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일요일 오후 1시 30분 도착. 지리산 형제봉 아래 부춘마을에 위치한 미술반 학우 조미연, 김종출 선생님 댁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장소에 도착하자 몽유에 사는 지화자(강아지)의 아들인 ‘탄’이가 마중 나와 반겨줬다. 지행교의 빔 프로젝트와 미술반 김홍님의 노트북을 가지고 집 안 거실에서 수업준비를 했다. 미술반 학우님들을 기다리는 동안 조미연 선생님께서는 이빨이 아픈 몽피를 위해 바나나킥, 포도, 베이컨에 아스파라거스 조합으로 볶음을 해주셨다. 설마 했는데 소주를 목에 부으면서 안주를 맛나게 혼자서 잡순다. 수업시작 오후 2시 30분이 지나도 미술반 학우님들이 오시지 않았다. 알고 보니 수업장소를 찾지 못해 형제봉 활공까지 가시는 바람에 늦게 오셨다. 나는 집 대문 앞에서 간판 풍선처럼 가만히 서있어 지나가는 미술반 학우님들 차를 잡았다. 몽피는 미술반 학우님들이 도착하자 아픈 척해야 한다며 한 손에 술잔을 들고 허겁지겁 마스크를 찾았다. 그런 몽피를 학우님들이 보자마자 안부를 물었다. 몽피 아픈 척 한다. 미술반 안형숙 총무님께서는 몽피를 생각해서 전복죽까지 사오셨다. 역시 몽피의, 몽피에 의한, 몽피를 위한 미술반이다. 조제은님께서 미술반을 위해 수제 오리불고기를 가지고 오셨다. 청강생으로 오신 안형숙님 친구 분께서 과자, 포도거봉, 술을 사오셨고 수업이 시작할 때 즈음 김수미, 한경석 부부께서 몽피의 ‘simple classic’ 담배 한 보루를 가지고 오셨다. 몽피 입이 벌어지고, 뇌물 아닌 뇌물로 미술반은 오늘도 열심히 달린다. 점심도 못 먹고 온 우리를 위해 조미연님께서는 수제 오리불고기와 시골밥상처럼 각종 젓갈과 김치, 장아찌를 그릇에 담아 상 위에 펼쳐놓았다. 한국판 영화 ‘바베트의 만찬’ 이었다. 밥이 부족할 정도로 다들 이리저리 젓가락을 휘젓느라 분주했다. 특히 된장으로 양념되었던 콩 잎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점심을 마치고 바리스타 김선님의 드립 커피를 마셨다. 이철수 반장님의 갑작스런 불참으로 보드라운 갈치가 없어서 몽피의 눈치를 살폈지만, 왠지 아무 말이 없이 무난히 넘어갔다. 희한했다. 미술반 학우들 모두 거실에 앉아 귤을 까먹으며 벽에 쏘아진 PPT를 바라보았다. 이번 수업의 주제는 예술철학의 기초개념(미학)이다. 총 1부, 2부, 3부로 나눠져 있는데 그 중 1부가 수업의 내용이다. 동 서미학의 개념. 내용이 어렵고 형이상학적인 만큼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서양미학의 시조인 플라톤의 예술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동양미학의 시원인 공자의 회사후소론과 노자의 무위자연론, 칸트, 헤겔의 미학, 강세황의 표암유고, 더불어서 동 서양미술의 다양한 관점에 원시 미학의 신적 제의에 부응하기 위한 예술 행위로서의 광기까지... 이번 수업이 2017년 지리산 행복학교 미술반의 마지막 수업인 것처럼 정신이 없다. 몽피는 예술가로서 노예(노동하는 예술가)정신이 왜 중요한지를 중점적으로 설파했다. 몽피만의 민중 민족미학에 대한 미학이 수업의 중심이었다. 화려한 장식이 많아 보이는 중국 인물화와는 달리 절제와 비장미에 감추어진 조선의 초상화, 하이퍼리얼리즘의 서양인물화에 대한 척 클로즈의 대형 초상화, 하이퍼리얼리즘 조각가 듀안 핸슨과 마크시잔까지, 서양미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물에 대한 차이점 역시 신비로운 내용으로 가득했다. 몽피는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해서도 강의 중간 중간에 이야기를 했다. 이제껏 수업 중에 그의 그림이 등장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 자신의 예술론과 한때 민족미학의 관점에서 허투루 보았던 모더니즘미술의 마크로스코 그림에 대해서는 존경과 신뢰를 보냈다. 민족..민중미학에 대해 한쪽만 보고 달려온 자신만의 고백일지도 모른다.
이론수업이 끝나고 다들 밖으로 나와 바람을 맞았다. 약간의 쉬는 시간을 가지고 몽피가 펼져 둔 이젤 뒤로 모두 모여 실기수업을 시작했다. 몽피가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모두들 똑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시선, 손짓을 똑같이 따라한다. 캔버스에 연필이 아닌 물감을 발라 한 번에 스케치하는 것부터 변화 통일 균형에 대한 구도, 빨간 지붕과 파란지붕, 담, 나무, 밭. 길, 굴뚝, 중첩된 산. 미술이 아닌 마술 같은 몽피의 붓놀림에 다들 놀란다. 수업이 아닌 마술쇼가 진행됐다. 자연을 화면에 옮기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그려야 한다’는 조형원리와 화면의 구성. 그리고 작업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까지 직접 붓을 잡고 시연했다. 오늘 학우님들의 뇌물이 흡족했었는지. 무언가 작정한 듯한 수업이었다. 10월은 방학이다. 변덕과 충동을 예술가의 기질로 생각하는 몽피의 생각에 달려 있겠지만. 몽유갤러리에서의 미술반 전시는 어찌 될련지?.. 조만간 학우님들을 위한 단 한 작품의 완성을 위해 1박 2일의 번개수업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예상날짜는 10월 7일~8일 연휴 끝자락 몽유곳간이 될 것인데... 이철수 반장님, 안형숙 총무님. 긴장하시고 학우님들의 의견을 종합하심이 어떠할련지요.
몽순 (강혜경) 미술반 수업후기 숙제 끝
추신-시연했던 그림은 몽피가 작업실에서 완성해서 조미연씨게 선물한다네요. |
출처: 꿈너머 원문보기 글쓴이: 강혜경
첫댓글 마지막이라는 표현은 자제를 부탁
마지막은 종강식수업입니다.
종강식때 미술반은 몽유갤러리에서 전시해야된디.
그림은 없고 빈 술병만 있는디.
스크랩글이 수정 할 수가 없어서 우선 원글 제목 수정은 했습니다.
자제하겠습니다.
@몽피(김경학) 종강식 장소서 전시합니다.
이후 몽유 가능
근디 언제 소주를 드셨을까?
임쌤 알믄 걱정이 크실텐데
울집서는 입에도 안 대신 소주를?
제가 잠시 물컵을 소주잔으로 본 것 같습니다..ㅎㅎ
@강혜경(몽순이) 미스몽도 나이가 드는군 ㅋ
가끔 취중 강의의 진수에 대해 뒷담을 나눌 때가 있는데 우리 몽쌤의 동서양을 아우르는
수업은 이제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드시는 걸 못 잡수셔서 살이 빠진 것 같기도
하고ㅜㅜ.
울 조교님 몽순이가 옆에서 잘 보필하고 있어서 걱정은 안합니다.
세세하게 쓴 후기 덕분에 복습이 되네요.
수고했어요.^^
다음 수업땐 건강하신 모습을...
복습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저 술. 당분간 절제합니다.
완젼 멋지심!
술 자제분이랑 드신다는 잘못 읽을정도로 매우 놀라운 결심
꼭 지켜내시길!
안그러믄 저 임작가님께 뒷담으로 끌려갑니당
서방은 위인데
아녀자들은 제가 아래니
통촉하여 주옵소서!
술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