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3 금산간디 여름초등계절학교에서 3모둠 자원교사로 아이들과 함께했던 박민재입니다😊 무더운 여름동안 아이들과 계절학교를 함께하며 있었던 행복한 추억들과 시간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면서, 제가 느꼈던 감정과 소중한 기억들을 마음 속에 차곡차곡 정리해보고자 이렇게 마지막 후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며 이야기했었지만, 저도 금산간디학교에서의 계절학교 캠프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아이들보다 이틀 정도 일찍 들어와 사전교육에 참여하면서 이곳의 환경에 적응하고 자원교사로서의 역할을 배웠었지만, 캠프에 처음으로 함께하는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서투른 모습을 보이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도 저와 함께였습니다. 실제로 캠프의 초반에는, 아이들에겐 내색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했었지만 저 스스로는 제가 보이는 서투르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에 많이 실망하기도, 좌절하기도 했었습니다.
자원교사 지원서에 적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과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어 계절학교에 오게 되었는데, 제가 느끼고 있는 불안한 감정과 머뭇거림이 도리어 아이들 그리고 캠프를 함께하고 있는 다른 선생님들에게까지도 영향이 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걱정도 많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제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계기는, 셋째 날 밤의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채 아이들 뒤에서 앉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슬프고 속상한 경험부터 다른 친구들 앞에서 쉽사리 이야기하기 힘든 본인의 상처와 아픔까지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마주하며, 가슴 한편에서 울컥 차오르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평소의 저였다면 제가 가진 아픔과 상처, 제 스스로가 지금까지도 부끄럽게 생각하는 저의 과거의 기억들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한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누구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완벽해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애를 썼던 저였기에, 그러한 아픔과 상처를 고백하는 일이 저를 갉아먹는 족쇄가 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은 좀 달랐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목소리더라도, 친구들과 선생님들 앞에서 천천히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의 목소리로 고백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저의 이야기를 친구들 앞에서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진행하시는 달쌤께 혹시 저의 이야기를 하고싶다는 이야기를 했고, 감사하게도 마지막에 무대에 서서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아픔과 강박을 모두 고백했습니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을 모두 총족시키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고,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저의 모습, 타인의 기준과 시선만 좇다보니 정작 내 자신의 모습과 정체성은 흐릿하고 모호해졌다는 이야기를 아이들과 선생님 앞에서 고백했습니다.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많이 났었습니다.
두려웠고 무서웠기에, 분명히 알고는 있었지만 회피하기에만 급급했던 저의 모습을 솔직하게 고백했다는 것에 대한 후련함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비로소 저 자신을 똑바로 마주한 것 같아 안쓰러움에 나왔던 눈물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시간 이후에, 캠프에 조금 더 마음을 열고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서투르고 우왕좌왕하는 저였지만, 친구들과 선생님들 앞에서 이전만큼 더 이상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에서도 능숙한 부분에서는 더 자신감 있게 참여했고, 부족한 점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스스로를 책망하거나 걱정하는 모습이 줄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제가 좀 더 캠프에 녹아들 수 있었던 계기는 결국 아이들과 선생님들 앞에서 숨기기 급급했던 저의 상처와 아픔을 고백하고, 그것을 조금 무섭더라도 똑바로 마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라도 남아있는 사람은 악에 빠지지 않을 수 있고, 그런 추억들을 많이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면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너무나도 덥고 지치는 여름의 나날들이었지만, 금산 산자락에서 우리가 함께하면서 아이들 모두가 가슴 속에 추억을 한 조각씩은 가져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의 자리에 돌아왔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와중에 문득 지치고 무너져내릴 때, 이번 여름 캠프에서의 추억들이 무너진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소중한 원동력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제가 저의 아픔을 고백함으로써 더 이상 피하기만 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부족하고 서투른 부분이 너무 많았지만, 그럴떄마다 힘이 되어주고 괜찮다며 웃어준 우리 3모둠 아이들과 함께 계절학교의 추억을 만들어갔던 모든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에게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고자 치열하게 분투한 달쌤과 모든 자원교사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푸르른 여름에 우리가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들이, 삶 속에서 문득문득 다시금 행복과 즐거움, 때론 용기와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추억 한조각으로 마음속에 간직되기를 바래봅니다🍀🍀
첫댓글 민재쌤!! 저 나현이에요..아직도 간디여름캠프가 생각이 나서 카페들어왔는데 선생님이 글을 올린거 보게 되었어요..
엄마가 민재쌤 제일 멋있다고 전해달래요..
그리고 저 겨울캠프도 갈테니 그때 꼭 보아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고마워 나현아!!!ㅠㅠ🥺🥺 쌤도 나현이랑 같이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어!!:)
나현이에게도 이번 캠프가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었길 바래😊
@민재 쌤 네!
감사합니다~^^ 소중한 시간들 아이들에게 선물해주셔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