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예산백일장 심사평
마음의 양식을 거둬가는 가을, 삶과 지혜를 살찌우는 데는 독서와 글쓰기만 한 것이 없겠다. 그 가운데 글쓰기는 생각의 집을 짓는 일이다. 생각의 크기에 맞는 집을 짓고, 그 집안에 생각의 가재도구를 채워 넣는 일이다. 집과 도구들이 어우러지고 생각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그를 좋은 글이라 한다.
제6회 예산백일장의 글제는 추석, 핸드폰, 독서(책)였다. 모두 일상생활과 가까운 것이어서 재료를 찾고 생각의 집을 짓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경험이란 것이 대개 비슷해서 글의 내용이나 짜임도 비슷하다. 추석에 깃든 추억, 핸드폰과 관련한 일상생활, 책에 관한 기억. 뭐 이렇다 보니 재미나 감동이 적다. 그래서 같은 글제를 놓고 겨루는 백일장에서는 남과 다른 내용을 담은 글, 남과 다른 생각을 그려낸 글이 먼저 입상작이 된다.
이번 대회에는 76명의 참가자가 실력을 겨루었다. 학생부 53명, 일반부 23명이 참가하여, 90여 편의 작품을 내주었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을 살펴 각각 평가하고 종합하여 순위를 정하였다.
초등부에는 22명의 학생이 작품을 제출하였다. 이들 작품 가운데 예산초등학교 6학년 김지효 학생의 수필 ‘사춘기 소녀의 휴대폰 탈출기’를 최우수작으로 선정하고, 금오초등학교 3학년 신동훈 학생의 시 ‘우리집 책’을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김지효 학생은 글쓰기의 기본이 탄탄하고 이야기를 엮어가는 실력이 두드러져 쉽게 최우수작으로 뽑혔다. 신동훈 학생의 시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많음에도 3학년의 감수성과 가능성에서 점수를 받았다. 대개의 초등학생들이 수필(산문)을 선택하여 긴 글들을 만들어 주었는데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운 작품이 많았다.
중등부에는 26명의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많은 학생이 참여한 만큼 글의 우열을 가리기에 애를 먹었다. 먼저 예산여중 1학년 김민정 학생과 예산여중 2학년 김혜연 학생의 글이 올라와 1~2위를 겨루었고, 몇몇 학생의 글을 올려놓고 논의하였다. 그렇게 하여 예산여중 김민정 학생의 시 ‘추석’과 김혜연 학생의 수필 ‘단풍 물든 추석’을 대상 후보작으로 올리고, 예산여중 2학년 임채희 학생의 수필 ‘한가위의 장단점’을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고등부에는 참가자가 5명이었다. 심사위원들은 5명 학생들의 작품을 읽고 학생들이 글의 기본이 되어 있음을 인정했다. 이에 5편을 모두 입상작으로 선정하기로 하고, 삽교고등학교 2학년 이하은 학생의 수필 ‘독서삼여’와 삽교고등학교 2학년 양엘리샤 학생의 수필 ‘고등학생의 한가위’를 놓고 논의했다. 이하은 학생의 글은 독서삼여를 의인화하여 대화 형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간 면이 부각된 반면 글이 단단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양엘리샤 학생의 글은 기본이 탄탄하였지만 글의 내용이 신선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논의 끝에 이하은 학생의 수필을 최우수작, 양엘리샤 학생의 수필을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일반부에는 23명의 참가자들이 경합하였다. 성인들인 만큼 글들을 길고 성의있게 써주었다. 그런데 일반부 글쓰기에서는 시가 수필에 비해 입상하기가 어렵다. 수필은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고 갈무리하면 되는데, 시는 그보다 높은 기교와 감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점수가 크게 달라지는 면도 있어 심사위원들이 이런 위험부담을 피하려는 경향도 있다. 25편의 작품들 가운데 정원희 님의 수필 ‘소중한 핸드폰’과 백은영 님의 수필 ‘추억의 추석’이 최종 경합하였다. 이 가운데 핸드폰을 활용한 새로운 삶의 경험을 풀어간 정원희 님의 글이 대상작으로 선정되었고, 문장력과 글의 짜임이 단단했지만 내용이 신선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은 백은영 님의 글이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권은숙, 곽희정, 이다희, 조성아, 김예은, 한희옥 님의 글을 놓고 논의한 끝에 권은숙 님의 수필 ‘험산준령에서 책은 우리 가족의 보물’을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학생부 대상작 후보에는 3편이 올라왔다. 예산초 6학년 김지효 학생의 글과 예산여중의 김민정 학생과 김혜연 학생의 글이었다. 이 가운데 예산초 김지효 학생의 글은 내용을 끌고 가는 힘이 있고 글쓰기의 기본기가 탄탄하지만 예술성과 감동성이 조금 못 미친다는 이유로 탈락하였다. 심사위원들은 예산여중 1학년 김민정 학생과 예산여중 2학년 김혜연 학생의 글은 문학성과 감동성을 갖춘 특별한 작품으로 평가하고, 두 학생의 글을 다시 돌려 읽었다. 그리고 기술적인 면이 완성되지 않은 위험성이 있지만 김민정 학생의 시 ‘추석’에 감동성의 점수를 얹어 대상작으로 올렸다.
<심사위원>
신익선(시인/평론가). 박언서(수필가). 이병헌(시인/소설가). 하금수(시인/수필가). 이 철(시인/동시작가). 이명재(시인).
첫댓글 행사진행과심사에노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