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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5월 9일 월요일, 맑음 28℃.
*걷기- 28째 날
*트리아카스텔라(Triacastela) ~ 사리아(Sarria)
*이동거리 : 25km.
*누적거리 : 684km.
아침 6시 30분 출발이다. 트리아카스텔라에서 사리아까지 가는 일정이다. 사모사를 경유하는 남쪽 루트와 산실을 경유하는 북쪽 루트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둘 다 사리아로 들어간다. 산실 루트는 6.5km 더 짧지만 더 가파르고 전통 루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 아스팔트 길이 되어 있단다. 그래서 책에는 남쪽 루트를 추천하고 있다. 더 길지만 아름다운 오라비오 강가를 걸을 수 있다. 덤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 된 수도원에 속하는 사모스 베네딕트 수도원에 들를 기회도 얻을 수 있단다.
나는 짧은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어느 길이 더 멋진지는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 것이고, 일단 내가 걸어갈 길을 더 사랑하기로 하고 짧은 길을 선택했다. 해가 뜨기 전 어스름한 새벽이지만 걷다보니 날이 샌다. 이 길도 멋진 길임을 곧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여정 중에서 아마도 제일 멋진 오솔길이었다. 언덕에 오르니 산 밑에 펼쳐진 멋진 운무가 환상적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산속 오솔길. 초원 사이로 전해져 오는 폭신폭신 초목은 한층 싱그럽고 새들도 더욱 신나고 경쾌하게 노래하는 것을 보았다.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떼도 만났다. 소 외양간에는 어김없이 개가 있고. 닭 우는 소리, 오리들. 정말 우리의 시골풍경이 그려졌다. 커다란 돌 판에 둥그런 문양이 그려져 있다. 달팽이가 연상되는 두 개씩 모여 있는 것이 좀 특이했다.
Take a breath 라는 글도 보인다. 산티아고 131.024km 표지석이 새벽 미명에 눈에 들어온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작은 다리를 건너간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올라간다. 두 갈레 길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산티아고130.354km 표지석이 나온다.
발사 마을에 도착한다. 아 발사(A Balsa) 마을의 알베르게(Albergue Ecológico El Beso)도 만난다. 돌집이 몇 채 보이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무너져서 방치되어있는 돌로 만든 폐가와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 대조를 이룬다.
강가에 있는 성당 같은 건물을 만났다. 지붕에 있는 십자가 때문에 성당인줄 알았는데 Art’s Gallery란다. 화분이 벽에 붙어있다. 성탄절 붉은 꽃 포인세티아도 보인다. 계곡 길, 강을 건너간다.
동네 끝에는 작은 성당(Capela de San Antonio de A Balsa)이 있다. 꼭 1인용 성당 같다. 역사가 오래 된 것인지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는 갈리시아어, 스페인어, 영어로 기록되어있다. 낑낑대며 올라간다.
산티아고 129.241km, 표지석이 자주 보인다. 오래된 이끼가 가득한 숲길이다. 라메이로스 분수 급수대(FONTE DE "OS LAMEIROS")를 만났다. 이 분수는 커다란 초록색 조개 문양으로 장식된 샘터다. 1993년 산티아고의 해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길이 참 예쁘다. 잡목 숲길을 걸어간다. 언덕을 오른다. 산실(San Xil)마을에 도착했다. 산티아고 127.995km 표지석이 나타난다. 예쁜 농가 마을이다. 돌집이 대부분이다. 넓은 초지가 평화롭다.
낮고 오래된 산실 데 카르바요 성당(Igrexa de San Xil de Carballo)을 지난다. 경사진 목초지에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이 아름답다. 비교적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오늘 단계의 최고점인 리오카보 봉(Alto de Riocabo), 해발 910m를 지나고 있다.
산티아고 126.224km이다. 예쁜 숲길을 계속해서 걸어간다. 도로에서 우측 숲길로 들어간다.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한적한 숲길이다. 산티아고 124.926km 표지석과 함께 몬탄(Montan)마을 표지석이 보인다.
햇살이 가득한 시골길이다. 자판기도 보인다. 물과 음료수, 과자가 들어있다. 산타 마리아 데 몬탄 성당이다. 공동묘지(Cemitério de Montán)와 함께 있다. 테르라 데 루스(Terra de Luz 빛의 땅) 카페도 지나간다.
흰색의 예쁜 꽃이 풍성하다. 농기계가 보이는 큰집이 있다. 시골 농가와 초지가 편안함을 준다. 울타리 안에서 소떼들이 식사중이다. 튼실해 보인다. 보라색 꽃을 보면서 돌집 사이 길로 몬탄 마을을 빠져나간다.
마을 끝에서 엄청난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 하얀 안개가 자욱이 깔려있고 그 위에 산봉우리들이 배처럼 떠있다. 환상적이 풍경이다. 가까운 초지에는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목장이다.
풀들이 좀 길어 보인다. 예쁘다. 도로에서 왼쪽으로 내려간다. 목가적인 풍경이 나타난다. 조그만 개울 위에 놓인 돌다리가 나름대로 정취가 있다. 산티아고 122.600km, 푸렐라(Furela)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산 로케 성당(Capela de San Roque)을 만났다. 하얀 색에 작고 아담한 성당이다. 입구 문이 커다란 돌덩어리로 만들어져 인상적이다. 작은 농가마을이다.
평온한 들판을 지나 이제 내려가는 길이다.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을 만났다. 마을이 나타난다. 핀틴(Pintin) 마을이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서니 깔끔하고 깨끗해 보이는 식당이 나타난다.
Casa Cines 카페다. 알베르게도 있는 것 같다. 아침 식사를 했다. 샌드위치와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3.8유로다. 노부부가 운영을 하고 있다. 다시 길을 걷는다.
초지위에 소들이 놀고 있는 목장이다. 햇살 가득 아름답다. 칼보르(Calvor) 마을에 들어선다. 고목나무 숲길을 지나간다. 참 아늑하고 포근한 길이다.
산티아고 120.413km이다. 작은 성당 산토 에스테보 데 칼보르(Igrexa de Santo Estevo de Calvor)옆에는 공동묘지가 있다. 아귀아다(Aguiada) 마을 팻말이 나타난다.
조용한 시골길이다. 돌집들이 운치가 있다. Taberna del Camino 카페가 보이는데 문이 닫혀있다. 마을 광장 구석에는 Sarria 라는 글이 새겨진 커다란 쓰레기통 서너개가 보인다.
들판에 성당 같은 건물도 보인다. 개 한 마리가 함께 간다. 멀리 마을이 보인다. 도로를 따라 걷는다.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특이한 소나무가 가정집에서 자라고 있다.
들판에 양떼들이 사진 같다. Sarria 이정표가 나타난다. 쉼터 나무 그늘에 순례자들이 앉아있다. 염소와 양들이 가까이에서 우리를 구경한다.
도심 길을 걷는다. 사리아에 들어선 것이다. 알베르게를 지나간다. 아파트 상가가 줄지어있는 거리를 걸어간다. 커다란 인물이 그려진 벽화가 나타난다.
광고판 같다. 분수대가 있는 로터리에 들어섰다. 112km라는 커다란 글이 적힌 그림이 보인다. 오토바이에 헬멧을 쓴 그림이다. Kilometro 112라는 글과 순례자가 그려진 그림도 보인다.
투박하게 생긴 기념물이 나타난다. 사리아 강이 흐르고 그 위로 리베이라 다리가 놓여있다. 베니그노 퀴로가(Benigno Quiroga) 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꺾으면 숙소가 있는데 너무 이른시간이라 일단 유명한 계단 A Escaleira da fonte로 간다. 기념 조형물이 있다. 올라가는 초입에 스페인 최초 순례자 전문 상점 페레그리노테코(Peregrinoteca.com)가 있다.
책과 장비 그리고 기념품가게다. 구 시가지 계단을 오르는 것이다. 화강암 계단을 오르면 마이오르(Vue sur la rua Major - Camino Frances)에 닿는다.
성당이 나타난다. 산타 마리아 성당(Iglesia de Santa María de Sarria)이다. 이 성당 담벼락에는 순례자 그림(Cruceiro de Santa Mariña)이 그려져 있다.
십자가 석상도 있고 가시관을 쓰신 석상이 특이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성당 마당이 넓다. 공원같이 플라타너스 나무가 줄 맞춰 심어져 있고 벤치와 나무 조형물도 세워져 있다.
돌담도 있다. 여기서 내려다 보면 시내 지붕이 눈아래 펼쳐진다. 마이오르 골목 길에는 식당, 매장, 알베르게, 기념품가게 등 여러 가지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규모가 크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식당(Mesón Camiño Francés)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옆에는 호텔(Hotel Novoa)건물이 있다.
여기는 광장을 끼고 시청사(Concello de Sarria) 건물도 보인다. 작은 황제 조형물이 만들어어져 있다. 왕관을 쓰고 앉아있는 폼이 작고 늙어 보인다.
알폰소 9세(Estatua Alfonso IX)란다. 더 걸어서 정상 광장에 선다. Sarria라는 글자(Letras de Sarria)를 크게 만들어 놓았다. 자전거 순례자들이 글자를 등지고 앉아서 쉬고 있다.
살바도르 성당 (Iglesia del Salvador)이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다. 13세기에 만들어진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문에 말발굽 모양의 아치와 부조 장식이 있다. 모자이크 문양의 글씨도 있다. 십자가 석상도 찾아본다. 정상 부근에는 페허가 된 성탑 유적이 보인다. 성곽 유적 (Fortaleza)이다
. 이르만디뇨스 반란으로 무너진 성곽이란다. 현재 탑 하나만 남아있다. 잡목 숲에 숨겨져 있다. 다시 숙소를 찾아서 내려온다. 오른편에 한국말도 보이는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환영합니다’라는 글이 세계 여러나라 말로 적혀있다. 드디어 우리 숙소를 찾았다. 우리 숙소는 2성급 호텔(Hotel Duerming Villa de Sarria)이다.
작지만 새로지어져 깔끔하고 편안하다. 사리아 111km, 라는 글씨도 있고 커다란 도자기가 입구에 있다. 2인실을 체크인 했다. 창 밖의 전망이 아주 좋다.
강과 동네가 내려다 보인다. 오후 1시 경에 도착한 것이다. 동네 한바퀴를 하기로 하고 나왔다. 켈트족 문화에 기원을 두고 있는 사리아는 중세에 이르러 순례자들의 중심지가 되었단다.
사리아는 1만 3천명의 번잡한 현대도시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까미노 순례를 간절히 열망하는 이들이 주로 이곳 사리아를 출발지점으로 삼는다.
여기서 출발할 경우 순례자증서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인 100km를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여행도 이제 끝을 향해 가는 것이다. 사리아는 가구, 농축산물 특히 밀의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이란다.
또한 오랜 세월에 걸쳐 내려온 보석 같은 예술품과 아름다운 자연환경, 친절한 사람들, 다양하고 풍성한 먹거리가 자랑거리란다. 아름다운 마요르 길과 평행으로 난 길에는 각종 상점이 있다.
강가의 도로에는 수많은 선술집 그리고 풀페리아 (Pulperias; 문어요리 전문 식당)가 있다. 이곳에서 순례자의 눈은 예술 작품으로, 가슴은 친절한 사람들로, 코와 혀는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으로 즐겁다.
초리소(chorizo 돼지고기 소시지)와 하몽, 소시지류, 엠파나다(Empanadilla 만두 종류), 돼지고기 요리, 밤과 크렌베리를 넣고 요리한 노루고기 등이 유명하단다.
또한 사리아에서는 풀포(Pulpo)를 빼놓을 수 없다. 문어를 구리 냄비에서 익혀 올리브유, 소금, 단 피망이나 매운 고추 등을 곁들여 먹는 요리다.
사리아의 문어 전문 레스토랑 풀페리아는 역사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후식으로는 시럽이나 달콤한 꿀을 끼얹은 푸딩에 연한 치즈를 넣은 것이나 프레이쇼(Freixo)라고 부르는 계란과 우유로 만든 후식이 유명하다.
늦은 가을이나 겨울에 사리아를 방문하는 순례자라면 군밤을 먹어보란다. 사리아의 군밤은 묵주 기도를 세 번 하는 시간만큼 충분히 구워야 맛있다고 한다.
시리아는 왕의 죽음이라는 말이 있다. 사리아에서 사람이 살았던 것은 로마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도시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이 강화된 이후부터다.
12세기 후반에 알폰소 9세가 이 마을을 세웠다고 전해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알폰소 9세는 산티아고 순례 도중 창궐한 전염병 때문에 사리아에서 사망했다.
그의 순례를 기리기 위해서 그의 영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대성당에 안치되었다. 그의 동상이 시청사 앞에 있다.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마이오르 거리에 있는 작은 식당을 들어갔다. 벽 장식이 특이하게 짚으로 만든 공예품이 붙어있다. 순레자 메뉴를 주문했다. 야채가 먼저 나오고 돼지고기 구이를 먹은 후 후식으로 케익 빵을 먹었다.
10유로다. 길을 걷다가 재미있는 식당 구경을 했다. 알베르게도 운영하고 있다. 그림도 있고 예쁘게 꾸며 놓은 외부를 둘러본다. 다시 정상 부근에 서서 Sarria라는 글씨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폐허가 된 성채를 들어가 보려고 했으나 길이 막혀있다. 그저 숲 사이로 돌탑만 보인다. 왼쪽으로 걸어 동네 한바퀴를 한다. 전망대(Miradoiro do Cárcere)에 섰다.
입구에 십자가 석상도 있다.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막달레나 수도원(Convento de la Magdalena)은 사리아 시내의 언덕 위에 위치해있으며 도시와 근교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이사벨 여왕 시대에 만들어진 고딕 양식 성당에는 플라테레스코 양식 문과 고딕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양식의 회랑이 있다. 고급 알베르게도 갖고 있다.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조형물이 있는 공원을 만난다. 음악당 같은 건물도 보인다. 약국의 온도게는 영상 27℃를 나타내고 있다. 앉아 있는 여성의 조형물이 나온다.
모자를 쓰고 핸드백이 보이는 조형물이다. 중간 길로 걸어서 숙소 방향으로 간다. Gadis 슈퍼마켓으로 들어갔다. 햄과 빵 그리고 토마토, 불가리스도 샀다. 8.17유로다.
거리는 뜨겁다. 조형물들도 보인다. 건너온 강과 다리를 지난다. Zapatones(1954~2015) 순례자 영감님의 초상화가 보인다. 흰수염이 특징인 초상화가 엄청 크다.
숙소로 와서 빨래를 한다. 양말과 상의를 널었다. 내려다 보이는 텃밭이 좋다. 넓은 초지다. 저녁 식사는 슈퍼에서 구입한 것으로 먹었다.
오는 도중에 샤프란 꽃을 찾아보았냐고 묻는데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입안이 헐었다. 혓바늘이 솟았다. 마음은 즐거운데 육체는 피곤했나보다.
순례의 길이 눈을 열게하여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례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목적지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것에 마음을 두는 순례자.
진정한 길은 그것이 끝났을 때 비로서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례자. 까미노 사인을 놓쳐 길을 빗나갔다 찾았을 때 감사하는 순례자.
이 길이 큰 침묵을 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 침묵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하나님을 만나는 기도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대는 정녕 행복한 순례자다.
어두어지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