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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듯이 <삼국유사>는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와 더불어 고려 이전의 역사를 기술한 역사서로 분류된다. 고려시대 승려인 일연에 의해 편찬된 <삼국유사>는 역사에서 소재를 취했지만, 단순한 역사서가 아닌 역사적 인물에 관한 다양한 일화는 물론 향가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특히 신라시대의 주요한 문학적 성과인 향가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문학 연구에서 소중한 자료로 여겨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당시의 주류적 종교가 불교였으며 편찬자 역시 승려였기에, <삼국유사>의 소재나 내용 역시 불교적 색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다양한 설화와 역사적 사실을 주로 다루고 있기에, 일독한다면 단지 종교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은 그저 편견에 불과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삼국유사>를 새롭게 번역한 것이라고 하겠는데, 역자는 그 부제를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로 제시하고 있다. 향가를 비롯한 고려시대 이전의 문학을 주로 연구했던 역자가 오랫동안 읽고 활용했던 <삼국유사>를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새롭게 번역을 시도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 <삼국유사>에 수록된 많은 기록에는 누군가 ‘비현실적인 존재를 만나고 체험하는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에, 번역본의 부제를 분명히 해서 그 성격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아울러 공식적인 역사 기록들과는 달리 이 책이 후세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람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무수히 만들어가는 세상과 역사에 관심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역자는 <삼국유사>의 이러한 특징을 ‘역사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하나가 아닌 여럿이어야 함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국유사>를 정확하게 번역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시에 사용된 용어가 다를 수밖에 없기에, 한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직역을 하느냐 의역을 하느냐에 따라 텍스트가 달리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을 우선 생각할 수 있다. 직역을 하는 경우 번역문에 무수한 주석을 덧붙여야만 하며, 의역을 하는 경우 원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담아냈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역자는 ‘다른 역서들처럼 정확한 번역을 앞세우기보다, 일단 잘 읽히는 번역을 추구’했음을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주석을 일일이 다는 대신에, 생략되거나 누락된 부분마다 고딕체로 눈에 띄게 표시하여 되살리’는 방법을 채택했다고 한다. 아울러 ‘추가 설명이 꼭 필요할 때는 해설 단락을 곧바로 추가’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방식은 <삼국유사>를 보다 쉽게 읽고자하는 독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원문을 수록하지 않아, 아마도 전공자들에게는 단순히 참고 자료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아마도 이미 수십 종의 번역서가 출간되어 있기에, 역자만의 방식을 시도한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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