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티브이
한상림
저 사내는 늘 무언가 고프다
아무리 쓸어 담아도 느낄 수 없는 포만감,
온종일 능청스러운 눈빛으로
걸러지지 않는 허기를 채운다
맛없는 것들은 닥치는 대로 삼키고 볼 일,
종이박스가 언덕을 오르는 저녁 어스름
도둑고양이 한 마리 담벼락을 넘어가고 있을 때
부러진 골절을 꿀꺽 삼켰다
어둠 속을 달려온 자동차 불빛이
뺨을 맞고 드러누운 사내를 뭉개고 지나갈 무렵
압화로 눌러앉은 그림자도 콕 찍어 올렸다
부러진 벚나무 가지에 꽃이 피고 구름은 가고 없어도
사실은 여지없이 렌즈 안에 살아남는 것
그 진실을 되감아 보여주려 해도,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 우겨대는 맛없는 눈빛들까지
걸러낼 수 없어 붉어진 렌즈,
주연 배우와 카메라 감독도 없는 세상은
찍고 찍히는 것들 모두
사사건건 시시비비다
첫댓글 우리 눈에는 담아낼 수 없는 모든 것들이 그 속에는 오래도록 담겨 있을 수 있지요 우리는 그저 보고 지나가지만
그것들은 오래도록 쟁여 놓고 있다가
진실인지 것이신지 모를 속을 열어놓겠지요.
바람이 서늘해졌습니다.
진짜 가을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