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희 시인 작품
안개비가 오시네 / 한영희
거기
조붓한 비탈에 오르시면
애걔 ,겨우에서
번지고 번진
풀담 둘리운 꽃마당에 닿아요
오늘 드레스 코드는
안개비 젖은
작약과 다빈치 장미
고무다라이 연못에 사는
청개구리 노래
뒷 숲에
딸꾹 딸꾹질하는 뻐꾸기
젖 먹이는 마당냥이
막걸리 하고도
와인, 치맥 하고도
잘 어울리는 남자
그 양반
사방 뷰 파인더에 갇히어
구부정한 주전자에
찻물을 올려요
꽃 날
꽃일들에
엄마
제 눈물 아니어요
안개비
안개비가 오시네요
가을 중 / 한영희
홍시빛 노을이
창을 적십니다
초록이 씻겨 내리니
마른 풀도
단풍물을 담습니다
모과, 앵두나무가 수문장인
배추밭에 달팽이들
몸집을 키웁니다
마당에
동냥젖 먹던 냥이도
아가냥이를 거느렸고
새털구름이 높은
문동리 들깨밭
추수가 늦었습니다
다만
들깨 그림자라도
쥐어볼 수 있을지요
소매는 늘 접어서 입는
조그만 나를
저쪽에 어떤 이가
자꾸 셔터를 누릅니다
내일은 도토리묵을
어느 집 문 앞에 놓을까요
가다가
가을꽃을 만나면
그 집 앞에 놓을까요
하늘에 별들이
꽃에 물을 주고 가는 밤
시를 다듬습니다
...
고시네야 너도 한 입
처서 한낮 늘어진 햇살에
호박오가리 한 타래 잡았네
할머니 수풀 임씨 노자 여자
어머니 경주 최씨 차자 순자
알팥을 넣어
커켜이 호박설기
옹기 시루떡을
토광 앞에
정지에
삽짝머리에
곁에 계신 듯
훈훈한 김이 솟네
모락모락 에워싸네
고시네야
얼른 신발 신고 나와
너도 한 입
굽다리 놋잔에
맑은술 한 잔 올리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