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느님을 찾는 목마른 젊은이들 >
교구 대학생사목부에서 사목하던 때,
한창 ‘여혐(여성혐오)’, ‘남혐(남성혐오)’이라는 말이 유행하며
젠더 갈등이 크게 터졌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까지도 20대 사이에선 민감한 문제인데,
교회도 사회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서 절규하던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 5월, 30대 ‘여혐자’가 20대 여성을 화장실까지 따라가 살인을 저질렀던,
이른바 ‘강남 화장실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후, 교회의 여성 사제 허용 문제를 비롯하여 여성 문제에 대해 묻는
가톨릭학생회 차원의 문의가 여러 차례 잇달았습니다.
저는 이 정도로 20대들에게 중요한 이슈라면
공적으로 시간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2016년 10월, 자리를 마련하였고, 들어온 여러 질문을 거르지 않고,
행사 당일에 메모로 받아서 강연자가 직접 답하는 형식으로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일은 청년들의 고민과 의문을 듣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분을 섭외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주님의 은총으로 당시 광주 대신학교에서 성서학을 가르치시던
김영선 수녀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연락을 드린 후 무작정 전라도 광주로 찾아갔지만,
수녀님께서는 들으시고 매우 기뻐하며 수락해 주셨습니다.
수녀님께서는 미국에서 공부하시던 시절 보스턴에서
여러 대학생, 청년 신자들과 신앙의 여러 문제를 함께 나누고,
또 젠더 갈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듣고 나눈 경험이 있으셨답니다.
거기서 많은 20대 젊은이들이 하느님의 사랑과 신앙에 대한
강한 목마름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게 되셨다고 합니다.
바로 제가 찾던 분이셨습니다.
드디어 행사 당일이 되었고,
역시나 대학생인 우리 20대 자매들은 교회에서 느끼는 많은 아픔을 쏟아놓았습니다.
수녀님께서는 그들의 고민에 대해, 주님의 폭 넓고도 넘치는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기 시작하셨습니다.
특히 교회에서 보이는 남성 중심주의 현상에 대해서 초대교회 박해 시절,
당시 여성들이 맡았던 큰 역할들을 예로 드시며,
젊은이들이 궁금해하던 것들을 교회사의 맥락 안에서 잘 풀어가셨고,
이들이 젠더 갈등으로만 이해했던 문제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모임을 마무리하며 수녀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여성들에게 사제가 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장되어도,
모든 여성이 사제직에 부름 받지 못합니다.
주님께서 부르셔야만 남성도 여성도 사제직을 받게 됩니다.”라고
아주 따뜻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어떤 문제든 하느님이 중심이어야 함을
명확히 조명해 주셨습니다.
50명 정원인 좌석이 모자라서 서서 참석한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젊은이들은 주님을 목말라합니다! 그래서 연합합니다!
그들이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외치게 합시다!
그리고 주님 앞에서 그들이 교회의 주인공이자 현재임을 스스로 느끼게 합시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야 그 안에 계신 주님의 목소리를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은성제 요셉 신부 | 가톨릭청소년이동쉼터(서울A지T)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