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人成虎(삼인성호)
‘세 사람이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으로 거짓에 의해 진실이 꾸며진다는
한비자(韓非子)의 내저설상(內儲說上)의 전(傳)에 나오는 말이다.
전국시대 위(魏)나라의 태자와 함께 조(趙)나라의 한단(邯鄲)에 인질로 가게된 신하
방공(龐恭)은 자기가 없는 동안 다른 신하들이 자신을 모함할 것을 걱정하여 떠나기 전
위왕에게 ‘만약 어떤 한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라고 물었다. 왕이 ‘믿을 수 없다’고 하자 다시 ‘만일 두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왕이 ‘믿을 수 없다’고 하니 ‘그럼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고 하니
이번에는 왕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믿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방공은 ‘도대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는데도
세 사람이 말을 하게 되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됩니다.
이제 제가 한단에 가게 되면 저를 모함하는 자가 세 사람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왕께서 이를 깊이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후 방공이 한단에서 돌아왔어도 끝내 왕을 만날 수가 없었다.
왕의 주위에 있는 자들이 방공에 대해 끊임없이 거짓으로 꾸미고
헐뜯는 말에 왕이 넘어가 그를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을 예상하고 삼인성호의 이야기를 미리 왕에게 해주었던
방공의 노력도 헛수고가 된 것이다.
여러 사람의 거짓이 진실을 가려
나라를 어지럽게 한다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제(齊)나라의 명재상 안영(晏嬰, BC578-500)
제(齊)나라의 명재상 안영(晏嬰)이 노(魯)나라를 방문했을 때이다.
노의 애공(哀公)이 ‘세 사람이 함께 하면 헤매지 않는다는데,
내가 온 나라 사람들과 의논하여도 나라가 어지러우니 왜 그런것이오’라고 물었다.
안영이 말하기를 ‘옛날에 세 사람이 함께하면 헤매지 않는다고 한 것은 한 사람이
틀리더라도 두 사람이 맞으면 세 사람으로도 충분히 여러 사람이 되는 것이므로
세 사람이 함께 하면 헤매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 노나라의 신하는 몇천 몇백을 헤아리지만
권력자인 계손(季孫)의 사익에 모두 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람 수는 많으나 그 하는 말은 한 사람이 하는 것과 똑같으니
이 어찌 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라 하였다.
이는 군주나 백성이 사특한 사람이나 집단의 교언(巧言)에 미혹되어
결과적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다가 망하게 됨을 말한 것이다.
권력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사언(詐言)을 퍼뜨려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나라를
혼란하게 하여 위태롭게 만드는 삼인성호와 같은 일은 지금 세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가령, 특정한 사람에 대한 모함이나 거짓말을 교묘하게 꾸며 반복적으로, 여러 패거리로,
여기저기에서, 지속적으로 퍼뜨리다 보면 사람들이 처음엔 긴가민가 하지만 계속
듣다보면 나중에는 그렇구나 하고 믿게 되는 것이다.
이는 거짓 선동을 꾀하는 자들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또한 속으로는 옳지 않은 일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개인적인 이해를 따져
삼인성호 주장에 동조하여 결국 나라를 어지럽히는 일에 가담하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이렇게 되어 생긴 호랑이는 결국 그 사람을 잡아먹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대에 진실을 구별할 수 있는 눈과 귀를 가진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