 그의 뜻을 나타내거나 인간의 물음에 대답하는 일.
장생도(長生圖)
장수(長壽)의 상징인 거북·소나무·달·해·사슴·학·돌·물·구름·불로초를 한 화면에 배치하여 장식적으로 처리한 그림이다.
1) 오봉산일월도(五嶽山日月圖)
다섯 봉오리의 돌산과 파도치는 물결과 소나무를 배경으로 해와 달이 떠있는 병풍화이다.
주로 궁전의 어좌(御座) 뒷면에 설치되었는데, 산신신앙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왕의 절대적 권위에 대한 칭송과 왕족의 무구한 번창을 기원하는 그림이다.
오봉산일월도의 오봉산은 오악(五嶽)을 상징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금강산(東), 묘향산(西), 지리산(南), 백두산(北), 삼각산(中央)을 말한다.
화원들이 그린 궁화체 병풍이 일월오봉도의 대표적인 걸작들이다. 그림에 표현된 해와 달, 산, 솔, 물은 천계(天界), 지계(地界), 생물계의 영구한 생명력의 표상으로 모든 신의 보호를 받아 자손만대까지 오래도록 번창하라는 국가관과 임금의 권위를 상징한다.
2) 십장생도(十長生圖)
장수를 상징하는 해, 산, 구름, 학, 솔, 물, 거북, 돌, 사슴, 불로초 등의 10가지를 소재로 하연 그린 그림이다.
십장생에 들어가는 소재는 토속신앙(土俗信仰)과 신선사상이 결합한 것으로 천신(天神), 일월신(日月神) 등 자연물 숭배와 불로초, 천도복숭아 등 신선사상이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십장생도는 음양오행의 조화에 의해 운행되는 우주만물의 모습을 표현하며 구도와 배치, 채색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바위·소나무·구름·바다 등으로 주요 배경을 구성하고, 거기에 알맞게 학·사슴·거북 등을 배치한다. 산·바위의 묘사에 화원풍(怜員風)의 청록산수법(靑綠山水法)이 즐겨 사용된다. 따라서 민화 중 특히 채색의 효과가 탁월한 작품들이 이 부류에 많다. 십장생도 대상 가운데 한 가지만 강조하여 그리는 것은 군학십장생도(群鶴十長生圖)·군록십장생도(群鹿十長生圖)라고 구분하여 부른다.
궁중연회도(宮中宴會圖)에 보면, 십장생도가 왕비 뒤편에 그려져 있고, 정초에 왕이 중신들에게 선물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십장생도는 회갑과 같은 경사스러운 일에 사용되었다. 민간에서는 병풍, 베갯모, 수저주머니 등 여러 생활 용품에 사용되었다.
3) 영지도(靈芝圖)
불로초 그림을 영지도라고 한다.
영지만을 단독으로 그린 민화도 있지만, 다른 십장생과 어울려 그리는 예가 더 많다. 영지는 장생(長生) 상징으로서는 다른 어는 상징물보다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크기가 버섯만한 탓으로 그림에서는 부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불로초는 민화의 세계에서 크게 발전하여 십장생도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학이나 사슴 같은 장생 동물을 화려하게 장식해 주고, 신선도(神仙圖)에서도 선도와 함께 등장하여 영지 자체가 신성시되기까지 하였다.
4)사령도(四靈圖)
상상의 영물(靈物), 즉 용, 봉황, 거북, 기린 등의 네 가지 동물을 그린 그림이다.
용은 만물의 조화와 고귀함을 상징하며, 벽사와 수호 능력을 가진 동물이다. 봉황은 태평성대를 예고하는 상서로운 새로 고고한 품위를 지니고 있다. 거북은 영년불사(迎年不死)의 상징으로 십장생(十長生)의 하나이며, 기린은 뛰어난 재주를 가졌고, 기린이 나타나면 성왕(聖王)이 나올 징조로 봉황과 함께 태평성대를 알리는 길조(吉鳥)라고 여겨졌다.
이들은 상상적인 영물이기 때문에 그 형상은 실존의 동물과는 달리 환상적으로 표현된다.
5) 백수전도 (百壽全圖)
백 가지에 가까운 장생(長生)상징물의 문양을 한 병풍 속에 배치하여 꾸민 병풍화를 말한다.
10폭 병풍 속에 매 폭 마다 6점씩의 장생 상징을 도안(圖案)화하여 배치해서 모두 60점의 도안으로 장식되어 있다. 장생을 상징하는 것으로 십장생인 해, 산, 구름, 학, 솔, 물, 거북, 돌, 사슴, 불로초 등이 있다.
6) 괴석도(怪石圖)
모양이 괴상하게 생긴 돌이나 바위그림을 말하며 수석도(壽石圖)라고도 한다.
돌이나 바위는 변하지 않는 것, 신령스러운 것으로 여겨 토속신앙에서 숭배되었으며, 장수(長壽)를 상징한다. 괴석도는 정통화와 민화에서 돌이라는 소재 한 가지를 사용해서 그린 그림으로 신비스러운 모습과 장생(長生)의 의미를 가진 독특한 그림 형식이다. 여러 가지 식물이나 동물들과 함께 그린 것이 많다.
먹만으로 그리는 수묵화풍과 극채색(極彩色)인 민화풍(民畵風)의 두 종류가 있다. 수묵화풍은 문인화의 소재이며, 민화의 괴석도는 정령숭배(精靈崇拜)와 추상적·상징적인 면이 강한 그림으로 그려졌다. 형태는 단순한 것보다는 생김새마다 모양을 내는 것이 많으며, 동물이나 사람 형상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특히 호랑이 모습을 가진 호석화(虎石畵)가 많다.
7) 노송도(老松圖)
소나무를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노송은 수목의 군자가 되어 오청(五淸)· 세한삼우(歲寒三友)· 사우(四友) 등의 하나로 꼽히면서 문인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또한 송수천년(松壽千年)· 송백불로(松柏不老) 등의 장생을 상징하는 화제로서 애호되었다.
소나무 그림은 다른 여러 가지의 장생 상징물과 같이 그리기도 하는데, 특히 학이나 사슴, 호랑이 그림의 배경으로 흔히 그려진다. 노송도의 배경으로는 불로초, 아침 해, 모란, 바위 등이 흔히 쓰인다. 정통 문인화에서는 먹그림으로 그리지만, 민화에서는 짙은 채색을 하여 려하게 그리기도 한다.
단폭(單幅)으로 그리기도 하고 각 폭으로 꾸민 병풍화로도 그리며, 일지송(一枝松)을 그려 연결병풍으로 꾸며서 시원하고도 큰 규모의 그림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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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전: 임금의 화상이나 사진
가례(嘉禮) :오례(五禮)의 하나. 왕가(王家)에서는 왕의 성혼이나 즉위, 또는 왕세자·왕세손·황태자·황태손의 성혼이나 책봉 따위의 예식. 민간에서는 관례(冠禮)나 혼례를 말한다.
어좌(御座): 임금의 자리
천계(天界): 천상의 세계
지계(地界): 지상의 세계
화원풍(怜員風): 조선 시대에 그림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아들이 그린 그림
토속신앙(土俗信仰): 그 지방의 고유한 붙박이 신앙.
군학십장생도(群鶴十長生圖): 학을 그린 그림
군록십장생도(群鹿十長生圖): 사슴을 그린 그림
궁중연회도(宮中宴會圖): 궁중에서 벌어지는 연회를 그린 그림
신선도(神仙圖): 동양화에서, 신선을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 대표적인 것으로는 조선 영조 때에 김홍도가 그린〈군선도〉가 있다.
영년불사(迎年不死): 영원한 삶을 유지한다는 의미
길조(吉鳥): 까치나 황새 따위와 같이 좋은 일이 생길 것을 미리 알려 주는 새
도안(圖案): 미술 작품을 만들 때의 형상, 모양, 색채, 배치, 조명 따위에 관하여 생각하고 연구하여 그것을 그림으로 설계하여 나타낸 것
극채색(極彩色): 아주 정밀하고 짙은 채색.
정령숭배(精靈崇拜):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연물의 정령이 인간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믿어 갖가지 방법으로 그것을 섬기고 숭배하는, 초기 단계의 신앙.
호석화(虎石畵): 호랑이의 모습을 돌에 새긴 그림
오청(五淸): 문인화에서, 소재로 사용하는 깨끗한 다섯 가지 물건. 솔·대·매화·난초·돌이나 솔·대·파초·난초·돌을 이르는데, 매화·국화·파초·대·돌을 이르기도 한다.
세한삼우(歲寒三友): 추운 겨울철의 세 벗이라는 뜻으로, 추위에 잘 견디는 소나무·대나무·매화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 흔히 한 폭의 그림에 그려서 '송죽매'라고한다.
사우(四友): 눈 속에 피는 네 가지의 꽃. 동백꽃, 매(음력 섣달에 꽃이 피는 매화), 수선화, 옥매를 이른다.
책가도(冊架圖)
책과 서가(書架) 및 방 안의 기물(器物)들을 함께 그린 그림으로 책거리·서가도(書架圖)· 문방도(文房圖)· 책탁문방도(冊卓文房圖)라고도 한다.
책가도는 책을 중심으로 그린 종류와 책과 관계없는 다양한 물건을 그린 것이 있다. 책을 중심으로 그린 것은 이는 원래 기명도(器皿圖)에서 시작된 것으로 선비들의 취향을 잘 나타내며, 주로 선비의 사랑방을 장식했다. 후자의 것은 책뿐만 아니라 책과 관계없는 술잔·바둑판·담뱃대·부채·항아리는 물론이고 여자치마·꽃신·족두리까지 등장하는 그림으로 역원근법(逆遠近法)이 특징적이다.
책거리 그림은 민화가 일반회화에서 서민층으로 저변화된 것을 잘 보여준다. 책거리는 처음에는 궁중을 중심으로 크게 성행하였는데, 정조 이후부터는 서양에서 들어온 투시법을 이용하여 입체감과 현실감이 나는 책가도가 유행하였다. 이 밖에도 정조가 직접 책가도를 어좌(御座) 뒤에 두고 평소 책과 독서를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한 기록도 있다.
책거리 그림들에서는 민화다운 특징과 아름다움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즉 화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과 생기발랄함, 화려한 채색에 의한 장식성, 기본 도상의 반복의 사용, 소재의 정밀한 묘사에서 오는 다양한 질감 효과, 원근법(遠近法)과 투시법의 무시에 따른 기하학적 추상화 등의 성격을 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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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물(器物): 살림살이에 쓰는 그릇.
기명도(器皿圖): 진귀한 그릇 따위를 그린 그림.
역원근법(逆遠近法): 조감도를 그리는 방법의 하나. 자연스러운 시각과는 달리 배경의 입체를 전경(前景)의 입체보다 크게 그리거나 화면의 중심을 향하여 집중하여야할 선을 반대로 확산하여 그리는 방법으로, 특히 동양화에서 볼 수 있다. 어좌(御座): 임금의 자리
원근법(遠近法): 일정한 시점에서 본 물체와 공간을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이 멀고 가까움을 느낄 수 있도록 평면 위에 표현하는 방법.
문자도(文字圖)
글자의 의미와 관계가 있는 고사 등의 내용을 글자의 획 속에 그려 넣어서 서체를 구성하는 그림으로, 민간에서는 꽃 글씨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교 전통 하에서 주요 덕목으로 손꼽는 여덟 글자, 즉 효(孝)·제(悌)·충(忠)·신(信)·예(禮)·의(義)·염(廉)·치(恥)를 각 글자에 관련된 고사나 설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도안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효(孝)에는 왕상(王祥)이 부모의 병환을 낫게 하기 위하여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은 일과, 맹종(孟宗)이 겨울 눈 속의 죽순을 키운 일 등, 효자 이야기를 상징하는 잉어·죽순 등이 그려지고, 제(悌)에는 접동새와 집비둘기가 많이 묘사된다. 충(忠)에는 충절을 나타내는 대나무와 잉어를 그려 넣는다. 그밖에 신(信)에는 청조(靑鳥)나 흰 기러기, 예(禮)는 거북이, 의(義)는 복숭아나 연꽃, 염(廉)은 봉황이나 게, 치(恥)는 매화나 달을 그린다.
문자도는 충효 혹은 삼강오륜의 교훈적 의미이거나 길상적인 뜻을 지닌 글자를 통하여 바라는 소망을 이루고자 하는 의도에서 주로 병풍으로 제작되어 18세기 경부터 주로 사대부가의 생활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19세기에 이르러 봉건사회가 점차 무너져가자 일반 민중들에게 널리 파급된 것으로 보인다.
문자도는 대개 병풍 그림으로 그려졌으며 그 종류는 효제도(孝悌圖)와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가 주종을 이루었다. 그 중에서 효제도는 정연한 해서체로 글자를 쓰고 자획 안에 이와 관련된 고사(故事)나 상징물을 그려 넣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확산될수록 그 정형은 파괴되고 일반 서민들의 정서에 따른 다양한 형식들이 등장하면서 민화로서의 성격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백수백복도는 수(壽)자나 복(福)자를 열 자나 열여섯 자 혹은 백 자를 모두 다른 모양으로 한 화면에 그림처럼 써놓은 것으로 상서로운 의미를 가진 글자를 반복해서 씀으로써 그 글자가 나타내는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문자도는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회화성이 더욱 강조되는 면모를 보이는데 글자의 의미보다는 도안적인 장식성과 형상 표현에 치중하여 때로는 문자의 형태가 거의 무시된 상태로 변형되어 그려지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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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조(靑鳥): 반가운 사자(使者)나 편지를 이르는 말로 푸른 새가 온 것을 보고 동방삭이 서왕모의 사자라고 한 한무(漢武)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파랑새라고도 한다.
목단도(牧丹圖)
모란꽃을 위주로 그린 그림으로 민화에서 모란꽃은 화조도의 일부분이기도 하지만, 단독으로 많이 그리는 경우도 많다.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축원하는 뜻이 담긴 모란은 화려하면서 귀족적인 자태를 지녀 꽃 중의 왕이라 하여 임금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석모란도는 모란 중에서도 괴석 주변에 탐스럽고 화려하게 활짝 핀 모란을 그린 그림으로 병풍으로 많이 제작되었다. 민간에서도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꽃봉오리가 달려있는 모란을 그린 모란도는 부귀안락(富貴安樂)과 남녀화합을 상징하여 혼례식의 대례병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모란도에 그려진 꽃은 여자 혹은 신부로, 괴석은 남자 혹은 신랑으로 비유해서 음양 사상으로 풀이하여 신혼부부의 신방을 장식하거나 회갑 같은 좋은 날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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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례병: 규모가 큰 중대한 의식. 혼인을 치르는 큰 예식.
축수도(畜獸圖)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들을 소재로 한 그림으로 호랑이, 해태, 닭, 개, 사슴 동물들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은 호랑이다.
호랑이는 단군 신화에도 나올 정도로 우리 민족과는 밀접한 관계를 갖는 동물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를 비롯한 많은 문헌과 설화 속에서 사납고 무서운 동물로 묘사되기도 하고, 은혜를 갚는 보은의 동물로 묘사되기도 한다.
호랑이 이외에 축수도의 소재가 되는 동물에는 사슴과 개, 토끼 등이 있다. 사슴 그림은 복록(福祿)을 의미하는데, 사슴 '록(鹿)'과 복 '록(祿)'의 음이 같아 복을 상징하게 된 것이다. 사슴 그림에는 사슴이 한 마리나 두 마리, 혹은 떼 지어 노는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사슴 두 마리를 그린 것은 '쌍록도(雙鹿圖)', 여러 마리를 그린 것은 '백록도(百鹿圖)'라고 부른다.
사슴은 신선들이 타고 다니는 영물로 여겨져 민화의 신선도에서는 많이 나타난다. 사슴은 그 뿔이 봄에 돋아나 자라서 굳었다가 떨어지고 이듬해 봄에 다시 돋아나길 거듭하기에 장수, 재생, 영생을 상징하며, 십장생(十長生)에도 포함된다. 또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르는 녹각이 신의 뜻을 감지하는 성스러운 매개체라고 하여 무당이나 족장 또는 임금의 머리장식에 쓰이기도 했다. 경주 고분에서 출토된 금관(金冠)의 출(出)자 구조가 바로 사슴의 뿔을 모방한 것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불행과 질병을 예방한다는 사슴의 주력에 의지하여 여염집에서도 녹각(鹿角)부를 허리춤에 차고 다녔다고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정초가 되면 해태, 닭, 개, 호랑이를 그려 부엌문, 중문, 곳간 문, 대문에 붙이는 풍속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불을 막아낸다는 전설적인 동물 해태는 부엌에서, 어둠을 밝히고 잡귀를 쫓아버린다는 닭은 중문에서, 도적을 지키는 개는 곳간에서, 집 안에 잡귀가 침범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호랑이는 대문에서 각기 집안 식구들을 지켜주는 영물이었다. 사람들은 이 네 가지 동물의 그림을 해마다 새로 그려 붙이거나 목판으로 다량 찍어서 사용하였다.
도둑을 막는 그림으로 개는 그린 신구도(神龜圖)가 있다. 신구도에서 개는 용맹스럽고 다소 과장된 모습을 하고 있다. 도둑을 지키는 축도(逐盜)의 부적 같은 일종의 벽사(酸邪) 그림이다.
토끼는 민화 속에서 귀엽고 연약한 동물로 묘사된다. 또는 호랑이의 담배 심부름꾼으로 익살스럽게 그린 것도 있다. 화조도에서는 꽃을 배경으로 하여 암수 한 쌍이 조연으로 나오기도 하고 달에 있는 계수나무 아래에서 절구질을 하는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계수나무 아래 사는 토끼는 옥토(玉兎)라 하는데, 이 토끼는 밤새도록 불사약을 찧는 절구질을 하는 동물로 영물(靈物)로 여겼다.
소과도 (蔬果圖)
불로장생, 자손번창, 부귀영화를 원하는 소망의 상징물로 채소나 풍성한 과일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을 그린 그림을 소과도(蔬果圖)라 한다.
민화에서 많이 다루어 지는 소과도의 소재로는 포도, 수박, 석류, 천도복 숭아와 배추, 무, 참외등을 들 수 있는데, 포도처럼 열매가 덩굴에 주렁 주렁 매달려 있는 것은 자손이 덩굴처럼 이어져서 영원히 손이 끊어지지 않는 다는 뜻을 담고 있다
포도도
포도도는 포도를 중심 소재로 그린 그림으로 줄줄이 열린 포도송이는 선비들의 시문이나 그림에서 즐겨 다루어진 소재이다.
포도그림은 반드시 덩굴과 함께 그린다. 덩굴의 선과 포도알의 점이 회화적으로 대비를 이루면서 미감이 더욱 북돋아져 멋을 자아낸다. 포도덩굴을 잘 그려 ‘휘휘당’이라는 별명을 가진 화가는 포도를 그리는데 먹물 대신 포도즙을 사용하여 포도 향기까지 표현해 냈다고 하는 일화가 있다.
탐스럽게 달린 포도알은 자손의 번창을 뜻하여 유연하게 얽이면서 뻗어나간 덩굴의 형태에서 자손이 끊이지 않고 천대만대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렇게 자손번창을 의미를 지닌 포도도는 새댁의 방이나 사랑채의 서재를 치장하는데 사용되었고 일반 생활가구에도 많이 사용되었다.
노안도(蘆雁圖)
갈대와 기러기를 함께 그린 그림으로 ‘노안(蘆雁)’의 독음이 ‘노안(老安)’과 같은데서 유래된 그림이다. 이처럼 갈대와 기러기를 함께 그려 ‘노후의 안락함’을 상징하고 있다.
노안도는 갈대숲을 배경으로 한 마리만 등장시킨 것, 쌍으로 나타낸 것, 한 가족인 양 몇 마리를 함께 그린 것, 이들보다 훨씬 많은 무리를 이룬 기러기들을 화면에 옮긴 것 등 다양한 형식이 있다. 무리를 이룬 새는 한 폭만이 아니라 여러 폭에 이어지는 대작들도 있는데 이는 특히 조선 말기 화단에서 일정한 정형을 이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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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蘆雁)’:갈대밭에 내려앉은 기러기.
노안(老安): 늙어서의 삶이 편안하다.
사당도 (祠堂圖)
조선시대 사람들은 유교의 영향으로 부모님 살아 생전에 효도하고 돌아가신 후에는 양지 바른 명당에 모셔 놓고 모역안에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는 일이 자식된 도리로써 후손이 마땅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다.
사당도는 「마치 옆에 모신 듯이 돌아기신 선조를 사모하는 그림」이라는 뜻의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라고도 하는데, 이 사당그림은 조상의 묘소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사당이 없는 집안의 가난한 후손들이 제사때 사용하던 그림으로 이동식 사당인 셈이었다. 곧 제사를 지낼 때 지방을 만들어 사당 그림 중앙의 위폐를 그린 곳에 직접 붙이고 썼던 그림이다.
사당 그림은 많은 서민들이 현실적으로 사당을 가질수 없자 지혜를 발휘해서 조상에 대한 효를 표현한 서민들의 애환이 가장 많이 깃든 그림이라고 말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