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만큼의 거리를 두는 철로는 모퉁이를 돌 때면 하나가 되는 뒷모습을 보인다 (정영선·시인)
♥부부♥??
두 줄로 늘어선 철길 한쪽 눈으로 바라본다. 두 줄이 어깨동무하고 가다가 하나가 되어 눕는다.
토라져 돌아앉은 그대 한쪽 눈을 감고 바라본다. 비로소 감은 눈 속으로 들어와 웃는 얼굴로 하나가 된다. (이재봉·시인)
♥부부♥
당신 나 되고 나 당신 되어
기둥 같이 부여안고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지치면 손잡아 주고 아프면 안아 주며 때로는 눈감아 그리워하고... (곽정숙·시인)
♥부부♥ ?? 흔들리며 부서진 님의 마음 속 뚝심 어린 일편단심 민들레 한 포기 옮겨 심어
보니, 꽃이 피려나 봄 손 매만져 주시네 벌, 붕붕붕 날개치며 날고 있네 (정윤목·시인)
♥부부♥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함민복·시인)
♥부부♥
누운 등을 쓰다듬으면 포근히 안겨 드는 잠 하루의 피곤 진하게 베어물고 베게닛 사각사각 나누는 대화
오늘도 짐짓 바쁘게 살아 손꼽아 헤아리면 벗어놓은 빨래만큼 가지가지 많은 일들
그대 등 고요히 쓰다듬으며 따뜻한 믿음 하나 손마디로 일으키고
힘든 일도 가벼웁게?? 살아갈 수 있음을 그대, 그것을 이름하여 사랑이라 부르려나?? (김옥남·시인)
♥부부(夫婦)♥
돌아서서 한번 손을 흔들면 생소한 이웃이 되고 말 인연을 짊어지고 집요하게 숨어드는 한 칸의 작은 우리.
검은 머리채로 너의 가슴을 덮고 피가 뿜어지는 얘기를 듣는 밤엔 외면하고 싶은 생활도 잠시 어둠에 숨는다.
태고에 점지(點指)하여 외로움을 저당하고 얻은 또 하나의 외로움. 애증(愛憎)을 다투면서 가난하게 기대인 약속의 방에 덧없는 꽃이라도 놓아보는 마음이여. (강계순·시인)
♥夫婦♥
어두운 부뚜막이나 낡은 탁자 위 같은 데서 어쩌다 비쳐드는 저녁 햇살이라도 받아야 잠시 제 모습을 드러내는 한 쌍의 빈 그릇
놋쇠든 사기이든 오지든 오십 년이 넘도록 하루같이 함께 붙어다니느라 비록 때묻고 이 빠졌을망정 늘 함께 있어야만 제격인 사발과 대접
적잖은 자식 낳아 길러 짝지워 다 내어보내고 이제는 둘만 남아 이렇게 이따금 서로의 성근 흰 머리칼 눈가의 잔주름 눈여겨 바라보며
깨어지더라도 함께 깨어질 수는 없는 것일까 부질없이 서로 웃으며 되새겨보면 창밖엔 저무는 날의 남은 햇빛 그 햇빛에 희뜩이는 때아닌 이슬방울 (김종길·시인)
♥부부♥
모르는 남남이었다가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진 두 사람
몰래 감출 것도 부끄러울 것도 하나 없는 두 사람
사랑과 미움을 엮어 인생이라는 조각보를 짓는 두 사람
지상 너머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두 사람 (정연복·시인) 모든님들 사랑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통영에서 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