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보살장정법경 제29권
[유정들을 제도함](1)
“사리자여, 이와 같이 보살마하살이 정진바라밀다에서 물러나지 않는 정진행을 행할 때에는 저 유정들을 제도할 생각을 낸다.
일체 유정들은 항상 세 가지 병에 불타고 있다.
그 세 가지란, 이른바 탐욕과 분노와 우치이다.
‘나는 항상 저 유정들에 대해 부처님의 바른 법을 쌓고 모으고 화합해서 큰 좋은 약을 만들어 저 유정들의 이 탐욕ㆍ분노ㆍ우치 등 모든 열뇌병(熱惱病)을 고쳐 주리라’ 하나니,
나는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물러나지 않는 정진바라밀다의 행을 행하는 것이라 한다.
또 사리자여, 일체 유정은 항상 뜨거운 번뇌를 낸다. 왜냐하면 이른바 3독(毒)의 병이 언제고 자라나기 때문이다.
천상에 나거나 인간에 있거나 내지 지옥ㆍ아귀ㆍ축생ㆍ염마라 세계에서 모두가 탐욕ㆍ분노ㆍ우치의 독의 불로 태워지고 있다.
보살마하살은 그 유정들이 뜨거운 번뇌에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구제할 생각을 낸다.
또 세 가지 병을 생각하는데 세간의 약으로 고칠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이 세 가지 병을 고치는가?
오직 부처님만이 큰 법신을 얻고 큰 의왕(醫王)이 되어 일체 유정들의 3독의 뜨거운 번뇌의 중병을 고친다.
보살마하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몸은 법의 약이 되고 큰 의왕이 되어 일체 유정을 고치되, 3독의 뜨거운 번뇌를 다 제거하느니라.
사리자여, 저 세간의 어떤 갖가지 약도 3독의 병은 끝내 고치지 못한다.
오직 여래와 큰 보살만이 큰 의왕이 되고 큰 법의 약을 써서 저 유정들의 3독의 뜨거운 번뇌를 다 없애느니라.”
사리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알기로는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유정 세계란, 지계(地界)ㆍ수계(水界)ㆍ화계(火界)ㆍ풍계(風界)ㆍ공계(空界) 등의 세계와 같은 것이 아니고, 오직 유정 세계의 한량없음과 가없음이 있을 뿐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그렇다. 그대 말과 같다.
사리자여, 저 유정들의 중동분(衆同分)의 경계는 성문이나 연각이 볼 바가 아니요,
오직 부처님의 천안(天眼)이라야 다 두루 비출 수 있는 것이다.
사리자여, 저 삼천대천세계의 하늘ㆍ사람ㆍ아수라, 내지 한량없고 가없는 태생(胎生)ㆍ난생(卵生)ㆍ습생(濕生)ㆍ화생(化生)과 유색(有色)ㆍ무색(無色)과 유상(有想)ㆍ무상(無想)과 비유상(非有想)ㆍ비무상(非無想) 등 이렇게 건립된 모든 유정 세계는 다 부처님의 천안(天眼)에 비쳐지는 곳이다.
혹은 1찰나, 1납박(臘縛), 1모호율다(牟呼栗多) 이런 시간에도 사람의 몸을 얻지 못했다가 이제사 비로소 얻은 것이다.
사리자여, 이런 사람들은 설사 다 목숨을 살리는 의사와 같아 온갖 병을 다 고치더라도 한 사람의 탐욕ㆍ분노ㆍ우치의 독의 온갖 뜨거운 번뇌 병을 고치려 해도 끝내 될 수 없는 것이다.
또 갖가지로 화합한 최대의 좋은 약을 수미산만큼 높이 쌓아 탐욕ㆍ분노ㆍ우치의 독의 병에 걸린 한 사람을 고치려 해도 될 수 없는 것이며,
목숨을 살리는 의왕과 같은 사람을 시켜 각기 1겁 동안 세상에 살면서 체로 쳐서 아주 좋은 약을 만들어 수미산보다 더 많이 쌓게 하면 모두 극히 피로하여 한 사람의 탐욕ㆍ분노ㆍ우치의 독의 병을 조금만 고치려 해도 될 수 없을 것이다.
사리자여, 그것은 오직 여래의 방편을 구족한 청정한 법의 약을 3독의 병자에게 알맞게 주어야만 할 것이다.
만일 유정이 탐욕의 열뇌 병을 앓으면 여래께서는 부정관법(不淨觀法)이라는 약을 만들어 그런 무량 백천 구지 나유다 아승기 내지 불가설 불가기수(不可記數)의 유정들이 가진 탐욕의 열뇌 병을 다 고치신다.
또 어떤 유정이 분노의 열뇌 병을 앓으면 여래께서는 대자법(大慈法)이라는 약을 만들어 그런 무량 내지 불가설 불가기수의 유정들의 분노의 열뇌 병을 다 고치시며,
또 어떤 유정이 우치의 열뇌 병을 앓으면 여래께서는 연생법(緣生法)이라는 약을 만들어 그런 무량 내지 불가설 불가기수의 유정들의 우치의 열뇌 병을 다 잘 고치신다.
이 비유로 알아야 한다. 즉 보살마하살은 여래의 이런 법의 약으로 무량 무변 내지 불가설 불가기수의 유정들의 3독의 열뇌를 다 고치나니, 그것은 곧 여래의 법신을 성취하는 것이다.
사리자여, 이와 같이 법신에 머무르는 보살마하살은 다시 법신이 가지(加持)하는 힘으로 말미암아 무량 무변 내지 불가설 불가기수의 유정들의 3독의 열뇌를 다 제거하여 다시 생기지 않게 하고, 다 제거하여 다시 생기지 않게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무량 무변 아승기겁 이전에 이런 법을 다 알았다.
또 그때에 연등(燃燈)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이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그 부처님께서는 내게 다음과 같은 기별을 주셨다.
‘너는 무량 아승기겁을 지나 부처가 될 것인데, 이름을 석가모니(釋迦牟尼)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이라 하리라.’”
대승보살장정법경 제30권
9. 정진바라밀다품 ⑥
[유정들을 제도함](2)
“또 사리자여, 나는 연등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의 처소에서 구족한 법신을 얻고 삼십삼천에 나서 광명 천자(光明天子)라는 이름으로 삭가라왕(爍迦羅王)이 되어 큰 위덕과 큰 신통을 갖추고 이름이 널리 퍼지고 자재하여 걸림이 없었다.
또 그때 염부제주(閻浮提洲)에는 8만 4천의 큰 성과 여러 도시와 촌락이 많았다. 그 촌락들에는 백천 구지(俱胝) 나유다(那庾多) 유정들이 가득 차 있었다.
또 그때 유형병이 일어나 악업 유정들은 병의 인연이 성숙하여 옴ㆍ종기ㆍ창병ㆍ풍병ㆍ담 등이 그 몸에 모였다.
그때 또 백천 의왕들은 좋은 약을 만들어 유정들의 병을 다 치료해 주었다.
또 사리자여, 그때 유정으로서 의지할 곳도 없고 구호해 줄 이도 없어 치료하지 못한 사람은 큰 소리로 외쳤다.
‘만일 하늘이거나 용ㆍ야차(夜叉)ㆍ건달바(乾闥婆)ㆍ나찰바(羅刹婆)ㆍ인비인(人非人) 등으로서 나로 하여금 병과 일체의 고뇌에서 해탈시켜 주는 이가 있으면 나는 일체 재물을 다 줄 것이요, 종이 되어 무엇이나 시키는 대로 하며 심부름도 할 것이다.’
사리자여, 그러나 그것을 보는 자가 없었다.
나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나고 청정한 천안(天眼)으로 옴ㆍ종기ㆍ창병ㆍ풍병ㆍ담 등 모든 병이 인연이 되어 그 몸에 가득 찬 것을 보았기 때문에,
또 그들이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을 아무도 듣지 못했으나 나는 사람의 귀보다 뛰어나고 청정한 하늘 귀로 그것을 들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대비심을 일으켜 못내 가엾이 여겨 이렇게 생각했다.
‘귀의할 데 없는 자에게는 귀의처가 되고, 구호할 자 없는 이에게는 구호자가 되어 치료하지 못한 이를 다 고쳐 안락하게 하리라.’
사리자여, 나는 그때 삭가라(爍迦羅)의 모양을 숨기고 구로(俱盧)라는 큰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서 갑자기 화생(化生)하여 유정의 모습이 되어 이름을 소모(蘇牟)라 하고,
다시 공중에 머물러 염부제의 모든 병자들을 위해 게송을 설하였다.
저 구로성의 멀지 않은 곳에서
유정의 모양으로 화해 이름을 소모라 한다.
누구나 와서 팔다리를 먹으면
일체의 병이 모두 나으리.
너희 유정들은 두려워 말라.
그렇게 먹는 이는 기쁨 생기리.
그는 원한이 없고 분노도 멸했나니
이것은 염부주의 아주 좋은 약이네.
사리자여, 이 8만 4천의 큰 성과 고을과 촌락에 사는 일체 유정들은 이 소리를 듣고 곧 구로 큰 성으로 달려가 소모에게로 가서 그 팔다리를 조금씩 먹었다.
그러나 그 몸은 조금도 손상이 없었다.
그때 소모는 게송을 설하였다.
보리의 도가 진실하여 헛되지 않기 때문에
다함이 없는 지혜의 무더기를 얻었다.
그 말은 진실하여 속이지 않아
내 몸의 사지를 다함이 없게 했다.
사리자여, 그때 염부제주의 모든 병자들은 소모에게로 몰려와 그의 사지를 조금씩 먹었는데, 다함이 없는 지혜로 말미암아 그렇게 끊어졌고 끊어져서는 다시 생겨났다.
그리고 그 사지는 도로 살아났으니 그것은 조금도 손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사리자여, 모든 병자들이 소모의 사지를 먹었을 때 모든 병이 다 나아 안온하고 쾌락하여 병이 없는 과보를 얻었다.
이와 같이 염부제주에 가득한 모든 병자들이 다 나아 안온하고 쾌락하여 병이 없는 과보를 얻었느니라.
그때 염부제주의 유정들로서 남자ㆍ여자ㆍ동자ㆍ동녀들은 다 말하였다.
‘나는 지금 소모의 사지를 먹고 병이 다 나아 안온하고 쾌락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에게 친근하고 공양해야 한다.’
모두 모여 소모에게로 가서 그를 둘러싸고 게송을 설하였다.
우리의 귀의할 곳과 구호할 이 되시나니
당신이야말로 의왕이요 또 좋은 약이네.
우리들은 지금에 무엇을 해야 할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보시하기 원하네.
사리자여, 나는 그때 그 유정들이 안온하게 된 줄을 알고는 큰 삭가라의 얼굴을 나타내어 대중 앞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게는 지금 왕성이나 국토가 필요 없고, 도시나 촌락도 집ㆍ재물ㆍ금ㆍ은ㆍ유리ㆍ차거ㆍ마노ㆍ산호ㆍ호박 등 모든 진기한 보배와 코끼리ㆍ말ㆍ소ㆍ양ㆍ가마ㆍ수레 등이나 남자ㆍ여자ㆍ동자ㆍ동녀ㆍ종ㆍ하인이나 음식ㆍ의복ㆍ평상ㆍ침구ㆍ약ㆍ양식ㆍ동산ㆍ못ㆍ늪 등 이런 오락물은 다 내게는 필요 없다.
나는 오직 너희들에게 가르치노니,
살생을 끊어 다시는 짓지 말고,
도둑질을 끊어 다시는 짓지 말며,
음욕을 끊어 다시는 짓지 말고,
거짓말을 끊어 다시는 짓지 말며,
이간질하는 말을 끊어 다시는 짓지 말고,
꾸미는 말을 끊어 다시는 짓지 말라.
간단히 말하면 욕설과 탐욕과 분노와 삿된 견해를 끊어 다시는 짓지 말라.’
그때 큰 삭가라는 그들을 위해 게송을 설하였다.
많은 구지 수와 같은 갖가지 재물과 보배
그 분량은 마치 저 수미산 같다.
음식이나 의복이나 아름다운 천녀(天女)들
이런 것들의 보시는 다 내게 필요 없다.
너희들이 만일 이런 공양 올린다면
그것은 열 가지 선한 도를 닦는 것만 못하다.
너희들은 제각기 다 자비스런 마음 내니
언제고 그것을 지켜 잘 보호하라.
보살은 재물의 이익을 즐거워하지 않고
오직 열 가지 선의 업만을 잘 지켜 가지나니
너희들이 만일 다 함께 이것을 수행하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양이라고 나는 말하리.
음식이거나 의복이거나 또 침구이거나
코끼리와 말과 수레와 또 갖가지 진기한 보배
그런 것뿐 아니라 아름다운 천녀까지도
그 일체를 나는 지금 모두 받지 않으리.
너희들은 지금 진실한 내 말을 들으라.
맑고 깨끗한 열 가지 선의 도를 닦아야 하나니
서로 모두 자비스러운 마음 일으켜
어디서나 언제나 잘 지켜 가리라.
만일 이와 같은 법을 잘 섭수하면
열 가지 선업의 도는 언제나 청정하리.”
이 게송을 마치고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때 대중 가운데에서 법요를 설명하였는데 청정하여 잡됨이 없어 이익과 기쁨을 주었다. 나는 그 설법을 마치고는 몸을 숨겨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염부제주의 남자ㆍ여자ㆍ동남ㆍ동녀로서 소모의 살을 먹은 자는, 나아가 목숨을 마치고 나쁜 세계에 떨어지는 이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들은 다 한꺼번에 삼십삼천에 나서 아름다운 대중 가운데서 갖가지 쾌락을 누렸다.
사리자여, 천상에 난 그 사람들은 이 법을 듣고는 그 3승(乘)들에게 이익과 기쁨을 가르쳐 주어 결정적인 앎을 얻게 하였으니, 이른바 성문승과 연각승과 위없는 일체지승(一切智乘)으로서 그 천상에서 장차 열반에 들거나 열반에 들지 못했거나 혹은 현세에서 열반에 들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그대는 보살마하살이 법신(法身)에 편히 머무는 것을 보는가?
어떤 것을, 큰 신통을 얻고 큰 위덕을 갖추고 명칭이 널리 들림이라 하는가?
나는 그때 오직 나 한 사람만이 능히 신명을 버리고 일체 유정과 3승의 열반을 성숙시켰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