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어린 시절 봉숭아꽃물 든 손톱을 단순히 예쁘고 낭만적인 추억으로만 기억했던 화자가, 세월이 흐른 뒤 그 붉은색에 담긴 어머니의 삶과 희생을 깨닫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오독’은 과거의 기억을 잘못 읽었다는 의미이자, 뒤늦게 그 기억의 진짜 뜻을 다시 읽어낸다는 역설이다. 네일아트에 밀려난 봉숭아꽃물은 사라져가는 옛 풍경과 어머니 세대의 삶을 상징한다. 뱀을 물리친다는 민간의 믿음은 봉숭아꽃물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삶을 지켜주는 힘으로 여겨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화자는 이제 그 붉은 손톱에서 낭만보다 ‘그림자’를 본다. 풀독이 오른 손과 손톱 밑에 고인 ‘붉은 울음’은 밭일과 노동으로 거칠어진 어머니의 손, 말하지 못한 고단함과 눈물을 상징한다. 결국 봉숭아꽃물의 붉은색은 추억의 색에서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증명하는 색으로 의미가 바뀐다. 이 시는 우리가 어린 시절 무심히 지나쳤던 부모의 삶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늦은 깨달음과 그리움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오독誤讀
류미월
주홍빛 손톱은 그냥 낭만이라 생각했지
네일아트에 밀려난 봉숭아꽃물 그립다
어쩌다 귀하게 보는 먼 기억 속 그 손톱
뱀이 무서워한 건 햇반 아닌 백반이라지
곱게 빻아 물들인 손톱 뱀을 물리친다지
뒤늦게 알게 되었네, 낭만 뒤의 그림자
뱀독보다 한 수 위인 봉숭아 꽃물 든 손톱
풀독이 오른 손을 순명처럼 받들고 선
어머니 손톱 밑에는 붉은 울음 고여 있다
―시집 『노랑의 은유』(도서출판 작가,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