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해야지
심영희
새벽에 일어나 배추를 소금물에 절였다. 14일 모임에 가려고 옷을 입고 준비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동서 전화였다. 바쁘지 않으면 김장할 배추를 가져가라는 것이다. 점심 약속이 있어 오후 4시 쯤 가겠다고 하고 조금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오늘 모임은 매월 두 번째주 목요일에 수필가 세 명이 만나는 날이다. 오늘 점심을 사는 당번은 다른 사람이지만 딸네가 하는 명륜진사갈비 후평점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내가 더 먼저가서 기다렸다. 딸이 개업한 후 벌써 3개월 째 그곳에서 모임을 하게 된 것이다. 나 때문에 다른 곳에 가지 못할까 봐 내가 당번일 때는 여기서 할테니 다른 곳에서 해도 된다고 해도 장소를 진사갈비로 정하니 고맙기도 하고 한편 미안한 마음도 들어 다른 식당에 가도 된다고 말하곤 한다.
동서가 밭에서 배추를 뽑아 다듬어 놓고 기다리는 시간 나는 수필가 두 명과 명륜진사갈비 춘천후평점에서 즐거운 좌담 시간을 보냈다.
딸네 식당이 편하기는 하다. 점심을 먹고 자리를 옮기지 않아도 팥빙수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한 달 묵은 얘기 보따리를 풀어 놓을 수 있다. 지나간 달에 했던 얘기를 또하고 또하면서도 즐거워하며 하루를 보낸다. 마음껏 수다를 떨다 시간을 보니 벌써 4시가 다 되어간다.
그제야 헤어져 저마다 운전을 하고 집으로 향한다. 나는 바로 동서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끝났으니 30분 늦게 도착 하겠다고 전화를 하고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 동서가 밭에서 일할 때 타 마시라고 몇 가지 차를 사가지고 동서네 밭에 가니 밭에 있다던 배추를 동서가 뽑아 다듬어 놓았다. 다섯 포기만 달라고 했는데 중간 크기의 배추를 열 포기나 준다 거기에 갓과 무까지 가지고 동서와 함께 집으로 왔다.
동서는 1년내내 농사를 지어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는 재미로 농사를 짓는다. 동서 아들 딸네 게다가 며느리 친정집까지 나누어주고, 시집 쪽인 나도 챙기고 ,동서 친정 오빠 언니네 가끔은 친정 조카네도 농산물을 준다고 한다.
지난 10월 26일에도 총각무를 가져가라고 하여 가지고 왔는데 일요일에는 홍천은행나무숲에 가기로 되어 있고, 월요일에는 복지관에 수업하러 가야하니 월요일 오후에나 손을 대려고 하다가 수업가기 전 새벽에 달랑무를 소금물에 절이려고 물에 씻으니 흙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소금물에 절여 놓고 수업이 끝난 후 수강생 작품을 표구사에 갖다주고 늦게 총각김치 담그기를 시작했는데 밭에서 뽑은지 이틀뿐이 안 되었는데 흙이 깨끗이 씻기지 않아 하나하나 수세미로 닦아서 김치를 담그고 나니 밤 11시 반이 되었었다. 무슨 일이든 바로바로 해야지 미루면 안 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큰 고생을 했다
오늘은 양념을 준비해 놓았다 내일 배추 김치를 하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