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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에너지전쟁보다 더 엄청난 전쟁이 몰려온다!
세계는 이미 총성 없는 경제전쟁으로 돌입하고 있다.
이 전쟁은 필연적으로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글로벌 짝퉁전쟁'으로 발전할 것이다.
‘짝퉁’이 연간(年間) 인터넷 검색어 1위라니…
요즘 중국에서는 ‘산자이(山寨)’이라는 말이 대유행이다. ‘산자이(山寨)문화’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통째로 베끼거나 표절한다는 뜻과 짝퉁, 모조품, 복제품, 유사품 등의 의미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산자이라는 말이 오늘의 중국을 상징하는 문화코드로 정착된 것이다. 오죽하면 산자이가 2008년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랐을까.
이런 현상은 우연이 아니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조조가 자신의 사후를 대비해 만들도록 한 72개의 가짜묘를 비롯한 역사적 사실들을 살펴보면 중국인에게는 짝퉁 제조의 DNA가 내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값싼 짝퉁을 찾는 엄청난 수요와 “세상에 모방 없는 창조가 어디 있느냐”며 짝퉁을 옹호하는 중국인들의 심리가 가세하여 현재의 짝퉁천국을 탄생시켰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최근 들어 국내 언론을 통해서 여러 차례 보도가 되면서 짝퉁을 의미하는 산자이라는 중국어가 우리 귀에도 제법 익숙하게 되었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산자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경제의 20%는 짝퉁이 책임진다?
중국 대륙을 뒤덮고 있는 짝퉁제품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에서 돈이 된다 싶으면 무조건 짝퉁이 나온다고 보면 될 정도다. 애플의 아이폰처럼 출시부터 화제에 오르는 제품은 100% 카피의 대상이다. 핸드폰, 컴퓨터, 의류, 식품, 술, 의약품, 자동차, TV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없는 것이 없다. 짝퉁을 단속하는 경찰들이 짝퉁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위조지폐를 감별해주는 ‘착한’ 짝퉁핸드폰이 등장하기도 한다. 인조처녀막을 카피한 짝퉁처녀막도 있고, 기자도 속아 넘어갈 정도로 정교한 짝퉁 현금인출기도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중국에서 믿을 것은 엄마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하루 24시, 1년 12개월을 짝퉁 속에서 사는 한 중국인은 “나는 요즘 ‘내가 진짜 나라는 사람이 맞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고 토로한다(이렇듯 짝퉁의 세계가 실로 상상을 초월하다 보니 이 책을 읽다 보면 때로는 그 무모함과 기발함에 웃음과 탄성이 절로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한다. 마치 ‘예능’과 ‘다큐’를 뒤섞어놓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이 흥미진진한 읽을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6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꼽은 ‘중국의 짝퉁제품 톱10’ 가운데서 아이폰(iPhone)의 짝퉁인 하이폰(Hi-Phone)과 A폰이 공동 1위로 선정되었다. 2위인 아이패드(iPad)의 짝퉁 ‘아이페드(iPed)’는 아이패드보다 먼저 출시되었다고 한다(아이폰 4G도 중국에서 먼저 짝퉁이 출시되었다).
짝퉁의 대표상품인 휴대폰은 2009년 5000여 곳의 제조업체에서 무려 2억여 대가 생산되어 이 가운데 1억 5000여만 대가 수출되었다. 종사자 수만도 수십만을 헤아린다. 중국 경제를 짝퉁이 떠받친다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2010년 5조 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GDP의 최소 20% 전후가 이른바 짝퉁경제와 이런저런 형태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잠정적 통계만 보아도 중국경제에서 짝퉁이 차지하는 비중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세계를 위협하는 ‘세계의 공장’
중요한 것은 ‘세계의 공장’ 중국의 짝퉁이 전 세계 구석구석에까지 상당한 파급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이나 일본, 동남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에서 수입한 짝퉁제품이나 불량식품이 심심치 않게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산 짝퉁브랜드의 범람으로 인한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제 짝퉁으로 지구촌 전체가 입고 있는 피해액을 보아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200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짝퉁산업의 규모는 총 6500억 달러 전후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중국이 기여하는 부분이 많게는 67%에서 적게는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개인과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짝퉁의 범람
짝퉁 때문에 지옥으로 내몰리는 사람도 많다. 시멘트와 철근 대신 두부 찌꺼기를 쓴 일명 ‘더우푸자(豆腐渣) 공사’로 1000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는가 하면, 가짜술을 먹고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고, 짝퉁배터리 폭발로 중상을 입는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난다.
짝퉁은 유명 브랜드들에 치명타를 가한다. 맥도날드가 맥도노알드로, 나이키가 나이스로, 유니클로(UNIQLO)가 유니클로(UNIKLO)로 변신하여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삼성(SAMSUNG)의 경우 세임성(Samesung)을 비롯해 삼송(Samsong), 섬상(Sumsang), 삼상(Samsang) 등이 중국 소비자들을 1년 365일 현혹하고, 애미콜(Amycall, Amycoll), 애니셀(Anycell), 애미셀(Amycell), 애니캣(Anycat) 등이 애니콜(Anycall)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짝퉁 때문에 생존이 위태로워진 기업도 있다. S보드를 생산하는 한국 슬로비는 중국산 짝퉁에 밀려 2006년 100억 원에 이르던 매출이 2010년 1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피해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데 있다.
언론사 특파원으로 10여 년간 중국 곳곳을 누비고 다녔던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바로 이와 같은 문제의식이었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한국 사회가 중국의 산자이문화에 휘말려 들어가 울며 겨자 먹기의 피해를 되풀이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미국, 유럽,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미국은 2009년 4월 중국을 다시 한 번 지적재산권 우선감시국으로 지정하는 성명서를 발표, 중국이 짝퉁대국이라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주지시키는 등 확고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 가진 후진타오와의 정상회담에서 중국 지도부에 지적재산권 문제를 줄기차게 거론하며 이 문제에 대해 민감한 입장을 보였다.
유럽연합은 나라가 많다 보니 중국제 짝퉁으로 입는 피해가 거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유럽연합 위원회의 주장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약 180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비회원국인 영국이 주장하는 60억 파운드까지 계산하면 전체 피해액은 2500억 달러에 달한다.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아도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산 짝퉁으로 인한 피해가 단일 국가로는 가장 큰 편에 속한다. 2009년 기준으로 최소한 1000억 달러가 훌쩍 넘는다는 것이 일본 경제계의 주장이다. 제품만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문화콘텐츠 역시 수없이 복제의 수난을 겪고 있다. 2007년 농약만두 파동에서처럼 중국산 짝퉁식품의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일본으로서는 공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09년에 열린 고위당국자 간 회담에서는 지적재산권 보호 및 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한 중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기도 했다. 향후 일본이 중국에 가할 압박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짝퉁전쟁에 대비한 한국의 전략은?
한국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연합, 일본의 적극적인 노력과 비교하면 아직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중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는 비교하기조차 어렵다. 대응 자세가 안이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좀 심하게 말하면 무대책을 대책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2009년 말에 열린 한?중?일 투자협정 협상에서도 한국 정부의 협상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되었다. 당시 외교통상부는 영화 〈해운대〉 파일의 중국 유출과 관련해 국제법 수준의 효력 있는 지적재산권 보호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를 중국 정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최대한 노력해 보겠다”였다. 한국이 요구한 법적 의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 역시 그저 한번 찔러나 보겠다는 심산이었는지 더 이상의 공세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비하면 기업들은 직접적인 피해의 당사자들이어서 그런지 대책과 자세가 훨씬 더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역시 삼성전자이다. 각 제품별로 책임자를 두고 대륙 전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짝퉁제품들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카피의 정도가 심하고 악질적일 경우 과감히 채찍을 들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전담변호사도 선임해놓고 있다.
현지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성공을 거둔 LG전자와 삼성물산, 한국 울시 등의 스토리는 많은 한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우선 각종 분쟁에 대비해 특허나 의장권 등을 중국 현지법인에 양도해놓을 필요가 있다. 현지법인은 법적으로 외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 기업으로 취급되는 만큼 소송 등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조치를 통해 짝퉁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기업도 있다.
LG전자는 수년 전 자사의 히트제품인 3면 입체 에어컨의 디자인 관련 기술 권한을 톈진(天津)의 현지법인에 일찌감치 양도했다. 아니나 다를까, 2009년 이 기술을 도용한 짝퉁이 바로 선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에 인기도 높았다. 원조제품의 판매가 눈에 띄게 확 줄어들었을 정도였다. 범인은 허난(河南)성 소재의 신페이(新飛)전기였다. LG전자의 톈진법인은 기다렸다는 듯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리 일방적인 승리였다. 이후 신페이전기는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고 해당 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확실하게 했다. 중국 회사들끼리의 분쟁이었던 까닭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짝퉁업체를 현명하게 다루려면?
소송을 할 때도 절대로 짝퉁을 제조한 상대 기업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체면을 무척 중시한다. 설사 자신이 잘못했다 해도 죽어도 아니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다. 진짜 한국인들의 상상을 불허한다. 기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으로 달려들어 소송을 건 쪽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처럼 산자이기업들을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소비자들 역시 이 경우에 부담이 된다.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소송을 적극적으로 벌이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소송에 드는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상대 짝퉁업체와 합의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이에 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소송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말을 명심하면 된다.
짝퉁업체와 소송까지 갔다가 합의하게 되더라도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 중국 법률에 따르면 재판 중 당사자 간의 합의로 소송을 취하할 경우 다시 같은 안건으로는 소송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짝퉁업체가 합의한 후에 다시 짝퉁을 만들면 정말 대책이 없다. 합의하기에 앞서 상대의 진정성을 끝까지 확인하는 신중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책속으로 추가>
휴대폰의 배터리 폭발사고는 거의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 사건?사고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7월 12일 광시(廣西) 좡(壯)족자치구 난닝(南寧)에 거주하는 여성 위 모 씨는 퇴근 후에 전화를 하다 황당한 사고를 당했다. 짝퉁휴대폰의 배터리가 갑자기 폭발해버린 것이다. 그녀는 이 사고로 뇌진탕을 일으켰다. p.102
베이징대학의 동문(東門) 근처에서 어슬렁거리자 어떻게 낌새를 챘는지 진짜 브로커들이 슬슬 다가온다. 흥정을 할 것 같은 눈치를 보이자 베이징대학 가짜학위가 500위안까지 값이 자꾸만 내려간다. 조만간 한국에서 이 가짜학위와 관련한 사고가 터질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떨쳐내기 어렵다. 장난기가 발동해 한 브로커에게 “미국 학위도 가능한가?”라고 묻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금 비싸다는 대답을 건넨다. p.113~114
중국 정부나 세계은행 등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지하경제는 대략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짝퉁경제가 이 지하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하경제와 짝퉁경제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짝퉁경제가 지하경제의 50% 전후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짝퉁시장의 규모가 GDP의 20% 정도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09년을 기준으로 하면 32조 위안(5440조 원)의 GDP 가운데 6조 4000억 위안 정도가 될 것이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1조 달러 규모인 셈이다. p.147
한국에서 『디테일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왕중추(汪中求)의 『디테일이 승패를 결정한다(細節決定成敗』라는 책 역시 거론의 대상이다. 디테일이라는 이름을 붙인 책이 도대체 몇 권인지 셀 수조차 없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제목은 물론 디자인까지 그대로 흉내낸 책도 있다. 청나라 때 『칠협오의(七俠五義)』라는 소설이 히트하자 『삼협오의』 등의 짝퉁아류들이 판을 친 상황과 너무나 닮았다. p.181
그는 어느 날 서점에서 깜짝 놀랄 만한 소설을 하나 발견했다. 표지에 진융의 신저(新著)라는 글귀가 뚜렷한 책이었다. 그는 ‘아, 이 앙반이 80세를 넘은 나이에 새로운 소설을 하나 썼구나’ 하는 생각에 냉큼 책을 집어 들었다.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이 책을 구입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온 그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용이 영 아니었다. 깊이는 말할 것도 없고 재미도 진융의 작품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이상한 생각이 든 그는 책표지를 다시 훑어보았다. 그제야 그는 소설이 진융신(金庸新)이라는 이상한 작가가 쓴 짝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표지만 보고 진융의 새 책(金庸新著)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진융의 새 책(金庸 新著)’이 아니라 ‘진융신이 쓴 책(金庸新 著)’이었다는 이야기다. p.181~182
짝퉁 범죄 퇴치를 위한 강력한 의지 천명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자세에는 뭔가 모르게 부족한 점이 있다. 진정성이 의심되는 것이다. 이런 의심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는 행보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짝퉁의 존재에 대해 ‘적극적으로’ 묵인하는 듯한 자세가 그렇다. 심지어 전국의 공안들이 순찰 등에 사용하는 업무용 차량을 아무렇지도 않게 짝퉁으로 선정하기도 한다. 법적으로 면죄부를 받긴 했지만 이로 인해 마티스 짝퉁이 확실한 QQ 등의 짝퉁자동차를 사용하는 전국의 공안국과 산하 파출소들은 부지기수에 달하게 되었다. p.209
2020년이 되면 중국은 사회 전체적으로 짝퉁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줄어들게 될 것이고, 조금 보수적으로 볼 경우 2030년을 전후해서는 짝퉁천국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도 한국이나 홍콩과 마찬가지로 대략 30여 년 만에 오명을 벗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중국의 짝퉁시장은 향후 20년 정도는 더 생명력을 유지할 것 같다. p.240
인라인보드의 하나인 S보드를 생산하는 한국 슬로비의 사례는 훨씬 더 끔찍하다. 원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짝퉁에 밀려 2006년 100억 원에 이르던 매출이 2010년 1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회사의 존립조차 위태로울 지경이다. 정품의 대량판매는 아예 언감생심이 되어버렸다. p.261
“중국의 짝퉁산업은 아직 과도기에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지금이 극성기는 아니라는 거죠. 극성기는 아마 1인당 GDP가 5000 달러가 될 2012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그 이후에도 짝퉁은 진화를 계속하겠죠.” p.292~293
“중국에서는 사람 빼고는 모든 것이 가짜라고 일단 생각해야 한다”라거나 “중국에서 믿을 것은 엄마 외에는 하나도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중국은 짝퉁이 없으면 사회가 존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단언해도 좋다. 2010년 5조 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GDP의 최소 20% 전후가 이른바 짝퉁경제와 이런저런 형태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잠정적 통계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p.5
“제대로 된 백화점에도 가짜계란이나 가짜두부, 가짜소고기가 있어. 어디 그뿐인 줄 알아? 아차 잘못하다가는 광천수도 정품인 와하하(娃哈哈)가 아닌 와와하(娃娃哈)를 사게 된다고. 음료수 역시 어느 순간에 마이둥(脈?)이 아닌 마이제(脈劫)나 마이징(脈?)을 집어들게 되고. 술을 살 때라고 예외가 있을 수 없지. 비싸기로 유명한 우량예(五粮液)가 나중에 처우량예(丑粮液)나 싼량예(三粮液), 칭다오(靑島)맥주가 칭냐오(靑鳥)맥주로 둔갑하면 정말 머리가 확 돌아버려.
나는 요즘 내가 진짜 나라는 사람이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 세상 어디에 진짜 나라는 사람이 따로 있고 내가 짝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거지. 기가 막히지 않아?” p.29~30
더우푸자 공사라는 용어의 유래는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의 젓줄인 양쯔(揚子)강은 100년 만에 찾아온 대홍수로 전국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결국 장시(江西)성 주장(九江)시 일대의 제방이 갑자기 불어난 엄청난 양의 물을 견디다 못해 무너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최소한 1000여 명 이상의 주장 일대 주민들이 다치거나 숨졌다. 사고 즉시 국가 최고지도자가 부리나케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총대를 멘 사람은 당시의 총리 주룽지였다. 예견된 일이었겠으나 그는 현장 도착 즉시 눈물을 줄줄 흘렸다고 한다. 그것은 안타깝게 희생된 무고한 인명에 대한 애도만은 아니었다. 사고 현장인 제방 곳곳에 철근이나 시멘트 대신 널려 있는 두부 찌꺼기와 거북이 알 등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p.32
질적인 면에서 보는 짝퉁제품의 진화는 더욱 경악스럽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중국의 산자이제품들은 기술적으로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짝퉁이라는 사실이 금방 눈에 띌 정도였다. 하지만 짝퉁도 계속 만들다 보면 기술이 늘게 마련이다. 중국이 지금 딱 이런 경우이다. 이제 제조기술이라면 선진국 못지않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이다. p.63
맥도날드(麥當勞) 역시 스타벅스가 당하는 수난이 당최 남의 일 같지 않다. 영어로 맥도날드가 아닌 맥도노알드로 발음되는 짝퉁점포들이 전국에서 몇 개나 영업을 하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심지어 최근에는 낵도날드라고 떡하니 간판을 내건 업소들이 맥도노알드를 맹렬한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브랜드로 영업하는 업자들은 최근 맥도날드 짝퉁이 진짜 브랜드와의 지적재산권 관련 법적 소송에서 승리한 말레이시아의 사례에 한껏 고무되어 있다. p.73
2010년 4월 세계적인 관심 속에 출시되었던 애플의 아이패드의 경우 미국보다 중국에서 한발 앞서 먼저 출시되었다. 물론 짝퉁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p.75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짝퉁의 지존은 역시 삼성전자를 베낀 제품들이 차지하고 있다. 세임성(Samesung)을 비롯해 삼송(Samsong), 섬상(Sumsang), 삼상(Samsang) 등의 브랜드로 변신해 중국 소비자들을 1년 365일 쉬지 않고 공략하고 있다. 일부러 이들 제품만 구입하는 마니아층까지 있을 만큼 나름대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제품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짝퉁을 자랑하기로는 역시 애니콜이 제일이다. 애미콜(Amycall, Amycoll), 애니셀(Anycell), 애미셀(Amycell), 애니캣(Anycat) 등의 브랜드들이 나와 있고 판매량을 다 합칠 경우 진짜 애니콜을 추월할지도 모른다. p.78~79
“짝퉁의 나라에서 진짜를 만들어 팔다가는 완전히 바보 됩니다. 그러나 바보 되려고 무지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영업이 더 잘되더군요. 수익은 말할 것도 없고요.” p.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