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이와 성순이가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설악산 공룡능선의 산행 계획을 드디어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우린 계획을 맞추어 이틀 일하고 가기로 하였다.
세집(원흥, 한근, 성순)의 아들들을 데리고 가기로 하였는데
우리집 애만 못 데리고 가서 정말 미안했다.
4시 30분에 화랑 유원지에서 만나기로 하였기 때문에 알람을 3시 30분에 맞추어 잤다.
일어나니 크리스티나도 일어나 준비한 부식을 챙겨 주었다.
고마운 마음을 뒤로하고 늦었기 때문에 서둘러 한근이네로 차를 몰았다.
신호를 잘 받아선지 예정시간보다 2분 늦게 승은이와 한근이를 태우고선 안산으로 출발하였다.
원곡동에선 성순이와 그 아들 동우를 태우고 화랑 유원지에 이미 와 있던 용직이 형과
흥길이 형을 싣고 4시 40분쯤 용직이형이 전날 쉰 죄로 운전을 해 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편히 갈 수 있었다.
안산IC에서 중앙고속도로 횡성 휴게소까지 논스톱으로 갔다. 휴게소에서 잠깐 쉰 후 다시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기름 게이지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우린 계획을 급 수정해 아침을 먹고 한계령에서 버스를 타고 설악동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해맞이 공원에서 내려 길을 건너니 마침 설악동으로 가는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우린 약간의 토론끝에 만원씩 주고 택시로 이동했다.
설악동 매표소에서 문화재 관람료(늘 생각하는 거지만 아깝다.)를 내고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찍은후 본격 산행에 돌입하였다. 1박2일 이기 때문에 배낭들은 다들 무거웠다.
설악동에서 비선대 까지는 가뿐히 이동하였다.
그런데 비선대 입구에서 마등령 까지는 경사가 장난이 아니었다.
깎아지른 경사가 시작부터 주눅들게 하였다.
마등령까지는 약 3.6km.
먼 거리는 아니지만 경사도를 봤을때 두시간 이상은 충분히 걸릴 시간이었다.
우린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점차 점차 올라가고 있었다.
가뿐숨을 내쉬면서 마등령에 도착해 맛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다들 푸짐히 싸와서 모자라지 않게 잘 먹었다.
그곳에서 만난 어르신 두 분이 힘든 여정이 될 거라고 걱정해 주셨다.
우린 고맙다고 답례 후 계속 산행을 했다.
산행을 하는데 샘이 보였다. 우린 땀도 식히고 식수가 부족한 사람은 보충도 하였다.
공룡능선은 봉우리가 8개가 된단다. 그걸 넘으려니 기운도 빠졌지만
공룡을 타보기 전엔 설악산에 대하여 논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목표를 위하여 몸의 고단함 정도는 뒤로 하였다.
정말 공룡는선을 타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시작부터 무리한 탓인지 몸이 무척 힘들었지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바람은 시원하게 불고 있었다. 땀이 식으면 또 가고 힘들면 또 쉬고를 반복하며
그 험난한 공룡의 봉우리들을 하나하나 정복해 나갔다. 그 희열이란 안 가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정표가 희운각 대피소가 1km 남았다는 것을 보자 힘을 냈다.
거기 역시 가파른 경사였다. 올라올 때 힘들겠구나 생각하며 내리막 길을 조금은 수월하게 내려갔다.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하니 다 온 것처럼 기분은 좋았다.
그곳에서 20여분을 쉰 후 우린 다시 발길을 중청대피소를 향하여 갔다.
그런데 힘이 빠져선지 그 코스역시 힘들었다. 몇 발자국도 띄기가 힘들었다.
열 발자국을 가다 5분 쉬고 다시 다섯 발자국 가다 3분 쉬고.
죽고싶다란 말이 절로 나왔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어둑어둑 해질쯤 소청으로 빠지는 삼거리까지 갔다. 아! 무척 기뻤다.
여기부터 중청대피소까진 0.6km.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괜히 기뻐졌다.
한근이와 승은이는 벌써 앞에 가고 없었다.
나 혼자 가다가 허기가 져서 도저히 안되겠길래 마침 떡 싸간것이 생각나 꺼내 먹으니 살것 같았다.
헤드랜턴으로 불을 비추면서 멀리 속초 시내의 불빛들이 보였다. 불을 밝힌 오징어 배들도 바다에 꽤 있었다.
중청에 들어갔다. 정말 기뻤다. 일행들을 찾아 헤메다 식당에 간걸알고 내려가서 정신없이 밥을 먹었다.
성순이가 싸온 돼지 불고기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옆집에서 밥을 주어서 그걸로 정말 최고로 맛있는 식사를 하였다.
그리곤 9시에 소등을 한다고 해서 잽싸게 정리하곤 숙소로 들어갔다.
3층 다락방이었다. 짐을 풀고는 정신없이 잤다. 그런데 깊은잠이 든듯 했지만
30분, 1시간 단위로 깼다 잤다를 반복하다가 일출시간에 맞춰 4시 30분정도에 승은이만 빼고는
6명이 대청봉에 오르는데 쌀쌀했다. 20여분 끝에 대청봉에 올라 5시 2분 장엄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몇 번을 왔어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 보이지 않던 해이다. 벌거스름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었다.
경원여객 종사자 안전(무사고)과 가족의 건강을 빌었다.
내려와서 좀더 쉴려고 했으나 용직이 형이 빨리 가자고 해서 아침을 해 먹고 7시에 출발하였다.
차를 한계령휴게소에 주차 해 놨기 때문에 한계령으로 서둘렀다.
끝청에서 쉬고 계속 하산을 강행했다. 그런데 왜 이리 먼건지 다리는 아프고 몸도 지치고 더 멀게만 보이는 하산길 이었다.
중간중간 쉬면서 가길 얼마. 드디어 귀때기 청봉 갈림길이 보였다. 이제 드디어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올라오시는 분들의 숨이 가파르다. 엄청 오르막이다. 하지만 우리는 내리막.
그런데도 나는 힘들다. 다리 띄기가 쉽지않다. 그렇게 하산하니 한계령휴게소가 보인다.
아! 기쁘다. 날아갈듯이 기쁘다. 우린 그렇게 험난했던 15시간여의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후기 :
한근 : 뭐 엄청 힘들었다는 놈이 그 다음날 전화해선 쌩쌩하다고 지리산 종주를 계획해 놓네, 이놈이 제정신인가?
성순 : 우리의 날쌘돌이도 이번엔 힘들었는지, 하지만 울산바위만 타다 제대로 설악산 산행을 해선지 대만족이라 함.
용직 : 워낙 잘 타는 분이라, 우리와 같이 산을 안 타서 이야기거리가 없음. 희운각에서 중청까지를 한 번도 안 쉬고 올라간 괴물
중의 괴물.
흥길 : 이 형님 생각보다 잘탐. 천천히 천천히 외치면서도 꾸준히 잘감. 대단함.
원흥 : 정말 갔다 온 것이 신기할 정도로 힘들었음. 공룡능선에 두손 두발 다 들었음.
성순아들 동우 : 미래의 고상돈이 될 자질이 풍부함. 정말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 정말 이뻤음.
한근아들 승은 : 처음엔 힘들어 했지만 나중엔 가뿐히 잘 다님. 역시 이쁜 아들중 하나. 두번의 설악산 긴 코스를 무난히 잘 다녀
옴.
(정말 어려운 코스를 다들 잘 갔다온것에 감사함.)
첫댓글 잘썼어`~~ 산행기를 잘쓰니까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나는구먼 짝짝짝~~~
기억이 생생할 정도 는 아닐것 같은데
헐~~~글재주도뛰어나네요..부러버라^^
부끄럽구만, 그래도 명색이 국문과 출신인디......
당신의 산행기록멋있내요 힘든긴여정을마치고 하산하면서 그 히열을 수고만았내요 이번지리산 산행도 무사히하시길 바라며함게동참못함에죄송함을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