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탕 초등 모임
모두 합해야 겨우 스물 여덟 명의 초등학교 동기들.
젊은 시절에 세상을 떠난 친구가 둘에다가
도통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들도 몇이 있고
무슨 서운함이 있는지 아예 서로를 잊고 사는 이도 있으니
최대한 모여 봐야 열댓 명 정도.
이건 자녀 열두 남매를 둔 한 집 식구만한 인원이다.
어제 7월 11일엔 고향에서 여름 모임을 가졌다.
고개 너머 소수에서 농기구 수리를 하며 공업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여름에 황구 한 마리 내겠다고 하더니
날짜를 잡아 각지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그 이름 임성수-
어려서부터 물건 만지기를 좋아하고 솜씨 또한 남보다 뛰어나더니
철공이며 건축 등의 일로 일찌감치 탄탄한 기반을 잡았다.
텃밭 두덩에 드릅이 지천이니 때맞춰 꼭 따가라고 하던
인정 많고 성격도 온유한 그런 소중한 친구다.
서울에서 내려가고 청주에서 달려오고 열네 명이나 모였다.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버스편으로 안산에서 전날 달려와
괴산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는 친구의 정성도 그지없이 고맙다.
이틀 전부터 배탈 설사로 몸뚱아리가 늘어졌지만 나도
친구 차에 얹혀 서둘러 고향길을 재촉할 수밖에.
좀 늦게 도착했을 때 마당 한켠에선 황구탕이 펄펄 끓고 있었다.
전날부터 불을 지펴 푹 고아냈기에 냄새 또한 구수하다.
역시 보신탕은 가마솥에다 장작불을 지펴 끓여내야 한다.
토종 된장을 풀고 대파를 집어넣어 오랜 시간을 삶으면
고깃살이 결을 따라 죽죽 찢어진다.
식칼로 잘라내기보다 결을 따라서 찢어야 제 맛이 난다.
서로간에 오고가는 대화도 수십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아무개야, 이 놈 저 놈으로 격도 허물도 없다.
열여덟의 남자 중에 그래도 고향을 지켜주는 친구가
예닐곱이나 있으니 마음은 언제나 든든하고 푸근하다.
내가 태어나 자란 옛집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고
피붙이 형님이 고향집을 지키며 언제나 반가이 맞아주신다.
고향의 이미지를 산천과 형제 그리고 친구라 한다면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게 없이 그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으니
나는 아무래도 너무 행복한 족속이라 자위해 본다.
형님에게 전화로라도 인사를 드리고 와야 하는데
들에 나가셨는가 아무리 해도 통화가 안 되어 그냥 올라와야 했다.
2010. 7. 12.
첫댓글 즐거운시간가지셨군요 성수아재건강히잘계시죠 우리삼촌이랑잘어울여다니시던때가엇그재같습니다 모쪼록 건강들하세요 ..
우리형부가 기술이 좋으셔서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얼마나 부지런이 사시는지 몰라요 돈도 잘버시구 최고죠 ...
글 읽는 동안 입안에 침이 하나가득해서리..........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