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짜: 2010년12월18일(토) 09:30
2. 모인 곳: 전철 2호선 낙성대역 3번 출구
3. 가는 곳: 관악산 (서울대 신공학관-학바위능선-팔봉능선 맞은편-무너미고개-서울대)
4. 날씨: 맑음
어제는 눈이 내렸다. 얼마 전 눈이 오던 날은 날씨가 푹해서 바로 녹았었는데 이번에는 제법 수북이 쌓였다.
늘 그러하듯이 회장으로부터 아이젠을 준비하라는 자상한 문자메시지가 날아든다.
이미 예고한 대로 이번 달 행선지는 관악산으로 정했고 겨울인지라 시간도 좀 늦추어 09:30에 낙성대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금년을 결산하는 산행인 만큼 오늘 코스는 짧고 쉬운 곳을 택하여 간단히 끝내고 오붓한 뒤풀이 시간을 갖기로 했다.
아침에 창문을 열어보니 밖이 싸늘하기는 하지만 날씨가 매우 좋다.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약속장소로 나갔다. 형철이 제일 먼저 나와 역사(驛舍) 안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조금 있다가 병서를 비롯하여 서너 명이 도착했고 9시반이 지나 3번 출구 밖으로 나가보니 2명이 더 도착하여 모두 8명(김승기, 김형철, 박세훈, 방영민, 윤용국, 이성열, 윤신한)이 되었다.
아침에 나오지 못한 대여섯 사람이 나중에 뒤풀이에 나오기로 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나온 병서는 지금 소설을 쓰느라고 시골에 내려가 있다고 했다.
필자도 원래는 오늘 다른 일이 있어 나오지 못할 뻔 했는데 지난 달에도 못 나오고 해서 미안한 마음에
오늘 산행일지를 쓰기로 자청하였다.
근처 수퍼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산 다음 2번 마을버스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는 서울대학 근처 산자락이 설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자주 지나가는 곳이지만 눈에 덮인 모습은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인다. 신공학관 앞에서 버스를 내리니 09:50이 조금 넘었다.
이곳 등산로에도 눈이 제법 쌓여 있어 우리는 아예 아이젠을 신고 출발하기로 했다.
박총장이 아이젠을 신느라고 시간이 조금 걸리자 선두로부터 아이젠을 <제작>하는 모양이라는 농담이 들리기도 했다.
오늘 이 코스에는 설경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산행시작>
일행은 내를 건너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학바위능선을 향하여 올라간다.
소나무 숲 속으로 난 오솔길은 어제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얗게 덮여 있고 그 가운데로 앞서 지나간 자국들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비록 우리가 그 위로 발길을 내딛는 첫 번째 팀은 아니더라도 눈 쌓인 길을 걷는 상쾌함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말은 없어도 일행의 얼굴마다 하나같이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다.
<연주암-학바위능선 갈림길 >
<눈 덮인 오솔길>
길은 아직 평탄한 편이다.
맨 앞에서 걷던 대장이 뒤를 돌아보며 “이 코스는 60세가 넘은 사람만이 드나들 자격이 있다”고 한 마디 던진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 일행보다 서너 살은 위로 보이는 등산객 예닐곱 명이 올라온다.
정말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코스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말이었다.
<찍사를 찍는 찍사>
후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간격이 좀 벌어진 모양이다. 그래서 잠깐 기다리기로 했다.
형철은 오늘의 금년 끝산행에 참석하려고 어제 거제도에서 상경했다니 그 정성이 가상하다.
길섶에서 뭔가 우리를 바라보는 것 같아 돌아다 보니 영락없는 커다란 눈개구리 한 마리가 나무 사이에 숨어서 이쪽을 살피고 있다. 바위와 눈이 만들어낸 귀여운 작품이다.
<후미를 기다리며>
<눈개구리(?)>
<잠시 휴식>
길은 이제 약간 가파르다.
아까 우리 앞에서 걷던 등산팀은 얼마 전에 뒤로 쳐졌고 이 조용한 오솔길엔 우리 식구들만 남았다.
아직 해가 높이 뜨지 않아 조금은 어두운 기분이 든다.
<눈 덮인 오르막길>
<잠깐 고개를 들고>
조금 더 위로 올라가자 나무들 사이로 오늘의 첫 번째 햇살이 우리들의 얼굴에 와 닿는다.
한 겨울의 햇빛은 그 자비로운 따스함으로 모든 피조물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게 한다.
길 옆에 선 작음 피라미드 모양의 바위마저 웃는 모습이다.
<작은 피라미드>
<빛의 시작>
능선 위로 올라서니 11시가 다 되었다. 이정표에는 서울대학교 공대까지 1.2Km로 나와 있다.
이곳까지 오는데 1 시간 남짓 걸린 셈이다. 우리들의 눈 앞에는 8봉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옆에 있던 누군가가, 저 수려한 봉우리들이 마치 오래된 병풍에 그린 산수화 안의 봉우리들과 꼭 닮았다고 한다.
눈 덮인 산 속에 들어와 그림을 생각하다니! 사람의 의식이란 그 주인을 잘 만나면 저리 자유로울 수도 있겠구나 싶다.
<능선의 이정표>
<팔봉 능선과 삼성산>
길이 내리막길로 바뀐다. 대장이 일행에게 이제 모두 끝났다고 알린다. 무엇이 끝났다고요?
오늘 올라갈 오르막길이 모두 끝났다고 한다. 눈길에 회원들이 혹시라도 다칠세라 염려하여 대장이 쉬운 코스를 잡은 덕분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하산 위주의 산행이 되어 상산의 머리에 털 나고 처음 있는 일(頭上 發毛後 初有之事)이라 할 만하다.
우리는 팔봉을 바라보며 밑으로 내려 가다가 따뜻한 양지쪽에 자리를 잡고 간식을 했다.
(산중의 여가>
산행시간이 짧을 테니 간식을 많이 준비하지 말라고 미리 연락했다는데, 연어회, 튀김, 달걀말이, 김밥, 과일 등
우리의 간식차림은 늘 그러하듯 풍성하였다. 승기가 가져온 연어회는 겨자간장을 발라 김에 싸서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아침에 인원이 얼마 되지 않아 막걸리를 3병만 샀는데 성열이 양주를 가져와 두어 차례 돌리고 나니
막걸리 한 병이 그대로 남았다.
김박사가 참석하지 못한 고로 간식의 모든 장면을 사진에 담지 못했다.
이야기에 팔려 정신을 놓고 있다 보니 먹거리를 거의 모두 비웠을 무렵에야 사진 찍을 생각이 났다.
이럴 때마다 우리는 그의 자리가 큰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자리에 놓인 음식이 잘 보이지 않도록 얕은 재주를 부려 여기에 싣는다.
12시가 조금 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는 이제 우리들의 머리 위에 와 있다.
일행은 산비탈을 내려와 물이 바짝 마른 개울을 건너 무너미고개로 향했다.
뒤에서 오던 용국과 세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기다리다가 승기가 전화를 해보니 선두가 오던 길을 약간 벗어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던지 두 사람은 잠시 후 일행과 합류했다.
<하산길에서>
<Vertical vs. Horizontal>
전에는 이 코스를 따라오다가 서울대학 교내로 들어오려면 울타리에 낸 개구멍을 통해야 했는데 오늘 보니 그 개구멍이 제대로 여닫을 수 있는 작은 철문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런 우아한(?) 문으로 들어오려니 신분이 격상되기라도 한 것 같다.
교내 버스승강장에서 서울대입구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13:55). 신공학관을 출발한 지 꼭 4시간만이다.
승기가 미리 예약해 둔 대로 <유황오리 진흙구이> (관악점)에 배낭을 내려놓고 점심을 했다.
이곳의 유황오리는 그 안에 채우는 속의 내용물이 다른 업소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맛이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경양이 그 자리에 나와 일행과 합류했고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진한, 호경, 재윤, 정우가 도착하여 일행을 기쁘게 했다.
오늘 점심값은 지난 10월 집 아이의 결혼식에 큰 격려를 보내준 회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필자가 조금 보태었다.
<상산회 망년회>
일행은 지난 한해 동안에도 수고한 승기의 헌신적인 노고에 고마움을 표하였고 특히 모두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백두산 종주산행에 관하여 그때의 감격을 또 다시 떠올렸다. 이로써 올해의 산행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시작과 끝은 맞닿아 있으니 이는 보다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네 삶과 일 또한 그러할 게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상산회원 각자가 항상 몸과 마음으로 건강하기를 빌고 또한 정기산행 및 원행에 보다 많은 회원들이 참가하여 산의 인자함과 후덕함을 함께 호흡하길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오늘의 산행일지를 마친다.
끝으로 자랑스러운 우리 상산회의 송년산행 일지를 쓸 기회를 소생에게 베풀어 준 것을 감사 드린다.
2 0 1 0 . 1 2 . 1 9 .(일)
윤 신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