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기행＞ 잉카문명의 본류, 페루 ＜홍성암＞

[홍성암]

기행 72

                          잉카문명의 본류, 페루

                                                         홍 성 암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

 우리 일행은 파나마 관광을 마치고 페루로 떠났다. 페루는 잉카문명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나라로 알려지고 있어서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파나마에서 오후에 떠났기 때문에 페루의 수도 리마에 있는 국제공항에 내렸을 때는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바로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리마에 머물지 않고 바로 국내선 비행기로 쿠스코로 떠났다. 쿠스코야 말로 잉카문명의 본산이기 때문이다.

쿠스코에 도착했을 때 일행 중의 많은 사람들이 두통을 호소했다. 사전에 가이드로부터 고산병 현상에 대해서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체험하기는 처음이었다. 특히 여성들 중에서 음식을 들지 못하고 무력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쿠스코는 안데스산맥의 해발 3600미터나 되는 높은 지대였기 때문이다. 이곳은 잉카 제국의 수도이며, 문화의 중심지였다. 미대륙의 고고학적 수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잉카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현재 인구는 약 30만이라 한다.

쿠스코의 거리는 아르마스광장을 중심으로 성당과, 관공서, 상점들이 질서 있게 배열되어 있다. 광장의 중심에 있는 산토 도밍고 성당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성당의 종탑도 특이했다. 광장주변의 집들은 오랜 역사를 지닌 스페인식의 고풍한 모습들이었다. 이들 건축물의 축대가 되는 부분은 잉카시대의 돌담 그대로였다. 잘 다듬어진 돌들이 서로 엇물려 쌓여진 모양이 현대의 축조술로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쌓여진 돌벽돌 사이에는 바늘끝 하나의 틈새도 없었다. 그래서 스페인 침략자들도 이 건축물을 허물지 못하고 그 위에다 스페인풍의 건물을 지은 것이다.

쿠스코를 침략한 스페인인들은 수많은 잉카의 건축물, 사원, 궁전을 파괴했다. 그들은 파괴하고 남은 돌벽돌을 사용하여 신도시를 건설했다. 잉카시대의 돌건축 자재를 사용하여 많은 교회, 수도원, 성당, 대학을 짓고 심지어는 그들의 주택에도 이용했다. 그러다 보니 건축물의 곳곳에 잉카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특히 건축물의 기반이 되는 축대부분이나 길거리의 돌담 같은 경우는 잉카시대의 것이 대부분이었다. 쿠스코의 특이한 아름다움은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도시의 면모를 제대로 관찰할 시간도 없이 우리는 곧바로 유적지 잉카제국의 성 "삭사이만"을 관광하기 위해 출발했다. 삭사이만은 해발 3,580m 높이에 지어진 견고한 요새유적이다. 쿠스코의 동쪽의 성채인 셈이다. 이 석조 건축물은 바위와 바위 사이에 “면도날 하나 허용하지 않는” 촘촘하고, 정교했다. 삭사이만 성 유적은 거대한 돌무더기 그대로지만 부분적으로 당대의 건축술과 종교의식 같은 잉카의 많은 흔적들을 살필 수 있는 곳이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곳에서 오래 머물게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잉카제국은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에서 가장 거대한 제국이다. 잉카 제국의 행정, 정치, 군사의 중심이 바로 쿠스코였다. 이 제국은 13세기 초 페루의 한 고원인 쿠스코에서 기원하여 안데스산맥 남서부의 거의 모든 지역을 통치했다. 잉카의 전사들은 주변부족들보다 두 배 이상의 폐활량을 지니고 있는데 고산지대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왕을 태양신의 아들로 숭배하였다. 이런 쿠스코를 방위하는 중요한 성채의 흔적이 삭사이만 유적이라고 하겠다.

스페인 침략 이후에도 쿠스코는 안데스 지역에서 스페인 식민지와 기독교 포교의 중심이 었다. 농업, 목축, 광업이 발달해서 스페인과의 무역이 매우 번창했다. 그리하여 쿠스코는 잉카의 배꼽, 잉카의 마지막 숨결이 남아있는 신비로운 도시로 알려지고 있다. 근래에는 1년에 50만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관광도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숨겨진 도시, 마추픽추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 가기 위해서 관광버스를 이용했다. 마추픽추에 근접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일박한 다음 아침에 기차를 탔다. 마추픽추로 가는 관광기차는 간단한 다과와 커피를 대접하는 절차가 있어서 더욱 낭만적이었다. 안데스산맥의 높은 봉우리들을 보면서 1시간여를 달려서 아구아 칼리엔텐역 까지 갔다. 그곳에서 서틀버스로 옮겨 타고 산을 올랐다. 산 밑에서는 험한 산봉우리만 우뚝우뚝 보일 뿐이었다. 버스가 봉우리와 계곡을 돌며 한참을 오르자 산 중턱에 유적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표소가 있는 정문을 통과하여 걸어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마추픽추는 페루 남부 쿠스코시의 북서쪽 우루밤바 계곡에 있는 잉카 유적지다. 안데스 산맥 해발 2,550m에 위치해 있다. 그 유적은 3m씩 오르는 계단식 밭이 40단이 있어서, 3,000개의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유적의 면적은 약 13k㎡로, 돌로 지어진 건물의 총 갯수는 약 200호 정도 된다. 가이드는 폐허의 흔적인 돌무더기를 가리키며 왕궁, 교당, 귀족의 집, 서민의 집, 감옥 등으로 설명을 했다. 높은 산을 가로질러 흐르는 물을 수로로 이용해서 식수로 사용하고 농경수로도 사용할 수 있었던 정교한 장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마추픽추란 ‘늙은 봉우리’란 뜻이란다. 이곳은 `하늘의 정원', `공중의 도시'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잉카제국의 ‘잃어버린 도시’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1911년 미국의 고고학자 히럼 빙엄이 이끄는 탐험대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2007년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추픽추의 존재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첫째는 16세기를 전후해 남미에 거대한 왕국을 형성했던 잉카인들이 1532년 스페인 사람들에게 정복을 당한 이후 황금 등 보물을 갖고 도망쳐 비밀기지로 건설했다는 수수께끼 도시 `비르카밤바'라는 설이다. 다음은 종교의식과 천문관측을 위해 사용된 종교중심지라는 설, 셋째는 아마존과 잉카를 연결한 물류와 교역의 중심지라는 설, 또는 당시 잉카왕의 여름 별장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정확한 실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종교의식과 천문관측을 위한 곳, 곧 종교적인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한 때 이곳을 비르카밤바라고 주장하는 설이 매우 유력했었다. 비르카밤바는 잉카인들이 당시 스페인의 정복자들과 최후까지 항쟁했던 비밀의 장소다. 미국의 탐험가 히럼은 이곳을 비르카밤바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이곳을 파괴한 것 같지는 않다.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잉카인들은 겁을 먹고 이동에 방해가 되는 여자와 어린이들을 생매장해 버리고 도주한 것으로 여겨진다. 마추픽추에서 발견된 유골의 80%가 여자와 어린이였기 때문이다.

발굴조사에 의하면 마추픽추는 잉카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것인데 잉카제국에 들어와서도 계속 보수해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경작지나 건축물 규모를 보면 인구는 2000명을 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물이나 자원 등은 최상층의 왕, 귀족, 사제들의 영역을 먼저 거쳐오며, 이후 하층으로 오면서 서민, 노예 등 계급 순으로 제공된다.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써야 좋을지 계급위주로 잘 보여주는 형태라고 하겠다.

*페루의 수도, 리마

 마추픽추 관광을 마치고 큰 감동을 간직한 채 다시 쿠스코로 향했다. 쿠스코의 아르마스광장에서 저녁식사시간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집합장소는 산 페드로시장의 입구에 있는 대형식당이었다. 스페인풍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즐비해서 구경꺼리가 많았다. 거기에다 많은 관광객들과 퇴근길 인파까지 겹쳐서 도시 전체가 활기에 넘쳤다.

우리는 길거리의 상점가를 어슬렁거리며 물건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길거리에는 몇 벌의 옷을 들고 호객하는 인디언 여인들도 있었다. 마침 행상들이 갖고 있던 모직물 티셔츠가 아내의 눈에 띄었다. 이곳은 목축업이 성한 곳이어서 값싼 모직제품이 많다고 한다. 아내가 값을 흥정하느라고 시간을 끄는 사이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면서 주위는 휘황한 전등불로 찬란해졌다. 언덕위의 빈민가마저도 어둠속에서는 휘황찬란한 불빛 그 자체였다. 도시의 풍경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길을 잃고 말았다. 처음의 광장을 찾아 부지런히 걸어 골목길을 벗어나면 새로운 광장이 나왔다. 대성당 같은 건물도 하나만이 아니었다. 길을 잃고 허둥대다가 어느 시장 입구에서 가이드를 만났다.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제 시간에 돌아오지 않아서 가이드가 찾아 나섰다는 것이다. 일행 모두가 걱정했다고 한다. 쿠스코는 밤이 그처럼 찬란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다시 돌아보니 건물의 대부분이 너무 낡아서 지난밤의 느낌은 꿈만 같았다.

쿠스코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리마로 갔다. 리마는 인구 약 800만으로 페루의 수도이다. 주변 수도권의 인구까지 합치면 약 900만의 대도시다. 리마는 중앙지구와 해안지구로 나뉘는데 중앙지구는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건물이 많이 남아 있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리마는 1535년 스페인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에 의해 세워졌다. 리마의 이름의 유래는 시내를 흐르는 리마크 강에서 유래된다. 1535년 잉카 제국을 정복했던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스페인 의식에 따라 “부왕령의 도시”를 건설하였다. 태평양에 접해 있어 해상교통이 편리하고 리마크강이 있어 생활용수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리마는 중남미를 지배하려는 스페인 식민지 지배의 중심지가 되었다.

리마는 사막의 모래언덕에 세워진 도시다. 연평균 강수량이 25밀리에서 50밀리 정도이니 1년 내내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은 안데스산맥의 눈과 얼음이 녹아서 흐르는 리마크강의 물과 사막의 지하수를 적절히 활용하여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도시 건물의 곳곳에 물탑이 세워져 있고 그곳엔 “물이 생명이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길거리에 자라고 있는 유칼립투스나 인동덩굴, 유도화 등도 모두 일일이 인공적으로 물을 공급해서 키운 곳이다. 리마는 예전에 숲이 우거진 오아시스여서 고대국가 원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오래된 지하관개수로가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런 조건을 극복하여 세워진 도시 리마는 현재 남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한다. 그리하여 16세기에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산 마르코스 대학이 설립되었다. 그 이후 산 프란시스코 교회 및 토레태그레 저택 등의 화려한 건축물이 지어졌다. 1687년과 1746년에 발생한 큰 지진으로 많은 건축물이 파괴되었지만, 리마는 여전히 번성한 도시로 남아 있다.

리마에서 제일 먼저 둘러보게 되는 곳은 이른 바 역사중심지다. 우선 마요르광장에 있는 바실리카성당을 들 수 있다. 1625년 준공된 이 성당은 피사로가 주춧돌을 직접 놓았다고 한다. 그의 유해가 미이라로 보관되어 있는 종교박물관이다. 산 프란시스코 성당과 수도원도 유명하다. 교회당 지하에는 수많은 성직자들의 유해가 진열되어 있다. 이 교회에 설비된 도서관은 16-18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수많은 종교적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토레타글레 궁전은 지금은 외무부 청사로 사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산 마르코대학과 대통령관저, 주교관 같은 건물들이 역사중심지에 소재하고 있다.

리마에서 가장 알려진 박물관은 1822년에 건립된 국립인류고고학박물관이다. 푸에블로 리브레지구 볼리바르광장을 끼고 있는데 호세 산 마르틴의 호화저택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이라고 한다. 기원전 1만 2천여년 전부터 차빈문명과 잉카문명까지 약 10만점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황금박물관으로 알려진 ‘오로 델 페루’는 페루의 실업가 미겔 가요가 컬렉션으로 소장한 유물들이다. 세계 각국의 옛 무기, 무구, 잉카시대의 금, 은, 보석, 가면, 장식류, 식기, 의류 등 약 6천점이다. 페루가 황금의 나라로 알려져 있어서였던지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리마에서 가장 알려진 폴보스 아술레스 시장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이나 진열된 상품의 다양함 등은 어디서나 비슷했다. 그러나 매번 시장을 찾는 것은 활기찬 서민들의 모습을 직접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이 나라의 미래가 밝아 보였다. 각종 수공예품들과 열대지방의 과일들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점심식사를 위해 태평양 연안으로 나갔다. 쿠스코나 마추픽추 같은 안데스산맥의 고산지대를 헤매다가 해변 관광지로 가니 특이한 느낌이 들었다. 리마는 태평양 연안 도시였던 것이다. 해수욕장이어서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노천 텐트에 차려진 뷔페식 식당에도 많은 사람들로 넘쳤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몰린 것 같았다.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 음식을 챙길 수 있었다. 비치파라솔 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하는 즐거움이 특별했다. 오랜만에 여행의 노독을 풀어 버리고 푹 쉴 수 있었다.

 *페루는 어떤 나라

페루는 남아메리카 서부에 있는 대의제 공화국이며 25개의 주로 되어 있다. 수도는 리마이다. 북쪽에는 에콰도르와 콜롬비아, 동쪽에는 브라질, 남동쪽에는 볼리비아, 남쪽으로는 칠레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서쪽은 태평양 해안과 맞닿아 있다. 면적은 130만 평방. 한반도의 5배가 넘는다. 대체로 3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서부의 건조한 해안 평지, 중부의 안데스 고원지방 그리고 동부의 아마존 밀림지역이다. 대부분의 도시와 산업시설은 서부의 해안 평지에 있다.

인구는 약 3000만. 주로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인종 구성은 토착민 45%, 메스티소(토착민과 유럽인 혼혈) 37%, 백인 15%, 나머지 3%는 흑인, 일본인, 중국인 등이다. 이 중 일본계 페루인은 약 8만 명 정도이고 한국계 페루인은 약 천명정도다. 페루는 인간개발지수가 높은 개발도상국에 속하며 주된 산업은 농업, 어업, 광업과 섬유 등이다. 페루 지형의 중심축은 안데스산맥이다. 강은 대부분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나온다. 태평양으로 흐르는 강은 짧고 경사가 급하며, 물이 간헐적으로 흐른다. 아마존강의 지류들은 길고 유량도 풍부하다. 산악지대를 지나며 점차로 경사도가 낮아진다. 티티카카 호수로 흘러가는 강도 있는데 대체로 수량은 많지만 길이가 짧다.

페루는 적도 국가이지만 기후가 다양하다. 해안 지방은 날씨가 온화하고 강수량이 적고 북쪽 산자락을 제외하면 매우 습한 편이다. 산악지방에서는 여름에 비가 잦으며 고도가 올라갈수록 기온과 습도가 떨어진다. 안데스산맥의 봉우리에는 여름에도 얼음이 남아있다. 정글 지방은 비가 많고 날씨도 무덥다. 그러나 남부 끝 지역은 겨울이 춥고 비도 적다. 페루는 약 2만여 종의 동식물이 있는데 이 중에서 6천여 종이 이 지역 고유종이란다. 페루 정부는 생태 보존을 위하여 여러 곳에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있다.

페루는 과거 잉카제국의 땅이었다. 15세기 초반까지 잉카 제국은 이 지역을 지배하였으며 그 영향력은 콜롬비아나 칠레 지역까지 미쳤다. 16세기 초에 스페인의 침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군인을 모집해서 페루를 침범하고 잉카의 황제를 포로로 잡고 몸값으로 막대한 황금을 요구했다. 그는 몸값을 빼앗은 뒤 황제를 처형했다. 잉카제국은 그렇게 몰락했다.

피사로는 1535년 리마시를 세웠지만 6년 뒤에 암살당했다. 그 뒤 페루는 안데스산맥 근처 나라들의 정치, 사회, 상업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식민지 지배자들의 끝없는 착취로 폭동이 끊이지 않았다.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북부 영토의 일부를 잃기도 하고 에콰도르와 국경 분쟁을 겪기도 했다. 게릴라의 준동과 모택동주의자의 과격한 폭동, 전국적으로 계속된 파업 등으로 정치적인 불안이 끊일 사이가 없었다. 그러다 1990년 선거에서 일본계인 후지모리의 당선으로 나라가 점차로 안정되고 있다. 근래의 빠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매우 높은 실업율과 빈곤이 국가의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다.

페루의 관광지로 아레키파와 티티카카도 유명하다. 아레키파는 ‘하얀 도시’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는데 엘 미스티 화산을 포함한 여러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 도시는 화산 바위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다. 450명이 주거하는 수녀원과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이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이라고 알려진 콜카협곡도 근거리에 있다.

티티카카 호수는 3820m 고지에 있다. 길이가 170km나 되어 남미에서 가장 큰 호수다. 높은 고지여서 공기가 맑고 물도 깨끗하다. 보트 여행도 할 수 있는데 주요 항구인 푸노에서 출발한다. 티티카카 호수에는 이슬라 타킬레라는 섬이 있다. 푸노항에서 24km로 되는 곳이다. 화려한 전통의상을 즐겨 입는 주민들은 주로 케츄아어를 사용한다. 잉카이전의 축대와 작은 유적들이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다. 이 섬에는 호텔도 전기도 없다. 묵으려면 민박을 해야 한다. 푸노의 정박장에서 매일 배가 다니는데 약 네 시간 정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