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동북아 크루즈 중심지 향한 첫발 내딛다
한국 국적 정통 크루즈 취항, 올해 사상 최대 입항 예상… 세계적 관광항 향한 도전
조선일보 | 박주영 기자 | 입력 2012.02.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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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카리브해, 럭셔리(Luxury), 서양, 타이타닉…. '크루즈(Cruise)'하면, 이런 말이 떠오른다.
한국 토종항, 부산항은 한참 동떨어져 있었만, 이젠 아니다.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가 있고, 부산항도 많이 변했다.
신항이 생겼고, 북항이 재개발되고 있다. 해운대·광안리 등 해안가도 상전벽해로 그 모습이 달라졌다.
시드니, 나폴리, 베니스, 바르셀로나 등 세계적 미항과 견줄 만하다.
실제 요즘의 부산항은 해외의 유명 크루즈선이 갈수록 많이 들어오는 등
'크루즈 여행의 모항(母港)'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게다가 1일 새로운 역사를 시작했다. 부산항을 모항으로 하는 한국 국적의 정통 크루즈선
'클럽하모니호'가 이날 영도구 동삼동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취항식을 가진 것이다.
하모니크루즈㈜측은 "부산을 모항으로 하는 우리 국적의 정통 크루즈선 취항은 한국의 크루즈 산업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이다. 현재 부산항에 기항 중인 미국 로열캐리비안,
이탈리아 코스타 등 외국 유명 크루즈 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클럽하모니호'는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2만 6000t급 크루즈 전용 선박이다.
길이 174m, 너비 26m 규모에 객실 383개를 갖춰 1000명(승무원 포함)이 탈 수 있다.
9층 높이의 배 안과 위에 수영장, 카지노, 뷔페식당, 대형 극장, 피트니스 클럽, 스파, 어린이 놀이방 등을 갖췄다.
오는 16일 부산을 출발, 일본 나가사키·후쿠오카 지역을 3박 4일간 관광하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첫 운항을 할 예정이다. '부산~나가사키~가고시마~후쿠오카~부산(4박 5일, 19일 출발)' 등
2~3월 동안 한·일 크루즈 상품(3박 4일, 4박 5일)을 10차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한희승 하모니크루즈 회장은 "내국인 고객을 위해 여행일정과 음식, 언어소통에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하는 한편,
케이팝(K-POP)과 한류를 활용해 외국인 승객 유치에도 힘쓸 것이다.
한국·일본 외에 중국·러시아 등 다양한 노선의 크루즈 상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하모니크루즈는 국내 벌크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이 전액 출자한 크루즈 전문 운영 선사로
2010년 12월 여객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했다. 모기업인 폴라리스쉬핑은 총자산 6000억원,
연매출 4000억원 규모의 중견 해운회사로 포스코·한국전력 등의 원자재를 운송하고 있다.
이에 앞서 부산항에는 2008년 4월부터 1년간 최초의 한국 국적 크루즈선인
'팬스타허니호'가 남해안과 일본 마츠야마·오이타 등을 3박 4일의 일정으로 운항하기도 했다.
부산항에는 우리 국적 크루즈선 외에 미국·이탈리아·일본·포르투갈·몰타 등 외국 크루즈 선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두 42척의 크루즈 선들이 입항했다. 여행객들은 모두 7만 6000명에 달했다.
올해는 그보다 더 많은 크루즈 선들이 입항할 예정이다. 66척에 16만 8000여명이다.
입항 크루즈선 수로는 2010년 77척에 비해 좀 적어졌지만, 여행객 수는 2년 전 13만여명보다 훨씬 많다.
여행객 수 면에서 사상 최대다.
그만큼 큰 배들이 많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실제 오는 7월 아시아 최대의 크루즈선인 로열캐리비안의 보이저호(14만t 규모)가 입항할 예정이다.
여기에 이번에 취항한 '클럽하모니호'를 더하면, 크루즈선 입항 척수나 여행객 면 모두에서
종전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게 된다. 부산항만공사 측은 "클럽하모니호를 더하면,
올해 부산항에 들어오는 국제크루즈선은 130여척, 22만여명에 이를 전망"이라며, "이는 역대 최다"라고 말했다.
비싸고 멀리 가는 크루즈만 있는 게 아니다.
부산항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는 연안 크루즈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매 주말 1박 2일 코스로 운영하고 있는 팬스타호(2만 1535t)를 비롯, 티파니21호(300t)· 누리마루호(358t) 등이 운항중이다.
또, 내년 7월에는 용호만부두를 거점으로 2000t 규모의 케이스타크루즈가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부산항을 오가는 국제크루즈선들이 많아지자,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부산해양항만청 등은
부산항을 동북아 크루즈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시동에 들어갔다.
부산해양청과 부산항만공사는 2242억원짜리 국제여객터미널 건립(2014년 완공 예정) 등
부산을 크루즈 거점 항만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는 국제크루즈터미널에 한복을 착용한 크루즈 버디 배치, 시립국악관현악단 등의
다양한 환영·환송공연, 크루즈의 자유여행객을 위한 관광안내원 관광지 배치 등의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측은 "동북아 크루즈 중심지로의 부상은 종전 세계적 화물항이었던 부산항이
아름다운 풍광과 어메니티를 바탕으로 하는 세계적 수준의 관광항의 모습도 갖춘다는 의미이다.
부산항의 이미지가 콘크리트·컨테이너 등 삭막하고 살풍경한 데서
숲·휴양·풍광 등 보다 싱싱하고 부드러운 곳으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부산항 국제크루즈 입항 추이.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