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백광현 뒷이야기 47 - 백광현에게 침이란?
오늘은 '침'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캬아악~ 퉤!" 뱉는 그 침이 아니라
아플 때 맞는 침(鍼)에 대해서이다. 혹시 오해 마시기를 ^^
침이라고 하면 요즘 한의원 가면 맞을 수 있는
머리카락처럼 아주 가느다란 그 침만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드라마 마의를 보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잉? 저건 칼이잖아! 왜 칼을 자꾸 침이라고 부르지?"
혹시 이런 의문을 품어본 분은 없는지?
그렇다. 머리카락처럼 가는 것도 침이고 칼처럼 생긴 것도 침이다.
그런데 그 침의 이름이 다르다.
한의학 의서에 나오는 전통 침에는 아홉가지의 종류가 있다.
혹시 허준 드라마를 봤던 사람들은 양예수와 유의태의 구침지희라는 걸 기억할 것이다.
닭의 몸에 아홉개의 침을 꽂아서
과연 그 닭이 죽느냐 사느냐 내기를 했던 구침지희 말이다.
그 구침지희할 때 구침이 바로 아홉가지 침을 말한다.
(1) 참침(鑱鍼)
![](https://t1.daumcdn.net/cfile/cafe/214C4E47510FC36127)
(2) 원침(圓鍼)
![](https://t1.daumcdn.net/cfile/cafe/12120B4F510FC40B1C)
(3) 시침(鍉鍼)
![](https://t1.daumcdn.net/cfile/cafe/03115A49510FC42031)
(4) 봉침(鋒鍼) = 삼릉침(三稜鍼) ; 이게 요즘 한의원에서 습부항할 때 쓰는 침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031D8B4D510FC4451F)
(5) 피침(鈹鍼)
![](https://t1.daumcdn.net/cfile/cafe/2666EB48510FC45830)
(6) 원리침(圓利鍼)
![](https://t1.daumcdn.net/cfile/cafe/2125994D510FC46C0D)
(7) 호침(毫鍼) ; 이게 바로 요즘 한의원에서 쓰는 가느다란 침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10C349510FC48130)
(8) 장침(長鍼)
![](https://t1.daumcdn.net/cfile/cafe/130CB44D510FC49435)
(9) 대침(大鍼) = 화침(火鍼)
![](https://t1.daumcdn.net/cfile/cafe/116B754B510FC4A621)
각 침 사진들 중 위의 것은 의서에 그려진 그림이고
아래 것은 모형으로 만들어진 사진이다.
각 침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한 눈에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전체사진을 보겠다.
가장 오른쪽이 1번 참침이고 가장 왼쪽이 9번 대침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03704A4A510FC4BA1B)
드라마 마의에서 백광현이 외과술을 할 때 쓰는 침은
주로 피침이라고 보면 된다. 꼭 칼처럼 생겼고 메스처럼 생긴 침 말이다.
그래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의서 속에 적힌 '침'이란 호침일 수도 있고 피침일 수도 있고
봉침일 수도 있고 대침일 수도 있다.
만약 어떤 종류의 침인지 구체적으로 적혀있지 않다면
내용과 문맥을 보고서 침의 종류를 판단해야 한다.
절대로 호침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음... 그런데 말이야...
실존인물 백광현이 침을 대하는 자세는 어떠했을까?
《지사공유사》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3FE350510FC4DD31)
常藏鍼子囊中 每於射場 有暇則輒出而磨之
상장침자낭중 매어사장 유가즉첩출이마지
항상 침을 주머니 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활쏘기장에 있다가 매번 틈만 나면 꺼내어 연마하였다.
무관을 때려치우기(?) 전부터 틈만 나면 침술을 연마했다는 것이다.
음, 그렇다면 그는 완전 불량 무관이 아닌가!!! 왜냐고?
꼭 보면 학교에서 수업할 때 수업 잘 안 듣고 딴 짓하는 학생들 있다.
직장에서 일은 열심히 안 하고 틈만 나면 딴 짓하는 회사원들 있다.
혹은 딱 시키는 것만 하고 그 이상은 절대 안 하는 회사원들 있다.
그러니 실존인물 백광현은 불량 무관이었던 셈이다. ^^
딱 시키는 것만 하고 남는 시간에는 침술 연마를 했다니 말이다.
그래서 동료 무관들에게 놀림을 받기 일쑤였다고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7E647510FC4F035)
同射戱之
동사희지
동료 궁사가 그를(백광현을) 희롱했다.
무관 일이나 잘 할 것이지 지금 침 가지고 뭐하는 짓이냐며 놀렸다는 것이다.
동료들이 보기에는 백광현은 정말 뻘짓하는 인간이었을 것이다.
이런 동료들의 놀림에 과연 백광현은 의기소침해졌을까?
아니, 전혀!! 오히려 이 침으로 장차 사람을 살리게 될 것이라 대답하며
더욱 열심히 침술을 연마하였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무관 때려치우고 의원으로 전업했겠지?
(이런 걸 보면 수업시간에 딴 짓 하는 학생들 너무 뭐라 해도 안 될 듯...
다른 큰 뜻이 있어서 그러는 걸 수도 있음... 써놓고도 내가 지금 뭔 소리?)
실존인물 백광현은 어떤 종류의 침을 주로 썼을까?
《지사공유사》에 전해지는 그의 치료케이스 중
그가 썼던 침의 종류가 몇 가지 나온다.
첫째, 종침(腫鍼)이라는 것으로 위의 피침과 유사한 것이다.
종기를 절개할 때 썼던 침이다.
둘째, 곡침(曲鍼)이라는 것으로 끝이 굽어진 침이라 추측된다.
환부를 절개한 후 뭔가를 끄집어낼 때 썼던 침이다.
셋째, 삼릉침(三稜鍼)으로 끝이 세모난 침이다.
환부를 파바박 사정없이 찔러서 사혈을 할 때 썼던 침이다.
넷째, 거침(巨鍼)이라는 것으로 크기가 아주 큰 침이라 추측된다.
대비인 인선왕후를 치료할 때 목숨을 걸고(아마도) 사용했던 침이다.
가만히 보면 위의 구침에는 속하지 않는 침도 있다.
아마도 실존인물 백광현이 직접 만들고 명명한 침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드라마 마의를 시청하는 우리의 훌륭하신 시청자분들께서
더욱 재미있게 드라마를 감상하실 수 있도록
침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았다.
생각해보니 이건 진작에 올렸어야 하는 내용인데
좀 늦게 올린 것 같다. ㅎㅎ
뒷이야기의 뒷이야기 1>
오늘 마의 내용은 정말 통쾌했다.
막힌 하수구를 뚫어뻥으로 뻥~~~ 뚫는 것 같은 기분이네.
대본으로 느꼈던 것보다 화면으로 보니 더 시원하네, 더 시원해!
뒷이야기의 뒷이야기 2>
이 글을 읽고 이런 의문이 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 아니 그럼 허준 드라마 할 때 구침지희는 현실에서 가능한거야?
저런 굵고 긴 침을 꽂고 닭이 어떻게 살어? "
그렇다. 그 구침지희는 허구이다. 그런 거는 불가능하다.
저 아홉 개의 침을 꽂고 닭이 어떻게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다닌단 말인가?
비록 허구였지만 그 극적인 재미는 정말 대단하긴 했다. ㅎㅎ
뒷이야기의 뒷이야기 3>
좀 전에 마의 보다가 옥의 티를 하나 발견했다. ㅋㅋㅋ
지녕이가 광현이에게 혜민서 의생 시험 공부시켜 주던 걸 회상하는 장면에서
지녕이가 "항강린에 쓰는 약재를 적어봐라" 이렇게 말하니
광현이가 종이에다가 '길경 백지..' 이렇게 적었다.
그런데 약재 백지는 한자가 白芷인데
광현이가 한자를 흰 종이라는 뜻의 白紙라고 적는게 아닌가!!!
이거 그때 광현이가 약재 백지를 흰 종이 백지라고 애드립쳐서
지녕이가 엄청 웃었던 장면이 생각나네.
혹시 그때를 회상하며 일부러 흰 종이 白紙라고 적은 건가? ㅋㅋㅋ
(48번째 이야기 곧 이어짐)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D9B4C510FC50D13)
드라마 <마의> 주인공 백광현은 실제로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의 행적을 찾아 조선의 기록을 다 뒤졌다.
그의 놀라왔던 의술과 환자를 사랑했던 마음과
임금에 대한 충심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의 이야기를 도저히 그냥 묻어둘 수가 없었기에 글을 썼다.
《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