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단통법 폐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무 없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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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1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생활규제 개혁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단통법)이 전면 폐지된다.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 또한 사라진다. 웹 콘텐츠는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영세 서점의 할인율은 유연하게 설정된다. 정부는 1월 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이러한 생활규제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단통법 ▲도서정가제 ▲대형마트 영업규제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대표 규제에 대한 개선방안이 논의됐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규제혁파로 경쟁을 촉진해 민생물가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것이 무작정 재정을 투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민생을 제대로 보살피는 길”이라며 “생명과 안전에 관계된 규제는 현장에서 지킬 수 있도록 효율적인 방향으로 개선하고 정책 공급자 중심의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4년 서비스·요금 경쟁을 유도하는 목적으로 제정된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해당 규제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보조금 경쟁을 위축시켜 국민이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돼 소비자 후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단통법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대부분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라며 글로벌 규제 스탠더드에 부응하고 시장경쟁 강화를 통한 소비자 후생 증진이 필요하다고 정부는 강조했다.
그간 정부는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덜기 위해 ‘중간 요금제’를 출시한 데 이어 3만 원대 5세대(5G) 요금제 최저구간을 신설하는 등 이동전화 요금 부담경감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단말기 구입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부는 단통법 규제를 정비하되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유지할 계획이다.
2003년 도입된 도서정가제 적용 범위도 바뀐다. 도서정가제는 판매 목적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하고 소비자에게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최소 제작비용을 보전해 창작자와 출판사의 의욕을 고취하고 서점 간 과도한 할인 경쟁을 방지해 출판 생태계 안정화를 목표로 한다.
전자출판물에 속하는 웹툰·웹소설에도 도서정가제가 적용됐으나 정부는 웹툰·웹소설에는 별도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웹툰·웹소설은 새로운 형식으로 발행되는 신생 콘텐츠이기 때문에 일반도서와 특성이 달라 획일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웹소설 작가와 웹툰 독자는 작품 소장을 원하는 독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산업 성장을 위해 자유로운 할인 프로모션이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웹툰·웹소설과 같은 신산업에 걸맞게 규제를 혁신해 소비자의 혜택을 늘리는 방안과 창작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15%로 제한된 도서가격 할인 한도를 영세 서점에서는 유연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출판·서점계와 긴밀한 소통을 거쳐 세부 추진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자료 국무조정실
유통법 개정안 조속 통과되게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도록 한 원칙도 사라진다. 정부는 국민이 주말 장보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가 평일에 휴업하도록 규제를 전환한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으며 매달 2회씩 의무적으로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이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이나 유통시장 경쟁구조가 ‘대형마트 대 골목상권’에서 ‘오프라인 대 온라인’으로 바뀌어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평일 장보기가 어려운 맞벌이부부, 1인가구가 증가한 데다 ‘새벽배송’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 수도권과 지방의 정주여건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 노원구 한 시민은 대형마트 휴무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방 실장은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된 지금 10년 묵은 대형마트 영업규제도 현실에 맞게 손을 봐야 한다”며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대형마트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만큼 국민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수도권과 대도시 외 지역의 새벽배송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시간 동안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날 확정된 3개 규제개선 방안이 시행되려면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 일례로 새벽배송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유통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법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노력하고 이 과정에서 마트 근로자와 전통시장 상인들의 우려가 해소될 수 있도록 대형마트·관계부처와 협력해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방 실장은 “규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필요 최소한의 수준이어야 한다”며 “공정한 시장에 역행하고 국민 전체의 후생을 높이지 못하는 규제라면 없애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