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客閑談] 오뉴월 개팔자
밤의 바깥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더운 밤을 열대야(熱帶夜)라고 하지요.요즈음 걸핏하면 꿀잠을 방해하는 열대야가 발생하는 까닭에 선풍기와 에어컨 도움이 없으면 잠자리가 여간 불편한게 아닙니다.그러나 냉방기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꿀잠에 들었다고 해도 이튿 날 기상할 때는 몸은 매타작을 하고 난 것처럼 찌뿌드드하고 묵지근하지요.그러한 일상을 두어 달은 실히 견뎌야 할 무더위가 시작이 되는 즈음입니다. 창 밖의 하늘은 비를 잔뜩 머금고 있는 거무튀튀한 비구름으로 그들먹하고, 비를 몰고 오기도 하고 몰고 가기도 하는 축축하고 밍근하기까지 한 바람이 가늘은 빗방울을 흩뿌리며 고샅을 훑고 지나갑니다.장마까지 시작되려는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장마 철은 주로 유월 하순 경부터 시작해서 8월 초순 경까지 이어지는 아열대성 우기(雨期)지요.기온은 섭씨 30도를 넘나들고 습도까지 높아 매사가 후텁지근하고 끈적끈적한 느낌이니 찬 것과 시원한 바람만 찾게 됩니다.이럴 때는 내둥내 뜨거운 커피만을 즐기던 입맛도 얼음이 둥둥 떠 있는 냉 커피 등의 찬 것들로만 눈길이 갑니다.그런 탓인지 그 좋던 입맛도 요즘은 신통치 않습니다.더위를 먹은 것처럼 뱃속은 헛헛하지만 헛배가 부른 것처럼 입맛이 예전만 못한 것이지요.예전에는 이럴 때 으레 보신탕으로 그 증세를 대번에 해결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보신탕집들이 세상의 눈총을 받아 거지반 영업을 작파하여 발품을 부지런히 보태야 간신히 맛을 볼 수 있는 희귀한 음식이 되었지요.
젊은 시절,무더운 여름에 동네 친구들과 무더위를 핑게삼아 물가 근처로 개 천렵을 하던 일은 이제 까마득한 전설이 되었습니다.작금에 그런 천렵을 하다가는 고발이 되어 법의 처벌을 받아 죄인이 될 게 틀림없습니다. 예전에는 집 근처의 가까운 시장통에도 서너 군데의 보신탕집이 제법 활기를 띠며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언제쯤부터인지 하나 둘 문을 닫더니 이젠 아예 모습조차 보이질 않습니다.동물보호법과 동물보호단체의 보호와 활동으로 보신탕집은 혐오 음식점으로 낙인이 찍혀 설자리마저 사라진 것이지요.'오뉴월 개팔자'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무더위가 시작이 될 무렵인 오뉴월이 다가오면 개들은 몸무게 불어나는 것을 늘 조심해야 했지요.복중(伏中)의 몸보신 복달임용(用)으로 인기절정을 구가할 시절이니 개들에게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목숨줄이 간당간당하는,사형개시 날짜를 턱밑에 둔 사형수 신세나 다름이 없을 겁니다.그러나 그러한 백척간두의 시절을 무사히 벗어나면 상황은 급변합니다.농부들은 더운 여름에 논밭에서 땀을 흘리며 고되게 일을 하는데,개는 더위를 참지 못하여 시원한 댑싸리 그늘만을 찾아들어 누워있다가 낮잠이나 자곤 하니 농부들은 이런 개의 처지가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였을 겁니다.이럴 때는 잠시 몇 달에 불과하지만 오뉴월 개팔자는 상팔자 신세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것저것 다 전설이 되었습니다.작금에는 '오뉴월 개팔자'는 명실상부한 '개팔자는 상팔자'로 팔자가 확 피었습니다.개를 위한 음식,간식,개라면 등을 비롯하여 장난감과 각종 의류 매장이 곳곳에 문을 열고 개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게다가 질병 치료를 위한 전문병원과 장례식장,그리고 건강관리를 위한 헬스장까지 마련이 되어 있으니,그야말로 '개팔자 상팔자'가 따로 없습니다.나들이를 나서거나 산책을 할 때에는 유모차에 태우거나 아기처럼 업기도 하고, 가슴에 안고 가기도 합니다.목줄을 매고 걸음을 함께 하기도 하지요.개들도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나들이도 하고 산책도 즐겨야 한다는 것이지요.
'개미'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어느 작품 속인가 이런 장면이 생각납니다.개와 고양이 사이의 대화입니다.고양이가 먼저 말합니다."사람들은 우리 고양이를 신(神)으로 섬기고 있어! 우리들의 식사와 간식, 그리고 우리들의 안전과 휴식을 위해서 늘 돌보아주니까 말이야". 개가 말합니다."우리들은 사람들을 항상 신(神)으로 섬기고 있어! 그들은 언제나 우리들의 음식,간식 그리고 건강까지 정성스럽게 챙겨주고 보호해주고 있으니까". (202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