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달러 베이비>나약한 ‘데인저’에게서 희망의 불씨가 오르다
맛깔나는 영화여행/2005 건방떨기
2011-06-26 13:44:57
<2005년 3월 10일 / 12세 관람가 / 133분>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힐러리 스웽크, 모건 프리먼, 제이 바루첼>
1. 매기가 그녀의 소원대로 이승을 떠나고, 프랭키마저 어딘가로 떠나버려 돌아오지 않는 체육관. 이 체육관을 지탱하던 챔피언 윌리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버려 희망이라곤 도무지 보이지 않는 체육관. 그러나, 이 곳에 한 유령이 들어서서 다시 희망의 불씨를 떠올리니 그가 바로 ‘데인저’. 그는 들어서면서, 말한다. “당신이 한 말이 기억났어요. 싸움이란 질 때도 있는 거라구요.” 밀리언 달러베이비는 승자에 관한 축복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단지, 인생에 관한 영화다. 그 인생은 승자나 패자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밀리언 달러 베이비. 매우 철학적이란 말씀이다.
2. 어느 날, 프랭키 앞에 갑자기 나타나서 다짜고짜 권투를 가르쳐 달라는 매기. 그러니까, 그녀 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철없기도 하다. 뭐, 그러니까. 열정이란 서른 한 살의 나이에도 식지 않는… 더 철없게 얘기하자면, 그녀는 서른 한 살의 나이에도 철이 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철이란 무엇인가. 철학이란 무엇인가. 그녀는 그 열정 때문에 가족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고, 그 가족에 대하여 관대할 수 있고, 그렇게 하여 그녀는 자신 스스로가 관대한 사람이 되지 않았던가. 그 열정을 결국 무시하지 못하는 프랭키. 그리하여 그들은 스승과 제자가 되었다. 매기의 인생은 승승장구. 그러나, 뜻하지 않은 순간, 엄청난 사고가 생겨났으니, 그녀가 바로 반칙왕 챔피언. 그리고, 그녀와의 타이틀전. 아아, 이게 그녀의 마지막 경기가 될 줄이야!
3. 사실, 말하고 싶은 건 영화의 시시한 줄거리가 아니다. 줄거리는 어쩌면 진부할 수도 있다. 그녀가 눈을 감는 순간, 프랭키는 그에게 지어준 별명의 뜻을 알려준다. 모쿠슈라 : 나의 소중한, 나의 혈육. 나의 혈육을 죽여야만 하는 그 아이러니함. 아아, 눈물이 핑핑 도는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이다. 그녀가 프랭키와 손을 잡고, 매니저를 받아들였을 때도, 그녀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까지만도 그냥 그러려니 했건만, 이 마지막 순간은 어쩌면 그 어떤 영화보다도 멋진 반전이 아닐까.
4. 그러나, 이 영화는 행복하다. 매기는 환호의 순간에 행복했었다. 그 순간을 간직하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비록 타이틀을 거머쥐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그 과정에서 행복했고 그녀의 인생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성공적이었다. 그러니까,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철학은,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아, 새삼 이런 철학적인 명제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는 영화의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나약하게 나오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언젠가 타이틀을 딸 거라고 믿는 데인저에게서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