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追悼 友堂先生 우당 선생을 추도하며
友堂 故李會榮先生 雅號也. 合倂後 先生挈家入滿, 示不食之意也. 飄零潮海 數十年 於癸酉 陰十月二十一日 竟死於大連獄中. 悲苦不可形言 今爲悼英靈及耳.
우당(友堂)은 고 이회영(李會榮) 선생의 아호(雅號)이다. 한일합병(韓日合倂) 후 선생은 가족을 이끌고 만주(滿洲)로 들어갔으니 불식지의(不食之意)를 1) 시위한 뜻이었다. 수십 년 해외를 딱하게 떠돌다가 계유(1932년) 음력 10월 21일에 마침내 대련(大連)의 감옥에서 별세했다. 그 슬프고 괴로운 것은 가히 형언할 수가 없어 지금 그 영령(英靈)을 애도하기 위하여 이를 짓다.
(1)
隻身欲抗萬人危
홀몸으로 만인의 위험 막으려 했으니
失命己期失國時
나라 잃었을 때 목숨 걸고 기약 했소.
未死空成無國鬼
죽지 않고 성공 못해 나라 없는 귀신
哭公便是哭吾悲
공을 곡함이 나를 곡하는 슬픔이라오.
(2)
寧死不更韓國士
죽을지언정 한국선비 다시 아니 되고
雖云蹈海亦甘爲
바다를 건넌다 해도 달가움이 되었소.
身存自是韓存日
몸이 존재한 이래로 한국의 날들인데
湖海飄零鬂已衰
떠돌이 인생 머리칼은 벌써 쇠하였소.
(3)
居無寸土葬無地
거처할 땅 한 치도 묻힐 땅조차 없어지니
燒骨鄷都化掬灰
뼈를 살라 지옥에 한 움큼의 재가 되겠네. 2)
尙有英靈疑不散
오히려 영령이 있으면 흩어지지 않으리니
蒼煙塞上共徘徊
푸른 연기로 변방에서 함께 배회하시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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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식지의(不食之意): 불식주속(不食周粟)으로 사기(史記 伯夷列傳)에 무왕(武王)이 상(商)을 치는 것이 의(義)에 옳지 않다고 간했으나 듣지 않자 이를 부끄럽게 여긴 백이숙제(伯夷 叔齊) 형제는 의를 위하여 주(周)나라의 곡식도 먹지 않겠다며 수양산(首陽山))으로 가서 죽었다.
2) 풍도(鄷都): 풍도(酆都)가 본 글자로 그대의 지명(地名)이었는데 도교(道敎)에서의 저승[冥府], 유도(幽都), 지옥의 도성[地獄]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