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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 제 40 권 -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잡아함경 1104. 제석경(帝釋經)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일곱 가지 서원[受]2)을 받들어 가지는 사람은, 그 인연 때문에 천제석(天帝釋)의 처소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천제석은 본래 사람으로 있을 때, 부모와 집안의 여러 어른들을 잘 공양하였고, 화열(和悅)한 얼굴과 부드러운 말로 욕설하지 않았고, 이간하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항상 진실한 말만 가려서 하였고, 간탐하고 인색한 세상에서 비록 가정을 이루고 살았지만 아끼지 않고 해탈시(解脫施)와 근시(勤施)를 행하였으며,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였고, 모임이 있으며 보시하여 공양하되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베풀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부모와 또 집안 어른께
언제나 늘 공양드리고
부드럽고 공손한 말을 하고
욕설과 이간하는 말은 하지 말며
간탐하고 아끼는 마음을 조복받고
언제나 진실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라.
이 일곱 가지 법을 실천하면
저 33천은 그것을 보고
저 이는 장차 이 하늘에 나리라고
저마다 모두 그렇게 말하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05. 마하리경(摩訶離經)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국(舍離國) 미후지(獼猴池) 곁에 있는 2층으로 된 강당에 계셨다.
그 때 리차족(離車族)인 마하리(摩訶利)가 부처님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천제석(天帝釋)을 보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보았다.
세존이시여, 어떤 귀신이 있는데 천제석과 모습이 같습니다. 세존께서도 보셨습니까?
나는 천제석을 잘 알고 있으며, 또 천제석과 그 모습이 닮은 귀신이 있는 것도 알며, 또 저 천제석의 법도 잘 알고 있다. 그가 그럴만한 법(法)을 받아 지닌 연(緣) 때문에 제석천에 태어나게 되었다는 사실까지도 다 알고 있다. 리차여, 저 제석은 본래 사람으로 있을 때 부모를 극진히 공양하고……(내지)……평등한 보시를 행하였느니라.
그리고는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부모와 집안 어른께
늘 극진하게 공양드리고
부드럽고 공손하게 말하며
욕설과 이간하는 말을 하지말고
아끼는 마음을 억제하며
언제나 진실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라.
이 일곱 가지 법을 행하면
저 33천은 그것을 보고
저 이는 장차 이 하늘에 태어나리라고
제각기 모두 이렇게 말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마하리 리차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잡아함경 1106. 이하인경(以何因經)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국 미후지 곁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나서 한쪽에 물러나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석제환인(釋帝桓因)의 이름을 석제환인이라고 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은 본래 사람으로 있을 때에 돈시(頓施)5)를 행하였다. 가난하고 궁색하며 고달프고 괴로워하는 사문(沙門)이나 바라문(婆羅門)이 살기를 구해 길에서 구걸할 때, 음식·재물·곡식·포목·꽃·향·장엄 거리·침구·등불 등을 보시하되 그러한 보시를 능히 감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이름을 석제환인이라고 하였느니라.
비구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因)과 무슨 연(緣)으로 석제환인을 또 부란다라(富蘭陀羅)라고 이름합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저 석제환인은 본래 사람으로 있을 때에 의복·음식……(내지)……등불 등을 자주자주 보시하였다. 그러한 인연으로 부란다라라고 이름하느니라.
비구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슨 인과 무슨 연으로 또 마가바(摩伽婆)라고 이름합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저 석제환인은 본래 사람으로 있을 때에 마가바라고 이름하였다. 석제환인의 본래 이름이 마가바였느니라.
비구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슨 인과 무슨 연으로 또 사바바(娑婆婆)라고 이름합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저 석제환인은 본래 사람으로 있을 때에 자주 바선사(婆詵私)6) 옷을 보시하여 공양하였다. 그러한 인연 때문에 석제환인의 이름을 사바바라고 하느니라.
비구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과 무슨 연으로 석제환인의 이름을 또 교시가(?尸迦)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본래 사람으로 있을 때에 교시(?尸) 족성으로 출생하였었다. 그러한 인연 때문에 석제환인의 이름을 교시가라고 하느니라.
비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과 무슨 연으로 석제환인의 이름을 사지발저(舍脂鉢底)라고 부릅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저 아수라 딸의 이름이 사지(舍脂)인데, 그 딸이 천제석의 첫 번째 천후(天后)이다. 그런 까닭으로 제석의 이름을 사지발저라고 하느니라.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과 무슨 연으로 또 석제환인의 이름을 천안(千眼)이라고 부릅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본래 사람으로 있었을 때에 총명하고 지혜로와 한번 앉는 사이[一坐間]7)에 천 가지 이치를 생각하고 관찰하며 칭양(稱量)하였었다. 그러한 인연 때문에 저 천제석의 이름을 천안이라고 하느니라.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슨 인과 무슨 연으로 또 석제환인의 이름을 인제리(因提利)라고 부릅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저 천제석은 33천의 왕이고 주인이다. 그러한 인연 때문에 저 천제석의 이름을 인제리라고 부르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저 석제환인은 본래 사람으로 있었을 때에 일곱 가지 덕행을 받들어 가졌었다. 그러한 인연 때문에 천제석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일곱 가지인가하면, 저 석제환인은 본래 사람으로 있었을 때에 부모에게 공양하고……(내지)……평등하게 보시를 행하였다. 이러한 일곱 가지 덕행을 실천하였다. 그 인연 때문에 천제석이 되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게송을 설하셨다.
……(게송의 내용은 위 마하리경의 게송과 같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07. 야차경(夜叉經)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국 미후지 곁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어느 때에 어떤 야차 귀신이 있었는데 그 생김새가 추하고 더러웠으며, 악한 얼굴 모습으로 제석의 빈자리에 앉아 있었다. 33천은 그 추하고 더러우며 악한 모습의 귀신이 제석의 빈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제각기 모두 성을 내었다. 여러 하늘들이 몹시 성을 냈지만 성을 내면 낼수록 그 귀신은 점점 단정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이때 33천은 천제석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교시가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추하고 악하게 생긴 어떤 귀신이 천왕의 빈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우리 모든 하늘들은 그 추하고 악하게 생긴 귀신이 천왕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몹시 성을 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하늘들이 성을 내면 낼수록 그때마다 그 귀신은 점점 단정하게 변하였습니다.
석제환인이 33천에게 말하였다.
그 귀신은 성냄으로 상대하여 다스리는 귀신이다.
그 때 천제석은 직접 그 귀신에게로 가서 옷을 바로 여미고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는 자기 이름을 세 번 말하였다.
인자(仁者)여, 나는 석제환인입니다.
석제환인이 이와 같이 공경하고 겸손해 할 적마다 그 귀신은 점점 추해지고 더러워지더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석제환인은 자기의 자리에 앉아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들이여, 마땅히 성내지 말고
누가 나에게 성내도 성냄으로 갚지 말라.
악에 대해서 악한 마음 내지 말고
마땅히 교만한 맘 부셔야 한다.
성내지 않고 해치지도 않으면
그야말로 성현의 무리라 하리라.
악한 죄 지으며 성냄을 유발시키더라도
돌이나 산처럼 굳게 머물러라.
울화가 치밀어도 잘 참아내라
달리는 마차를 제어하는 것처럼
내가 말하는 훌륭한 마부란
고삐 잡은 이를 말하는 게 아니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은 33천의 자재왕(自在王) 지위에 있으면서도 성내지 않는 것을 찬탄하였다. 너희들도 그렇게 하여야 한다.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성내지 않는 것을 찬탄하는 공부를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08. 득안경(得眼經)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걸식을 마치시고 정사(精舍)에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尼師壇)을 오른 어깨에 메고 안다림(安陀林)으로 들어가, 니사단을 펴고 어떤 나무 밑에 앉아 낮 선정에 들어가셨다.
그 때 기원(祗園)에서 두 비구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는데 한 사람이 꾸짖어도 한 사람은 잠자코 있었다. 그 꾸짖던 사람은 곧 뉘우치고 그에게 사과하였다. 그런데 그 비구는 그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절 안에 있던 비구들이 서로 권하고 충고하느라고 고함을 치며 시끄러웠다.
그 때 세존께서는 사람 귀보다 뛰어난 깨끗한 천이(天耳)로 기원에서 시끄럽게 고함소리가 오가는 것을 들으셨다. 그 소리를 들으시고는 선정에서 깨어나 정사로 돌아와 대중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오늘 이른 아침에 걸식하고 돌아와 안다림으로 들어가 낮 선정에 들었다가 정사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고함소리를 들었다. 누가 그렇게 하였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정사에서 두 비구가 싸웠는데, 한 비구는 꾸짖었으나 한 비구는 잠자코 있었습니다. 그 때 꾸짖던 비구가 이내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였으나, 그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권하고 충고하느라 큰 소리가 나고 시끄러웠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어리석은 비구가 상대방이 뉘우치고 사과하는데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상대가 뉘우치는데 그것을 받아주지 않으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유익하지 못한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비구들아, 과거 세상에 석제환인은 33천에서 싸움이 있었을 때, 이렇게 게송으로 가르치고 훈계하였다.
다른 사람을 해칠 마음 없으면
성냄도 또한 얽어매지 못하나니
원한을 품고 오래 두지 말고
성내는 마음에 머물지도 말라.
아무리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도
그 때문에 추한 말을 하지 말라.
구태여 남의 흠을 애써 찾아내어
그의 허점과 단점을 들추지 말고
항상 마땅히 스스로 단속하여
정의로써 안으로 반성하고 살펴라.
성내지도 말고 해치지도 말며
언제나 성현들과 함께 하여라.
악한 사람과 함께 있게 되더라도
마치 돌산처럼 강하고 굳세어라.
울화가 치밀어도 잘 참아내라
달리는 마차를 제어하는 것처럼
내가 말하는 훌륭한 마부란
고삐 잡은 이를 말하는 게 아니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은 33천의 자재왕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성내지 않는 것을 찬탄하였다. 너희들도 그렇게 하여야 한다.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성내지 않는 것을 찬탄하는 공부를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09. 선승경(善勝經)10)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어느 때에 하늘과 아수라는 진을 치고 마주 대하여 싸우려고 하였다. 석제환인이 비마질다라(毘摩質多羅) 아수라왕에게 말하였다.
'싸워서 서로 죽일 것이 아니라, 이치로 따져서 지는 편이 항복하기로 하자.'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이 말하였다.
'가령 논리로 따진다 하더라도 누가 그 논리가 옳고 그른 지를 증명할 수 있겠는가?'
천제석이 말하였다.
'여러 하늘들 중에 지혜롭고 총명하여 스스로 분명하게 기억하여 분별할 수 있는 이가 있을 것이고, 아수라들 중에서도 스스로 분명하게 기억해서 분별할 수 있는 이가 있을 것이다.'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은 말하였다.
'좋다. 그렇게 하자.'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너희들이 먼저 논리를 전개하여 보아라. 그 다음에 우리가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무난할 것 같다.'
그 때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이 곧 게송으로 논리를 전개하여 말하였다.
만일 내가 인내를 실천한다면
아마도 일에 차질이 생기리라.
무섭고 두려워서 참고 있다고
어리석은 사람들 이렇게 말하리라.
석제환인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설령 어리석은 사람들이
무섭고 두려워서 참는다고 말하거나
또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치에야 무슨 손상이 있겠는가?
다만 자기의 논리를 관찰해보고
또 다른 사람의 주장을 관찰해보아
피차간에 모두 편안함을 얻는다면
그 인내야말로 최상이 되리라.
비마질다라 아수라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어리석음을 제압하지 않으면
어리석음은 곧 사람을 상하게 하나니
비유하면 저 고삐 풀린 사나운 소가
마구 치달리며 사람을 떠받는 것 같으리.
몽둥이 잡고 억지로 제압하여
무섭고 두렵게 하면 곧 항복하나니
그러므로 몽둥이를 단단히 잡고
어리석은 이들을 항복 받는 것이다.
제석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언제나 상대방을 관찰함으로
어리석은 이들을 제어하나니
어리석은 사람은 성냄이 많지만
지혜로운 이는 침묵으로 항복 받는다.
성내지 말고 해치지도 말며
언제나 성현들과 함께 하여라.
악한 죄 지으며 성냄을 유발시키더라도
돌이나 산처럼 굳게 머물러라.
울화가 치밀어도 잘 참아내라
달리는 마차를 제어하는 것처럼
내가 말하는 훌륭한 마부란
고삐 잡은 이를 말하는 게 아니니라.
그 때 하늘 무리 중에도 하늘의 지혜를 가진 이가 있었고, 아수라의 무리 중에도 아수라의 지혜를 가진 이가 있었다.
그들은 이 게송들을 사유하고 헤아리며 관찰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비마질다라 아수라가 말한 게송은 두고두고 오랜 세월 동안 싸움을 하여 승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은 사람들을 시켜서 오랜 세월 동안 싸우게 할 것이다. 석제환인이 말한 게송은 오랜 세월 동안 끝끝내 싸움을 그치게 하자는 논리이다. 천제석은 사람들을 시켜 오랜 세월 동안 싸움을 그치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제석의 착한 논리가 승리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은 착한 논리로써 아수라를 항복 받았다. 비구들아, 석제환인은 33천의 자재왕으로서 착한 논리를 세우고 착한 논리를 찬양하였다. 너희 비구들도 마땅히 그렇게 해야할 것이다.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마땅히 착한 논리를 펴고 착한 논리를 찬탄하는 그런 공부를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10. 박계경(縛繫經)1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어느 땐가 제석천과 아수라는 진을 치고 서로를 마주하고는 싸움을 벌렸다. 그 때 석제환인은 33천의 무리들에게 말하였다.
'오늘 여러 하늘과 아수라 군사가 싸운다. 여러 하늘들이 승리하고 아수라가 지거든,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을 사로잡아 다섯 개의 밧줄로 묶어 하늘궁전으로 잡아오도록 하라.'
비마질다라 아수라왕도 아수라 무리들에게 말하였다.
오늘 여러 하늘과 아수라가 싸운다. 만일 아수라가 이기고 여러 하늘이 지거든, 석제환인을 사로잡아 다섯 개의 밧줄로 묶어 아수라궁전으로 잡아오도록 하라.'
그리고 나서 그들은 싸움을 했고, 하늘이 이기고 아수라가 졌다. 이때 여러 하늘은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을 붙들어 다섯 개의 밧줄로 묶고 하늘궁전으로 데리고 돌아와, 제석의 단법전(斷法殿) 앞문 아래 묶어두었다. 제석이 그 문으로 드나들 때마다 비마질다라 아수라는 문 곁에 묶여 있으면서 성을 내며 제석을 꾸짖었다.
그 때 제석의 마부는 아수라왕이 다섯 개의 밧줄에 묶인 채 문 곁에 있으면서 제석이 드나들 때마다 버럭 성을 내며 제석을 꾸짖는 것을 보고 곧 게송을 지어 제석에게 말하였다.
제석이시여, 저 자가 두렵습니까
아니면 힘이 모자라십니까
아수라가 면전(面前)에서 욕하는데도
그 치욕을 참고 견디시는군요.
제석이 대답하였다.
저 자가 두려워서 참는 것도 아니요
또한 내 힘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다.
어찌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어리석은 저 사내와 상대하리.
마부가 다시 말하였다.
만일 그저 참기만 한다면
아마도 일에 차질이 생기리니
무섭고 두려워서 참고 있다고
어리석은 사람들 그렇게 말할 겁니다.
그러므로 마땅히 호되게 다스리고
지혜로써 어리석음 눌러야만 합니다.
제석이 대답하였다.
나는 언제나 상대방을 관찰함으로
어리석은 이들을 제어하나니
어리석은 사람은 성냄이 많지만
지혜로운 이는 침묵으로 항복 받는다.
힘이 없으면서 힘이 있다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어리석은 힘이다.
어리석은 이는 법을 멀리 어기나니
그에겐 도(道)라는 게 전혀 없다.
만일 큰 힘을 가졌으면서
모자라는 이에게 참을 수 있다면
그것은 훌륭한 참음이 되리니
힘이 없이 어떻게 참을 수 있으랴.
남에게 호된 꾸짖음 받고도
힘있는 사람이 잘 참고 견딘다면
그것은 훌륭한 참음이 되리니
힘이 없이 어떻게 참을 수 있으랴.
자기나 또 다른 사람을
큰 두려움에서 잘 보호하고
상대가 몹시 성내는 줄 알았거든
도리어 자신을 침묵으로 지켜라.
두 가지 진리를 모두 갖추면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로우리라.
어리석은 사내라고 일컬은 것은
그가 법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니
어리석은 자는 참는 이 이겼다 말하면서
그 위에 다시 욕설을 더한다.
그는 남의 꾸짖음 참아내는 일이
언제나 이기는 것임을 모르는 사람이다.
나보다 센 사람에게 참는 것은
정말로 두려워서 참는 것이요
나와 같은 이에게 그저 참는 것은
인내를 다투어 참는 것이며
나보다 못한 이에게 인내하는 것
그야말로 최상의 참음이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은 33천의 자재왕이면서도 언제나 욕됨을 참아내고 또 욕됨을 참는 것 보면 찬탄하곤 하였다. 너희 비구들은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항상 인욕을 실천하고 인욕하는 이를 찬탄하는 그런 공부를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11. 경불경(敬佛經)1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어느 때에 천제석은 동산에 들어가 유람하려고 마부에게 명령하여 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장엄하게 하였다. 마부는 분부를 받고 곧 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마련해놓고 제석에게 가서 아뢰었다.
'구시가(俱尸迦)여, 수레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왕께서 알아서 하소서.'
천제석은 곧 상승전(上勝殿)에서 내려와 동쪽을 향해 부처님께 합장하고 예를 올렸다. 그 때 마부는 그것을 보고 마음으로 놀라 털이 다 일어서고 말채찍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천제석은 마부가 마음으로 놀라 털이 다 일어서고 말채찍을 땅에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무슨 두려운 일을 보았기에
말채찍을 땅에다 떨어뜨렸느냐?
마부는 게송으로 아뢰었다.
천제석 대왕님이
사지(舍脂)의 남편이라서
그러므로 두려움 생겨
말채찍을 땅에다 떨어뜨렸습니다.
늘 천제석을 뵈올 적마다
일체 모든 대지(大地)에 있는
인간과 천상의 크고 작은 왕들과
세상을 보호하는 네 임금과
33천의 모든 무리들은
모두 공경하고 예배합니다.
어느 곳에 다시 더 높은 이 있어
제석보다도 더 존경한단 말입니까?
지금 저 동쪽으로 바로 향하여
합장해 공경하고 예배합니까?
그 때 제석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사실 모든 세상의
크고 작은 임금들과
세상을 보호하는 네 왕들
그리고 33천 모든 무리들
그 중에서 가장 높은 왕이 되기에
그들은 모두 와서 공경하노라.
그러나 다시 이 세상에는
순리를 따르고 올바르게 깨달아
온 하늘의 스승이라 불리는 분 있으니
나는 머리 조아려 예배하노라.
마부가 다시 아뢰었다.
그 분은 반드시 세상에서 훌륭한 분
그러기에 천왕석(天王釋)이
공경을 다하여 합장하고
동쪽을 향해 머리 조아려 예배하는 것이니
천왕께서 예배하는 그 어른에게
나도 이제 마땅히 예배하리라.
그 때 사지의 남편 천제석은 이렇게 게송을 읊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천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동산으로 나갔느니라.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천제석은 33천에서 자재왕(自在王)이 되었음에도 부처님을 숭상하고 공경하였으며, 또 부처님을 공경하는 이를 찬탄하였다. 너희 비구들도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그와 같이 부처님을 공경하고 또한 부처님을 공경하는 이를 찬탄하기를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12. 공법경(恭法經)1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자세한 내용은 위의 경에서 말한 것과 같으며, 다른 내용은 다음과 같다.)……그 때 제석이 상승전에서 내려와 합장하고 동쪽을 향해 거룩한 법에 경례하였다.……(내지)……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경법승경(經法僧經)]1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자세한 내용은 위의 경에서 말한 것과 같으며, 다른 내용은 다음과 같다)……그 때 제석이 게송으로 마부에게 말하였다.
나는 진실로 이 대지(大地)에 있는
세상의 크고 작은 임금들과
세상을 보호하는 네 임금과
저 33천의 그 무리들
이와 같은 모든 이들에게
존중과 공경을 다 받고 있다.
그러나 다시 깨끗한 계율을 지니고
오랜 세월 동안 삼매에 들며
바른 믿음으로 출가하시어
모든 범행을 성취한 이 있으니
그러므로 나는 그 분들을
높이고 공경하며 예배하노라.
또 탐욕과 성냄을 다스려 항복 받고
어리석은 경계를 초월하였으며
수행하고 배워서 방일하지 않으니
그래서 공경하고 예배하노라.
탐욕·성냄·어리석음을
이미 다 버리고 집착하지 않으며
번뇌가 다한 저 아라한들께
또한 마땅히 공경히 예를 올려야 한다.
그리고 다시 속가에 살면서
깨끗한 계율 받들어 지키고
법대로 포살법(布薩法)을 닦는 자들에게도
또한 공경히 예를 올려야 한다.
마부가 제석에게 아뢰었다.
그들은 반드시 세상에 훌륭한 분
그러므로 천왕이 공경히 예를 올리나니
나도 이제 마땅히 이와 같이
천왕을 따라 그들에게 공경히 예를 올리리.
모든 비구들아, 저 사지의 남편 천제석은 법(法)과 승가[僧]에 공경히 예를 올리고 또 법과 승가에 공경히 예를 올리는 이를 찬탄하였다. 너희들도 이미 바른 믿음을 가지고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너희들도 마땅히 그와 같이 법과 승가에 공경히 예를 올리고 또 법과 승가에 공경히 예를 올리는 이를 찬탄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13. 경승경(敬僧經)15)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어느 때에 천제석은 동산에 들어가 유람하려고 마부에게 명령하여 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장엄하게 하였다. 마부는 분부를 받고 곧 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마련해놓고 제석에게 가서 아뢰었다.
'수레 준비는 다 마쳤습니다. 왕께서 알아서 하소서.'
그 때 제석은 곧 상승전(上勝殿)에서 내려와 모든 방향을 향해 합장하고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그 때 그 마부는 천제석이 궁전에서 내려와 중정(中庭)에서 멈추더니 두루 여러 방향을 향해 합장하고 공손하게 예를 올리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놀라 말채찍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방에는 오직 사람만 있으니
그들은 더러운 태에서 태어난 자
신비해야 할 곳에 더러운 송장들
주리고 목마름에 늘 초조해하네.
교시가(?尸迦)여 무엇 때문에
일부러 출가한 자를 존중합니까?
저를 위해 그 뜻을 설명해주소서.
주리고 목마르듯 듣기를 원합니다.
그러자 천제석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진실로 저들을 공경하나니
그들은 출가하여 가정이 없는 자
자유로이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가고 머무름을 계획하지 않는다.
성읍(城邑)이나 나라의 풍속으로도
저들의 마음을 더럽히지 못하며
생활 도구를 쌓아 두지 않고
한 번 떠나면 기약이 없다.
가더라도 구하는 것 없고
오직 무위(無爲)로 즐거움을 삼으며
말을 하면 반드시 착한 말뿐이고
말하지 않으면 고요히 선정에 드네.
모든 하늘과 아수라들이
서로 맞지 않아 싸움 벌리고
사람들도 저마다 서로 다투니
서로 어긋남이 이와 같다네.
그런데 오직 출가한 사람들은
온갖 다툼 속에서도 다툼이 없고
저 일체 중생들에게도
칼이나 막대기를 쓰지 않는다.
재물에 있어서도 재물과 색을 떠나
거기에 취하지도 빠지지도 않으며
일체의 악을 멀리 여의었으니
그런 까닭에 그들에게 공손히 예를 올린다.
그러자 마부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천왕이 공경하는 것 보면
그들은 반드시 세상에서 훌륭한 분
그러므로 나도 오늘부터는
출가한 그들에게 예를 올리리.
이렇게 말하고 나서 천제석은 사방 모든 비구에게 공손히 예를 올리고 마차를 타고 동산에 들어가 유람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천제석은 33천에서 자재왕이 되었음에도 부처님을 숭상하고 공경하였으며, 또 부처님을 공경하는 이를 찬탄하였다. 너희 비구들도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그와 같이 부처님을 공경하고 또한 부처님을 공경하는 이를 찬탄하기를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14. 숙비리경(宿毘梨經)1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아수라왕은 네 가지 군대인 상병(象兵)·마병(馬兵)·차병(車兵)·보병(步兵)을 일으켜 33천과 싸우려고 하였다. 이때 천제석은 아수라왕이 네 가지 군대인 상병·마병·차병·보병을 일으켜 싸우러 온다는 말을 듣고 곧 숙비리(宿毘梨) 천자에게 말하였다.
'공[阿空]은 아수라가 네 가지 군대인 상병·마병·차병·보병을 일으켜 33천과 싸우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공도 33천에 명령하여 네 가지 군대인 상병·마병·차병·보병을 일으켜 저 아수라와 싸워라.'
그 때 숙비리 천자는 제석의 분부를 받고도 자기 하늘의 궁전으로 돌아와 아무 하는 일 없이 여유롭게 놀면서 전혀 싸울 준비를 하지 않았다. 아수라들은 이미 출병하여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제석은 그 말을 듣고 다시 숙비리 천자에게 말하였다.
'공이여, 아수라 군사가 이미 길을 나섰다고 한다. 공이여, 속히 명령을 내려 네 가지 군사를 일으켜 아수라와 싸워라.'
숙비리 천자는 제석의 명령을 받고도 곧 궁전으로 돌아와 게으름만 피우며 여유를 부렸다. 이때 아수라 군사는 벌써 다가왔다.
제석은 아수라 군사들이 벌써 가까운 길에까지 이르렀다는 말을 듣고 다시 숙비리 천자에게 말하였다.
'공은 아수라 군사들이 벌써 가까운 길에까지 다다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공은 빨리 여러 하늘에게 명령하여 네 가지 군사를 일으켜야 할 것이다.'
그러자 숙비리 천자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일으키지 않을 곳이 있다면
함이 없어 안온하고 즐거우리니
그런 곳을 얻을 수만 있으면
할 일도 없고 근심도 없으리라.
마땅히 그런 곳을 저에게 주어
저로 하여금 안온하게 하소서.
그 때 제석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만일 일으키지 않을 곳이 있다면
함이 없어 안온하고 즐거우리니
그런 곳을 얻을 수만 있으면
할 일도 없고 근심도 없으리라.
만일에 너 그런 곳 얻었거든
마땅히 나를 데리고 그리로 가라.
숙비리 천자는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방편이 없는 곳에 살면서
일으키지 않으면 편하고 즐거우리.
만일 그런 곳을 얻을 수만 있다면
할 일도 없고 근심도 없으리니
마땅히 저에게 그런 곳 주어
저로 하여금 안온을 얻게 하소서.
그러자 천제석이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만약 방편 없는 그런 곳에 살면서
일으키지 않으면 편하고 즐거우리.
사람으로서 그런 곳을 얻을 수만 있다면
할 일도 없고 근심도 없으리니
네가 혹 그런 곳을 얻거든
마땅히 날 데리고 그리로 가라.
숙비리 천자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방일하지 않는 그런 곳에 살면서
일으키지 않으면 편하고 즐거우리.
사람으로서 그런 곳을 얻을 수만 있다면
할 일도 없고 근심도 없으리니
마땅히 저에게 그런 곳 주어
안온한 즐거움을 얻게 하소서.
그러자 천제석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방일하지 않는 그런 곳에 살면서
일으키지 않으면 편하고 즐거우리.
사람으로서 그런 곳을 얻을 수만 있다면
할 일도 없고 근심도 없으리니
네가 혹 그런 곳을 얻거든
마땅히 날 데리고 그리로 가라.
숙비리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느리고 게을러서 일으킬 것 없고
할 일과 이미 한 일 알지 못하며
향락할 것 모두 한 데 모인 곳
마땅히 그런 곳을 제게 주소서.
이때 천제석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느리고 게을러서 일으킬 것 없고
마지막 완전한 안락을 얻는 것
네가 혹 그런 곳을 얻거든
마땅히 날 데리고 그리로 가라.
숙비리 천자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이 없으면 즐거움 얻고
하는 것 없으면 근심 없나니
마땅히 저에게 그런 곳 주어
저로 하여금 안락할 수 있게 하소서.
그러자 천제석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하는 일 없는 중생을
보거나 혹은 듣게 되거나
또 그런 곳을 네가 얻거든
마땅히 날 데리고 그리로 가라.
네가 만일 할 일을 두려워하고
함이 있는 무엇도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만 마땅히 열반의 길을
하루 빨리 깨끗이 닦아야 한다.
그 때 숙비리 천자는 네 가지 군대인 상병·마병·차병·보병을 거느리고 아수라와 싸워 아수라를 항복 받고, 하늘들은 승리를 얻어 하늘 궁전으로 돌아왔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은 네 가지 군사를 일으켜 아수라와 싸울 때에 부지런히 노력해 승리를 얻었다. 저 천제석은 33천에서 자재왕이 되었음에도 언제나 방편으로 열심히 노력하였고, 또 열심히 노력하는 이의 덕을 찬탄하였다. 너희 비구들도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마땅히 열심히 노력하고, 또 열심히 노력하는 이를 찬탄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15. 선인경(仙人經)17)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어느 때에 한 마을이 있었는데 여러 신선들이 그 마을 곁의 텅 비고 고요한 곳에 살고 있었다. 그 때 여러 하늘과 아수라들은 그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진을 치고는 마주 대치하고 싸우고 있었다.
그 때 비마질다라(毘摩質多羅) 아수라왕은 다섯 가지 장식인 천관(天冠)을 벗고, 일산을 물리치고, 칼을 버리고, 보배총채를 물리치고, 가죽신을 벗고, 그 신선들이 사는 곳으로 갔다. 그는 대문 안에 들어가 그 신선들에게 문안하지도 않고 빙 둘러보기만 하고 이내 나와버렸다.
그 때 어떤 신선이 멀리서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이 다섯 가지 장식을 버리고 동산에 들어와 빙 둘러보고는 도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여러 신선들에게 말하였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안정된 빛이 없어 사람 모습 같지가 않고, 위의(威儀)가 없는 모양은 촌사람 같았으며, 장자의 아들 같지는 않았다. 다섯 가지 장식을 버리고 동산의 정문 안으로 들어와서는 거만스럽게 빙 둘러보면서도 여러 신선들에게 한마디 문안도 하지 않았다.'
어떤 신선이 대답하였다.
'그는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인데 다섯 가지 장식을 버리고 들어와 빙 둘러보고 나간 것이다.'
그 신선이 말하였다.
'그는 어진 사람이 아니다. 좋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으며, 어질지도 않고 법도 없다. 다섯 가지 장식을 버리고 동산 문으로 들어와 빙 둘러보고는 도로 나갔다. 또 여러 신선들께 눈짓도 하지 않았고 문안도 드리지 않았다. 그로 인하여 하늘 대중은 늘어나고 아수라의 대중은 줄어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때 석제환인은 다섯 가지 장식을 버리고 신선들이 사는 곳에 들어가 여러 신선들께 문안한 뒤에 다시 나왔다.
천제석이 다섯 가지 장식을 버리고 동산 문으로 들어와 두루 문안하는 것을 보고 어떤 신선이 여러 신선들에게 물었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동산에 들어오는데 안정된 빛이 있고 사람다운 모양이었으며, 위의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 촌사람 같지 않았고, 큰 족성(族姓)의 아들 같았다. 다섯 가지 장식을 버리고 동산 문으로 들어와서는 두루 문안한 뒤에 도로 나갔다.'
어떤 신선이 대답하였다.
'그는 천제석인데 다섯 가지 장식을 버리고 동산 문으로 들어와 두루 문안한 뒤에 도로 나간 것이다.'
그 신선이 말하였다.
'그는 어진 사람이다. 착하고 좋으며 진실하고 위의를 갖추었으며 법도가 있다. 다섯 가지 장식을 버리고 동산 문으로 들어와서는 두루 문안한 뒤에 도로 나갔다. 그런 까닭에 하늘의 대중들은 늘어나고 아수라의 무리는 줄어들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은 신선들이 여러 하늘을 찬탄하는 말을 듣고 불꽃처럼 성이 났다. 그 때 저 텅 비고 한적한 곳에 사는 신선들이 아수라왕의 불꽃같이 성난 소리를 듣고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의 처소에 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신선들은 일부러 이곳에 와서
두려움 없는 보시를 빌어 구한다.
너 과연 두려움 없는 보시 베풀어
모니(牟尼)의 은혜로운 가르침 주겠느냐?
비마질다라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너희 신선들에겐
두려움 없는 보시 베풀 것이 없다.
우리 아수라를 어겨 배반하고
제석을 친근히 하였기 때문이다.
두려움 없기를 바라는 이곳에
마땅히 두려움을 끼쳐 주리라.
신선들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실행을 따라 그 종자 심으면
그 종류에 따라 과보가 생겨나리.
두려움 없는 보시 구걸하는데
오히려 두려움을 끼쳐 준다면
끝없는 두려움을 거둬야 하리.
두려움의 종자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선들은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의 면전에서 주문(呪文)을 외우고는 허공으로 날아갔다. 바로 그 날 밤에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은 세 번이나 놀라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 속에서도 나쁜 소리를 들었다.
'석제환인은 네 가지 군사를 일으켜 아수라와 싸운다.'
위와 같은 말을 듣고 그는 놀라 깨어나서는 두려워하였다. 그는 싸우면 반드시 패하리라는 걱정을 하고는 피해 달아나 아수라 궁전으로 돌아갔다.
그 때 천제석은 적이 물러가자 승리를 얻고는 저 텅 비고 한적한 신선이 살고 있는 곳에 나아가 신선의 발에 예배한 뒤에 서쪽으로 물러나 신선들 앞에서 동쪽을 향해 앉았다. 그 때 동풍(東風)이 일어났다. 어떤 신선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제 여기 있으신 모니(牟尼)들
출가하여 여기 온 지 오래되어
겨드랑 밑에서 땀내가 많이 나니
바람길 따라 그 앞에 앉지 말라.
천 개의 눈 지닌 이도 옮겨 앉나니
그 냄새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때 천제석도 게송으로 답하였다.
갖가지 향기로운 꽃들을 모아
그 꽃을 꿰어 화만(華?)을 만든대도
지금 여기서 맡는 땀 냄새가
향기로운 저 꽃보다 더 향기로우니
아무리 이 냄새 오래 맡아도
일찍이 한 번도 싫증난 일 없었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천제석은 33천에서 자재왕이 되었음에도 출가하여 수행하는 아들을 항상 공경하며 찬탄하였고, 또 그런 이들을 공경하는 덕에 대해서도 찬탄하였다. 너희 비구들도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언제나 범행자들을 공경하고, 또 그들을 공경하는 덕에 대해서도 찬탄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16. 멸진경(滅盡經)1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천제석은 이른 아침에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렸는데, 제석의 신통력으로 온몸에서 나오는 광명이 기수급고독원을 두루 비추었다.
이때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게송으로 여쭈었다.
어떤 것을 죽이면
편안하게 잠을 자고
어떤 것을 죽이면
근심과 두려움이 없어지며
어떤 것을 죽여야
구담(瞿曇)께서 찬탄합니까?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흉악한 성냄을 끊으면
안온하게 잠잘 수 있으며
흉악한 성냄을 끊으면
마음에 근심과 두려움이 없어진다.
성냄은 독한 뿌리가 되니
저 괴로움의 종자를 없애라.
그 괴로운 종자를 없애면
근심과 두려움 없어지리니
괴로운 종자를 없앴기 때문에
성현들은 찬양하느니라.
그 때 석제환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잡아함경 1117. 월팔일경(月八日經)1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매달 8일이면 사천왕(四天王)은 대신들을 보내 세간을 다니면서 조사하게 한다.
'어떤 사람이 부모와 사문·바라문·종친들을 공양하고 존중하여 온갖 복덕(福德)을 지으며, 현세의 죄악을 보고 후세의 벌을 두려워하며, 보시를 행해 복을 짓고, 또 매달 8일·14일·15일에 재계를 받들어 지키며, 신변월(神變月)20)에는 계율을 받고 포살을 행하는가?'
또 14일이 되면 태자를 보내 세상을 관찰하게 한다.
'어떤 사람이 부모를 공양하고……(내지)……계율을 받고 포살을 행하는가?'
15일이 되면 사천왕이 직접 세상에 내려가 중생을 관찰한다.
'어떤 사람이 부모를 공양하고……(내지)……계율을 받고 포살을 행하는가?'
비구들아, 그 때 세상에서 부모를 공양하고……(내지)……계율을 받고 포살을 행하는 사람이 많이 없으면, 사천왕은 곧 33천의 집법강당(集法講堂)에 나아가 천제석께 아뢴다.
'천왕이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세간에는 부모를 공양하고……(내지)……계율을 받고 포살을 행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 때 33천 대중들은 그 말을 듣고 불쾌하여 서로 말한다.
'지금 세간 사람들은 어질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으며, 좋지도 않고 법을 지키지도 않으며, 진실한 행도 없다. 부모를 공양하지 않고……(내지)……계율을 받고 포살을 행하지 않는다. 그런 죄로 말미암아 하늘 무리는 점점 줄어들고 아수라의 무리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비구들아, 그 때 만일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부모를 공양하고……(내지)……계율을 받고 포살을 행하면, 사천왕은 33천의 집법강당에 이르러 천제석에게 이렇게 아뢴다.
'천왕이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세간에는 많은 사람이 부모를 공양하고……(내지)……계율을 받고 포살을 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33천은 매우 기뻐하면서 서로 말한다.
'지금 세간 사람들은 어질고 착하며 진실하고 법을 잘 지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를 공양하고……(내지)……계율을 받고 포살을 행하고 있다. 그 복덕으로 말미암아 아수라의 무리는 점점 줄어들고 하늘의 무리는 자꾸 늘어날 것이다.'
그 때 천제석은 여러 하늘이 모두 기뻐하는 줄을 알고 곧 게송으로 말한다.
저 사람들 매달 8일과
14일과 또 15일과
그리고 1월·5월·9월에
여덟 가지 재(齋)를 받들어 가지네.
마치 내가 수행하는 것처럼
그들도 또한 그렇게 수행하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천제석이 말하는 게송은 이러하다.
저 사람들 매달 8일과
14일과 또 15일과
그리고 1월·5월·9월에
여덟 가지 재(齋)를 받들어 가지네.
마치 내가 수행하는 것처럼
그들도 또한 그렇게 수행하네.
그러나 이것은 옳은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저 천제석은 탐욕·성냄·어리석음의 근심거리를 스스로 가지고 있고,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만일 아라한 비구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할 일을 마치고, 모든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온갖 존재의 결박까지 다 끊어 마음이 잘 해탈한 사람이 게송으로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저 사람들 매달 8일과
14일과 또 15일과
그리고 1월·5월·9월에
여덟 가지 재(齋)를 받들어 가지네.
마치 내가 수행하는 것처럼
그들도 또한 그렇게 수행하네.
그러면 그것은 곧 옳은 말이다. 왜냐하면 아라한 비구는 탐욕·성냄·어리석음을 여의었고,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이미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게송을 옳은 말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18. 병경(病經)2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이 병에 걸려 매우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석제환인의 처소로 찾아가 석제환인에게 말하였다.
'교시가(?尸迦)여, 마땅히 알라. 내가 지금 병이 들어 너무도 괴롭고 매우 고통스럽다. 나를 위해 내 병을 고쳐주어 편안해질 수 있게 해달라.'
석제환인이 비마질다라 아수라에게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나에게 그 환법(幻法)을 가르쳐 달라. 그 대신 나는 네 병을 치료해서 편안함을 얻을 수 있게 해주겠다.'
비마질다라가 제석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돌아가 여러 아수라 무리들에게 물어보고 그들이 허락하면 그대 제석에게 아수라의 환법을 가르쳐주리라.'
그 때 비마질다라 아수라는 곧 여러 아수라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아수라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마땅히 알라. 내가 지금 병이 들어 너무도 괴롭고 매우 고통스럽다. 그래서 저 석제환인에게 찾아가 그에게 병을 고쳐달라고 청하였다. 그랬더니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네가 나에게 아수라의 환법을 가르쳐 주면, 나도 네 병을 고쳐 편안하게 해주겠다)고 하였다. 내가 지금 그에게 가서 아수라의 환법을 말해 주리라.'
그 때 어떤 간사한 아수라가 비마질다라 아수라에게 말하였다.
'저 천제석은 질박하고 순진해서 믿기를 좋아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릅니다. 그에게 (천왕이여, 만일 이 아수라 환법을 배우는 자가 있으면 그 사람은 지옥에 떨어져서 한량없이 많은 세월 동안 죄를 받을 것이다)고만 말하소서. 그렇게 하면 저 천제석은 틀림없이 뜻을 거두고 다시는 배울 생각을 하지 않고, (너는 그냥 가거라, 너는 병이 나아 편안해질 것이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 때 비마질다라 아수라는 다시 제석에게 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천 개의 눈을 가진 높은 천왕이여
우리 아수라의 환법은
모두 허망하고 속이는 법이라서
사람들을 지옥에 떨어지게 하여
한량없이 많은 오랜 세월 동안
괴로움 받아 그칠 때가 없으리라.
그 때 천제석이 비마질다라 아수라에게 말하였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그와 같은 환법은 내게 필요 없다. 너는 그만 돌아가라. 네 몸의 병을 사라지게 하고 힘도 회복하게 하여 편안하게 해주리라.'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천제석은 33천에서 자재왕이 되었음에도 오랫동안 진실하게 환술을 부리거나 거짓된 일을 하지 않았고, 어질고 착하며 순박하고 정직하게 지내왔다. 너희 비구들도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저와 같이 환술을 부리거나 거짓된 일을 하지말고 어질고 착하며 순박하고 정직하기를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19. 바치경(婆稚經)2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천제석과 비로사나자바치(盧?那子婆稚)23) 아수라왕이 있었는데 그의 모습이 아주 절묘하게 생겼었다. 그들은 이른 아침에 함께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천제석과 비로사나자바치 아수라왕의 몸에서 나오는 광명은 기수급고독원을 두루 비추었다.
그 때 비로사나 아수라왕이 게송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람이 열심히 방편 써서 노력하면
틀림없이 이익 있어 만족하리라.
그 이익에 이미 만족하고 나면
또 어떤 방편을 써야 할까?
그 때 천제석도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사람이 열심히 방편 쓰고 노력하면
틀림없이 이익 있어 만족하리라.
그 이익에 이미 만족하고 나면
인욕(忍辱)을 닦는 것보다 더 나은 것 없다.
이 게송을 마치고 그들은 함께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누구의 말이 더 훌륭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 두 사람의 말이 다 훌륭하다. 그러나 너희들은 이제 다시 내 말을 들어보아라.'
이 세상의 모든 중생들
모두 다 자기 이익 구하고
이 중생이나 저 중생이나
제각기 하고 싶은 것을 구한다.
이 세상의 모든 화합(和合)과
또 제일가는 진리 구하지만
마땅히 알라, 이 세상의 화합은
영원한 법이 아니니라.
만일 사람이 열심히 방편 쓰고 노력하면
틀림없이 이익 있어 만족하리라.
그 이익에 이미 만족하고 나면
인욕을 닦는 것보다 더 나은 것 없다.
그 때 천제석과 비로사나자바치 아수라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천제석은 33천에서 자재왕이 되었음에도 인욕을 닦고 인욕을 닦는 이들을 찬탄하였다. 너희 비구들도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저와 같이 인욕을 수행하고 인욕을 수행하는 이를 찬탄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1120. 서약경(誓約經)2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천제석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러한 계율을 받고,……(내지)……부처님 법이 세상에 남아있는 동안에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더라도 결코 그에게 되돌려 갚아 그를 괴롭히지는 않겠습니다.'
그 때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은 천제석이 '이러한 계율을 받고……(내지) ……부처님 법이 세상에 남아있는 동안에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더라도 저는 그에게 되돌려 갚아 그를 괴롭히지는 않겠습니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예리한 칼을 들고 길을 거슬러 오고 있었다. 그 때 천제석은 멀리서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이 예리한 칼을 들고 길을 거슬러 오는 것을 보고 먼데서 그에게 말하였다.
'아수라여, 멈추어라. 그대를 결박할 터이니 움직이지 말라.'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제석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부처님 법이 세상에 남아있는 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더라도 나는 결코 그에게 되돌려 갚지 않겠다)는 이런 계율을 받지 않았는가?'
천제석이 대답하였다.
'나는 진정 그런 계율을 받았다. 다만 너를 거기서 쉬며 결박을 받게 할 뿐이다.'
아수라가 말하였다.
'우선 나를 놓아다오.'
제석이 대답하였다.
'네가 만일 난동을 부리지 않겠다고 맹세한다면 놓아주겠다.'
아수라가 말하였다.
'나를 놓아주면 법대로 행하리라.'
제석이 대답하였다.
'먼저 법대로 하면 너를 놓아주겠다.'
그 때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이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탐욕스런 이가 가는 나쁜 세계
성을 낸 이가 가는 나쁜 세계
거짓말하는 이가 가는 나쁜 세계
성현을 비방하여 가는 나쁜 세계
내가 만일 다시 혼란을 일으킨다면
나는 저런 나쁜 세계로 가리라.
석제환인이 다시 말하였다.
'너를 가도록 풀어주겠으니 네 편한 대로 하여라.'
그 때 천제석은 아수라왕의 서약을 받고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 앞에서 이런 계율을 받았습니다.
(부처님 법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목숨을 마칠 때까지,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더라도 저는 절대로 되돌려 갚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은 내가 계율 받는 것을 듣고 예리한 칼을 들고 길을 따라 왔습니다. 저는 멀리서 그를 보고 말하였습니다.
(아수라여, 너는 멈추어라. 너를 결박할 것이니 움직이지 말라.)
그랬더니 그 아수라가 저에게 (너는 계율을 받지 않았느냐?)고 말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곧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진정 계율을 받았다. 일단 너를 여기에 있게 하고 너를 결박해 움직이지 못하게 하리라.)
그러자 그는 곧 풀어달라고 애원하였습니다. 그 때 저는 그에게 (네가 만일 난동을 부리지 않겠다고 서약한다면 너를 풀어주겠다)고 말하였습니다. 아수라가 (우선 나를 풀어다오. 그러면 서약하겠다)고 말하기에, 저는 곧 그에게 (서약부터 먼저 하라. 그런 다음에 놓아주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곧 게송으로 맹세하였습니다.
탐욕스런 이가 가는 나쁜 세계
성을 낸 이가 가는 나쁜 세계
거짓말하는 이가 가는 나쁜 세계
성현을 비방하여 가는 나쁜 세계
내가 만일 다시 혼란을 일으킨다면
나는 저런 나쁜 세계로 가리라.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제가 그 아수라왕에게 요구하여 그렇게 서약하게 한 것이 옳은 법입니까? 또 저 아수라가 다시 장난치지는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네가 아수라왕에게 맹세를 요구한 것은 법다운 일이요, 어긋난 일이 아니다. 그는 감히 다시는 난동을 부리지 못할 것이다.'
그 때 천제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떠났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천제석은 33천에서 자재왕이 되었음에도 난동을 일으키지 않고, 또 난동을 일으키지 않는 법을 늘 찬탄하였다. 너희 비구들도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저 제석처럼 난동을 일으키지 말고, 또 난동을 부리지 않는 법을 찬탄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11번째 소경의 내용과 같다.
2) 팔리어본에는 수(受)가 서계(誓戒)로 되어 있다.
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12번째 소경의 내용과 같다.
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13번째 소경의 내용과 같다.
5) 돈시(頓施)의 의미는 무슨 뜻인지 명확하지 않다. 팔리어본을 살펴보면 거기에는 수행인, 즉 공경할만한 사람이 머물 장소를 공급해 주다[恭敬地給予施物]라는 의미로 되어 있다. 바로 아래에 나오는 내용으로 보아서는 그 말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6)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원(元)·명(明) 세 본에는 바선화(婆詵和)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7) 팔리어본에서는 일순간(一瞬間, muhuttena)로 되어 있다.
8)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1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9)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15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0)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1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16번째 소경의 내용과 비슷하며, 또한 『증일아함경』 제26권 제34 「등견품(等見品)」 8번째 소경의 내용과도 비슷하다.
1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18번째 소경의 내용과 같다.
13)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1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4) 이 경도 당연히 하나의 경으로 설정되어야 마땅한데 신수장경에는 그 항목이 없다.
15)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2권 2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6)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1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7)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2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9)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4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0) 정월·5월·9월을 말한다. 이 세 달에는 사천왕 등이 신통력으로 세상으로 내려와 사람들의 선악(善惡)을 살핀다고 한다.
21)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5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22)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8번째 소경의 내용과 같다.
23) 팔리어본에서는 Varocano asurindo로 되어있고, 혹은 비류사나(毘留奢那) 아수라왕으로 되어있기도 하며, 『별역잡아함경』에는 발리바루지(跋利婆婁支) 아수라로 되어있다.
24)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3권 6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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